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Character is the Villain RAW novel - chapter 359
내부에서 본 드워프 군영은 바깥에서 보는 것보다 더 흥미로웠다. 생각보다 다양한 무기들이 여기저기 있었다. 사람 몸뚱어리만 한 거대한 창을 연발로 쏘아내는 대포가 있었고, 캐터필러로 움직이는 파성추가 있었다.
드워프 세 명이 조정하여 움직이는 연발식 발석거는 보기만 해도 괴상한 디자인이라 눈을 뗄 수 없었다. 나는 과학 박람회장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에이에이가 말했다.
“즐거워 보이시네요.”
“드워프들은 나쁜 놈들이 아닌 것 같아요.”
에이에이는 그 말에 씩 웃으며 흥미로운 얼굴로 무기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디자인이 고풍스러운 게 많아서 보기만 해도 제법 즐거웠다. 우리가 탄 마차를 발견한 몇몇 병사들이 마차로 다가와서 올바른 방향을 안내해주곤 했다. 우리는 눈요기를 잔뜩 하며 마침내 군영의 중심부에 도착할 수 있었다.
우리가 도착한 막사 앞에는 어떤 강렬한 인상의 드워프가 앉아있었다. 그는 매서운 눈빛으로 우리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의 뒤에는 수많은 드워프 병사들이 병장기를 들고 서 있었다. 에이에이가 따라 내린 다음 그에게 물었다.
“당신이 새롭게 왕위에 오른 드워프 왕인가요?”
“네가 용사 에이에이인가?”
그는 드워프다운 무례한 어조로 에이에이에게 물었다. 에이에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에이에이가 짧게 대답하고 나자, 에보리는 다시 나를 쳐다보며 물었다.
“그러면 네가 그 유명한 페타 루시우스겠군.”
‘그 유명한’이라는 말이 거슬렸지만, 나는 일단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다고 대답했다. 드워프 왕 에보리는 다시 자기소개했다.
“나는 드워프들의 왕 에보리다.”
이름: 그림 에보리
소속: 드워프 왕국의 왕
레벨: 45
힘: 125
민첩: 34
지능: 98
운: 100
특성
강철같은 몸
자신보다 힘 스텟이 낮은 캐릭터에게 40%의 데미지만 받습니다.
자신보다 힘 스텟이 낮은 자에게 60% 추가데미지를 입힙니다.
광부
광산 지형에서는 모든 스텟이 1.5배 상승합니다.
대장군
압도적인 전투능력은 적들에게 공포를 가져다 줄 것입니다.
피격 데미지가 절반으로 감소합니다. 힘 상승량에 보너스가 붙습니다.
과연 드워프 대장군이라 할만한 스텟이었다. 우리는 싸움에 들어가기 직전의 맹수들처럼 서로 눈을 맞추고 탐색전을 펼쳤다. 에보리는 한참 동안 우리 둘을 훑어보다가 입을 열었다.
“지난달에, 마석 광산에서 뛰쳐나온 괴물로 인해 수많은 드워프들이 죽었다.”
우리는 그 괴물이 누군지 알고 있었다. 에이에이는 죽었다는 표현에 살짝 눈을 찌푸렸지만, 에보리의 말을 끊지는 않았다. 에보리는 인상과 다르게 매우 차분하고 부드러운 말투를 가지고 있었다.
“선왕께서는 직접 괴물과 협상을 해보고자 광산 앞으로 오셨지만, 괴물은 일격에 우리 군대의 반과 선왕을 살해하였다.”
나는 에보리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알 수 없었다. 우리에게 장례식 부조금을 내놓으라는 뜻일까? 에보리는 주변을 한 번 둘러보더니 왕좌에서 일어났다. 에보리가 일어나기 무섭게 주변의 드워프들이 무기를 움찔움찔하며 우리를 쳐다보았다. 에보리는 목줄에 팽팽하게 묶인 맹수들같이 구는 병사들을 진정시켰다.
“진정해라. 손님 앞이지 않으냐. 우리는 아직 전쟁 중이 아니다. 두 사람은 들어와라. 손님을 밖에 두고 말이 길었군.”
에보리가 먼저 막사 안으로 들어갔다. 우리는 조심스럽게 그를 따라 막사로 들어갔다. 생각보다 깔끔한 내부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는 우리가 자신을 공격할 이유가 없다고 자신하는 듯했다. 에보리는 여유롭게 자리에 앉으며 말했다.
“마석 광산이 파괴되기 며칠 전, 내가 기억하기로는 용사 에이에이와 페타 루시우스가 이 드워프 왕국을 찾아왔다. 너희들은 마석 광산으로 들어가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고 선왕께서는 그 제안을 거절했지. 그리고 너희는 홀연히 종적을 감추었다.”
에이에이가 꿀꺽 침을 삼켰다. 나는 시선을 돌려 막사 내부를 훑어보았다. 누군가 엿듣는 기색은 없었다. 따로 이상한 장치가 있는 것 같지도 않았다. 에보리는 계속해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그리고 마석 광산이 괴물로 인해 파괴될 때, 그 옆에 두 명의 인간이 있는 것 같았다는 제보가 몇 군데에서 들어왔다. 본인도 너무 급한 상황이라 자세히 보지 못했다고 하니 신빙성은 떨어지지만, 이 말이 사실이라면 누군가 마석 광산 지하에 있는 괴물을 풀어주었다고 봐야겠지.”
에보리는 우리를 둘러보았다. 그의 눈빛은 여전히 맹렬하게 타오르고 있었다. 그는 물었다.
“너희들이지?”
“아니요.”
우리는 한 번 눈을 마주쳤다. 굳이 여기서 우리가 그랬다고 인정할 이유가 없었다. 어차피 심증은 있어도 물증은 없었다. 마석 광산 안에 우리가 있는 걸 봤던 놈들은 전부 죽었고 그 먼 거리에서 우리가 누군지 정확히 구분할 수 있을 리도 없었다. 인정하면 긁어 부스럼 만드는 꼴이었으니 뻔뻔하게 잡아떼는 게 나았다. 에보리는 눈을 살짝 찌푸리고 말했다.
“그렇군. 이해했다.”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우리가 거기 들어갔다는 걸 전제로 다시 말을 이어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 건에 관해 이야기하는 건, 너희들에게 책임을 묻거나 화를 내기 위해서가 아니다. 오히려 나는, 타성에 젖어가는 이 왕국을 바꿀 기회라고 생각하고 있으니까. 선왕께서 돌아가신 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하지만 말이다. 마석같이 불순하고 비이성적인 물건에 의지하고 있으니 나라가 발전하지 못하는 거다. 드워프는 오로지 철과 망치로만 말하는 법. 언젠가는 이렇게 될 운명이었지.”
“전쟁도 이 나라를 바꾸기 위해서 일으키는 건가요? 많은 사람이 죽을 거예요. 다시 생각해보시는 게…….”
에이에이가 다급하게 말했다. 에보리는 에이에이를 보고 입꼬리를 살짝 늘어트렸다.
“인간들이 이성적으로 답변하는 한, 전쟁은 일어나지 않을 거다. 걱정하지 않아도 좋다. 내가 보장하지. 인간들은 지금 결코 우리를 상대로 전쟁을 일으킬 수 없다. 일주일 뒤, 전차들을 전진 배치하기도 전에 인간들은 우리에게 협상을 제안할 거다.”
에보리는 노리는 바가 있는 듯했다. 하지만 그의 말만 믿고 넘어갈 수는 없었다. 나는 물었다.
“마석 광산에 살던 그 ‘괴물’은 어떻게 할 생각이죠?”
“지금까지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는다는 건, 건드리지 말라는 뜻이겠지. 건드릴 생각 없다. 손짓 한 번에 병사들을 쓸어 죽이는 괴물에게 돌격하는 건 용기가 아니라 무모함이니까. 그 주변에 민가들도 전부 철수시켰다.”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 않았다. 선전 포고문에서 느껴지던 비이성적인 분노는 그에게 느껴지지 않았다. 나는 마지막으로 물었다.
“마탑주와 마법사들은 어디 있죠? 마석 광산 주변을 조사하러 갔다고 들었는데, 당신은 그들을 걱정하는 기색도 없군요.”
우리는 다시 눈을 마주쳤다. 에보리의 눈동자가 나를 지그시 바라보고 있었다. 에보리가 입을 열었다.
“모른다.”
“그렇군요. 이해했습니다.”
나는 피식 웃었다. 에보리는 고개를 끄덕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는 말했다.
“알겠습니다. 서로 오해를 풀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어 참 기쁘네요.”
“잘 가시게. 배웅은 하지 않겠네. 어디로 갈 텐가?”
“마탑에 부탁 받은 게 있어서, 유품이라도 좀 찾아보려고 하는 데, 지금 마석 광산에 가도 상관없겠죠?”
“상관없다.”
우리는 다시 막사를 나왔다. 에이에이는 마차를 타고 군영을 빠져나올 때까지 생각에 잠겨 있었다. 그녀는 한참 동안 생각하다가 내게 물었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하실 건가요. 사제님? 시오테르를 만나기는 해야 할 텐데, 거기서 수련을 받기엔 너무 위험하지 않나요?”
“일단 얼굴만 비추고, 빠르게 다시 저택으로 돌아가야죠. 일단은 에보리는 전쟁이 나지 않는다고 확신하는 모양인데, 세상일이 어떻게 될지는 모르잖아요. 일단은 저는 내부 분위기를 ‘정탐’ 했다는 식으로 간단하게 보고서를 작성해봐야겠어요. 용사님은 어떻게 하시겠어요? 일단 분위기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보고 수련을 받아야 할 것 같은데, 아힐데른으로 돌아가실래요?”
“당연히 저택에…….”
‘당연히’라고 했다. 나는 씩 웃었다. 에이에이는 내 웃음을 보고 흠칫 놀라더니 말했다.
“…..돌아갈래요.”
“정말로요?”
“몰라요.”
우리가 탄 마차는 시오테르에게 향하고 있었다. 미행은 없었다. 우리가 탄 마차는 숲속으로 파고들어서 시오테르를 찾아 깊이 들어가고 있었다. 머릿속이 복잡했다. 시오테르가 뛰쳐나오면서 생긴 이 상황이 대체 어떤 방식으로 돌아갈지 예상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지금 해야 할 일은 시오테르에게 얼굴을 비춘 다음, 그녀를 다독여주고 다시 돌아가는 일이었다.
****
왕궁은 뒤숭숭했다. 국무회의 중간에 이토록 소란스럽기란 쉽지 않았다. 나라를 이끄는 중진들이 모두 모여 서로 다른 의견을 내며 왁자지껄 떠들고 있었다. 소란의 틈바구니에서 갑옷을 입은 노기사가 벌떡 일어나 말했다.
“드워프들이 터무니없는 요구를 들이대며 전쟁을 선포하고 있습니다. 우리도 이에 강경하게 맞대응해야 합니다!”
기사단장 라이오닐 알버스였다. 그의 외침에 많은 신하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이에 반대하는 이들도 분명히 있었다. 재무 대신 로잘린 바르바 후작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게 말처럼 쉽지 않소. 라이오닐 알버스 단장. 나도 이번 드워프들의 전쟁 선포에 대해 불만이 많지만, 지금 당장은 우리도 맞서 싸울 형편이 아니오. 동부 사랑교 전선이 끝난지 그리 오래되지 않은 시점이기 때문에, 지금 시국에 전쟁은 매우 무리한 결정이오.”
“드워프들의 정예병력의 반 이상이 ‘괴물’에 의해 몰살당했다고 합니다. 저놈들은 허세를 부리는 것입니다.”
“이겨서 무엇을 얻을 수 있소?”
로잘린 바르바 후작의 질문에 라이오닐 알버스가 입을 다물었다. 바르바 후작의 질문에는 뼈가 있었다. 그의 말대로 지금 당장 드워프와 싸워서 얻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오히려 싸우는 것 자체가 손해였다. 바르바 후작이 말했다.
“들어보시오. 단장. 저놈들은 아주 계산적으로 나가고 있소. 정말 싸울 생각이었으면 왕국의 핵심 세력인 마탑들부터 점령했을 거요. 하지만 그러지 않았지. 전차들을 준비했다고 말하며 요구사항이 적힌 편지만 보냈소. 아직 협상의 의지가 있다는 걸 은연중에 내비친 거요.”
요구사항은 크게 3가지였다. 첫째, 드워프 왕국의 시설 복구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 둘째, 일부 드워프들을 왕국 북부로 이주시켜서 북부 광산 개발 허용. 셋째, 드워프들 간의 무역을 활발하게 만들 왕국 내 드워프 전용 상단 허용.
“그런 걸 허용할 수 있을 리 없지 않습니까?”
“그건 모르는 일이지 협상에 나서기 전에 무리한 요구를 꺼내는 건 당연한 거요.”
“북부는 드워프들과 광산 개발의 이권을 나누고 싶지 않습니다. 지금도 북부는 아인들에게 입은 상처를 완전히 회복하지 못했고, 드워프들은 단 한 번도 북부의 살림에 무엇인가 보태준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북부 대공 아멜리아가 이 사안에 끼어들어 말했다. 바르바 후작은 입을 다물었다. 후작의 말을 지지하던 다른 귀족이 입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