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Character is the Villain RAW novel - chapter 358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에보리가 말했다. 그의 날 선 대응에 재무 대신도 왕도, 다른 신하들도 깜짝 놀라서 몸을 떨었다. 에보리는 주위를 둘러본 다음 다시 소리쳤다.
“마석 광산이 복구될 리 없다는 건 다들 알고 있지 않습니까? 마석이 어디서 나왔던 건지, 우리가 지금껏 무엇에 기대 살아왔던 건지 모두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그건 악마의 물건입니다! 우리는 지금이라도 예전으로 돌아갈 필요가 있습니다! 폐하! 부디 제게 명령을 내리시어, 저 마법사가 우리 전사들이 쓰러진 땅을 헤집지 못하도록 해주십시오!”
“그게…….”
왕이 재무 대신의 눈치를 보고 있었다. 재무 대신은 여유로운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왕은 재무 대신을 슬쩍 보고 다시 에보리를 보더니 말했다.
“아, 안될 것 같소.”
“폐하!”
“물러가보시오. 에보리 사령관. 마탑주의 호위는 어쩌고 이곳에서 이러고 있는지 영문을 모르겠구먼.”
에보리는 입을 다물었다. 나라 전체가 잘못 돌아가고 있었다. 에보리의 눈이 크게 흔들렸다. 그의 머릿속을 공포가 잠식하고 있었다. 이대로 가면 이 나라는 드워프의 나라가 아니게 되고 말게 분명했다. 드워프도 인간도 아닌 어중간한 존재들만 남아서 어느 틈엔가 다른 왕국에 잡아먹히고 말게 분명했다.
그래서는 안 됐다. 에보리가 에그볼드가 바라던 ‘드워프다움’을 되찾아야 했다. 누군가는 반드시 마석을 노리는 저 사악한 놈들과 인연을 확실히 정리해야 했다.
드워프답게.
사람들의 얼굴에는 투기가 피어올랐지만, 우리를 붙잡을 생각은 아직 없어 보였다. 그들은 자신들의 분노를 풀기 위해 삽이나 곡괭이를 지고 함성을 지르거나 대장간에서 무기와 갑옷을 챙기고 있었다. 그들이 스트레스를 풀 대상으로 우리를 점찍기 전에 최대한 빨리 이곳에서 벗어나야 했다. 마차를 서둘러서 몰고 도시를 벗어나자 뒤편에서 함성이 울려 퍼졌다. 나는 물었다.
“그래 봐야 난쟁이 똥자루 새끼들인데, 저렇게 싸운다고 해봐야 의미가 있을까요? 인구도 인간이 훨씬 많은데.”
“드워프들은 한 명 한 명이 태생적으로 강력한 전사라서 제법 의미가 있어요. 광부도 대장장이들도 그냥 직업이 대장장이고 광부일 뿐인 전사들이니까요.”
때마침 드워프들 몇몇이 우마차를 타고 지나고 있었다. 나는 그들 중 드워프 하나를 집어서 상태창을 열어봤다.
이름: 엘바룬
소속: 미누발의 공방 소속 도제
레벨: 26
힘: 36
민첩: 10
지능: 28
운: 40
특성
무쇠 같은 몸
자신보다 힘 스텟이 낮은 캐릭터에게 받는 데미지가 50% 감소합니다.
자신보다 힘 스텟이 낮은 자에게 50% 추가데미지를 입힙니다.
대장장이
장비 제작 속도가 빨라지고, 실패 확률은 낮아집니다.
광부
광산 지형에서는 모든 스텟이 1.5배 상승합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지나가는 드워프 도제가 저런 스텟이 나온다는 건 어지간한 드워프들은 대충 저 정도 스펙을 가졌다는 뜻이었다. 드워프 군인은 체계적인 훈련을 받았을 테니 저것보다 더 강할 것이고, 그보다 더 강한 드워프 기사쯤 되면 인간 병사쯤은 믹서기에 간 듯이 혼자서 갈아버릴 수 있을 게 분명했다.
게다가 이놈들은 아인과 달리 장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대륙에서 가장 뛰어난 무기를 만드는 장인들 집단이었다. 무장도 하지 않고 지능도 떨어지는 아인들을 상대하는 것만으로도 북부가 갈려 나갔다. 그런데 아인보다 훨씬 똑똑하고 무기도 다루는 드워프들이 돌격한다면? 확실히 부담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럼 좀 위험하겠네요. 일단은 시오테르를 만나야겠는데, 우리가 저 적대적인 드워프들을 뚫고 갈 수 있을까요?”
“모르겠어요. 드워프들과 칼을 맞대는 건 별로 바라는 상황이 아닌데…….”
에이에이는 내키지 않는단 얼굴로 말했다. 그녀의 손은 여차하면 쓸 수 있게끔 칼을 쥐고 있었지만, 혀를 차거나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 모습 등으로 싸우고 싶지 않다는 의지를 강하게 표출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저 드워프들이 우리에게 적대적으로 나온다면 대처할 방법은 하나뿐이었으니까.
“사제님. 누군가 다가오고 있어요.”
나는 그 말을 듣고 바로 말을 멈추었다. 여차하면 바로 머리를 깰 수 있게끔 메이스를 들었다. 건너편에서 커다란 멧돼지를 탄 중무장 드워프가 거대한 도끼를 꾹 쥔 채 달려오고 있었다. 흡사 거대한 철로 만들어진 생물이 날뛰는 듯한 모습에 나는 저도 모르게 무기를 꼭 쥘 수밖에 없었다. 일반 병사 관점에서 저런 걸 평야에서 만나면 대체 무슨 기분일까?
멧돼지는 쇠로 무장한 앞니를 한 번 뒤흔들고 바닥에 발을 내리찍었다. 나는 얼굴을 찌푸렸다. 이 새끼 지금 우릴 위협하는 건가? 에이에이가 검을 반쯤 뽑은 채 튀어나갈 자세를 했다. 나도 메이스를 들고 한쪽 발을 마부석의 디딤대에 올렸다. 드워프는 우리가 싸울 태세를 취하자 다급히 멧돼지를 진정시켰다.
“진정해라! 이놈! 어허! 가만히 있어!”
그리고 우리를 쳐다보며 손을 올렸다.
“싸우러 온게 아니오! 에보리 폐하께서 내리신 전언을 들고 왔수다.”
에보리는 조금 전에 인간 왕국을 적대할 것이라는 선언문을 내건 장군이었다. 그런 새끼가 우리한테 할 말이 있다니까 더 수상했다. 나는 말했다.
“10걸음 뒤로 물러나고 말하세요.”
“지금 몸에 찬 장비들 때문에 멧돼지가 후진할 수 없소.”
“우리가 누군지는 알고 있나요?”
“에이에이 용사님과 전직 사제장 페타 루시우스 아닌가?”
드워프는 우리를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우리가 경비 초소를 지날 때부터 움직임을 파악하고 있던 모양이었다. 에이에이는 그 말에 조금 경계를 푼 모양이었지만, 나는 어림없었다.
“그럼 우리인 걸 알고 씨발 저런 걸 끌고 온 거네?”
“뭐, 뭣?”
“지금 기선을 제압하려고 끌고 온 거 맞지? 어떤 새끼들이 전령을 중무장해서 보내냐?”
“아, 그게…….”
얄팍한 수를 쓰고 있었다. 나는 마차석에서 내린 다음 멧돼지에게 다가갔다. 멧돼지는 어지간한 곰보다 더 덩치가 커서 코뿔소라고 해도 믿을만한 크기를 가지고 있었다. 얼굴에는 화살에 맞지 않게끔 위로 개폐가 가능한 가림막 투구가 있었고, 드워프가 손에 쥔 망치 말고도 멧돼지에 허리춤에 커다란 석궁이 하나 달려있었다. 나는 슬쩍슬쩍 멧돼지 주변을 돌아보며 말했다.
“이야, 씨발 아주 중무장을 했네.”
“머, 멈추시오! 멧돼지가 흥분하면 나도 돌이킬 수가 없소!”
“사제님! 그만하시고, 일단 이야기를…….”
나는 에이에이를 돌아보았다. 멧돼지가 흥분해서 발을 구르기 시작했다.
“용사님. 이 새끼들이 지금 우리한테 개수작을 부리는 거예요. 이야기해보기 전에 자기들 힘을 과시해보겠다는 거죠.”
멧돼지가 울부짖었다. 양치질 따위는 안 하는 짐승들답게 입에서 고약한 냄새가 났다. 나는 얼굴을 찌푸리고 다시 돌아보았다. 멧돼지가 괴성을 지르며 내게 달려들었다. 드워프가 낭패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에이에이가 다급하게 내 쪽으로 달려왔다.
쾅!
내게 달려들던 멧돼지가 비탈길을 굴러서 바닥에 떨어졌다. 멧돼지 위에 있던 드워프는 갑작스럽게 허공에 붕 떠서 바닥을 굴렀다.
“우아아아악!”
철갑옷의 단점이었다. 바닥에 부딪힌 드워프는 뒤집힌 거북이처럼 팔다리를 버둥거리며 비명을 질렀다. 아래에는 멧돼지가 정신을 차리지 못한 채 콧김을 푸르르 불며 고개를 흔들고 있었다. 나는 내 손을 바라보며 혀를 찼다. 확실히 엄청나게 강해진 모양이었다. 어금니에 손을 대고 밀었을 뿐인데, 멧돼지가 저 혼자 나무에 머리를 박고 버둥거리고 있었다. 멧돼지 역시 중무장한 갑옷 때문에 제대로 일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나는 바닥에 쓰러진 드워프에게 말했다.
“그래서, 무슨 이야기인데?”
“아, 아아……! 폐, 폐하께서는 여러분을 만나고 싶다고……. 빨리 오라고……!”
“오라고?”
“오, 오시라고 했습니다!”
드디어 드워프 입에서 존댓말을 들을 수 있었다. 내용을 들으니 생각보다 더 괘씸한 새끼들이었다. 손님을 맞이하는 데 마차도 아니고 중무장한 멧돼지를 끌고 와. 나는 드워프도 멧돼지 옆에 같이 굴려버리려고 했지만, 에이에이가 뜯어말렸다.
“그 정도면 됐잖아요. 사제님.”
나는 그녀의 의견을 받아들여서 다시 드워프를 일으켜주었다. 그가 받았다는 공문만 받아내고 우리는 다시 마차에 올라탔다. 에이에이가 사근사근한 목소리로 물었다.
“드워프 씨. 그러면 우리는 어디로 가면 될까요?”
“이 길을 쭉 따라서 나오는 군영으로 가시면 됩니다. 폐하께서 기다리십니다.”
한 번 멧돼지로 진기명기를 보여주고 나니 드워프는 매우 정중한 어조로 우리에게 말을 했다. 이렇게 정중할 수 있는 친구가 왜 그따위로 시비를 걸었던 걸까? 역시 사람이 존중받기 위해서는 힘이 필요한 법이었다.
나는 다시 콧노래를 부르며 마차를 출발시켰다. 에이에이가 내게 말했다.
“너무 위험했어요. 그러다 다치기라도 하면 어쩌시려고요.”
“제가 사제인데 왜 그런 걱정을 하세요. 용사님.”
“그래도 너무 무모했어요. 앞으론 그런 짓 안 한다고 약속해주세요. 우린 동료잖아요.”
“그렇게 걱정됐어요?”
나는 얼굴을 살짝 들이대며 물었다. 에이에이는 내가 다가오자 고개를 홱 돌리더니 말했다.
“몰라요.”
“아하하하!”
“왜 웃으시는 거예요. 정말…….”
에이에이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나는 웃음이 났다. 웃고 떠들고 있으면 어느새 손바닥만 한 군영이 점점 커져서 위압감을 느낄만한 크기로 변모해 있었다. 나무로 만들어진 장벽 너머로 드워프들이 중무장한 상태로 걸어 다니고 있었다. 살벌한 무기와 두꺼운 갑옷을 입은 드워프들은 마치 거대한 거북이들이 걸어 다니는 듯한 착각을 하게 만들었다.
경비병들은 문 앞에서 우리를 막아 세웠다. 그들은 매서운 눈초리로 우리를 보다가 말했다.
“그 인간 왕국에서 왔다는 손님인가?”
“그런데?”
내가 반말을 하자 수염 난 드워프는 조금 기분이 상한 모양이었다. 그는 눈썹을 까딱이며 얼굴을 찌푸렸다. 그리고 고갯짓을 하더니 양옆으로 비켜서 문을 열어줬다.
“지나가라. 폐하께서 기다리신다.”
“어 고마워.”
나는 손 인사를 해주며 다시 말을 몰았다. 에이에이는 내 행동이 웃겼는지 입꼬리를 우물거리며 웃음을 참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