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Character is the Villain RAW novel - chapter 347
마법에 능통했던 미미르는 재빠르게 원인을 알아냈다. 자신들이 알 수 없는 어떤 ‘사건’으로 인해, 세계 간의 경계에 균열이 생긴 게 원인이었다. 원인은 알 수 없었지만, 미미르는 누군가 다른 세상에서 이곳에 ‘우연히’ 넘어오며 이 세상의 경계 자체가 불안정해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론했다.
그리고 이 충격으로 인해 강대한 마계의 존재들이 틈에 휘말려 인간 세상으로 넘어온 것이었다. 미미르는 급히 시오테르를 찾았다.
“시오테르 씨는 원래 미미르를 알고 있던 건가요?”
“아니. 그때 처음 봤어. 그냥 제일 파장이 가까워서 일단 찾아와봤다던데.”
미미르는 시오테르에게 지금 사태의 심각함을 설명했다. 미미르는 마계의 존재들인 자신들이 이곳에 있으므로, 마계와 인간계 사이에 연결이 점점 강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이 연결을 어떻게든 끊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미미르는 어떻게든 이 연결을 끊어내지 않으면, 마계와 인간계가 완전히 연결돼서 악마들이 이 땅에 몰려올 거라고 말했어. 내 입으로 말하긴 좀 그렇지만, 마계 애들은 좀 질이 나쁘거든. 아마 그대로 연결되면 감당할 수 없었을 거야.”
시오테르는 미미르의 이야기를 듣고,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다른 존재들을 찾아냈다. 아티와 합류하고 너무 커서 운신하기 힘든 다곤에게 직접 찾아갔다. 그렇게 4명이 모인 첫 정기 회의에서는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일단 그때 우리가 제일 먼저 생각한 건 다시 마계로 돌아가는 방법을 찾는 거였어. 그런데, 한 번 경계가 열리기 시작하면, 우리가 돌아간다고 막을 수 있는 게 아니더라고. 그……. 한 번 댐에 틈이 생기면 구멍 낸 사람이 도망간다고 해도 물은 계속 쏟아지고, 틈도 계속 벌어지잖아? 도망치는 게 아니라 우리 몸으로 틈을 틀어막아야 하는 거지.”
미미르는 이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이미 자신들의 존재를 마계가 포착하고, 인간계를 끌어들이고 있으므로 돌아간다고 해서 침식을 막을 수는 없다고. 다른 방식을 찾아서 해결해야 한다고.
“그래서 두 번째로 생각한 방법이 그거였어. 우리가 직접 마법진의 일부가 되어서 이 땅을 틀어막는 것.”
이 작전은 시오테르가 제안한 것이었다. 그녀는 그렇다면 자신들이 마계의 기운이 몰려오지 못하게 막으면 되지 않냐고 말했다. 강대한 존재인 4명의 힘을 합치면, 마계가 인간계의 문을 열고 들어오려는 걸 막을 수 있지 않겠느냐. 이런 논리에서 기반을 둔 주장이었다.
시오테르에 표현에 따르자면, 이 주장을 밀어붙여서 설득하는 데에는 제법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했다. 원래 자신을 따르던 종족이 있던 다곤 같은 경우에는 난색을 보였고, 미미르도 하던 연구가 있다면서 거부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여기 있는 인간들을 그 나쁜 놈들이 다 죽이게 놓아둘 수는 없지 않냐는 시오테르의 끈질긴 설득에 결국 4명이 힘을 합쳐서 진을 만들기로 했다.
“왜 그렇게까지 해준 거죠? 그냥 남이었잖아요. 그냥 돌아가도 그만이었을 텐데.”
“마계는 생각보다 끔찍한 곳이거든. 여기가 그렇게 변한다니까 참을 수 없었어.”
시오테르는 담담하게 내 질문에 대답했다. 그렇게 진이 만들어졌다. 아티와 미미르가 진을 구상하고, 다곤이 물 밑에서 마력을 끌어올려 대륙 전체에 진을 발동했다. 그 뒤, 아티는 드래곤 산맥에서, 미미르는 숲속에서, 다곤은 어느 동굴 속 깊은 호수에서, 시오테르는 드워프 산맥에서 자리를 잡고 진을 유지했다.
“이 이상 나갈 수 없는 이유는 이게 끝이야. 내가 여기서 나가면 진 유지가 힘들어지거든.”
시오테르는 드워프들에게 호되게 당해놓고도, 아직 이 세상을 걱정하고 있었다. 나는 그녀의 희생정신에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런데도 아직 풀리지 않는 의문은 많이 있었다.
왜 진으로 침식을 막았는데 마왕이 계속 나타났던 거지? 왜 아티는 데오르곤을 죽여야 산맥에서 나갈 수 있다고 한 거지? 시오테르의 말이 사실이라면, 아티는 데오르곤이 죽어도 어차피 산맥에서 나갈 수 없었다. 나는 시오테르에게 물었다.
“시오테르. 아티는 제게 데오르곤을 죽여야만 나갈 수 있다고 했어요. 시오테르 씨의 말대로라면 제가 데오르곤을 쓰러트린다고 해도, 아티는 나갈 수 없는 것 아닌가요?”
“응? 아티라면 가능해. 왜냐면 진의 일부가 어떤 말도 안 되는 사고로 부서지거나 하면 우리 넷 중에 누군가는 고쳐야 하잖아? 그래서 아티가 자긴 움직일 방법을 따로 마련해놨다고 했는데……. 글쎄, 왜 그 애를 죽여야 하는지는 잘 모르겠어. 뭔가 잘못됐나?”
어느새 에이에이는 내 무릎에서 잠들어 있었다. 나는 그녀의 머릿결을 쓰다듬으며 다시 물었다.
“시오테르 씨.”
“시오테르라고 불러줘. 친구잖아?”
“네. 시오테르. 그리고, 그 진이 아직 완벽하게 가동되고 있다면, 왜 악마들이 계속 쳐들어오는 거죠?”
“딱 한 번. 진이 무너진 적이 있었어.”
시오테르가 말했다. 이 이야기 아티가 말해준 적 있었다. 딱 한 번 미미르의 파장이 끊긴 적이 있었다는 이야기. 시오테르가 한 말도 이와 똑같았다.
“미미르의 파장이 갑자기 끊겼었지. 몇 달 뒤에 다시 복구되긴 했지만, 그때 열린 틈은 우리 힘으로도 복구를 못 하는 중이야. 미미르에게 그때 일을 물어볼 수 있으면 좋을 텐데.”
미미르가 야채 미미르가 됐다는 이야기를 꺼내면 아힐데른까지 날려버릴 것 같았기 때문에, 나는 일단 그 이야기는 나중으로 두기로 했다. 아직 전후 사정을 몰랐기 때문이었다. 이야기를 하다 보니 어느새 해가 지고 있었다. 나는 아직도 술기운에 달아오르는 몸을 두고 쉴 곳을 찾았다. 다행히 마석 광산 안에서 푹신한 이불과 침대를 찾을 수 있었다.
이제 잘 시간이었다.
드워프들의 침실은 드워프들 크기에 딱 맞춰서 아기자기했다. 나는 흡사 폐쇄된 고아원에 들어온 기분이 들었다. 나는 희미한 마력석의 빛에 의지해서 침대들을 끌어맞췄다. 에이에이는 태평하게 드워프용 책상에 웅크려서 자고 있었다. 시오테르는 나를 도와서 신나게 책상을 옮기고 있었다. 그녀는 이 귀찮은 노동에도 짜증 내는 기색이 없었다.
“시오테르. 어쩐지 신나 보이네요.”
“응? 당연하지. 친구들이랑 같이 자는 건 처음이거든. 지금 너무 신나.”
그녀는 발을 가볍게 톡톡 구르며 씩 웃었다. 그리고 에이에이 옆에 침대를 일자로 깐 다음 그 옆에 몸을 던졌다. 나는 에이에이가 발을 펼 수 있게끔 침대를 몇 개 더 끼워준 다음 내 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다시 자리에서 일어났다.
“우왁!”
하지만 나는 몇 걸음 걷지 못해서 거세게 끌어 당겨져 침대 위로 나뒹굴었다. 나는 팔이 빠지는 것 같은 격통에 황급히 어깨에 힐을 걸고 옆을 바라봤다. 시오테르가 씩 웃고 나를 꼭 끌어안았다. 나는 버둥거리며 그녀의 품에서 벗어나려고 했지만, 그녀는 내가 벗어나려고 하자 서운한 듯 물어왔다.
“뭐야. 왜 도망치는 거야? 여기서 같이 자자. 응?”
“네.”
나는 그녀의 앙탈에 힘을 풀고 곧바로 안겨들었다. 그녀는 내 대담한 행동에 되려 놀라서 살짝 굳은 듯 했지만 이내 씩 웃으면서 나를 꼭 끌어안았다. 그녀는 나를 친구라 불렀지만, 남녀 사이에 친구는 비밀친구 말고는 허락되지 않는 법이었다. 그녀는 말했다.
“친구랑 같이 잠도 자다니 너무 좋아.”
그녀의 가슴이 내 등을 꾹 눌러왔다. 나는 적극적으로 등에 가슴을 문지르며 발기했다. 그리고 다시 몸을 돌려 허벅지에 단단하게 솟은 내 자지를 비비기 시작했다. 시오테르는 내 성기의 감촉을 느끼고 조금 놀라서 허리를 뒤로 뺐다. 나는 그녀의 몸에 단단히 밀착하고 가슴에 얼굴을 파묻었다. 그녀는 놀라고 말했다.
“이, 이러면 안 돼……. 우린, 우린 친구잖아?”
그녀는 생각보다 단호하게 거절하고 있었다. 나는 그녀의 손을 꼭 잡으며 물었다.
“시오테르 저는…….”
“아, 안돼! 이러면 안 돼! 너는, 너, 너는……. 아티의 남편이잖아? 친구의 남편이랑 이럴 수 없어…….”
“아티도 이해해줄 거에요. 당신도 말했잖아요. 강한 자는 더 많은 여성을 취할 권리가 있다고. 네?”
“그, 그거랑 이거랑은 달라. 에, 에잇!”
“억!”
세상이 시꺼멓게 물들었다. 눈앞에 불이 번쩍 빛나고 나는 의식을 잃었다.
****
시오테르는 놀란 가슴을 달래며 벌떡 일어났다. 쓰러진 루시우스의 얼굴을 살피며 다시금 두근거리는 가슴을 꾹 쥐었다. 이렇게 격정적인 대시는 처음이었다. 지금까지 그 누구도 그녀에게 이런 식으로 대한 적이 없었다. 그녀는 숨을 몰아쉬고, 다시 천천히 누웠다. 그녀의 눈앞에 루시우스의 얼굴이 있었다. 비록 눈을 까뒤집고 있었지만, 그래도 그는 미남이었다.
오똑한 콧날과 가냘프면서도 유려한 턱선. 그리고 하얀 피부와 어쩐지 익숙하게 느껴지는 기운이 그녀의 마음을 편하게 만들었다. 시오테르는 조심스럽게 에이에이를 쳐다봤다. 루시우스의 아내라고 하는 그녀는 술에 취해서 세상 모르고 잠들어 있었다. 그리고 그녀 역시 시오테르의 친구였다.
“치, 친구끼리는 원래 이런 것도 하는 거니까…….”
그녀는 조심스럽게 루시우스의 허리에 손을 감았다. 그리고 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조용히 잠이 들었다. 그녀의 뿔이 루시우스의 이마를 쓸어올릴 만큼 그녀는 루시우스에게 가까이 밀착했다. 그녀의 이마에 루시우스의 입술이 닿았다. 그녀는 자신의 심장이 크게 뛰는 소리를 들었다.
쉽게 잠들지 못할 것 같았다.
*****
머리가 아팠다. 나는 머리를 감싸 쥔 채 고개를 들었다. 분명히 어제 무슨 일이 일어난 것 같았는데, 기억이 나지 않았다. 에이에이와 시오테르와 함께 자기 위해서 침대를 옮긴 것까지는 기억이 났는데, 그 다음이 모호했다. 나도 필름이 끊겼나. 머리가 깨질 듯이 아픈 걸로 보아 술이 어지간히 독했던 모양이었다.
옆을 보면 에이에이가 바닥에 주저앉은 채 머리를 싸매고 있었다. 나는 물었다.
“숙취가 심하신가 봐요.”
“…..바닥에 굴렀어요.”
상처를 입지 않을 뿐, 아픈 건 똑같이 아픈 법이었다. 바닥을 보니 뾰족한 돌들이 여기저기 튀어나와 있었다. 에이에이가 정수리를 감싸고 있는 거로 미루어 봤을 때, 허우적대다가 여기에 정수리를 찍은 게 분명했다. 나는 그녀의 머리를 감싸고 힐을 걸어줬다.
“아……. 좀 나아졌어요. 감사드려요.”
나는 시오테르를 찾았다. 그녀는 동굴 앞에 서 있었다. 나는 그녀의 어깨를 가볍게 붙잡으며 말했다.
“일찍 일어나셨네요?”
“응? 아! 그렇지! 응. 맞아. 일찍 일어났어.”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 다시 앞을 바라봤다. 나는 그녀의 시선을 따라서 동굴 앞을 바라보았다.
“워.”
뒤늦게 걸어온 에이에이는 동굴에 비치는 빛에 얼굴을 찌푸렸다. 어둠에 익숙했던 시야에 빛이 찾아들면서 그녀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우리의 시야에 들어온 건 본래 광산 마을이었던 곳에 자리한 수천의 대군세였다. 부채꼴 모양으로 넓게 펴진 병사들은 살의와 두려움을 동시에 품고 있었다.
병사들 앞에는 기사들이 다시 더 작은 부채꼴 형태로 밀집해 있었다. 그들은 창이나 망치 같은 제각각의 무기를 들고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들은 무표정을 가장하고 있었지만, 그 눈빛 속에는 투지가 끓어 넘치고 있었다.
그리고 커다란 드워프 부채의 중심에는 머리를 바닥에 박은 풍채 좋은 드워프가 한 명 있었다. 그는 납작 엎드린 채 꼼짝도 하지 않고 있었다. 시오테르는 그런 드워프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물었다.
“시오테르. 저들이 왜 저러고 있나요?”
“모르겠어. 내가 나오는 걸 보더니 그냥 저렇게 절하던데?”
기사 중 한 명이 무릎 꿇고 드워프에게 속삭였다. 속삭임을 들은 드워프가 다시 고개를 번쩍 들었다. 고개를 들고나니 누군지 알아볼 수 있었다. 드워프 왕국의 왕이었다.
“위대하신 분이시여! 고정하시옵소서!”
“위, 위대하신 분?”
시오테르는 드워프 왕의 표현을 듣고 난색을 표했다. 그녀는 위대하신 분이라는 표현이 어떤 극적인 모욕이나 허무맹랑한 단어라도 되는 듯이 굴었다. 나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시오테르. 들어보세요. 위대하신 분이라잖아요. 처음부터 드워프 왕들은 당신을 친구로 삼을 생각이 없다는 뜻이에요. 아예 후대에 당신과 한 약속 자체를 전하지 않은 거죠.”
시오테르가 눈을 찌푸렸다. 그녀가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날뛰는 건 좋지 않은 일이었지만, 제 발로 찾아온 드워프들을 죽여버리는 건 환영할만한 사안이었다. 드워프들은 성격이 아주 음험하고 귀찮은 놈들이었으니까.
“위대하신 분이시여! 그간 무례에 대해 사과드립니다! 이 모든 일은 저의 사악하고 지저분한 조상들이 벌인 일로서, 저희는 이 사안에 대해 아는 바가 없었습니다! 그저 사악하고 무시무시한 괴물이 봉인되었다는 말만 믿고! 계속 봉인시켜둔 것뿐이옵니다! 이 모든 악행은 저희의 진의가 아니었음을 이해해주시옵소서! 그리고, 바라옵건대 소량의 마석을 저희에게 하사하여, 드워프들이 조금만 더 존속할 수 있게 해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