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Character is the Villain RAW novel - chapter 38
그리고 배 한쪽 구석에는 인어가 있었다. 에이에이가 살면서 처음으로 인어를 마주하는 순간이었다. 인어는 기괴한 신음을 흘리며 배 구석 수조에 둥둥 떠올라 있었다. 순간 죽은 건가 싶어 흠칫햇지만, 자세히보면 인어는 아직 살아있었다.
간헐적으로 그녀는 입에서 거품이 올라오고, 몸을 조금씩 떨며 몸부림치고 있었다.
인어의 생김새는 제법 미인이었다. 해초같이 긴 머리카락이 물 속에서 흔들리고 있었고, 팔과 지느러미는 꽁꽁 묶여있었다. 드러난 가슴은 탄력있고 매력적이었다. 그리고 하반신에 인어의 생식기로 보이는 부위에는 딜도가 꽂혀 있었다.
딜도는 스스로 움직이고 있었다. 진동할 때 마다 인어는 벌벌 떨면서 눈을 까뒤집고, 다시 발버둥치다가 쾌감에 기절하기를 반복했다. 에이에이는 이 광경에 압도되어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여긴 정상인의 소굴이 아니었다. 그 해적의 소굴이 틀림없었다.
“이브…..”
에이에이는 습격당할 때를 떠올리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 ***
에이에이와 엽색가 무리가 순항중일 때 커다란 배 한척이 그들의 항로를 가로 막았다. 거대한 해적기가 걸려있는 그 배를 보자마자 일행은 저 배 안에 타고있는 해적이 에스타에서 악명높은 ‘이브’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용건이 뭐냐!!”
엽색가 중 하나가 배에다가 대고 소리쳤다. 일단 목적은 약의 재료 수집이었으니 안싸우고 간다면 좋았으니까. 배 위의 선원들은 그런 엽색가의 외침도 무시하고 열심히 일하고 있었다. 특이한 점이 하나 있다면 그 선원들이 전부 여자라는 점일까. 선장실 안에서 누군가 걸어나오는 소리가 들렸다.
타는 듯이 붉은 머리와 사나운 눈매. 그리고 한쪽 눈을 가린 애꾸눈. 어지간한 남자만큼 큰 키와 탄탄하게 단련된 근육질 몸매. 그리고 커다란 가슴. 이브는 억센 뱃사람이 그대로 미녀로 변한듯한 생김새를 지니고 있었다. 엽색가도 그 자태에 침을 꿀꺽 삼키며 무기를 가다듬을 정도였다.
“용건이 뭐냐고? 너희들이야 말로 무슨 용건으로 이 해적섬까지 찾아왔지?”
“우리는…..”
“아-, 알고 있어. 그….. 남성기가 돋아나는 약. 그거 재료를 찾으러 온거지?”
“….그렇다만.”
“그럼 죽어야지.”
이브는 웃으면서 허리춤에서 권총과 칼을 뽑아들었다. 에이에이와 엽색가 무리는 무기를 뽑아들고 그녀와 싸울 준비를 했다. 그리고 칼이 맞부딪힌 결과가 이거였다. 처참한 패배. 이브는 말도 안되는 강자였다. 에이에이는 바다 위가 아니었더라면 그녀를 이길 수 있을까 고민했다.
검술 자체는 투박했으나 기본적인 힘이 차원이 달랐고, 3명을 동시에 상대하는 민첩성과 위급할 때는 비겁한 짓을 서슴치 않는 임기능변 능력도 갖추고 있었다. 에이에이는 잠시 생각해보다가 고개를 저었다. 이브가 팔이라도 하나 잘리지 않는 이상 어디서도 승리를 장담하기 힘들었다.
“크흑…컥…..”
엽색가 무리 중 하나가 피를 토하며 정신을 차렸다. 에이에이에겐 상처하나 없었지만 엽색가 무리는 정말 죽도록 맞은 듯 했다. 퉁퉁 부어오른 얼굴로 엽색가가 물을 찾았다.
“물…물….”
하지만 이 곳에서 그에게 물을 줄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한참 동안 물을 찾던 엽색가는 고개를 푹 떨구고 기절했다.
다시 에이에이가 잡힌 감옥에는 침묵이 찾아왔다. 뱃면에 부딪히는 파도 소리와 천장에 매달린 등불이 흔들리며 내는 소리만이 감옥 안의 유일한 소음이었다. 에이에이는 자신이 이 배 안에서 빠져나갈 수 있을 지 생각하고 있었다.
이브를 맨몸으로 이길 가능성도 없었고, 묶여있는 상태로 탈출은 불가능했다. 그녀가 자길 저 엽색가들 마냥 두들겨 패지 않았다는건 자신에게 바라는 게 있다는 뜻이었다.에이에이는 일단 이브를 기다려보기로 했다.
오래 기다리지 않아서 콧노래 소리가 들렸다. 뱃사람들이 부르는 콧노래. 하지만 지금 들려오는 소리는 그보다 훨씬 음이 높았다. 감옥의 문이 열리고 이브가 들어왔다. 그녀는 머리카락을 쓸어내리며 즐거운 표정을 지었다. 그녀가 등장하자 엽색가들이 발버둥치기 시작했다.
“보, 보내줘…. 제발…. 그냥 돌아갈테니까….제발….”
“우, 우리는 그냥…. 그냥 약을 구하러 온 것 뿐이야….”
“왜 그런 약을 구하는 거지?”
이브가 물었다. 그녀의 어조는 정말 그 이유를 궁금해하는 듯 했다.
“그…. 아내한테… 먹여서….그런 플레이를 하려고…..”
“혹시 먹으면 내 거기가 두개가 되지 않을까 싶어서…..”
“그래. 다들 그렇게 이야기하더라고.”
이브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칼을 뽑아들었다. 새파랗게 날이 선 칼날 앞에서 엽색가들이 발버둥치기 시작했다.
“다 똑같은 놈들이야. 역시 여자는 이런 변태같은 놈들말고, 여자랑 순수하게 사랑을 해야 하는데, 너희들같은 변태들 때문에 여자가 여자랑 사랑을 하지 못하잖아. 어?”
“뭐, 뭔….소리를…..”
“자지가 돋아나는 약? 그딴 건 처음부터 없었어. 내가 너네같은 이상성욕자를 전부 거세해버리기 위해서 만든 헛소문이거든. 남자들은 다 똑같은 새끼들이야. 너. 이름이 뭐지?”
엽색가는 자신의 이름을 말했다. 이브는 그 이름을 듣고 더욱 만족스럽게 웃으며 칼날을 매만졌다.
“좋은 이름이네. 여자로 태어났으면 훌륭한 레즈가 됐겠어. 이렇게 하자. 내가 널 거세할테니까. 그 때까지 살아있으면 보내주겠어.”
“아, 안돼… 안돼…! 미친년….! 미친년….!”
“조용히 해. 내가 제대로 자를 수가 없잖아.”
“끼으으으윽…..까윽….꺽….!”
그렇게 이브는 두 명을 전부 거세해버렸다. 마취도 없이 생으로 자지가 날아간 두 엽색가는 그렇게 쇼크로 사망하고 말았다. 이브는 두 사내가 전부 죽은 걸 보며 얼굴에 튄 피를 닦아냈다.
에이에이는 눈 앞에서 보이는 광경을 믿을 수 없었다. 여긴 지옥인가? 에리나를 챙기지 않고 혼자 바다로 나온 탓에 벌을 받는 지옥인가?
“끄으으으으읍!”
인어가 다시 한 번 쾌감에 몸을 떨었다. 이브는 칼을 다듬다 말고 인어에게 소리쳤다.
“엄마! 벌 받는 중엔 조용히 하라고 했잖아?”
“미친…..”
에이에이는 정신이 나갈 것 같았다. 대체 저 여자는 뭐지? 진짜 악마인가? 마왕의 부하 사천왕이라도 되나? 뭐 저리 악독한 인간이 있지? 엄마라고 부른 인어에게 한바탕 욕을 퍼붓던 이브는 사근사근한 표정을 지으며 에이에이에게 다가왔다.
에이에이는 살면서 처음으로 두려움을 느꼈다. 말 잘못하면 죽는다.
“저, 저……”
“그래, 너는 무슨 일로 자지가 돋아나는 약을 구하러 왔어? 여자가 온 건 처음인데.”
“저…. 남자로…..아니, 남자가 되기 위해서….”
“남자가 되기 위해서?”
이브는 그 말에 험악한 표정을 지었다. ‘남자로 돌아가기 위해서’라고 말했으면 똑같이 죽었을까? 에이에이는 상당히 가능성있는 추론이라고 생각했다. 이브는 어이가 없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감옥 안 창고를 뒤적거리기 시작했다.
“여자가 남자가 되고 싶다니, 이해할 수가 없어. 그런 썩어빠진 사고방식이 세상에 팽배해 있으니까. 여자가 여자를 좋아하는 세상이 오지 않는거야. 안그래 엄마?”
“꺄으으으읍….”
인어는 다시 한 번 쾌감에 몸부림치며 고개를 흔들었다. 고개를 끄덕이자 이브는 그 모습에 만족한 듯 흡족한 표정으로 웃었다. 그리고 창고 상자에서 무엇인가를 꺼내들었다.
“너. 이름이 뭐지?”
“에, 에이에이.”
“에이에이라 귀여운 이름이네.”
이브가 꺼내든 건 매우 크고 두꺼운 딜도였다. 그것도 비슷한 크기로 두개나 달린. 이브가 버튼을 누르자, 딜도는 마치 살아움직이는 생물처럼 팔딱거리며 이리저리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브는 딜도 위에 젤을 바르며 말했다.
“이게 다 여자랑 섹스를 안해봐서 그래. 가만히 있어. 언니가 안아프게 해줄테니까. 응?”
에이에이는 정신이 아찔해졌다. 여기서 이렇게 동정, 아니 처녀를 잃는건가? 이 미친 레즈비언 선장한테? 그럴 수는 없다. 에이에이는 고개를 황급히 저으며 외쳤다.
“저, 저에겐 결혼을 약속한 사람이 있어요….”
“그래서? 그게 무슨 상관이야. 여자랑 섹스하는 게 결혼보다 행복할걸?”
“그, 그 사람도 여자입니다!”
무시하고 에이에이의 바지를 벗기려던 이브의 움직임이 멈췄다. 그녀는 에이에이를 쳐다보더니 환한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어머, 너도 레즈니?”
“아…..네….. 저, 저도 여자 좋아해요.”
“그럼 뭐 살려줘야지. 요즘 세상에 레즈비언이 드물거든. 가끔 놀러오고, 그땐 우리 엄마 섹스 잘하니까 한 번 빌려줄게.”
“아, 감사…..”
“근데 그 말이 사실일까?”
이브는 갑작스럽게 표정이 변했다. 딜도를 다시 에이에이의 가랑이 사이에 들이대며 캐물었다.
“그 말이 사실이라고 누가 증명하지? 그 사실을 증명할 사람이 있어?”
에이에이는 머리를 굴렸다. 아무리 그래도 이브한테 레즈비언 해적한테 잡혔다고 말하는 건 쪽팔렸다. 거기다 엘프 공주가 여기서 자신이 레즈라고 공인하는 건 모양새가 그랬다. 남들에게 신뢰도가 있고, 자신과 에리나의 사이를 아는 사람.
그런 사람은 딱 한명 밖에 없었다.
“대천신교의 남부 제사장….. 페타 루시우스가 저와 제 애인에 대해 알고 있습니다.”
갑자기 튀어나온 거물의 이름에 이브가 흥미롭다는 듯 입꼬리를 올리며 물었다.
“그 사람도 여자야?”
“남잔데요.”
“씨발.”
그래도 이브는 아직 에이에이를 따먹을 생각은 아닌 것 같았다. 그녀는 말했다.
“기다려 봐. 네가 진짜 레즈란 걸 그 인간이 증명해주면 풀어줄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