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Character is the Villain RAW novel - chapter 346
쿵 쿵 쿵 쿵 쿵 쿵 쿵 쿵 쿵 쿵 쿵 쿵
“살려줘! 살려줘어어!!”
“열어줘! 제발 열어줘! 괴물이 나타났다! 괴물이다!”
문 너머에서 그런 비명이 들렸다. 경비병들은 확실했다. 이건 늘 있던 노동자의 탈주가 아니었다. 광산 안쪽에서 그보다 더 심각하고 무시무시한 일이 일어나고 있었다. 억지로 문을 부수려는 듯한 소리에 경비병 한 명은 황급히 레버를 당겼다. 두 번째 철문을 내리는 장치였다. 다른 경비병은 경비대장을 부르기 위해 황급히 아래로 뛰어 내려갔다.
갑작스럽게 변모한 사태에 사람들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조금 전까지 태연한 척 입꼬리를 올리며 장비를 보고 있던 사내는 황급히 짐을 챙겨서 도망쳤다. 드워프 광산을 관광하러 온 여행객들은 자연스럽게 마차를 돌려서 빠져나가려고 했다. 영문을 모르고 물건을 들고 찾아오던 상인은 갑작스럽게 길에서 일어난 병목 현상에 소리를 질렀다.
경비원은 짧은 다리를 뒤뚱거리며 열심히 주점을 향해 뛰었다. 빨갛게 물든 얼굴로 주정을 부리던 경비대장은 임무를 수행하지 않고 자신을 찾아온 경비원을 보고 눈살을 찌푸렸다.
“마크! 내가 뭐라고 했지? 내가? 어! 저어기! 경비를 똑바로! 똑! 바로 하라고 했잖……. 아! 인마! 어? 저기를 지키지 않으면……! 드워프 노동자들이…! 어! 막 나와서!”
“대장님! 큰일 났습니다! 안에서 노동자들이…….”
“노동자들이? 뭐?”
경비대장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경비병의 말이 너무도 같잖았기 때문이 아니었다. 경비병의 뒤에 보이던 마석 광산이 환한 불꽃과 함께 폭발했기 때문이었다. 이중으로 된 철문이 산산조각이 나서 사방에 강철 비가 되어 쏟아졌다.
주점의 지붕을 꿰뚫고 날아온 문짝에 주점 주인의 몸이 반 토막이 났다. 술에 취해 내팽개쳐둔 경비대장의 창이 박살이 났다.
“뭐, 뭐야!”
경비대장의 눈에는 하늘을 날고 있는 고깃덩이들이 보였다. 그는 자신이 취해서 환각을 보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두 아이의 아버지고, 아들을 위해서 열심히 노동한다는 엘슨의 머리가 보였다. 도박 빚에 시달려서 마석 광산 일에 뛰어든 제퍼슨의 신발이 보였다. 총알처럼 날아와서 주점에 처박힌 헬무트의 몸뚱이가 보였다. 그는 항상 같은 셔츠를 입었기 때문에 알 수 있었다.
뒤이어 폭발의 여파가 바람이 되어 주점을 휩쓸었다. 무수히 많은 광석의 파편들이 기관총처럼 주점을 두들기고 있었다. 주점뿐만이 아니라 마석 광산을 둘러싼 도시 전체에 파편의 비가 쏟아지고 있었다. 경비대장의 갑옷을 꿰뚫은 파편이 바닥에 처박혔다. 그가 아픔을 느낄 새도 없이, 경비대장의 온몸을 유리조각과 강철 파편이 뚫고 지나갔다.
너덜너덜해진 몸뚱이를 끌어안아 봤지만, 갑옷 틈새로 구멍 뚫린 포도주 통처럼 피가 줄줄 흘러내렸다. 의자에서 넘어진 경비대장이 옆을 쳐다봤다. 그의 옆에는 그와 똑같은 갑옷을 입은 고깃덩어리가 널브러져 있었다. 경비대장은 이해할 수 없었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거지?
불룩 튀어나온 배에서 분수처럼 피가 솟아 나왔다. 경비대장은 머리가 어지러웠다. 그는 허공에 손을 휘저으며 누군가 자신을 도와주길 바랐다. 멀리서 발을 질질 끄는 소리가 들렸다. 뒤이어 주점의 벽이 부서지고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도와……. 도와…….”
경비대장은 말을 다 끝마치지 못하고 절명했다. 그는 바닥에 팔을 늘어트리고 피거품을 문 채 눈을 뒤집었다. 바닥이 흠뻑 젖었다.
시오테르는 주점의 테이블을 손으로 거칠게 쓸었다. 그녀의 손길에는 자비가 없었다. 손에 부딪힌 유리조각과 철문의 파편들이 종잇장처럼 뜯겨나갔다. 살벌한 파편들은 마치 원래 테이블에 붙어있던 장식인 것처럼 납작하게 눌어붙었다. 그녀는 그 상태로 의자에 앉아서 주점의 주인을 찾았다.
하지만 주인은 이미 벽에 다트판처럼 꽂혀서 다리만 대롱대롱 흔들고 있을 뿐이었다. 에이에이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고, 루시우스는 혀를 찼다. 시오테르가 마석 광산을 초토화하는 데에는 발차기 한 방이면 충분했다. 기합성과 함께 힘껏 차올린 발차기 한방에 벌레처럼 철문 앞을 득실득실 들끓던 노동자들이 모조리 곤죽이 되어 죽었다.
발차기에 풍압을 견디지 못한 문짝이 박살 났고, 그 여파가 광산 앞의 마을을 휩쓸었다. 시오테르는 주변을 둘러보다가 한숨을 쉬고는 직접 주점을 뒤적거리기 시작했다. 테이블에 내놓았던 술들은 모두 박살 난 지 오래였지만, 지하에 있는 술 창고에는 멀쩡한 게 많았다. 그녀는 술집 지하 계단을 직접 내려가서 술을 한 아름 들고 왔다.
그리고 술병 하나를 따서 병나발을 불고 훌쩍거리기 시작했다.
“나쁜 놈들……. 진짜, 친구라고 생각했는데.”
“우, 우리가 있잖아요. 시오테르 씨.”
“맞아요. 시오테르 씨. 아티와 다곤의 친구인 우리가, 당신의 친구가 되어줄게요.”
에이에이가 시오테르 옆에서 그녀를 달래기 시작했다. 루시우스도 급하게 그녀 옆에 와서 달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모습을 봤을 때, 지금 시오테르는 화약고나 다름없었다. 여기서 이성을 잃고 갑자기 더 날뛰기 시작하면, 그 여파는 드워프 왕국만으로 끝나지 않았다.
“다곤? 너네, 다곤도 만났어?”
“네. 아주 친절하고 사랑스러운 분이시던데요. 저희에게 이 무기도 주셨어요.”
“흐읍……. 그러네, 이거……. 마계 물건이야. 너네, 정말로 내 친구가 되어줄 거야? 응? 드워프들처럼 배신 안 할 거지?”
“네. 당연하죠. 저희는 항상 당신 편이에요. 시오테르 씨.”
“정말이지? 정말로 배신 안 할 거지?”
시오테르는 훌쩍거리면서 다시 한번 물었다. 에이에이도 루시우스도 서로 눈도 마주치지 않고 동시에 그녀의 손을 꼭 붙잡으며 말했다.
“당연하죠.”
“흡……. 드워프……. 나쁜 놈들…….”
시오테르는 다시 훌쩍이면서 술을 병나발로 들이붓기 시작했다. 도수가 50에서 60도 사이인 술들을 거침없이 들이켜며, 그녀는 계속 짜증을 냈다. 멀리 다른 마을의 드워프들이 현장을 보러왔다가 급히 도망치는 게 보였다. 시오테르는 자기 시야에 드워프들이 들어오자마자 마시고 있던 술병을 집어던졌다.
시오테르가 있는 힘껏 술병을 던지고 한 박자 늦게, 루시우스의 귀에 파공음이 들려왔다. 동시에 거센 바람이 후폭풍으로 술병을 추격했다. 땅바닥을 뒤집어엎으며 이미 병에 의해 사지가 박살 난 드워프의 시체를 다시 한번 추격해서 가루로 만들었다. 그녀는 매서운 눈빛으로 피안개를 쳐다보고 다시 술 한 병을 더 들이켰다.
“저……. 시오테르 씨?”
“왜 그래?”
“호, 혹시 이대로 드워프 왕국을 멸망시키러 가실 건가요?”
루시우스가 물었다. 그의 질문에는 약간의 불안이 깃들어있었다. 그녀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러고는 싶지만……. 이 이상 나갈 수가 없어. 약속한 게 있거든.”
또 약속이 튀어나왔다. 이동을 제약하는 약속. 루시우스도 에이에이도 정말 대답이 듣고 싶었던 그 약속에 관한 이야기가 여기 나왔다. 루시우스가 물었다.
“대체 무슨 약속이죠?”
“다른 애들한테 허락을 받아야 하는데…….”
“아티가 당신에게 듣는 게 나을 거라고 했어요.”
시오테르는 루시우스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 그럼…….”
그리고 시오테르는 입을 열려다 말고 어느 한쪽을 쳐다봤다. 에이에이는 멀리서 다가오는 군대를 가리켰다. 무장한 드워프 병사들 앞에 제법 고급스러운 갑옷을 입은 드워프 장군이 멧돼지를 타고 달려오고 있었다. 그는 다른 드워프보다 머리 하나만큼 컸기 때문에, 키 작은 인간이라고 생각될 지경이었다. 드워프 장군이 소리쳤다.
“당장 항복해라! 이 괴물아! 나는 이 드워프 왕국 최강의 전사! 에그볼드다! 지금이라도 마석 광산을 점거하는 악행을 멈춘다면, 내 이를 참작하여……!”
하지만 에그볼드는 말을 다 끝맺지 못하고 갑자기 우뚝 멈춰섰다. 그의 미간에 구멍이 뻥 뚫렸다. 시오테르는 유리 조각 하나를 들고 말했다.
“난 괴물이 아니야.”
에그볼드가 바닥에 허물어졌다. 병사들이 비명을 지르며 그의 상태를 살폈지만, 이미 그는 죽은 뒤였다. 단숨에 지휘관을 잃은 병사들이 우왕좌왕 흔들리고 있었다. 시오테르는 씁쓸한 얼굴로 말했다.
“난 너희들의 친구였어.”
지휘관을 잃은 병사들이 흩어지기 시작했다. 추격자는 없었으나 그들은 꽁무니에 불이 붙은 것처럼 헐레벌떡 전선을 이탈했다. 에그볼드의 시신은 처량하게 고원 한가운데에 누워있었다. 마치 고원의 개척자를 조장(鳥葬)하는 것 같기도 했다. 우리는 멍하니 시체를 바라보다가 다시 바닥에 주저앉았다. 시오테르는 여전히 우울해 보였다. 우리는 그녀 옆에 꼭 붙어서, 혹시나 그녀가 이 이상의 돌발 행동을 하지 않게 막아야 했다.
잠깐 가만히 앉아있던 그녀는 양어깨에 꼭 붙어있는 우리들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말했다.
“괜찮아. 이제.”
시오테르는 활발한 기운을 내뿜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는 바닥에 떨어진 술병들을 데구르르 굴리며 술이 차 있는 병을 찾았다. 하지만 몇 번 손으로 뒤적여도 찾지 못해서, 그녀는 다시 인상을 썼다.
나는 서둘러서 다시 주점 지하로 내려갔다. 아래에는 시오테르가 손이 부족해서 미처 들고 오지 못한 술병들이 제법 많이 있었다. 나는 술을 한 아름 들고 그녀 앞에 늘어놓았다. 시오테르는 술을 보자 다시 웃으면서 말했다.
“굳이 가져올 필요 없어. 내가 할게.”
“아니에요. 시오테르 씨. 친구끼리 이 정도는 해줄 수 있죠.”
에이에이는 내 옆구리를 쿡 찌르며 속삭였다.
“그러다가 취해서 그……. 난리 나면 어떻게 해요?”
“친구를 의심하는 건 나빠요. 용사님.”
에이에이는 어이가 없다는 얼굴로 나를 바라봤다. 시오테르는 우리 둘의 대화에 신경 쓰지 않고 술병을 따더니 다시 자리에 앉았다. 그녀는 우리랑 키가 비슷했는데, 웃으니까 새하얀 이빨이 드러났다. 의외로 이빨은 사람과 똑같았다. 그녀는 병을 우리에게 건네며 말했다.
“자, 같이 먹자. 친구끼리 한잔하고 싶었어.”
에이에이는 술을 먹잔 말에 조금 당황한 눈치였다. 술을 잘 먹는 편이 아니었던 모양이었다. 생각해보면 왕국에 있을 때도 포도주 몇 잔에 취해서 진상 짓을 했던 전과가 있었다. 나는 웃으면서 병을 받은 다음, 에이에이에게도 눈치를 줬다. 에이에이는 마지못해서 제자리에 앉은 다음 술병을 받아들었다.
바닥을 손으로 짚으면 피가 찐득하게 묻어나왔다. 주점 앞 비탈길로 드워프들의 시체가 굴러떨어지고 있었다. 마치 눈사태의 전조처럼 한 명 한 명 사지를 각기 다른 방향으로 비틀면서 굴러가는 드워프들의 모습은 흉물 그 자체였다. 에이에이는 참혹한 광경 속에서 얼굴을 찌푸렸다. 나는 괜히 죽은 드워프와 눈을 마주치지 않기 위해 시오테르와 가볍게 건배를 했다. 병이 가볍게 부딪치고, 쨍하는 맑은소리가 났다. 시오테르는 의외로 힘 조절을 잘했다.
술병을 입에 물고 정수기가 물을 빨아들이듯이 꼴깍꼴깍 넘기면, 볕 드는 유리병 너머로 맑은 거품이 포르르 올라왔다. 목을 스치는 술방울이 차갑게 불타올랐다. 나는 뱃속에서부터 올라오는 쓴맛에 저도 모르게 눈을 찌푸렸다. 에이에이는 목에 걸린 술 몇 방울에 화들짝 놀라서 기침하며 고개를 숙였다. 시오테르는 그 모습에 까르르 웃었다.
한 모금 마셨을 뿐인데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내 귀를 만져보니 화끈거렸다. 에이에이는 벌써 멍한 시선으로 시오테르와 나를 번갈아 보다가 다시 술병을 꼭 붙잡았다. 취기가 돌기 시작하는 듯했다. 나도 살짝 시야가 흐릿해지는 걸 보니 드워프들은 술을 주조하는 게 아니라 알코올을 가공해서 처먹는 모양이었다.
“하하하하하!”
시오테르의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녀는 내 얼굴을 가리키며 웃었다. 내 얼굴도 에이에이에 맞먹게 붉게 물든 모양이었다. 시오테르의 얼굴은 취한 기색이 없었다. 그녀는 술에 미친 사람처럼 다시 한 병을 더 들이키고 빈 병은 대충 뒤로 던져버렸다. 멀리 동산 뒤편에서 유리 깨지는 소리가 났다.
바람이 불었다. 바닥에 자욱하게 깔려있던 흙먼지가 산등성이를 타고 오는 고요한 바람에 휩쓸려서 매서운 소용돌이를 만들었다. 저 아래 협곡으로 빨려 들어간 흙먼지를 바라보고 있으면, 나무들이 나뭇가지를 부르르 떨었다. 시오테르는 다리를 쭉 펴며 말했다.
“좋다.”
그녀는 자유를 만끽하고 있었다. 기지개를 쭉 켜면서 기분 좋게 웃고 있었다. 나는 물었다.
“시오테르 씨. 그 약속이 대체 뭔가요?”
“아, 맞다. 말해주기로 했었지?”
시오테르가 씩 웃었다. 병사들이 흩어졌으니 당분간 누가 오지는 않을 게 분명했다. 긴 이야기가 될 테니, 지금부터 들어둬야 했다. 빨개진 얼굴로 술을 한 병 더 입에 밀어 넣으려는 에이에이의 손에서 술병을 뺏고 나는 시오테르를 바라봤다. 시오테르는 우리 둘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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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일은 우연히 일어났다. 마계 구석에서 살고 있던 시오테르가 드워프 산맥에서 눈을 뜬 것도 매우 우연히 일어난 일이었다. 마룡 아르티스가 드래곤 산맥 한 귀퉁이에서 눈을 뜬 것도, 미미르가 아힐데른 근방의 숲에서 눈을 뜬 것도 그러했다. 호수 밑바닥에 살던 다곤은 한박자 늦게 자신이 있는 곳이 마계 코퀴토스의 호수가 아니라 다른 세상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