The Main Character is the Villain RAW novel - chapter 308
커틀러스가 비명을 질렀다. 어디로 비명을 지르는 걸까? 투명하고 젤리 같은 몸체는 생각보다 단단한 질감을 가지고 있었다. 에이에이의 니킥을 맞은 허리가 기괴한 각도로 꺾이며 커틀러스가 발버둥 쳤다.
“그, 그만둬라! 저, 정정당당하게 싸우란 말이다! 끄어어억!”
“좆까 병신아!”
나는 메이스로 커틀러스의 정강이를 후려갈겼다. 얼어붙은 돼지비계를 부수는 듯 커틀러스의 다리가 산산이 조각났다.
“끄아아아아아! 그만두란 말이다! 이런 비겁한 놈들! 끄아아아! 끄아아아아!”
하지만 커틀러스가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그는 에이에이의 팔에 붙잡혀서 아기처럼 파닥거릴 뿐 반항할 수 없었다. 다른 한쪽 다리도 좌우 대칭에 맞게 부숴주고 나니 커틀러스는 몸을 꿈틀꿈틀 움직이며 빌빌대고 있었다.
에이에이가 커틀러스를 바닥에 내던지고 나는 다시 한번 그의 머리를 메이스로 후려갈겼다.
퍽!
묵직한 질감으로 뭉개진 머리가 메이스 모양대로 푹 눌렸다. 커틀러스가 부르르 떨다가 축 늘어졌다. 이제 확실히 죽었겠지? 나는 메이스를 뽑아내고 용사를 바라봤다. 에이에이는 조금 미안한 듯 커틀러스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사랑교 사람들만 아니라면, 제대로 상대해줬을 텐데, 무인의 명예를 짓밟은 것 같아 미안하네요.”
“무인이라뇨 용사님. 이 새끼들은 사람들을 지배해서 다 악마로 만들려고 한 씹새끼들이에요. 게다가 제가 마왕이라고 거짓말까지 해서 용사님을 항복하게 하려고 했잖아요.”
“그나저나 어떻게 하죠? 메이햄의 시체가 남아있어야 항복을 요구하기 쉬울 텐데…….”
“아.”
그 점을 생각 못 했다. 나가서 항복하기 쉽게 만들려면, 시체든 두들겨 맞은 메이햄이든 하나라도 남아있어야 하는 데, 일단 죽여야 한다고 패다 보니 여기 남아있는 건 대체 뭔지도 알 수 없는 젤라틴 조각뿐이었다. 이대로 나가면 후방에 적이 침투했다고 사랑교 신도들이 우리한테 덤벼들게 분명했다. 그렇다고 비밀 통로로 나가면 우리가 잠입한 의미가 없었다. 나는 메이햄을 툭툭 건드리며 말했다.
“야, 살아있냐?”
대답이 없었다. 조금 전 일격으로 확실히 죽은 모양이었다. 하지만 나는 혹시 몰라서 커틀러스의 상태창을 확인했다.
이름: 메아리치는 커틀러스
소속: 마왕군 사천왕
레벨: 68
힘: 254
민첩: 266
지능: 203
행운: 200
“이 씨발놈이!”
쾅!
“끄아아아아악! 어, 어떻게 알았지! 내 죽은 척은 완벽했을 텐데!”
커틀러스가 스프링처럼 바닥을 통통 튀며 떼구르르 굴러서 방구석까지 이동했다. 그는 완전히 박살 난 나머지 팔 한쪽을 부여잡은 채 내게 소리치고 있었다. 에이에이도 감탄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며 물었다.
“어, 어떻게 아신 거예요? 저도 영락없이 죽었다고 생각했는데.”
“감으로요.”
죽은 놈의 상태창을 확인할 수 없다. 반대로 말하면 상태창이 확인되면 살아있다는 뜻이었다. 커틀러스는 숨을 헐떡이며 벽에 손을 댔다. 나는 메이스를 허공에 붕붕 휘두르며 말했다.
“서로 좋게좋게 가자. 응? 메이햄으로 변해서 애들한테 항복하라고 한마디만 해주면, 곱게 보내줄 거고. 아니면 씨발 너를 우뭇가사리로 만들어버릴 거야. 알았어?”
“….죄송한데 그게 뭔가요?”
“…..그런 게 있어요.”
이 새끼들은 모르는 게 왜 이렇게 많을까. 나는 설명을 생략했다. 커틀러스는 몸을 억지로 일으키려는 듯 벽을 문질러대며 자꾸 발버둥 치고 있었다. 순순히 변해줄 생각이 없어 보였으니, 이대로 죽여버리는 게 맞는 것 같았다. 나는 에이에이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냥 죽여버릴게요. 전쟁이야 우리가 뒤에서 애들 몇 명 족치면 항복하겠죠. 안 멈추면 다 죽이는 거고.”
에이에이가 살짝 고민하던 그때, 커틀러스가 기운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아, 알겠다……. 벼, 변하겠다……. 조금만 기다려다오……. 에반젤린이……. 배신한 이상……. 이제……. 내게도, 싸울 이유가……. 없지…….”
그는 벽을 문지르던 손을 멈추고 그렇게 말했다. 혹시 몰라서 에이에이도 나도 무기를 든 채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 새끼의 능력 한계를 모르니 당연히 경계해야 했다. 말만 저렇게 하고 갑자기 자폭하는 악마 같은 듣지도 보지도 못한 거로 변해서 우리를 곤란하게 할 수도 있었으니까. 그의 몸이 다시 흐물흐물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벽에 닿은 손끝부터 천천히 모습이 변하기 시작했다. 매우 가늘고 고운 손이었다. 메이햄이 저런 섬섬옥수를 가졌었나? 팔의 곡선이 꼭 여자 같았다. 하얗고 가느다란 팔 끝에서 고운 어깨선과 어여쁜 여인의 얼굴이 드러났다. 에이에이는 이 여자가 누군지 몰라서 잠시 당황했다.
시반느였다. 커틀러스는 시반느의 얼굴로 히죽 웃으면서 입을 열었다.
“나는……. 마왕님의 오른팔……. 메아리치는 커틀러스…….”
왜 시반느로 변했지? 뭘 하려고 이 년으로 변한 거지?
[에반젤린 님과 함께 무시무시한 마법 [에반젤린의 낙인]을 준비했답니다!]소름이 돋았다. 커틀러스의 손끝에서 희미한 빛이 퍼져나오기 시작했다. 에반젤린의 낙인은 어떻게 작동하는 거지? 왜 이 새끼들이 시반느가 죽었을 경우를 대비한 예비책을 만들어주지 않았을거라 생각했지?
“이 씨발!”
좆됐다. 너무 안일하게 굴었다. 나는 다급히 메이스를 휘둘렀다. 커틀러스의 손끝에서 퍼져나온 빛이 마법진을 그렸다. 커틀러스의 머리를 깨부수는 순간. 그의 목소리가 허공을 울렸다.
“하하하……. 다 죽어라…….”
얼굴이 뭉개지는 것과 동시에 커틀러스의 몸이 산산이 조각났다. 그리고 마법진이 붉게 물들며, 사방으로 에너지 파장을 쏘아냈다. 나는 눈살을 찌푸리고, 에이에이는 황급히 검을 들어서 방어 자세를 취했다.
“어라?”
에이에이는 몸을 매만지며,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나는 두근거리는 심장을 부여잡고 뒤를 돌아보았다.
천천히, 멀리서부터 비명이 들려왔다. 수백 수천 명이 내지르는 아주 끔찍한 비명이.
나는 그 비명에 흥분하고 있었다.
성루에 서 있던 사랑교도 한 명이 가슴을 움켜쥔 채 바닥으로 떨어졌다. 갑작스럽게 떨어진 동료를 보고 교도들은 그가 화살에 맞았나보다 생각했다. 회당 정문을 가로막고 활시위를 당기던 또 다른 교도가 똑같이 가슴을 움켜쥔 채 바닥에 떨어졌다. 바닥을 나뒹구는 교도들의 수가 그렇게 한 명 한 명 천천히 늘어났다. 광기에 빠진 사랑교도 들보다 기사단 측이 이변을 더 빠르게 눈치챘다.
창들 사이로 떨어진 사랑교도는 처참한 몰골로 바닥을 나뒹군 뒤 온몸의 근육을 경련하며 발작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마치 폭발 직전의 가스통처럼 부들거리는 모습을 보고 병사들이 화들짝 놀라 뒷걸음질 쳤다. 앞으로 돌진하려는 병사들과 두려움에 빠져 후퇴하는 병사들이 맞물려 전장에는 일순간 혼란이 일었다.
사랑교도들은 그제야 자신들의 몸에 일어나는 이변을 눈치챘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던 동료가, 뒤에서 열심히 창을 들고 달려오던 동료가 가슴을 꾹 쥔 채 쓰러지고 나서야, 그들은 무엇인가 이상하게 돌아간다는 걸 깨달을 수 있었다. 전장 전체에 전염병이 퍼진 것처럼 사랑교도들이 전부 가슴을 부여잡고 발작을 일으키기 시작한 것이다. 뜻밖의 상황에 백전노장의 지휘관 알버스마저 어떻게 대처할 바를 모르고 일단 군사를 물렸다.
30보 뒤로 물러난 군대 앞에 사방에 쓰러져서 고통을 호소하며 비명을 지르는 교도들의 모습이 보였다. 선두에서 사랑교도들을 무참히 베어나가던 제임스는 다른 병사들에 의해 질질 끌려온 다음에야 정신을 차리고 알버스에게 물었다.
“아버지. 무슨 일입니까?”
“모르겠다. 대체 무슨 일인지…….”
알버스는 고개를 저으며 방패를 든 병사들을 앞세웠다. 만 형태로 굴곡진 사랑교 회당의 입구를 병사들이 일직선으로 굳게 틀어막았다. 빈틈없이 세워진 방패 앞에서 다시금 알버스가 손을 치켜들자 창들이 쑥 튀어나와 사랑교도들을 노려보았다. 알버스는 그 상태로 조금씩 다시 전진을 시작했다.
“끄아아아아악!”
“으아아아아아악!”
“끄르르르륵……. 끄으으윽!”
사랑교도들의 모습은 정상이 아니었다. 가까이서 보면 볼수록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조금 더 다가가서 그들이 발작을 일으키는 것을 본 알버스는 다시 병사들에게 진군 정지를 명했다. 대체 무슨 상항인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사랑교에서 준비한 어떤 강력한 마법이 잘못 발동된 것일 수도 있었고, 전염병이 퍼진 것일 수도 있었다. 발작을 일으키는 저 사랑교도들이 갑자기 일어나서 덤벼들어 난전이 일어날 수도 있었다. 알버스는 상황을 지켜보고자 했다.
그리고 첫 번째로 쓰러진 사랑교도가 다시 고개를 들었다. 울룩불룩 혈관이 이상하게 솟아난 얼굴에 뿔이 돋아나기 시작했다. 얇은 팔에 근육이 붙고, 점점 커지는 입을 인간의 살점이 견디지 못해서 찢어져 나갔다. 거대하게 발달한 턱에 무시무시한 크기의 송곳니가 달려있었다. 알버스는 황급히 명령했다.
“돌격! 공격하라! 저놈들이 전부 변하기 전에 죽여버려야 한다!”
“크아아아아아!”
완전히 악마로 변한 사랑교도가 먼저 달려들었다. 방진을 앞세운 병사들이 방패 뒤로 몸을 숨기고 창을 내밀었다. 창에 찔리는 것을 마다하지 않고 달려든 사랑교도가 방진의 일부분을 완력으로 짓눌렀다. 방진의 귀퉁이가 악마 한 마리에 의해 기울어짐에 따라 전체적인 진형의 형태가 기울어졌다. 동시에 쓰러졌던 사랑교도들이 하나둘 악마의 모습으로 일어나기 시작했다.
무너지기 직전이었던 방진 위로 수십번 창에 꽂혀 벌집이 된 악마 하나가 쓰러졌다. 묵직한 무게의 악마를 뒤로 쳐내자, 다른 악마들이 무식하게 돌진해오기 시작했다. 생사를 도외시한 돌진에 방진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한 번 돌격을 맞부딪힌 방진 위로 시체가 쌓이고, 그 시체를 짓밟고 다시금 악마들이 떠올라서 병사들을 짓눌렀다. 창으로 막아낸 악마의 시체를 치우기도 전에 다른 악마가 몸으로 병사들을 덮치며 진형을 무너트리기 시작했다.
“우아아악!”
알버스의 앞으로 병사의 머리 하나가 툭 떨어졌다. 투구를 쓴 채 경악한 표정을 지은 병사의 머리가 데굴데굴 굴러서 그의 말발굽을 건드렸다. 기가 질린 병사들이 후방으로 도망치고자 슬금슬금 걸음을 옮겼다. 알버스는 칼을 뽑아 들고 외쳤다.
“도망치지 마라! 여기서 우리가 물러나면 후방이 위험하다!”
후방에는 대천신교의 성직자들과 수녀들이 부상병들을 돌보고 있었다. 지금 여기서 뚫리면 악마들이 바로 그곳으로 직행할 게 분명했다. 알버스가 칼을 꼭 쥐고 앞으로 달려나갔다. 제임스가 칼을 높이 들고 소리쳤다.
“밀라를 위해!”
그리고 악마들 사이로 뛰어들고 칼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기사들이 알버스와 제임스의 뒤를 따라 악마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한 명으로는 이겨낼 수 없는 악마를 기사 두 명이 뭉쳐서 밀어내고, 급소를 찔러서 무력화시켰다. 병사들을 때려죽이던 악마들은 기사들과 맞부딪히며 팽팽한 균형을 유지했다.
그리고 회당의 정문 방향에서 굉음이 울리며 악마 두 명이 하늘로 치솟았다. 회당의 귀퉁이에서 악마 세 명이 다진 고기가 되어 바닥을 뒹굴었다. 이브는 칼을 허공에 휘둘러서 피를 털어내고 주변에 벌어진 아찔한 광경에 아연실색했다.
“뭐야 씨발.”
사랑교도들은 온데간데없고 뿔 달린 짐승들이 포효하며 벽을 긁고 기사단들을 잡아 죽이기 위해 앞으로 돌격하고 있었다. 이브는 자신에게 등을 보인 악마 한 놈의 척추를 뽑아버리고 동시에 다른 한 놈의 옆구리에 칼을 박아넣었다. 폐를 찔린 악마가 기괴한 소리를 내며 무릎을 꿇었다.
다른 방향에선 엘시가 무심한 얼굴로 악마들을 그어 넘기고 있었다. 클로에 닿은 악마들이 종잇조각처럼 잘려나갔다. 하지만 베어 죽이는 악마들보다 남은 악마들이 훨씬 더 많았다. 엘시는 주변을 빠르게 살피던 중 초조한 얼굴로 적들을 베어 죽이는 이브를 발견했다.
“인어!”
자신을 부르는 외침에 반사적으로 칼을 들어 올린 이브가 엘시의 얼굴을 확인하고 황급히 자리를 옮겼다. 회당 정문에서 엘시를 만난 이브는 루시우스에 대해 캐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