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Character is the Villain RAW novel - chapter 330
내가 싱글싱글 웃으며 뭐라고 말하려는 찰나 에이에이가 당황해서 내 입을 틀어막았다. 나는 흠칫 놀라며 반사적으로 얼굴을 뒤로 뺐지만, 용사의 손길이 더 빨랐다. 찰싹! 하고 달라붙은 손바닥에 나도 이브도 에이에이도 서로 당황해서 시선을 마주했다. 생각보다 너무 세게 들어간 모양이었다. 에이에이가 황급히 손을 떼고 나는 입술을 문지르며 눈을 찌푸렸다. 셀루가 그 모습을 보며 말했다.
“헤흐, 벌써 치정 싸움하는 거야? 무섭네.”
“아, 아니에요! 사제님. 미안해요. 그……. 무의식적으로 힘이 좀 들어가서…….”
나는 입술을 문지르며 이브에게 기댔다. 이브는 나를 꼭 감싸주며 어르고 달래기 시작했다. 사전에 계획한 게 아닐까 싶을 만큼 자연스러운 움직임이었다. 나는 어린애같이 이브에게 아양을 떨었다.
“이브. 나 다섯째 부인한테 맞았어. 빨리 혼내줘. 텃세 부려줘.”
“아, 그러니까…….”
“무섭다. 용사. 나도 힘을 길러야겠다.”
엘시가 진지하게 한마디 더 거들었다. 에이에이는 당혹스러운 얼굴로 사이에서 쩔쩔매고 있었다.
“아, 아닌데……. 그…….”
이브가 씩 웃었다. 나도 씩 웃고 에이에이의 엉덩이를 가볍게 주물렀다. 에이에이는 복도에서 내가 그런 짓을 하자 당황하면서 한 걸음 더 앞으로 나갔다. 아이라가 청소를 마치고 올라오고 있었다. 나는 아이라에게 말했다.
“아이라. 청소 끝나면 우리 용사님에게 빈 방을 안내해주세요.”
“네!”
에이에이의 부인으로서의 첫날은 이런 식으로 지나고 있었다.
****
집무실에 도착한 나는 12일간의 업무에 대한 간단한 인수인계를 거쳤다. 델몬 영지와 우리 영지가 병합된 이후 영지의 업무량은 꾸준히 늘어나고 있었다. 내가 사제장직을 그만둬서 다행이었다. 아니었다면 내 책상 옆에는 교회 관련 청구 서류가 산더미처럼 쌓여있었겠지. 머리도 좋고 체력도 좋은 용사가 이 시점에 영지에 소속된 것은 아주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그래서, 다음에는 또 언제 떠날 거야?”
이브는 서류를 정리하며 내게 물었다. 나는 집무실 책상에 앉아서 남은 서류를 훑어보고 있었다. 나는 그녀의 질문에 내심 가슴이 쿡쿡 찔리는 것 같았다. 그녀는 내가 이미 영지를 버려두고 또 어디론가 간다는 걸 전제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글쎄. 알리오 페스타의 마차가 다시 마나가 다 차면, 일단 아티한테 가보려고.”
“그 드래곤 부인?”
“응. 시에리가 불편해하잖아. 시에리 데리고 가서 빠르게 폴리모프 해줄 수 있는 지 알아보고 또…..”
“또?”
이브는 내가 붙인 전제 조건에 되물었다. 나는 말하려다가 다시 입을 다물었다. 지금 이 이야기를 꺼내는 건 그녀에게도 별로 좋지 않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나는 아티에게 이브의 불임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는지 물어볼 생각이었다. 나는 이브를 빤히 바라보다가 답했다.
“비밀이야.”
“뭐야 그게. 재미없게.”
이브는 그렇게 툴툴거리고 다시 내 옆에 앉았다. 그렇게 가만히 있다가 갑자기 생각이 났는지 응접용 의자를 두 개 더 가져왔다. 내 옆에 그 의자들을 줄줄이 놓더니 내 허벅지를 베고 의자 위에 누웠다.
“뭐야.”
“그냥. 이러고 싶었어.”
이브는 그렇게 말하고 내 무릎을 쓰다듬었다. 나는 그녀의 붉은 머리카락을 쓸어주고 하얀 볼을 콕콕 건드렸다. 이브는 내가 볼을 건드리는 것에 맞춰서 부풀리거나 입을 살짝 벌려서 내 손가락을 깨물거나 했다. 나는 씩 웃으며 그녀의 볼을 주물럭거렸다.
“신랑. 오늘 밤은 나랑 있어 줄 거지?”
“당연하지.”
최소한의 독점욕은 당연한 권리였다. 나는 그녀의 귀를 만져주고 또, 그녀의 팔을 가볍게 주물렀다. 그러면서 동시에 서류를 한 번 더 훑어보기 시작했다. 날이 갈수록 이브의 업무 숙련도는 늘어나서, 이젠 나 없이도 영지가 완벽하게 운영될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는 만족스러운 얼굴로 서류를 내려놓고 다시 이브를 쳐다봤다. 이브는 내가 고개를 숙여 내려다보자 피식 웃었다.
“표정 웃긴다.”
“남편을 비웃어?”
나는 이브의 볼을 꼬집고 그녀의 머리를 헝클어트렸다. 이브는 그래도 좋은 듯 깔깔 웃다가 다시 눈을 지그시 감고 내 허벅지에 얼굴을 비볐다.
“좋다.”
“내가 온 게 그렇게 좋아?”
“응.”
그 뒤로 우리 둘은 잠깐 말이 없었다. 이브는 내 다리를 쓸며 가만히 웃고 있었다. 나는 이브의 표정을 보면서 그녀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종일 이러고 있어도 질리지 않고 있었다. 집무실 책상 너머 복도가 시끄러웠다.
“얏호!”
“앗, 휠체어 가지고 장난치시면 안 돼요. 셀루 씨!”
“잡아보라구!”
“엘시 씨도 셀루 씨랑 같이 그렇게 노시면 안된다구요!”
“노는 게 아니라 훈련이다. 큰 인어가 이렇게 훈련하면 팔 근육도 강해지고 순발력도 늘어난다고 말했다.”
“그런 건 밖에서 하시라고요!”
셀루가 또 미쳐버린 모양이었다. 시에리의 목소리도 들렸다. 이브가 피식 웃으며 내게 말했다.
“맨날 팔딱거리고 뛰어다니니까. 집에서는 휠체어 타고 다니랬거든. 그러니까 오늘 아침부터 휠체어로 저러고 놀고 있네.”
“뭐 부숴 먹기 전에 말려야겠네. 시에리가 울 테니까.”
“그러게.”
하지만 지금 이 자리에서 움직이기 귀찮았다. 10분만 더 이러고 앉아있으면 싶었다. 집무실 문을 누군가 두드렸다. 복도를 움직이던 바퀴 소리는 어느새 멈추었다.
“누구세요?”
“아, 저에요. 시에리.”
“들어오세요.”
문이 열리는 것과 동시에 이브가 헝클어진 머리를 대충 정리하고 집무실 책상 밑에서 일어났다. 문을 열던 시에리는 이브가 책상 아래에서 고개를 들자, 조금 당황한 얼굴로 나를 보더니 조심스럽게 문을 닫으며 말했다.
“시, 실례했습니다.”
“…..뭔데?”
“그러게, 뭐지?”
우리는 다시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복도로 나가보니 셀루와 엘시가 휠체어를 들고 아래로 내려가고 있었다. 나는 셀루에게 말했다.
“셀루. 요즘에 휠체어로 논다면서요?”
“노는 게 아니라 엘시 훈련해주는 거야. 헤흐…….”
“복도에선 자제하세요. 그리고 소야는 어디 있죠? 영주가 왔는데, 소야가 얼굴도 비추질 않네요.”
“내가 휠체어 개조해달래서 공방에 있어.”
“개조요?”
“마력 부스터를 달아 달랬거든. 그거만 달면 이제 밖에서 엄청난 속도로 움직일 수 있어. 세상에서 가장 빠른 인어가 되는 거지. 헤흐, 내 꿈이 이뤄지는 거야.”
셀루의 꿈은 쥬지육림이 아니었던가? 그냥 긍정하고 넘어가기로 했다. 꿈이랑 여자는 많을수록 좋은 법이니까.
“…..그건 집 안에서 안 굴릴 거죠?”
“당연하지. 나는 그 정도로 비상식적이지 않다구.”
셀루는 가슴을 펴고 당당하게 말했다. 나는 고개를 저으며 소야의 공방으로 향했다. 공방에는 출입금지 팻말이 있었고, 여느 때보다 굳게 문이 닫혀있었다. 나는 문이 열려있는 걸 확인하고 슬며시 안을 엿보았다.
용접 마스크를 끼우고 지팡이로 열심히 커다란 기계를 지지고 있는 소야의 모습이 보였다. 푸른 빛 반사광에 가슴이 번쩍번쩍 빛났다. 공돌이 마법사라니. 나는 그 모습에 발기하고 말았다.
유난히 날이 맑았다. 우리는 모두 운동장에 모여서 소야가 만든 특제 휠체어 [소야 1호]의 기동식을 지켜보고 있었다. 휠체어는 공석이었다. 서부 해안지대에서 실험에 필요한 예비 휠체어를 주문 제작했다고 했다. 휠체어에는 셀루와 비슷한 무게를 가진 쇳덩이가 올라가 있었고 후면에는 엔진이 달려있었다. 소야는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번엔 시험 테스트지만 그렇게 큰 문제는 없을 거예요. 헤헤…….”
나는 그런 소야의 가슴을 힐끗 보고 다시 발기한 좆을 진정시키기 위해 애썼다. 소야가 헤프게 굴거나 내게 노골적인 추파를 던질 때는 전혀 꼴리지 않았지만, 그녀가 일하고 나서 가슴에 맺힌 구슬땀이 또르르 굴러떨어질 때면, 그 색기가 폭발했다. 일하는 여자는 아름답다고 했던가. 활기 넘치는 얼굴이 내 성기에 의해 붉게 달아오르는 걸 상상만 해도 자지가 폭발할 것 같았다.
“후…….”
“신랑 왜 그래?”
이브가 갑작스럽게 한숨을 쉬는 나를 보고 의아해했다. 나는 어깨를 으쓱해보고 휠체어를 바라봤다. 셀루는 상기된 얼굴로 버튼을 꼭 붙잡고 있었다. 버튼을 누르면 마력석이 빛나며 에너지를 방출할 예정이었다. 셀루는 버튼을 붙잡은 채 우리를 바라봤다.
“이제, 누른다?”
“그, 조심하세요.”
시에리가 걱정스럽게 말했다.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서 에이에이와 엘시가 셀루가 나아갈 경로 앞에 서 있었다. 그렇게 우려와 기대가 섞인 가운데, 셀루가 힘차게 레버를 당겼다. 휠체어 뒤에 달린 마력석들이 푸른빛을 모으며 웅웅 울리는 소리를 냈다. 그 기세가 심상치 않아서 보는 이들의 표정이 저마다 썩어들어가기 시작했다.
일단 버튼을 눌렀던 셀루의 얼굴도 미묘하게 구겨지고 있었다. 누가 들어도 어딘가 잘못된 것 같은 진동이었기 때문이었다. 불안감에 기름을 부은 것은 소야의 한마디였다.
“어라?”
‘어라’라는 한마디가 끝나기 무섭게 이브가 셀루를 안고 뒤로 물러났다. 나도 시에리와 소야를 데리고 빠르게 뒤로 물러났다. 에이에이와 엘시가 저마다 다른 방향으로 흩어졌다.
팡!
휠체어의 뒤에서 푸른빛 불꽃이 뿜어져 나왔다. 마치 별빛이 분산된 듯 아름다운 불꽃이었다. 불꽃의 추진력을 받고 천천히 앞으로 나아가던 휠체어가 속도를 붙이기 시작했다. 제 속도를 못 이겨서 앞으로 한 번 구른 휠체어는, 제자리에서 브레이크 댄스를 추면서 빙글빙글 돌더니 제 꽁무니를 바닥에 붙이고 폭발하여 위로 높이 솟아올랐다. 허공에 떠오른 휠체어가 붉은색으로 물들고 일순간 작게 수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