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Character is the Villain RAW novel - chapter 322
그녀가 내 손을 붙잡고 물었다. 일렁이는 눈망울이 너무도 아름다웠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당연하죠. 내기는 그럼 하시는 건가요?”
“…..네. 저는 에리나를 믿으니까요.”
나도 에리나를 믿고 있었다. 에이에이가 에리나에 대한 사랑으로 그녀를 믿는다면, 나는 추론과 이성적인 논리에 기반을 두어 확신하고 있었다. 혹시나 안된다 싶으면 샐리나한테 말하면 됐다. 에이에이는 내가 샐리나까지 따먹고 있단 사실은 모르니까.
“참, 용사님. 조건이 하나 필요해요?”
“조건이요?”
조건이라는 말에 에이에이의 얼굴이 눈에 띄게 일그러졌다. 그녀는 내가 갑자기 말을 바꾼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만일 저랑 용사님이 같은 자리에 있을 때, 에리나가 저를 부르거나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면, 용사님이 자리를 피해주셨으면 해요. 아무리 그래도, 용사님 앞에서 저를 대놓고 유혹할 리는 없잖아요?”
“알겠어요. 에리나는, 그런 정도로……. 그, 넘어가지 않을 테니까.”
나는 씩 웃으면서 그녀의 어깨를 주물러 줬다. 하루나 이틀 정도, 여기서 필요한 일들을 처리한 다음에 에이에이와 함께 아힐데른으로 갈 예정이었다. 나는 에이에이와 헤어지고 시에리에게 달려갔다. 시에리는 옷을 갈아입는 중이었다. 팬티 위 꼬리뼈를 타고 흘러내리는 꼬리와 날개뼈에 앙증맞게 붙어있는 날개가 고스란히 보였다. 시에리는 갑작스럽게 문을 연 내게 화들짝 놀라서 말했다.
“루, 루시우스……! 무, 문은 노크를 해주세요…….”
“시에리. 오늘 조약서에 서명하고 왔어요.”
“아…….”
시에리는 그 말에 살짝 입술을 깨물고 자신의 가슴을 가린 채 내게 안겨들었다. 나는 시에리의 뿔을 쓰다듬으며 입을 맞췄다. 혀를 뒤섞고 가슴을 꼭 쥔 다음 침대 위에 그녀를 눕혔다. 드레스가 망가질까 봐 신경이 쓰이는지 시에리가 손으로 옷자락을 빼내며 엉덩이를 살짝 들었다.
나는 그녀가 엉덩이를 든 틈에 팬티를 벗겨내고, 꼬리와 젖꼭지를 살살 만져주기 시작했다.
“하아…….”
시에리가 신음성을 흘리는 것과 동시에 보지가 축축하게 젖어 들어가고 있었다. 나는 시에리의 몸속으로 내 성기를 밀어 넣으며 말했다.
“시에리. 다시 인간 모습으로 돌아가고 싶어요?”
“하읏……. 하아……. 네…….”
우리가 서로 살을 교차하며 문지를 때마다 시에리의 손이 물속에서 허우적대듯이 갈팡질팡했다. 나는 쭉 벌어진 손가락과 깍지를 끼고 허리를 내리누르며 그녀의 귀를 깨물었다.
“아……. 아…….”
“시에리. 드래곤 산맥에 사는 제 부인이 아주 훌륭한 마법사에요. 드래곤. 알고 있죠?”
“아, 네……. 전에 들었어요.”
“그분에게 도와달라고 하면, 인간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도 몰라요.”
“하아……. 그런……. 아……. 하지만……. 그러면…….”
“시에리. 당신이 불편해 보여서 해주려는 거에요. 잠도 제대로 못 자고, 뿔 때문에 일상생활도 불편하잖아요?”
“그렇지만…….”
시에리가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로 숨을 내뱉었다. 그녀는 내 등을 조심스럽게 손바닥으로 끌어안고, 꼬리로 내 허벅지를 간지럽혔다.
“그렇지만……. 루시우스 당신이……. 제 이 모습을 좋아하는 걸요……”
“…….온·오프가 가능하게 만들면 되죠.”
아티는 위대한 마법사니까 가능할 것이다. 이브의 불임 치료 건은 이브를 직접 데려가는 것보다 일단 가서 한 번 운만 띄워보는 게 좋을 것 같았다. 가서 아티가 딱잘라서 안된다고 말하면 상처받을 테니까
“그럼……. 그러면……. 하……. 좋아요……. 아읏…….”
“드래곤인데, 무섭지 않겠어요?”
“괜찮아요……. 아…….”
밤이 깊었다. 뜨거운 열기가 휘몰아쳤다. 내 머릿속에서 대략적인 계획이 잡히고 있었다. 일단 아힐데른으로 가서 에이에이를 따먹고, 아티에게 시에리를 데리고 가서 간단하게 조치를 받은 다음, 미미르에 관한 이야기를 보고하고, 이브의 불임 치료를 할 수 있는지 물어본다. 샐리나는 언제 시간을 뺄 수 있을지 모르니까 나중으로 미뤄야 했다.
“후…….”
“하읏……. 흐……. 왜, 왜 그래요? 루시우스……. 아…….”
다시 생각해봐도 아주 완벽한 계획이었다. 이런 게 일등 남편이겠지.
아힐데른 지척에서 알리오 페스타의 마차가 멈춰섰다. 나와 에이에이는 순간이동으로 아힐데른 코앞에 내려선 뒤 마부의 힘을 빌려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아힐데른 방문은 이번이 두 번째인 마부는 싱글벙글 웃으면서 아힐데른의 숲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 여정에서 무엇인가를 얻어갈 것이라고 확신하는 건 그밖에 없는 듯했다.
나는 창가에 몸을 기댄 채 바깥의 풍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힐데른으로 들어가는 숲은 나무들이 다양한 방향으로 뻗어서 공간을 얼기설기 채워 넣고 있었다. 나는 빈 곳 하나하나를 손으로 어림잡으며 앞으로 할 일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고 있었다.
에이에이는 수심에 차 있었다. 그는 마치 도축장에 끌려가는 소와 같은 얼굴을 한 채 바닥을 바라보고 있었다. 용사는 달팽이관부터 다른 걸까. 흔들리는 마차에서 고개를 처박고 있음에도 멀미하는 기색이 없었다.
나는 그녀 역시 에리나를 믿지 못한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믿고 싶은 것과 믿는 건 달랐다. 전자는 항상 의심을 내포했다.
“곧 있으면 왕궁이네요.”
내가 말을 걸었음에도 에이에이는 멍하니 창가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의 불안 증세는 아힐데른에 도착한 시점에서 더욱 심해져서 창밖을 바라보거나 자기 손을 주무르는 것으로 마음을 달래고 있었다. 나는 에이에이의 어깨를 톡 건드리며 말했다.
“용사님?”
“아, 네? 아. 네. 그……. 뭐라고 하셨죠?”
“곧 있으면 왕궁이라고요.”
“그러네요.”
에이에이가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마음 약한 그녀가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니 나 역시 마음이 미어지는 것 같았다. 하루빨리 에리나를 따먹어서 에이에이를 해방해 주는 것 말고는 해결책이 없어 보였다. 우리가 탄 마차는 아힐데른의 시내를 가로지르고 있었다. 녹빛 숲속에 어울리는 단아한 건물들 사이로 거대한 성이 우뚝 솟아있었다. 담쟁이덩굴과 흐드러진 나뭇가지의 다닥다닥 붙어있는 녹색 잎사귀가 마치 에메랄드빛으로 채색된 스테인드글라스처럼 보였다.
매끄러운 성벽의 곡선을 따라서 올라간 마차가 외곽에 설치된 주차장에 멈춰섰다. 아힐데른 내부에서도 알리오 페스타의 마차를 알아보는 사람은 없었다. 다들 왕가의 인장이 박힌 마차를 에이에이에게 대여해줬으려니 생각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마차에서 내린 우리는 엘프들의 환대를 받으며 성을 올랐다.
샐리나에게 인사를 해야 했다. 알리오 페스타의 마차를 이용해서 뒷문 출입을 한게 오래인지라 알현 인사가 매우 낯설게 느껴졌다. 알현실에는 아힐데른 샐리나가 호위병들을 대동하고 왕좌에 앉아있었다.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무릎을 꿇고 아힐데른의 왕국 예법대로 인사를 했다. 에힐데른 샐리나가 손을 저으며 고개를 끄덕였고, 에이에이가 먼저 이번에 벌어진 사태에 대한 조약문 및 중재 과정을 설명했다.
“……그렇게 해서 페타 루시우스와 대천신교 사이에서 벌어진 사건은 일단락됐습니다.”
“고생했습니다. 용사. 가서 쉬도록 하세요.”
샐리나는 조약문을 훑어본 다음 시종에게 전달했다. 이제 저 조약문은 마법사들에 의해 조작할 수 없는 방식으로 복사되어 나와 대천신교에 각각 한 부씩 전해질 예정이었다. 에이에이는 고개를 끄덕이고 불안한 얼굴로 자리에 서 있었다. 아힐데른 샐리나는 다시 나를 바라보고 물었다.
“페타 루시우스. 그대는 이번에 무슨 일로 찾아왔나요?”
그녀의 얼굴에는 왜 개인적인 루트로 찾아오지 않고 이렇게 공식적으로 찾아왔냐는 작은 불만이 깃들어 있었다. 나는 웃으면서 말했다.
“여왕님께 긴히 여쭈어볼 것이 있어 이렇게 오게 됐습니다. 여왕님. 제게 잠시만 시간을 내주실 수 있으십니까? 공적으로 여쭈어볼 만한 것이 아닌지라…….”
“……알현이 끝난 뒤 제 방으로 오도록 하세요.”
“….아니죠? 사제님?”
“뭐가요?”
에이에이가 불안한 얼굴로 나를 쳐다보며 물었다. 그녀는 내가 아힐데른 샐리나를 덮치기라도 할까 봐 걱정하는 듯했다.
“안심하세요. 그런 일이 아니니까.”
지금 와서 걱정하기엔 너무 늦었다고 할 수 있었다. 우리는 그렇게 알현을 끝냈고, 에이에이는 나를 두고 에리나에게 서둘러 달려갔다. 에리나는 오늘도 아기방에서 육아에 전념하는 모양이었다. 나는 콧노래를 부르며 아힐데른 샐리나의 방으로 걸음을 옮겼다. 샐리나의 방 앞을 지키고 있던 근위병이 나를 보고 꾸벅 인사를 건네며 말했다.
“여왕님께 연락받았습니다. 그럼, 저희는 피해 있겠습니다.”
“네. 고생하세요.”
복도를 가로질러서 다시 샐리나의 방문을 열자, 그녀가 체통 없이 내게 몸을 던졌다. 내 가슴에 폭 안겨든 샐리나가 내 볼을 손으로 붙잡고 입술을 쪽 맞추고 혀를 빨았다. 나는 문을 닫아 잠그고 그녀의 뒷머리를 붙잡은 채 침대로 밀어붙였다.
침대 위에 벌렁 드러누운 그녀의 옷을 벗겨내고, 이미 젖을 대로 젖은 샐리나의 보지에 내 성기를 깊이 밀어 넣었다.
“아…….”
샐리나의 입에서 작은 탄성이 나오고 우리는 이불 위에서 정신없이 몸을 흔들고 또 겹쳤다. 한바탕 정사가 끝날 때까지는 제법 오랜 시간이 걸렸다. 어느새 알몸이 되어 서로의 가슴을 어루만지고 있었다. 멍한 시선으로 서로의 쇄골을 바라보다가 다시 입술로 시선을 옮기고 가볍게 입을 맞췄다.
그녀에겐 물어볼 것들이 많았다. 미미르를 빼낼 방법을 알아내야 했고, 그녀의 머리를 정상으로 돌려놓기 위해 아티에게도 데려가야 했으니까.
나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샐리나. 미미르에 관해 물어볼 게 있어요.”
“뭔가요?”
샐리나가 눈을 위로 살짝 치뜨며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그녀의 이마에 한 번 더 입을 맞추고 말했다.
“미미르를 풀어주고 싶은데, 어떻게 뺄 방법이 없을까요?”
“미미르를 풀어주신다고요?”
샐리나는 조금 놀란 얼굴로 눈을 동그랗게 떴다. 나는 그 반응에 살짝 눈을 찌푸렸다. 설마 안되는 걸까? 아무리 명령을 듣는 것에 기쁨을 느껴도 아힐데른 전체를 팔아먹는 것이나 다름없는 행위에는 거부감을 느끼는 게 아닐까?
“안되나요?”
“아니요. 음……. 고민 중이었어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왜냐면 미미르는 현재 아힐데른 전체와 연결되어 있거든요. 그러니까, 아힐데른의 토양을 강화하는 마법의 숙주기도 하고, 아힐데른의 조상님들의 영혼을 유지해주는 도구기도 하고, 자체에도 아주 강력한 마법이 걸려있어서 그냥 빼내고 싶다고 마음대로 빼낼 수가 없어요.”
“억지로 빼내면 어떻게 될까요?”
“잘못하면 아힐데른 자체가 터져서 날아갈 수도 있어요. 그 정도 폭발이라면 미미르도 죽어버릴 거고요.”
마치 사람의 심장을 억지로 뜯어버리는 것과 같다고 했다. 미미르 자체가 아힐데른을 유지하는 동력이기 때문에, 억지로 뜯어내는 순간 엄청난 부작용을 각오해야 할거라고 했다. 나는 그 말에 혀를 찰 수밖에 없었다. 미미르를 구해주려면 아티가 직접 와야 한다는 뜻이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