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Character is the Villain RAW novel - chapter 365
“중간에 마차 바퀴가 부러져서 움직임이 지연된 것 같습니다. 그, 아시다시피 드워프들은 무겁지 않습니까? 여기까지 오는 동안 말들이 지쳐서 다섯 번이나 갈았답니다.”
“재밌군요. 제법 튼튼한 말들로 끌고 갔을 텐데. 그러면 드워프 왕국에는 기마병이 없나요?”
“기마병이 있는데 전차 부대라고 해서 거대한 멧돼지나 거대한 소가 이끄는 전차를 타고 다니는 기동 부대가 존재합니다.”
에밀리아는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멀리 점처럼 보이는 마차 행렬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손에는 오늘 오기로 한 드워프들의 명단과 상세한 계약서 작성을 위한 양식이 들려있었다. 그녀는 협정에 따라서 여기 온 드워프들에게 다시 한번 계약 내용을 주지시킬 의무가 있었다.
“쯧.”
매끄러운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녀가 인상을 쓰자 붉은 눈이 더욱 도드라져 보였다. 새하얀 피부가 설산처럼 굴곡지며 매력적으로 미간을 접었다. 기사가 그녀의 눈치를 보며 물었다.
“왜 그러십니까?”
“아무리 계획상의 일이라지만, 역시 저 더러운 놈들을 북부에 들이는 건 내키지 않네요. 드워프들은 혹시 염소 고기를 먹나요?”
“모르겠습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채식주의자들만 선별해서 보내라고 해야 했는데.”
에밀리아는 종이가 구겨지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옮겨 쥐며 투덜거렸다. 기사는 그녀의 불만에 뭐라고 덧붙여 말할 말이 없어서 주변 눈치만 두리번두리번 살피고 있었다. 에밀리아 대공의 주변에는 왕국 수도에서 파견된 기사들과 병사들이 가득 있었다. 드워프들의 난동을 대비한 병력이었다.
그녀는 한 손으로 자신의 털코트를 쥔 채 한숨을 푹 쉬었다. 계획이 다 짜여있다지만, 드워프들이 너무 싫었기 때문이었다. 그녀가 들은 바로 드워프들은 야만인보다 조금 나은 수준의 존재들이었다.
시끄러운 데다가 고집은 더럽게 세서 타인의 말을 듣지 않았고, 무례한 데다가 남을 뒤통수치는 데도 거리낌이 없었다. 가까이 오는 마차를 보며 에밀리아는 자기 생각이 틀리지 않았음을 다시 확신했다. 드워프들이 탄 마차가 저절로 양옆으로 이리저리 흔들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마차 안에서는 음정이 제멋대로인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맥주잔을 비워라!
광석은 도망가지 않아아!
맥주잔을 비워라!
내일은 휴일이니까아!
맥주잔을 비워라!
광산에서 금을 캤다네!
덩실덩실 춤을 추는 것 같이 들썩거리던 마차가 우지끈 소리를 냈다. 축대가 부러지며 마차가 한쪽으로 기울어졌다. 보통 성인 남성 10명은 족히 태울법한 마차가 기울어지자 주변 사람들이 전부 당황해서 어어, 소리를 내며 모여들었다. 에밀리아는 눈을 찌푸리고 마차의 가격을 계산하고 있었다.
“아이고오!”
마차 속에서 치어를 풀어놓는 것처럼 드워프들이 데굴데굴 굴러 나왔다. 그들은 얼굴이 새빨갛게 물든 채 바닥에 널브러져 헛구역질과 트림을 반복하며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맥주잔을 비워……. 어욱….우우욱……!”
“나는야! 드워프 중의…! 어으으윽..!”
부서진 마차에서 지독한 악취가 났다. 에밀리아는 그 냄새의 정체를 확인하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다시 한번 광부들을 확인했다. 10명의 광부는 제 몸을 가누지도 못해서 뒤뚱뒤뚱 펭귄처럼 움직였다. 마차에서 쏟아진 유리병 잔해와 음식물 찌꺼기들 때문에 에밀리아는 혐오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그녀는 겨우 대공다운 침착함을 발휘하여 입을 열었다.
“일어나셨으면, 모두 정렬해주시길 바랍니다.”
드워프들은 숙취와 멀미에 시달리는 몸을 이끌고 에밀리아 앞에 모이기 시작했다. 마차가 줄줄이 멈추면서 광부들이 주르륵 내렸다. 에밀리아는 직접 명단과 이름을 하나하나 대조하며 인원수를 확인했다. 드워프 왕국에서 광산 개발을 위해 보낸 인원수는 총 200명이었다.
“네. 인원은 다 맞는군요. 뒤에 있는 저것들은 뭔가요?”
드워프들이 우르르 내린 후에도 수레들은 계속 오고 있었다. 드워프들은 당당하게 말했다.
“저건 우리 살림살이와 광산 장비들이다!”
“그렇군요. 소리 지르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 다시 그들을 바라봤다. 드워프들은 왜 이 여자가 자신들을 세워놓는지 알 수 없단 표정을 지으며 바닥을 발로 탁탁 두드렸다. 할 말이 있으면 빨리하라는 의도가 다분한 무례한 행동이었다. 북부 대공 앞에서 보이는 무례에 기사들이 눈을 찌푸렸다.
에밀리아는 주변을 한 번 들러보더니 한 손을 들었다. 그리고 주먹을 쥔 상태로 새끼와 검지를 올렸다. 그 상태로 손가락을 가볍게 까딱거리며 말했다.
“낸시-.”
침묵이 휘몰아쳤다. 산전수전 다 겪은 드워프들도 북부 대공을 호위하고자 모인 수도의 용맹한 기사들도 서로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당황스러움에 휩쓸렸던 드워프들이 겨우 정신을 차리고 에밀리아에게 물었다.
“그게 뭐요?”
“북부에서 요즘 유행하는 인사입니다.”
“뭔…….”
드워프들은 욕이라도 내뱉고 싶은 표정이었다. 에밀리아는 드워프들의 반응을 신경 쓰지 않고 말을 이어나갔다.
“인사 방식은 간단합니다. 하루에 한 번 주민들끼리 서로 마주치면 웃으면서 낸시-. 라고 하시면 됩니다. 여러분들도 이제 북부의 주민이니까 당연히 알아둬야 한다고 생각…….”
“개소리하지 마쇼!”
“누가 그런 병신 같은 걸 한다고 그래! 어!”
“우리는 북부의 주민이 아니다! 우리는 드워프 왕국의 드워프들이다!”
에밀리아는 씩 웃었다. 그녀는 다시 입을 열었다.
“북부의 주민이 아니다?”
“그래! 우리는 북부의 주민이 아니다!”
“우리는 드워프 왕국의 드워프들이다! 네 멋대로 우리를 다루려 들지 마라!”
에밀리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오히려 기분이 좋아 보였다. 한참 동안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처럼 고개를 움직이던 에밀리아가 입을 열었다.
“좋습니다. 여러분들은 복부의 영지민이 아니며, 드워프 왕국의 드워프들입니다. 제가 인정하고 서류로도 보증해드릴 테니 직접 서명해주시길 바랍니다. 만에 하나 북부나 드워프 왕국에서 어떤 분쟁에 휘말렸을 경우, 이 서류가 당신들의 소속을 증명해줄 것입니다.”
드워프들이 서로 좋다고 서명을 하기 시작했다. 에밀리아는 작은 땅딸보들이 자기 발밑에 엎드려서 서명하는 모습을 보며 웃음을 억눌렀다. 그녀는 마지막 드워프까지 전부 자기 이름을 종이에 서명한 걸 확인했다. 에밀리아는 그 서류를 복사하게 했다.
원본은 북부 영지에서 가지고 있을 것이고 복사본을 각 마을 및 수도에 보낼 예정이었다. 드워프는 에밀리아에게 한 방 먹였다고 생각하며 헤헤 웃고 있었다. 에밀리아는 드워프들이 생각보다 너무 단순하다고 생각했다.
궤도를 아무리 비이성적으로 꺾어도, 몸에 닿기 직전에는 직감적으로 느껴졌다. 옷에 맞닿기 직전의 순간, 그 짧은 틈새에 방향을 판단하고 몸을 피해야 했다. 시오테르의 마지막 시험이 요구하는 건 반사신경과 직감이었다. 자신의 직감을 믿고 그대로 행동하는 것, 그것만이 이 시험을 파훼할 방법이었다.
시오테르가 손을 떨고 있었다. 돌을 하나하나 던질 때마다 그녀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2주 만에 파훼법을 깨달은 우리가 완벽하게 피해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미 시험에 통과한 에이에이가 숨죽인 채 나를 지켜보고 있었다.
또 하나의 돌이 허공을 가르고 바닥을 후려갈겼다. 축구공처럼 바닥을 맴돌며 긁어대던 돌이 튕겨 나무를 후려갈겼다. 보지 않아도 소리만으로도 알 수 있었다. 시오테르는 마지막 돌을 꾹 쥐고 나를 바라봤다. 그녀는 입술을 악물고 거칠게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마치 혼자서 어마어마한 대군을 상대하는 것처럼, 그녀는 격하게 숨을 토했다.
손을 들어 올리자 모난 곳 없이 동그란 조약돌이 반질반질 윤이 났다. 시오테르가 팔을 휘두르는 것과 동시에 마치 제멋대로 튕기는 탱탱 볼처럼 조약돌이 기괴하게 각도를 바꾸며 날아들었다. 그건 바람에 흔들리는 풍경 같기도 했고 UFO 같기도 했다
나는 눈을 감아버렸다. 시야에 현혹되지 않기 위해서였다. 돌이 바람을 헤집고 내게 날아오는 소리가 들렸다.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왼쪽에서 다시 위로, 그리고 다시 오른쪽으로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휘어지는 소리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나는 다리에 힘을 주었다. 돌이 내 오른쪽 어깨를 향해 날아오고 있었다. 나는 발뒤축에 힘을 주고 몸을 가볍게 돌렸다. 돌이 어깨를 향해 사선으로 내리꽂혔다. 계곡 바닥을 후려갈긴 돌멩이가 팽이처럼 팽팽 돌며 제 기세를 죽이지 못하고 있었다. 마지막 돌을 피해낸 나는 다시 발을 디디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팅
뒤에서 돌이 튕겨 나오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다시 싸늘한 기운이 덮쳐 들어왔다. 돌멩이가 내 등을 노리고 날아들었다. 나는 급히 몸을 크게 돌려서 돌을 피해냈다. 밑바닥에서 다시 나를 향해 튕긴 돌멩이가 끝없이 날아올라서 하늘 저편으로 사라졌다.
아슬아슬하게 돌그릇이 균형을 잡았다. 나는 숨을 몰아쉬며 에이에이와 시오테르를 번갈아 보았다. 시오테르의 얼굴이 붉게 물들어 있었다. 에이에이가 숨을 몰아쉬었다. 5단계가 끝났다는 걸 체감하게 해주는 건 한 줄의 상태창 밖에 없었다.
[시오테르의 훈련을 모두 마쳤습니다. 힘 민첩 +30]그거 말곤 아무것도 없었다. 팡파레가 울리지도 않았고 사람들이 몰려나와서 손뼉을 쳐주지도 않았다. 나는 물었다.
“끝났어요?”
시오테르가 울적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시험이 끝났다는 건, 곧 우리가 헤어진다는 뜻이었다. 다음 알리오 페스타의 마차까진 대략 나흘. 나흘 뒤에 우리가 헤어진다는 걸 깨닫자 에이에이 역시 조금 아쉬운 듯 착잡한 표정을 지었다.
“끝났어. 축하해. 너희는 이제 전보다 훨씬 강해졌어.”
시오테르가 말했다. 그녀는 바닥에 주저앉은 채 울적한 표정을 짓다가 이내 웃으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합격 축하 파티를 해야지! 먹을 거 준비해올까? 뭐 먹고 싶어? 내가 할 수 있는 거라면 다 만들어줄게. 응?”
시오테르가 애써 밝은 척을 하는 동안 우리는 시선을 맞췄다. 에이에이가 말했다.
“저는 잠깐 할 일이 생각나서.”
에이에이가 풀숲 너머로 사라졌다. 시오테르는 에이에이가 사라지자 안 그래도 빨갰던 얼굴을 더 빨갛게 물들이며 시선을 피했다. 활기찬 목소리도 요리를 해 먹자는 제안도 산새들의 지저귐 속에 파묻혀서 들리지 않았다. 계곡물 흐르는 소리와 돌들이 굴러떨어지는 소리만이 이 광장에 가득했다.
“시오테르?”
내가 그녀의 이름을 부르자, 그녀는 다람쥐같이 어깨를 들썩거리며 몸을 떨었다. 어찌 보면 자대 입소 첫날의 신병같이 바짝 긴장한 얼굴이었다. 그녀는 나밖에 없음에도 불구하고 시선을 이리저리 돌리다가 고개를 살짝 위로 쳐올리며 나를 바라봤다.
“왜, 왜 그래?”
나는 그녀에게 다가갔다. 시오테르가 한 발짝 뒤로 물러나는 동안, 나는 다섯 걸음을 걸었다. 몇 걸음 걷기도 전에 내가 그녀의 양어깨를 붙잡았다. 그녀는 노란색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나는 그녀의 볼을 감쌌다. 시오테르가 중얼거렸다.
“안되는 데…….”
안되는 건 없었다. 나는 시오테르와 입술을 맞붙였다. 혀가 뒤섞이고 시오테르의 손이 내 허리를 감쌌다. 나는 조심스럽게 시오테르의 옷을 벗기려고 했다.
“아, 미안해……. 아티……!”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시오테르가 내 어깨를 되레 붙잡고 나를 밀었기 때문이었다. 억센 악력이 나를 바닥에 내리꽂았다. 등덜미가 돌이 맞부딪히며 나는 머리가 아찔해지는 걸 느꼈다. 눈앞에 불이 번쩍 빛나고, 나는 기침을 하며 그녀를 바라봤다. 시오테르의 눈이 요사스럽게 빛나고 있었다.
거친 숨소리가 들렸다.
“아……. 아, 아티한테 너무 미안한데……. 그, 그……. 그러니까…….”
“자, 잠깐만요? 시오테르 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