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Character is the Villain RAW novel - chapter 355
“괜찮아요?”
“마, 마석 광산이 무너졌다니, 아……. 그, 그러면 정말 큰 일이네요. 마탑에서 하는 실험들이 전부 취소될 거에요. 드워프 광산의 무한한 마석 잔량에 기대서 진행하던 실험들이 많았거든요.”
“낭비가 많았다는 뜻이군요.”
“네. 하지만, 그……. 이제 그런 실험들을 통해서 마법학이 발전했다는 점에 대해서는 부정의 여지가 없어서……. 원래 모든 참신한 발명은 우연으로 일어난다고 하잖아요? 예전에도 제법 다양한 마법이 뜻밖의 방식으로 발견된 적이 많아서 마탑에서는 실험 경과만 제출한다면 어떤 주제로든 실험을 용인해줬어요.”
“그 실험의 주된 내용이 인어나 수인을 사용한 인체 실험인 경우도 잦았겠군요.”
“……네. 그렇죠. 저도 그건, 그……. 이제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그럼 잘된 일이네요. 우리 개인으로는 할 수 없는 일을 거대한 자연재해가 덮쳐서 이뤄줬으니까.”
“그냥, 그렇게 평온하게 끝날 것 같지 않아요. 그……. 마탑의 마탑주가 마법사들에 대해 상당히 강력한 통제 권한을 가지고 있는 이유가 바로 이 실험에 쓰이는 마석의 배분 권한을 쥐고 있기 때문이었거든요. 그런데 더 마석을 수급할 수 없거나, 실험 내용을 선별해야 한다면, 그만큼의 인적 자원이 마탑을 빠져나갈 거에요.”
“빠져나가면 정확히 어떤 문제가 생기죠?”
“그……. 생각해보세요. 영주님. 마탑의 심층에는 정말 극단적으로 잔인한 방식의 실험을 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이종족 교배 실험이나, 약물 내성 실험 같은 건 약과라고요. 그런 잔인한 인간들이 지금껏 얌전히 실험만 하고 연구 성과를 내는 데에 만족한 이유는 실험에 쓰이는 마석을 마탑에서 전폭적으로 지원해줬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만일 마석 부족으로 인해 이런 비효율적이고 잔인한 실험을 지원받지 못하게 된다면…….”
“그러면 마탑은 이 마법사들을 통제할 수 없겠군요.”
“네. 영주님. 저는 솔직히 이번에 마탑에서 어떻게 이 마법사들을 통제할 수 있을지 궁금하기까지 해요. 실험과 연구 말고는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는 미치광이가, 직접 마석과 재료들을 구하러 밖으로 튀어나온다면 대체 무슨 비극이 벌어질지는 알고 싶지도 않아요.”
“마탑에서도 어느 정도 대책 회의를 하고 있지 않을까요? 요즘 같은 상황에서 그런 실험들을 전폭적으로 지지하기에는 눈치가 보일 텐데요.”
최근 동부 영지 곳곳에서 수인 노예들을 풀어주고, 노예 시장을 전면적으로 재개편하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었다. 여기에 더해 왕국 의회 내에서 인어 사냥을 규제하는 법안이 논의되고 있다는 소문도 돌았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마탑이 독단적으로 수인과 인어에 대한 실험을 용인할 이유가 없었다.
“그러길 바라야죠. 부디, 그랬으면 좋겠어요.”
소야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나는 소야의 어깨를 두드려주며 걱정을 덜어주기로 했다. 그녀는 내 품에 꼭 안겨서 말했다.
“헤헤……. 오, 오늘은 저랑 있어 주시는 건가요?”
“당연하죠.”
나는 소야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복잡한 생각을 정리했다. 마탑에서는 대체 어떤 대책을 내놓을까? 그리고 마석 광산이 무너졌다는 걸 알게 된 왕국은 대체 어떻게 반응할까? 꼬리의 꼬리를 무는 의문은 내 사랑만큼 깊어만 갔다.
그렇게 일주일이 지났다. 아내들을 전부 돌아가면서 만난 내 곁에는 엘시가 찰싹 달라붙어 있었다. 그녀는 수련의 감각을 되새기는 나와 에이에이 옆에서 우리 동작을 한 번씩 따라 해보고 있었다.
“용사. 성직자. 둘 다 확실히 강해졌다. 그 비밀 수련 나도 받고 싶다.”
“당연하죠. 다음에 이브랑 같이 보내줄게요.”
요즘 같이 사태가 복잡할 때 누군가는 영지에 남아있어야 했다. 에이에이는 내 대답에 씩 웃으며 엘시와 나를 쳐다봤다. 대문에서는 시에리가 신문을 들고 천천히 걸어오고 있었다. 아침 예배를 마친 시에리는 콧노래를 부르며 느긋하게 신문을 펴들었다.
“어머.”
우리는 시에리의 외침에 고개를 돌렸다. 그녀는 당혹스러운 얼굴로 신문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는 우리의 시선을 느끼고는 신문 앞면을 우리에게 펼쳐 보여주었다. 신문 1면을 차지하고 있는 소식은 마탑의 붕괴 소식이 아니었다.
신문은 마탑 붕괴와 함께 새로운 소식을 몰고 온 상태였다.
[마석 광산을 찾아간 마탑주 및 마탑 수뇌부 전원 실종.]나는 소야의 말이 떠올랐다.
[실험과 연구 말고는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는 미치광이가, 직접 마석과 재료들을 구하러 밖으로 튀어나온다면 대체 무슨 비극이 벌어질지는 알고 싶지도 않아요.]“씨발.”
빨리 시오테르에게 가봐야 할 것 같았다.
“소야, 마석 남은 거 다 챙겨와요. 지금 당장 알리오 페스타 마차를 충전시켜야 하니까.”
저택에 들어선 나는 다급한 말투로 소야에게 명령을 내렸다. 노트를 들고 집무실로 올라가고 있던 마틸다는 갑작스러운 상황에 어안이 벙벙해서 복도를 막고 서있었다. 나는 그녀를 지나치려다가 다시 눈을 마주하고 물었다.
“어디 가니?”
“이브 씨에게 가는 중이에요. 오늘, 그 제 과제를 도와주기로 하셨거든요.”
말하는 걸 들어보니 이브랑 제법 친해진 모양이었다. 나는 마틸다의 머리를 한 번 쓰다듬어 주며 말했다.
“말 잘 들어라.”
그리고 나는 내 방으로 향했다. 이번에는 좀 단단히 챙겨서 갈 생각이었다. 에이에이는 갑작스러운 상황 변화에도 침착하게 옷을 챙겨입으러 방으로 돌아갔다. 알리오 페스타의 마차의 배터리 잔량은 70% 정도 충전되어 있었으니 저택에 남아있는 마석을 전부 때려 박으면 충전이 가능할 듯했다.
적당한 수준의 물과 건식을 챙긴 다음 메이스를 허리춤에 꽂았다. 소야를 따라서 시종 한 명이 마석을 끌어안은 채 조심조심 옮기고 있었다. 나는 말했다.
“소야. 신문 봤죠?”
“네.”
상황이 생각보다 좋지 않았다. 마탑의 수뇌부가 죽었다는 건 조직을 통제할 수 없다는 뜻이었다. 이젠 상황이 어느 쪽으로 돌아갈지도 알 수 없었다. 마석을 이용해 마차를 충전하는 동안에도 초조함이 더해지고 있었다
이브가 어느새 집무실에서 내려와서 나를 찾아왔다. 그녀는 갑작스럽게 내가 간다는 소식을 듣고 조금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 나는 말했다.
“사흘은 더 있다 가려고 했는데, 안 되겠네. 당장 시오테르에게 가봐야겠어.”
우리가 간다고 해서 통제할 수 있을 건 없을 것 같지만, 그래도 더 일이 커지는 건 막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탑주와 마탑 고위직 마법사들이면 대륙에서는 손에 꼽히는 마법사들이었다. 그런 사람들이 일시에 실종될만한 일은 하나밖에 없었다.
“그 마족 말하는 거지?”
“응.”
에이에이가 대문을 열고 나왔다. 그녀는 칼과 간단한 식량을 챙겨 든 상태로 내게 말했다.
“빨리 가요. 제 생각엔 아무래도 시오테르랑 마법사들이 접촉했는데, 뭔가 잘 안된 거 같아요.”
나도 그 말에 동의했다. 마탑에서 어떻게 마석 광산에서 나오는 마석의 출처가 시오테르란 사실을 파악한 모양이었다. 그리고 드워프 왕국을 두고 개인적으로 마석 관련해서 접촉해보려고 한 게 틀림없었다.
“등신들.”
나는 혀를 차며 마차에 올랐다. 에이에이가 쪼르륵 뒤따라갔다. 이브는 가고 싶은 얼굴이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요즘 같이 혼란스러울 때는 이브 같은 사람이 영지에 있어 줘야 했으니까.
“이브. 영지 부탁할게.”
이브는 울적한 얼굴로 내게 말했다.
“…..너 진짜 나쁜 놈이야.”
나도 이브를 데리고 가고 싶었다. 이런 무력시위가 예상되는 사태에서는 이브와 엘시가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나는 이브의 앙탈에 다시 문을 열고 그녀를 꼭 끌어안아 줬다. 이브는 프리 허그 하는 사람처럼 나를 격하게 부둥켜안았다. 나를 놓아주기 싫은 것 같았다. 그녀는 같이 사지로 걸어 들어가는 일에는 거리낌 없었지만, 남이 사지로 들어가는 건 눈 뜨고 보지 못하는 타입이었다.
“돌아오면 더 꼭 안아줄게.”
“안전하게 돌아와야 하는 건 알지?”
“당연하지.”
마차로 돌아온 나는 레버를 붙잡았다. 막상 당기려니 마음이 켕겼다. 열흘 중에 사흘이나 채우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에이에이가 이브를 바라보며 말했다.
“어, 그……. 미안해요.”
에이에이가 사과하는 걸 보고 미간을 찌푸리던 이브는 곰곰이 생각하다가 어이가 없었는지 피식 웃으며 에이에이에게 말했다.
“이야, 여우였네 이거 완전.”
“네? 아, 아니 그런 게 아니라! 그, 그러니까 그런 의미로 말한 게 아니라!”
에이에이가 허둥대는 걸 보고 이브가 깔깔 소리높여서 웃었다. 그녀는 이 상황이 몹시 즐거운 모양이었다. 뒤늦게 자신이 놀림당했다는 걸 깨달은 에이에이가 어색하게 마주 웃었다. 이브는 마차 문을 탕탕 두들기며 말했다.
“잘 다녀와! 선물 사 오고.”
“이브. 그…….”
“그?”
나는 이브를 쳐다봤다. 지금은 말해야 할 것 같았다. 이브는 내가 자신을 부르자, 또 무슨 헛소리를 할까 싶어서 얼굴을 찌푸렸다. 요즘 들어 이브한테 계속 영지를 맡겨두고 있었으니 한 번은 감사 인사를 해야 할 것 같았다. 어쩔 수 없는 사정이라도, 내가 지금 가정에 소홀한 건 사실이었으니까.
“고마워.”
그리고 레버를 당겼다. 이브의 멍한 표정이 흐릿한 잔상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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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하네.”
이곳까지 휠체어를 타고 온 셀루가 남긴 감상이었다. 이브는 멍한 표정으로 눈을 깜빡깜빡하더니 눈을 비비고 다시 마차를 봤다. 그리고 셀루를 보고 물었다.
“내가 들은 게 맞아?”
“뭐라고 들었는데?”
“어……. 우리 신랑답지 않은 말?”
“우리 딸은 의외로 자기 신랑에 대한 평가가 박하구나.”
셀루가 히죽히죽 웃으면서 그렇게 말했다. 이브의 머릿속을 잠식한 감정은 얼떨떨함이었다. 그녀는 루시우스가 냅다 던진 한마디에 멍해졌다가 뒤늦게 감정이 벅차오르는 걸 느꼈다. 이건 마치 냄비에서 물이 끓어오르는 것과 비슷했다. 천천히 가슴 한쪽에서부터 따뜻해지더니, 어느새 열리 피어올라서 얼굴까지 뜨겁게 달아오르게 했다.
그러다 마침내 가슴으로는 그 감정을 다 담아내지 못하고, 입으로 그 열기를 토해내게 되는 것이었다.
“씨발놈. 진짜 개씨발놈.”
이브는 얼굴을 가린 채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녀의 애정 표현은 그 열기만큼 격하기 짝이 없어서, 언어만 들으면 파탄 난 부부생활을 묘사하는 것에 가까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