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Character is the Villain RAW novel - chapter 340
마틸다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녀는 똑똑한 사람이었으니까 엘시가 하는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엘시와 밀라는 엄연히 다른 사람이었으니까. 엘시가 심각한 얼굴로 그렇게 말하는 걸 보니 마틸다는 미안한 감정이 들었다. 그녀는 엘시에게 고개를 꾸벅 숙이며 말했다.
“죄송해요. 제가 최근에 수인에게 데인 경험이 있어서, 무의식중에 그런 모습이 튀어나왔나 봐요. 엘시 씨라고 하셨죠? 엘시 씨한테 어떤 악감정이 있어서 그런 건 아니에요.”
“수인한테 데였다니, 나쁜 수인을 만난 모양이다. 걱정하지 마라. 세상에는 좋은 수인들이 더 많다. 나도 좋은 수인이다.”
엘시는 당당하게 자신을 좋은 수인이라고 표현했다. 마틸다는 그 순박함과 솔직함이 마음에 들었다. 그녀는 웃으면서 말했다.
“감사해요.”
“웃으니까 보기 좋다. 앞으로 더 웃고 다녀라. 웃으면 반드시 좋은 일이 찾아온다.”
엘시는 자기 입을 웃는 모양으로 만들며 그렇게 말했다. 마틸다는 엘시의 날카로운 발톱에 흠칫 놀라며 말했다.
“저, 정말 그럴까요?”
“정말 그렇다. 내가 알고 있던 수인 중에는, 정말 힘든 일을 많이 겪었지만, 항상 웃음을 잃지 않는 수인도 있었다. 그렇게 계속 희망을 품고 살다 보니 높은 인간과 결혼했다.”
“그렇군요……. 대단하네요.”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그런데 어디 가던 길이지. 가는 길이 같으면 안내해주겠다.”
엘시는 마틸다에게 용무를 물었다. 그제야 자신의 용무가 떠오른 마틸다는 답했다.
“아 맞다. 영주님을 만나러 왔는데, 영주님은 어디 계시나요?”
“성직자는 드워프 왕국으로 용사랑 여행 갔다.”
“…..아니요. 지금 영주 대리를 맡으신 이브 씨요.”
마틸다는 한 박자 늦게 엘시의 발언을 이해했다. 엘시는 마틸다가 발언을 정정하자 그제야 이해하고 고개를 끄덕인 다음 바깥을 가리켰다.
“인어는 큰 인어랑 같이 수영장에 있다.”
“인어요?”
“인어는 인어다.”
“인어라고요?”
마틸다는 깜짝 놀라서 창밖을 바라봤다. 그곳에는 수영장 앞에 쭈그리고 앉아 있는 이브가 있었다. 이브 앞에는 셀루가 꼬리를 파닥거리면서 눈을 마주하고 있었다. 마틸다는 엘시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 조심스럽게 계단을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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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나를 왜 딸로 삼기로 했어?”
이브는 식당에서 집어온 샌드위치를 이리저리 살펴보며 물었다. 수영장 가장자리에서 샌드위치를 우물거리던 셀루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녀를 바라봤다. 이브는 셀루의 시선을 피하며 다시 물었다.
“그러니까, 그……. 엄마 입장에서 나는 되게 골치 아픈 애였잖아. 인어인 듯 인어가 아니고, 다른 애들이랑 잘 섞이지도 못하고, 폭력적이고. 그런데 엄마는 나를 따라서 끝까지 와줬잖아. 왜 그런 거야?”
“왜 새삼스럽게 그런 걸 물어봐?”
셀루가 되물었다. 이브는 샌드위치를 한 입 베어 물며 생각에 잠겼다. 왜 이런 이야기를 물어보고 싶었을까. 이브 본인도 그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그녀는 저택을 바라보며 입을 우물거렸다. 날카로운 이빨은 샌드위치를 가루가 될 지경으로 꼭꼭 씹어댔다.
“그러게. 왜 그런 걸 물어볼까. 그래서, 왜 그렇게까지 해준 거야? 아무 이유가 없었잖아. 엄마한테 이득도 안됐고.”
“헤흐, 이유가 중요해?”
“중요하지.”
“내가 만일 네가 불쌍해서 그렇게까지 해줬다고 말하면 화낼 거야?”
“……모르겠어. 화내야 하는 걸까?”
그런 이유로 화내기엔 두 사람은 너무 멀리 와 있었다. 셀루의 동정은 진짜 사랑이 되어있었고, 이브는 그녀의 동정에 분노하기엔 셀루를 진심으로 사랑했으니까. 셀루가 말했다.
“그런 거야. 한 번 가족이 되면, 그때부터 이유는 중요하지 않아. 그냥 가족이라구. 왜 길렀냐고 따져도 소용없어. 가족이니까. 내가 사소한 이유로 너를 거뒀다면, 내가 지금까지 너에게 준 사랑은, 네가 나에게 준 사랑은 전부 없던 일이 되는 거야?”
“그건 아니지.”
“그렇지?”
“그래서, 왜 거뒀어? 진짜 불쌍해서였어?”
“우리 딸은 포기할 줄 모르네.”
셀루는 그렇게 말하며 웃었다. 이브는 그 웃음에 셀루를 쿡쿡 찌르며 물었다.
“그래서 뭐였는데, 이유가 뭐였는데? 응?”
“헤흑, 밥 막 먹었는데 배 찌르지 마아……!”
“에잇, 에잇, 에잇.”
“에윽, 윽, 윽, 윽…….”
“저…….”
마틸다는 수영장 가장자리에 서서 한심하게 놀고 있는 두 인어를 바라보고 있었다. 차마 저택의 안주인을 똑바로 바라볼 수 없어 고개를 돌린 마틸다의 모습에 이브는 수치심이 치솟는 걸 느꼈다. 셀루는 바닥을 구르다가 말없이 수영장으로 쏙 들어가서는 건너편으로 헤엄쳐갔다.
“어, 흠……. 어. 왔니? 무슨 일이니?”
결국, 수치심을 감내해야 하는 건 이브와 마틸다였다. 마틸다는 고개를 돌리고 말했다.
“그……. 모녀가 사이가 좋으신 것 같아요.”
“그래 보여? 다행이네.”
이브는 그렇게 말하며 멀리서 손을 흔들고 있는 셀루에게 물을 튀겼다. 셀루는 물을 맞고 혀를 쭉 내밀었다. 마틸다는 말했다.
“영주님. 혹시 지금 시간 되시나요?”
“응? 어. 시간 많아.”
“그럼 지금 같이 산책 좀 가주실 수 있을까요?”
이브는 마틸다가 같이 산책을 가자고 하자, 씩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영지 저택을 크게 한 바퀴 도는 길은 시종들이나 기사들이 점심 후에 소화할 겸 자주 걷는 길이었다. 그 때문인지 길 주변은 아주 반질반질하게 닦여있었고, 들짐승들을 막아줄 목책도 설치되어 있었다. 누군가 몰래 기르기 시작한 꽃들이 목책 너머로 쑥 튀어나와서 마틸다의 하얀 다리를 간지럽혔다.
이브는 꽃들을 발로 가볍게 훑으며 말했다.
“저택 생활은 어때?”
“모르겠어요. 전부 좋은 분들이라곤 생각해요. 그런데 제가 아직 적응을 잘 못 하는 것 같아요.”
“금방 익숙해질 거야. 사람 사는 데는 다 비슷하잖아?”
“네…….”
마틸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머릿속에 시에리의 꼬리와 뿔이 어른거렸다. 마틸다는 잠시 망설이다가 이브에게 말을 걸었다.
“저…….”
“왜 그래?”
“그, 시에리라는 수녀님은 어떤 분인가요?”
“좋은 사람. 아주 그냥 천사야 천사.”
이브는 웃으면서 그렇게 말했다. 그리고 스스로 내뱉은 ‘천사’라는 말에 동의하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마틸다는 그녀가 뱉은 말에 더 시에리의 정체가 신경 쓰였다. 보통 사람은 꼬리도 없고 뿔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다시 물었다.
“꼬리도 있고, 뿔도 있던데…….”
“저주받아서 그래. 악마로 변하는 저주.”
“네?”
이브는 그렇게 말했다. 저택 내 모든 사람이 합의 본 사항이었다. 시에리는 악마로 변하는 저주를 받은 거다. 이브와 루시우스는 이 문장을 저택 사람들에게 전부 학습시키는 데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다. 외부인인 마틸다도 학습대상에서 예외가 아니었다.
“그렇군요.”
마틸다는 울적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 사악한 저주를 받은 사람에게 매몰차게 대한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돌아가면 다시 시에리에게 사과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브는 물었다.
“다른 거 불편한 건 없니?”
“네.”
마틸다는 단호하게 말했다. 이브는 그녀를 바라보며 다시 걸음을 옮겼다. 지평선에 수직으로 곧게 선 해가 강렬하게 바닥을 긁어내렸다. 마틸다는 더위에 땀을 주룩 흘리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브는 그녀에게 손을 뻗으며 물었다.
“돌아갈까?”
“……네.”
다시 저택으로 돌아온 이브는 다시 수영장 앞에 주저앉았다. 오후 일과를 시작하기 전까지 시간이 제법 남아있었기 때문이었다. 마틸다는 아이라에게 물어봐서 욕탕을 안내받았다. 목욕탕에서 그녀가 시원하게 땀을 씻어내는 동안, 셀루는 이브에게 물었다.
“어땠어?”
“모르겠어.”
“모를 게 있어? 이브 네가 뭘 모르겠다고 하는 건 참 오랜만이네.”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모르겠어. 좀 더 부드럽게 대해야 좋아할까?”
“헤흐. 재밌네.”
“뭐가?”
“그냥. 다 재밌어. 네가 이러는 걸 보는 것도 재밌고, 저 여자애가 여기서 적응 못 하고 고슴도치처럼 웅크리고 있는 것도 재밌어.”
“그걸 재밌다고 표현하는 거야? 엄마 심술궂네.”
이브가 그렇게 말하자 셀루는 히죽 웃으며 대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