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Character is the Villain RAW novel - chapter 314
“갈게요. 그럼.”
레버를 당기자, 우리는 다시금 저택 구석에 도착했다. 내가 매번 여기다가 마차를 소환하다 보니 아예 들어가지 마시오라는 표지판과 함께 직사각형 모양의 금이 그어져 있었다. 시에리는 얼떨떨한 얼굴로 주변을 살폈고, 이브가 피식 웃으며 마차에서 내렸다.
“뭐야. 이런 거 처음 타봐?”
“인어. 인어도 몇 번 안타봤으면서 놀리는 거 나쁘다.”
“또 또 나만 나쁜 사람 만들지.”
소야가 시에리의 손을 잡고 마차에서 내리게 했다. 주변을 돌아다니던 시종은 내가 내리자 바쁘게 달려와서 인사를 하다가 시에리를 보고 비명을 질렀다.
“악마다! 악마다아아!”
시에리가 그 말에 얼굴이 일그러지기에, 나는 가볍게 시종의 머리를 톡 때렸다. 딱밤 때리는 소리가 나면서 시종이 입을 꾹 다물고 주저앉았다. 고통에 신음하는 그에게 나는 말했다.
“진정하세요. 누가 봐도 시에리잖아요. 그렇죠?”
“….네?”
내 설명이 좀 부족했던 모양이기에, 나는 손을 들어 보였다. 시종은 황급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누가 봐도 시에리 수녀님입니다! 아이고! 수녀님! 오늘도 뿔이 멋지십니다!”
“알았으면 가봐요.”
“….신랑. 이거 눈 가리고 아웅 아니야?”
이브가 내 대응에 한숨을 쉬며 말했다. 나는 혀를 차고 어깨를 으쓱해주었다. 내 대응이 이상해 보여도 이런 거 말고는 지금 어떻게 민심을 달랠 방법이 없었다. 우리는 서둘러 셀루를 찾았다. 이브도 방에 들어가지 않고 나를 따라 집무실로 향했다. 대체 셀루가 무슨 짓을 했는지 어지간히 궁금했던 모양이었다.
“셀루. 저희 왔어요.”
“어. 왔어?”
셀루가 집무실 의자에 앉아서 의기양양한 얼굴로 웃고 있었다. 그녀의 표정을 보니 뭔가 재수 없고 스케일 큰 사고를 친 것 같다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그녀 옆에는 로잘린 유바가 조금 핼쑥해진 얼굴로 서 있었다. 그녀는 나를 보자마자 고개 숙여 사과하며 말했다.
“죄송해요. 영주님.”
“네?”
“헤흐, 루시우스. 내가 알아봤는데. 원래 매년 예산이 남으면 도로 재정비를 하거나 만들어진 집을 다시 무너트리고 짓곤 한다며? 돈이 많이 남는다는 게 알려지면 그만큼 세금이 늘어나니까.”
“네. 그렇죠.”
“그런데 그건 그냥 돈 낭비잖아? 그래서 내가 이 자금을 좀 효율적으로 쓸 방법을 생각해봤거든?”
“뭔데요?”
셀루는 자신이 가지고 있던 종이를 위로 휙 들어 보이며 말했다. 종이 속에는 인어가 브이자를 그리고 있는 모습이 있었다.
“동상을 세우기로 했는데. 어떻게 생각해?”
“…..동상이요?”
이브는 눈을 찌푸린 채 그림을 쳐다봤다. 로잘린 유바는 쩔쩔매며 말했다.
“죄송해요. 영주님. 제가 말렸어야 했는데, 그……. 한눈판 사이에 예산 편성까지 끝내버리셔서…….”
“……이런 동상을 만들러 사람들을 불렀다고요?”
“헤흐. 멋있지? 인어 동상이야! 페타 루시우스의 인어 애호가적 측면을 널리 퍼트리기 위한 인어 동상이라구.”
“….나쁘지 않은데?”
이브도 로잘린 유바도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다. 셀루는 씩 웃으며 책상 위로 몸을 바짝 붙이며 나를 봤다. 그녀는 지금 영주답게 드레스를 입고 있는 데다가 가만 보니 의자도 휠체어였다. 나는 말했다.
“어차피 쓸데없는 예산인데 동상 하나 짓는 것도 괜찮죠. 그런데 인어 동상만 세울 거에요?”
“응?”
“셀루 종족 차별은 나빠요. 이 도시에 인어만 있는 게 아닌데 인어 동상만 세우면 안 되죠.”
“헤흑……. 나, 난 종족차별 주의자가 아니야.”
“그러면 이 동상에 고양이 손을 추가하도록 하죠. 엘시가 있으니까.”
“…..그런 건 인어가 아닌데.”
“엘시는 우리 영지 사람이 아니라는 건가요?”
“아, 아니 그런 건 아닌데.”
이브가 피식 웃었다. 그러고 나서 나는 인어 그림 머리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리고 왜 뿔이 없죠?”
“응? 뿔이 왜 필요해?”
“시에리가 머리에 뿔이 났으니까 뿔도 넣어줘야죠.”
“….시에리 머리에 뿔이 있다고?”
셀루가 이브를 쳐다봤다. 이브는 고개를 끄덕였다. 유바가 혼란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내게 물었다.
“그……. 죄송한데, 혹시 저번 무도회에서 데려오셨던 그 페타 시에리 부인 말씀하시는 거 맞나요?”
“네.”
그러자 셀루도 유바도 더욱 알쏭달쏭한 표정을 지었다. 이브가 셀루에게 말했다.
“엄마 조금 이따가 설명해줄게.”
나는 계속해서 종이를 살펴보다가 말했다.
“그리고, 제 부인 중에 날개 달린 분도 있으니까 날개도 넣어야겠어요.”
“나, 날개를 넣는다고?”
“종족 차별해요?”
“아, 아니 그런 건 아닌데…….”
“그리고 용사님을 위해서 칼도 한 자루 넣고……. 소야를 위해서 마법사 고깔모자도 넣죠. 그리고, 제가 엘프 혼혈이니까 엘프 뾰족 귀도 넣고……. 마지막으로는……. 음…….”
나는 인어의 지느러미 옆에 인간의 다리를 그려 넣었다. 셀루가 기겁을 하며 말했다.
“다, 다리는 왜 넣은 거야.”
“이 영지에는 사람들이 많이 살잖아요. 셀루. 이건 다 예술적인 의미가 있는 거예요. 인어의 몸체를 인간의 두 다리가 지지하고, 인어의 꼬리가 인간의 다리를 지지하기 위해 힘을 보태죠. 인간과 인어는 서로를 도우며 화합하는 존재라는 걸 상징하는 아주 중요한 요소에요.”
“다리 달린 인어라니, 너무 끔찍해.”
셀루의 발언에 이브가 어이가 없다는 듯 헛웃음을 흘리며 따져 물었다.
“아니 씨발 엄마. 그러면 나는 뭐가 돼?”
“넌 꼬리는 안 달렸잖아. 생각해봐 꼬리가 앞에 달리고 뒤에 다리가 달린 인어라니 그게 뭐야? 세상에 어떻게 그런 생물을 상상하지? 너무 징그러워.”
이브는 셀루의 발언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녀는 내가 완성한 그림을 보더니 인상을 찌푸리며 다시 나를 쳐다봤다.
“와, 이건 좀.”
나는 헛기침을 하고 말했다.
“셀루. 영주 권한으로 동상은 이 모양대로 바꿀 거에요. 아시겠어요?”
“아, 안돼. 차, 차라리 취소해줘.”
“안돼요. 동상 아래쪽에는 건설자 [셀루]라고 이름도 대문짝만하게 박아줄 거에요.”
“헤흑…….”
셀루의 하얀 얼굴이 더 하얗게 질렸다. 이브는 실실 웃으면서 셀루를 놀렸다.
“엄마는 좋겠네. 우리 신랑이 엄마를 위해 그런 커다란 동상도 만들어주고.”
“…..이건 너무 끔찍해.”
이만하면 됐겠지. 나는 셀루의 축 늘어진 꼬리를 슬쩍 보고 다시 그녀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셀루. 한 번만 더 영지에서 이상한 사고 치면 이거 진짜로 만들 거에요. 알았어요?”
“아, 알았어.”
그렇게 셀루의 유쾌한 반란은 진압되었다. 인수인계 내용을 보니 그 외에는 아주 깔끔하게 처리한 모양이었다. 역시 머리 좋은 인어들은 하나를 가르치면 열을 한다고 하던가. 나는 흡족하게 웃으며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셀루는 나와의 인수인계를 끝내자마자 입고 있던 드레스를 벗어서 대충 던져버렸다. 유바가 아쉬운 얼굴로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