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Character is the Villain RAW novel - chapter 371
벌써 기사들이 옹기종기 모여서 골드를 세보고 있었다. 100골드 단위로 주머니를 만들어서 창고에 정렬하니 총 600개의 주머니가 나왔다. 도합 6만 골드. 에밀리아는 이 금액을 낸시 재단에 기부하여 가난한 아이들을 위한 지원사업에 힘쓸 예정이었다. 그녀는 다시 한번 제 손으로 600개의 금화 자루를 센 뒤에 흡족한 표정으로 상단주를 바라보았다.
상단주가 말했다.
“이, 이제 동포들을 풀어주시면…….”
“네. 풀어드리겠습니다.”
“그러면 이제 다시 광부일을 재개할 수 있는 겁니까?”
에밀리아는 상단주의 희망 섞인 물음에 입꼬리를 살짝 올려 웃었다. 기사들이 흐흐흐, 하는 음침한 목소리로 웃고 있었다. 상단주는 아직 상황 파악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에밀리아는 지금 이 상황이 너무도 즐거웠다. 그녀는 말했다.
“지금 이곳에 있는 드워프들은 자기 장비를 담보로 빚을 진 게 아닙니다. 장비를 팔아넘겼습니다. 그래서, 광부 장비는 아무것도 없지요.”
상단주는 그 말에 울상을 지었다. 6만 골드라는 터무니없는 빚과 철광석에만 정신이 팔려서 광부 장비를 챙겨야 한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에밀리아는 거의 울기 직전인 상단주를 달래며 말했다.
“걱정하지 마세요. 저희 북부 광산의 장비 대여 시스템을 이용해주신다면, 지금 당장 작업을 재개할 수 있게 해드리겠습니다. ”
“장비 대여 시스템?”
“인당 한 달 5골드에 광부 장비를 대여해드리겠습니다.”
상단주는 어이가 없다는 얼굴로 에밀리아를 쳐다봤다. 말이 인당 5골드지 200명분이면 1,000골드였다. 한 번 올 때마다 1,000골드를 추가로 지출해야 한다는 소리였다. 에밀리아는 여기에 덧붙였다.
“게다가 이번에는 특별히 저희가 숙식을 책임지도록 할 테니 이 비용도 받겠습니다. 인당 한 달 10골드에 저렴하게 모시겠습니다.”
“무, 무슨……! 터무니없는 소리 하지 마시오! 우리를 대체 뭐로 보는 거요?”
장비 대여에 1,000골드. 숙식에 2,000골드. 모두 합해서 한 달에 3,000골드 정말 말도 안 되는 금액이었다. 아무리 마음이 급해도 이런 계약에 넘어갈 수 있을 리 없었다. 상단주는 에밀리아에게 말했다.
“그런 계약을 할 것 같소?”
“그럼 데리고 돌아가시면 되겠습니다. 북부의 날씨는 제법 매서운 편이라서, 저 누더기 집이라도 없으면 드워프들이 며칠이나 버틸지 의문이로군요.”
상단주는 머리가 아팠다. 대체 이 사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말했다.
“일단, 우리가 살 철광석 여분을 확보해주시오. 계약을 파기했다고 했으니 다음 복귀일까지 이걸 맞추는 데 위약금이 필요하진 않을 거 아니오?”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그 건에 대해선 말미를 주시오. 제 선에서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니까……. 우리 폐하께 직접 이야기를 드려봐야 어떻게 해결할지 답이 나올 것 같소.”
“결국, 데리고 가진 않으시겠다는 뜻이군요. 저 드워프들을 데리고 있는 것만으로도 손해가 막심한데, 기왕이면 새롭게 드워프들을 데려오셨으면 합니다만.”
끔찍한 소리였다. 저 드워프들이 본국으로 돌아가면 모든 게 끝이었다. 북부에서 도박과 술에 빠졌다고 이야기를 하면 전부 몰매 맞아 죽을 것이고, 바보처럼 속아서 거지꼴이 됐다는 말을 한다면 에보리 왕조의 권위는 거기서 끝이었다. 일단 한 번 드워프들의 명예를 실추한 이상, 이 드워프들은 북부에서 뼈를 묻어야 했다.
“…..부탁드립니다.”
상단주는 다시 한번 에밀리아 앞에서 머리를 박았다. 바닥에 쿵 소리가 날 정도로 머리를 찧으니 에밀리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기다려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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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보리는 미쳐버릴 것 같았다. 왕성 앞에서 드워프들이 몽둥이와 망치를 들고 항의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북부로 6만 골드를 보낸 정황이 새어나간 탓이었다. 에보리는 대체 저 문서가 어디서 새어나갔는지 알 수도 없었다. 드워프들이 얼굴을 빨갛게 물들인 채 종이 문서를 들어 보이며 외쳤다.
“이 애미 애비도 없는 새끼야! 누구 배를 쳐 불리려고 북부에 6만 골드나 줬느냐! 우리한테는 철광석을 비싸게 팔더니! 뭘 받아 처먹었길래 북부에는 6만 골드나 줬단 말이냐! 광부들이 산맥에서 떼씹을 하며 질펀하게 놀고 있다더니 그게 사실인가 보구나! 당장 나와서 목을 내밀어라!”
“선왕의 아드님과 재무대신을 복권해라! 너 같은 놈이 왕이 되니까 나라가 망하고 있다! 인간 상인들이 싹 철수해서 장사가 안된단 말이다! 당장 나와라! 이 빌어먹을 새끼야! 내 돈 어떻게 할 거냐! 내 피와 땀이 지금 가게 구석에서 녹이 슬고 있는데! 네 놈은 배에 아주 기름칠을 한다지?”
“광부 200명이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소상히 밝혀라! 너 같은 놈이 왕을 해 먹으니 나라가 망한다! 칼질이나 할 줄 아는 군인 놈이 왕권을 잡으니 나라가 아주 개좆대로 돌아가는구나!”
“에보리는 해명해라! 에보리는 나가 죽어라!”
에보리는 이를 갈고 있었다. 도망칠 곳이 없었다. 사방에서 매서운 눈빛으로 자신을 노려보고 있었다. 오가는 하인들마저 자신에게 불신의 눈길을 보내고 있었다.
“장군님…….”
에보리는 에그볼드의 얼굴을 떠올렸다. 언젠가 우리는 마석 광산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하던 그의 목소리가 지금도 귓전에 쟁쟁하게 울리는 것 같았다. 에보리는 그저 그 말에 따르고 싶었을 뿐이었다. 드워프들을 드워프답게 만들고 싶었을 뿐이었다.
하지만 세상이 그걸 알아주지 못하고 있었다. 에보리는 들끓는 가슴을 억눌렀다. 아직 만회할 기회는 있었다.
“시종. 시종은 어딨느냐?”
에보리는 시종을 찾았다. 잰걸음으로 다가온 시종이 에보리 앞에서 고개를 숙였다. 에보리가 말했다.
“지금 바로 서신을 준비해라.”
인간 왕국과 다시 한번 협상을 해야 했다. 에보리는 자신이 있었다. 그는 천재였으니까. 그는 드워프들을 다시 드워프답게 만들 사내였으니까.
“오늘은 이제 좀 놔주면 안 될까?”
“안돼.”
나비들이 팔랑팔랑 화원 위를 날아다녔다. 영지민들은 전쟁의 위기가 한 번 들이닥쳤다는 사실을 잊어버린 듯 평온한 얼굴로 하루를 맞이했다. 나는 침대에 앉아서 느긋하게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이브는 내게 찰싹 달라붙어서 나를 놓아줄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다. 그녀는 내가 가벼운 풍선이나 호기심 많은 종달새인 줄 아는 것 같았다. 행여나 내가 도망가지나 않을까 내 몸을 꼭 붙잡은 채 그녀는 침대 옆에 앉아있었다.
시오테르와 뜨거운 밤을 보낸 이후 나와 에이에이는 아쉬운 맘을 달래며 시오테르와 헤어졌다. 시오테르는 우리가 자신을 두고 간다는 사실에 울적해 했지만, 언젠가 다시 만날 거라는 내 말을 믿고 기다려주기로 했다. 이브가 창밖을 쳐다보며 말했다.
“오늘은 내꺼야. 다른 애들한테도 다 이야기했으니까 도망 못가.”
“그럼 어쩔 수 없네.”
그녀의 말을 듣고 나는 포기하기로 했다. 내가 너무한 것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지금 내 힘이라면 이브를 묶어놓고 도망칠 수도 있었고, 지금 꽉 붙들고 있는 팔도 억지로 풀어낼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럴 이유가 없었다. 그녀는 내 아내였고, 나를 사랑한다고 온몸으로 어필하고 있었으니까. 모름지기 사랑은 사랑으로 돌려줘야 하는 법이었다.
나는 침대에 있는 종을 울려서 아이라를 불렀다. 아이라는 기다렸다는 듯이 문을 열고 들어와서 내게 물었다.
“영주님. 뭐 필요하신 거 있으실까요?”
“집무실에 있는 서류들 좀 이쪽으로 가져와 줘요.”
그래서 오늘은 이브의 방에서 일하기로 했다. 그녀는 내가 여기서 일을 하는 상황까지 예상을 한 것인지 침대에서 쓰는 간이 책상을 하나 들고 와서 내 허벅지 위에 놓았다. 나는 책상을 손으로 두드려 보며 피식 웃었다.
“이런 건 또 언제 준비했어?”
“시에리가 만들어줬어. 의외로 잘 만들더라?”
시에리는 농가 출신이라 그런지 목공에 제법 재주가 있었다. 지금 내 손에 들려있는 책상도 얼핏 보면 단순했지만 만져보면 반질반질 윤이 났고 디자인에도 공을 들인 티가 났다. 특히 모서리 부분을 동그란 기둥으로 장식하여 실용성과 디자인을 동시에 잡은 건 칭찬할 만했다.
책상을 이리저리 만져보며 칭찬하는 사이 시에리와 엘시가 집무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 이브는 침대에 앉아있다가 엘시를 보며 물었다.
“뭐야?”
“성직자 일하는 동안 호위 해야 한다.”
시에리가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저, 저는 업무 보조에요.”
이브가 어이가 없는지 킥, 소리를 내며 웃었다. 엘시는 자연스럽게 내 옆으로 다가오더니 침대에 걸터앉아서 내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그리고 털이 북슬북슬한 손으로 내 손가락을 건드리며 말했다.
“일하는 동안 내가 옆에서 지켜준다.”
“나는? 나는 안 지켜줄 거야?”
“인어도 지켜준다. 나는 마림바 부족의 전사니까 당연하다.”
엘시가 진지하게 대꾸하자 이브는 본인이 나쁜 사람이 된듯한 기분에 시달리는 듯했다. 내 맞은편에 시에리가 책상을 바로 놓고 서류 정리를 시작했다. 나는 푹 쉬러 오는 사람을 넘어서 중환자가 된 기분이었다.
이브가 말했다.
“신랑은 좋겠네. 이렇게 사랑받아서.”
그리곤 내 가슴을 손가락으로 콕콕 건드리며 짓궂게 입술을 비틀었다. 나는 살짝 내민 이브의 입술을 붙잡아서 오리 입처럼 쭉 잡아당겼다가 톡 놓았다. 이브는 자기 입술을 문지르며 미간을 찌푸렸다. 나는 말했다.
“누가 그래? 나만 사랑받는다고?”
이브가 영문을 알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기울였다. 시에리가 웃으면서 말했다.
“저는 이브 씨도 좋아요. 제가 곤란한 문제는 이브 씨가 다 해결해주시잖아요.”
“뭐라는 거야 쑥스럽게. 응?”
이브는 시에리가 하는 말에 당황해서는 침대에 바짝 달라붙었다. 방문이 다시 열리고 소야가 들어왔다. 소야는 어색하게 지팡이를 짚은 채 눈치를 보다가 조심스레 말했다.
“저, 저도 들어가도 될까요?”
“늦었다. 빨리 온다. 마법사는 나랑 같이 나쁜 사람들을 막는 역할이다.”
엘시는 머릿속에서 이 저택 사람들의 역할을 다 배분해놓은 모양이었다. 소야는 의자를 하나 가져와서 엘시 옆에 가만히 앉았다. 엘시는 소야를 끌어들여서 침대 가장자리에 걸터앉게 했다. 안 그래도 사람이 바글바글한 침대에 또 한 명을 더하니 내 몸이 꾹 눌리는 것 같았다.
“뭐야. 왜 다 여기 있어?”
뒤이어 에이에이와 셀루가 들어왔다. 방금 목욕을 하고 나왔는지 에이에이는 가벼운 옷차림으로 물통을 입에 물고 있었다. 그녀는 우리가 다 같이 있는 걸 보고 고개를 갸웃했다. 이브가 말했다.
“뭐해? 안 들어오고?”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