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Character is the Villain RAW novel - chapter 388
젊은 여인의 뒤에 들어온 노인은 그녀가 익숙히 아는 얼굴이었다. 이 마탑의 마탑주이자, 명망 높은 대마법사였다. 하지만 메이가는 그가 자신의 발톱의 때만큼도 안 되는 인간이란 사실을 알고 있었다. 긴 수염과 지식은 비례하지 않는다고 하던가. 그녀는 자신의 쫑긋한 귀가 초로의 노인이 허수아비 거적때기처럼 달고 다니는 저 수염보다 다양한 지식을 담고 있음을 자부했다.
“무슨 일?”
그녀는 바쁘다는 걸 확실하게 표현하기 위해 안경을 추어올리며 눈을 찌푸렸다. 이 마탑에서 가장 유명하며 가장 재능있는 마법사로 유명한 그녀는 마탑주에게 이럴 자격이 있었다. 어찌 됐건 인간인 마탑주보다 그녀가 나이가 더 많았고, 업적도 더 많이 쌓았으니까. 마탑주는 그녀의 무례함을 이해한다는 듯 부처님 같은 미소를 짓고 자신의 옆에 서 있는 여인의 등을 토닥거렸다.
여인은 눈을 별처럼 반짝거리며 메이가를 쳐다보고 있었다. 하지만 메이가는 차가운 눈빛으로 쳐다볼 뿐이었다. 메이가는 마치 바퀴벌레를 때려잡으려는 듯한 자세로 고서를 휘적대며 여인을 가리켰다.
“뭐야? 네 손녀?”
“이번에, 마탑에서 받은 제자 중에 유난히 특출난 재능을 가진 아이가 있어서 이렇게 데리고 왔습니다.”
“어린애들 재롱을 봐줄 만큼 내가 한가해 보여? 응?”
“그러지 마시고, 한 번 이야기라도 나눠보심이 어떻습니까? 아주 영민한 아이입니다. 마탑에서 제 뒤를 이를 차기 마탑주로 이만한 아이가 없다고들 하죠.”
“몇 살인데?”
“이제 20살이 됐습니다.”
메이가는 그 말에 조금 놀라고 있었다. 이제 스무 살인 아이가, 벌써 차기 마탑주 후보에 거론될 정도다? 그녀는 놀란 가슴을 추스르고, 자신의 추론을 부정했다. 마법사들은 사물을 과대평가하거나 이상하게 해석하는 버릇이 있었다. 일말의 재능을 가지고 천재라 추앙받다가 화살 맞은 새처럼 뚝 떨어지는 인간이 얼마나 많던가.
알량한 재능의 말로를 너무도 많이 봐왔기에 메이가는 여인에 대한 칭찬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다. 하지만 마탑주는 그녀의 이 부정적 제스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여인의 어깨를 툭툭 두드린 다음 이렇게 말했다.
“그럼 즐거운 이야기 나누십시오.”
하지만 메이가는 전혀 즐겁지 않았다. 자신에게 얼굴도장을 찍기 위해 서글서글한 낯짝을 뻔뻔하게 들이미는 이 후계자라는 아이도, 바쁘다고 내색을 해도 무시하고 제 의사를 밀어붙인 마법사도 전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녀는 다시 책을 보며 그녀에게 관심을 끄기로 했다.
여전히 그녀는 이 고서를 이해할 수 없었다. 그녀가 하는 연구와 관련이 있는 이 두꺼운 건축 전공 서적은 그녀의 인내심을 조금씩 갉아먹고 있었다. 여인은 그녀의 앞에서 방실방실 웃으면서 서 있었다. 메이가는 그녀의 그 미소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뭐해? 앉아.”
메이가는 여인을 자리에 앉혔다. 마탑주의 뒤를 이을 천재로 손꼽히던 그녀는 몹시도 촌스러운 외모였다. 얼굴에는 두꺼운 안경을 썼고, 얼굴에는 여드름이 자글자글했다. 여드름만 빠져도 얼굴이 참 예쁠 텐데. 메이가는 그런 생각을 하며 다시 서적으로 시선을 옮겼다.
“저는 오멜라스 애쉬라고 합니다. 메이가님!”
이름을 묻지 않았건만, 애쉬는 우렁찬 목소리로 자신의 이름을 말했다. 메이가는 벽력같은 목소리에 눈을 찌푸리고 제 귀를 틀어막았다. 허벅지 위로 떨어진 책을 급히 들며 그녀에게 말했다.
“뭐 하는 거야?”
“그, 처음 만나면 자기 소개를 명확하게 하라고 하셨습니다!”
“내가 너한테 자기소개시켰어?”
“그러시진 않았습니다만, 제 자주성을 시험하시는 건가 싶어서, 일단 먼저 해봤습니다!”
아주 당찬 여인이었다. 그녀는 애쉬의 모습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저 근거 없는 당당한 태도가 거만하게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책을 탁 소리 나게 덮으며 얼굴을 찡그렸다.
“목소리 줄여. 무슨 말인지 알겠어? 입 다물라고. 응? 난 지금 이 책을 읽느라 바쁘단 말이야. 너 이게 무슨 책인 줄은 알아? 금세기 최고의 건축가들이 모여서…….”
“네! [옛 시대의 건축 공학 양식과 마법진 배열의 상관관계 연구]입니다!”
“이걸 알고 있어? 너한테 반출이 안될 텐데? 이건 마탑에서 상위계층 마법사만 열람할 수 있는 자료야. 근데 이걸 네가 어떻게 읽어?”
“네! 메이가 님이 이번에 건축물을 활용한 마법진 연구를 하신다고 들어서, 도움이 될까 몰래몰래 읽었습니다!”
“몰래 읽어? 마탑주가 네 주머니에 쑤셔 넣어주기라도 했나 보구나.”
“아닙니다. 제가 아는 마법사 어르신께 부탁드려서 받았습니다!”
대출한 책을 다른 마법사한테 빌려줘선 안 된다는 규칙은 없었다. 분실할 경우 책임은 어차피 대출자가 지기 때문이었다. 메이가는 그녀의 당돌한 대답에 혀를 차며 물었다.
“그래서, 이해는 했어? 서문만 달달 외운 건 아니지?”
애쉬는 그녀의 오만한 질문에 겸손하게도 고개를 긁적였다. 그녀는 헤헤 웃으며 말했다.
“그……. 조금 어려운 부분이 있지만, 그래도 어떻게 조금은 가능성을 본 것 같습니다.”
“뭐?”
메이가는 미간을 찌푸리며 성질을 냈다. 애쉬는 그녀의 이런 격앙된 반응을 이해할 수 없어서 눈만 깜빡일 뿐이었다. 바짝 긴장한 손에 하얗게 힘이 들어갔다. 메이가는 그녀를 훑어보더니 한숨을 푹 쉬며 머리를 부여잡았다. 여기서 놀라서는 안 됐다.
메이가 그녀는 불세출의 천재였으니까. 그녀에게 있어서 이 어려운 전공 서적은 심심풀이로 아이들이 읽는 동화책 수준의 내용이어야만 했다. 메이가는 애쉬에게 책을 던지며 말했다.
“설명해봐.”
“네?”
“이해했다면서? 설마 내게 거짓말을 했다는 건 아니지? 처음부터 끝까지, 특히 건축 이론이 어떤 방식으로 마법진에 적용되고, 그 수식은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지 한 번 설명해봐. 그게 어떻게 실질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지 설명해보라고. 이건 그 학자들도 답을 내놓지 못하고 ‘이용할 방법이 있을 것이다.’라고만 해석을 내놓은 문제야. 그런데, 네가 이 문제를 해결했다고?”
그녀도 하지 못 하는 일이었다. 그래서 메이가는 의기양양한 얼굴로 애쉬를 바라보았다. 애쉬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조심스럽게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그리고 앞에 있는 칠판을 향해 걸어가더니 분필로 선을 하나 내리그었다.
메이가는 말없이 그녀의 담대한 행동을 지켜보고 있었다. 바짝 힘이 들어가 있던 애쉬의 목소리가 극도의 긴장으로 인해 낮아졌다.
“우선은……. 이 선을 활용한 베젤그프의 공식을 이해해야 해요. 건물의 중심부를 가로지르는 이 선은, 하나의 공식이 사용되어 절묘한 두께와 기울기로 맞춰져 있죠. 겨냥도로 보자면 그냥 일직선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아니라는 거에요. 그리고 이 식은, 안드레아 교수님이 30년 전 출간하신 [마법진 정리 개론]에 등장하는 아보의 진과 크게 맞닿아 있어요. 예를 들어서 이 곡선이…….”
메이가는 안경을 벗어버렸다. 그녀는 숨을 죽이고 애쉬의 강의를 듣고 있었다. 막힌 댐에 구멍이 뚫린 듯, 어떠한 지식에 대한 이해가 물밀 듯이 들어오고 있었다. 그녀가 몇 번을 독파해도 알 수 없었던 복잡한 지식이 물밀 듯이 밀려오는 것을 느꼈다.
그녀의 얼굴에 형언할 수 없는 묘한 감정이 깃들고 있었다. 한참 그녀 앞에서 공식을 설명한 애쉬가 말했다.
“어, 어떤가요?”
“부족해. 부족하지만, 아주 잘 이해했어. 그건…….”
이제 스무 살인 아이가, 벌써 차기 마탑주 후보에 거론될 정도다? 그녀는 놀란 가슴을 추스르고, 자신의 추론을 부정했다. 마법사들은 사물을 과대평가하거나 이상하게 해석하는 버릇이 있었다. 일말의 재능을 가지고 천재라 추앙받다가 화살 맞은 새처럼 뚝 떨어지는 인간이 얼마나 많던가.
메이가는 자신이 그런 부류의 인간이 아니라고 확신했다.
“그건 내가 발표하려던 내용이랑 아주 비슷한걸. 우연히 말이야. 재밌네.”
“아, 그, 그런가요! 영광입니다! 메이가님!”
메이가는 알 듯 말 듯 묘한 미소를 지었다.
****
학회 발표회. 거대한 홀 중심에 선 메이가 옆에는 애쉬가 긴장된 얼굴로 서 있었다. 메이가는 애쉬의 머리를 한 번 쓰다듬어준 다음, 자신이 발표할 ‘예정’이었던 내용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옛 시대의 건축 공학 양식과 마법진 배열의 상관관계 연구]를 기반으로 한 영구적으로 지속가능한 건축 마법진에 대한 해법이었다. 메이가는 칠판에 길게 선을 그으며 입을 열었다.
“우선은……. 이 선을 활용한 베젤그프의 공식을 이해해야 합니다. 건물의 중심부를 가로지르는 이 선은, 하나의 공식이 사용되어 절묘한 두께와 기울기로 맞춰져 있죠. 겨냥도로 보자면 그냥 일직선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아닙니다. 그리고 이 식은, 안드레아 교수님이 30년 전 출간하신 [마법진 정리 개론]에 등장하는 아보의 진과 크게 맞닿아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이 곡선이…….”
발표가 끝나고 사람들이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메이가는 환호에 빠진 채 미소를 지었다. 그녀의 옆에는 애쉬가 있었다. 메이가는 확신했다. 자신은 천재라고, 모든 것을 이용할 줄 아는 진짜 천재.
메이가는 알량한 재능의 말로를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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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이 될 수 없다면 친구가 되어라. 메이가는 이 격언을 매우 잘 따르는 엘프였다. 오멜라스 애쉬는 훌륭한 연구의 동반자며 메이가의 조수로서 그녀의 업무를 보조했다. 메이가는 항상 그렇게 주장했다. 오멜라스 애쉬는 자신의 연구를 보조할 뿐이며, 연구의 주 지시는 자신이 하고 있다고. 오멜라스 애쉬라는 인물은 엡실론 메이가를 보조해주는 역할이라고.
“메이가. 메이가. 이번에 말씀했던 이 안건은요. 이렇게 하면 될 것 같습니다.”
애쉬는 똑똑하지만 멍청한 여자였다. 메이가는 애쉬의 멍청함을 비웃고, 그녀의 영민함에 감탄했다. 메이가가 이론적으로 가능한 안건을 제시하면, 애쉬는 일주일에서 한 달 내로 문제점을 보완하고 더 탄탄하게 만들어서 가져왔다.
“역시 애쉬. 너는 훌륭한 내 조수야. 내가 원하는 걸 정확하게 파악했는걸?”
애쉬는 메이가가 자신을 ‘친구’로 대해준다는 사실에 기뻤다. 메이가는 애쉬가 자신을 친구로 여긴다는 사실이 우스웠다. 엘프와 인간이 친구라니, 그녀는 애쉬의 헛된 꿈을 자주 속으로 비웃었다.
“아, 아닙니다! 메이가 당신이 방향을 잡아줘서 그렇습니다!”
“너는 아직 조수라서, 이번 안건도 내 이름으로 발표하려고 하는데. 괜찮지?”
“네! 괜찮습니다!”
애쉬는 메이가가 무리한 요구를 해도 괜찮다고 말했다. 메이가는 그런 그녀가 좋았다. 메이가는 이렇게 영원토록 그녀가 자신과 함께 연구 생활을 했으면 하고 바랐다. 그러면 엡실론 메이가는 영원히 천재로 남을 것이고, 그녀를 뛰어넘을 뻔했던 알량한 재능을 가진 오멜라스 애쉬는 역사의 뒤안길에서 자신에게 꽃가루를 뿌려주리라.
“애쉬.”
“네!”
애쉬는 메이가와 친하다는 사실을 가문의 영광으로 알고 있었다. 메이가는 그녀의 이런 고분고분한 태도와 자신에게 던져주는 업적이 너무도 좋았다.
****
“질문 있습니다.”
“네. 뭐죠?”
“저번에 발표하셨던 [불 마법을 이용한 효율적인 마도구의 동력원 개발] 13p를 보시면, 현재 나와 있는 불 마법의 효율 개선 공식을 적어두셨는데, 이 개선 공식의 구체적인 수식이 잘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서, 여기서는 주문 시간을 줄이는 것과 동시에 지속적인 마나 소모를 줄이는 방식을 서술하고 있는데, 어떻게 이 공식이 진행되는지…….”
“어…….”
애쉬와 함께한 5번째 학회 발표회에서 메이가의 민낯이 조금 드러났다. 그녀는 당황한 얼굴로 질문자를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뭐지? 저 연구에서 개선했다던 공식은 대체 무엇이지? 뭐였더라? 말을 더듬으며 눈을 이리저리 굴리던 메이가는 다급히 애쉬를 가리키며 말했다.
“제 조수가 설명해줄 겁니다.”
애쉬는 갑작스럽게 자신을 지명한 것에 놀라서 주변을 둘러보다가 펜을 들었다.
“아, 네. 이 수식은 어떤 방식이 적용되냐면…….”
긴장한 얼굴의 애쉬가 설명을 시작했다. 그녀의 설명을 들으며, 메이가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던 자신을 눈치채고 고개를 돌렸다. 좌석에 앉아있는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애쉬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녀보다 못생기고, 멍청하고, 혼자서는 할 줄 아는 것 하나 없는 조수를 쳐다보고 있었다.
메이가의 이빨이 뿌득 갈렸다. 사람들이 애쉬를 바라보고 있었다. 오멜라스 애쉬는 웃으면서 활기찬 얼굴로 제 천재성을 유감없이 드러내고 있었다. 메이가가 제대로 모르는 지식을 뽐내듯이 선보이는 그 모습은 건방지기 짝이 없었다.
“이상입니다.”
짝 짝 짝 짝
박수가 울려 퍼졌다. 간헐적으로 움직이던 손바닥에 하나하나 박자를 더하여 해일과 같이 울려 퍼졌다. 멀리 좌석 꼭대기에서 흡족한 얼굴로 애쉬를 보는 마탑주가 있었다. 그는 뿌듯한 표정으로 제 손뼉을 짝짝 마주치고 있었다. 사람들이 애쉬에게 호응을 보내고 있었다. 메이가 자신의 앞에서, 천재가 두각을 드러내고 있었다.
메이가는 그 모습이 너무나 싫었다.
****
방에 돌아온 그녀는 들고 있던 서류 더미를 바닥에 내팽개쳤다. 애쉬는 꿈에 젖은 듯 몽롱한 표정으로 천장으로 고개를 치켜들고 있다가 메이가의 급진적인 태도에 화들짝 놀라서 몸을 떨었다. 그녀는 다시 몸을 움츠리고, 자리에 앉았다. 메이가는 애쉬를 쳐다보고 말했다.
“너. 네가 잘난 거 같지?”
“네?”
“잘난 척하지 말란 말이야. 어? 네가 잘난 듯이 굴지 말라고! 내 앞에서 그렇게 발표를 잘하면 내가 뭐가 되는 데? 날 망신 주려고 그런 거야? 적당히 해야 할 거 아니야! 적당히! 네가 그렇게 잘났어? 은혜를 몰라? 내 덕분에 이렇게 잘된 거잖아! 네가! 나 덕분에 인정받고 있는건데! 내가 너를 키워준건데! 이런 식으로 나한테 대들어!”
“아, 아……. 그…….”
메이가에게 멱살을 잡힌 애쉬가 벌벌 떨고 있었다. 그녀에게 신앙과 다름없었던 메이가가 분노를 표출하고 있었다. 메이가의 눈동자가 분노로 이글거리고 있었다. 애쉬는 그 눈이 너무도 무서웠다. 그녀는 눈을 질끈 감으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어차피 나도 알고 있던 거였어. 응? 너한테, 너한테 내가 그냥 적당히 설명할 기회를 주려고! 너한테 나름대로 뭐 하나 떠먹여 주려고 그런 건데! 이런 식으로 잘해버리면 내가 어떻게 되겠냐고! 이런 식으로 굴면 나 정말 실망할 거야.”
“네, 네! 알겠습니다…….”
애쉬는 기가 죽어 있었다. 그녀가 너무 침울한 것도 좋지 않았다. 메이가는 그녀를 끌어안고 다시 다정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애쉬. 네가 재능이 뛰어난 아이라는 걸 알아. 그런데, 넌 아직 세상에 나오기 부족해. 응? 내가 널 이끌어주는 거니까. 고맙게 여기고 얌전히 있으라고. 알았지?”
“네…….”
애쉬가 고개를 푹 숙인 채 작은 소리로 대답했다. 메이가는 그 목소리조차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녀는 눈을 부릅뜨고 애쉬를 쳐다보며 물었다.
“대답이 작네?”
“네!”
그녀는 평소대로 우렁차게 대답했다. 메이가는 그 목소리가 마음에 들었다. 마음에 드는 구석 하나 없는 그녀에게서 유일하게 메이가가 좋아하는 부분이었다. 애쉬를 떠나보내고 나서 메이가는 다시 책상 앞에 앉아 숨을 돌렸다. 손톱을 깨물며 머리를 싸매고 있었다. 낭중지추라, 주머니 속의 송곳은 언젠가 제 모습을 드러내기 마련이라고 하던데.
애쉬를 꼭꼭 숨기고 있어도 그녀는 끝내 제 천재성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었다. 그녀가 완전히 제 재능을 개화하는 순간, 메이가는 방구석 뒷방의 늙은이가 되고, 금세기 최고의 마법사라는 칭호도 잃고 말 것이며 애쉬는 더욱 찬란하게 빛나리라.
메이가는 그걸 상상만 해도 비참해지는 것 같았다.
*****
6번째 발표회. 메이가는 애쉬를 데리고 나오지 않았다. 마탑주는 그녀의 행동이 아쉬운 듯 입맛을 쩝쩝 다시고 있었지만, 그녀로서도 뭐라고 할 방법이 없었다. 조수를 데리고 나올지 나오지 않을지는 메이가의 재량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녀가 단상 위에 올라서서 차분하게 설명을 시작했다.
이번에도 역시 혁신적인 개선안을 들고나온 그녀였다. 사람들은 역시 메이가라며 그녀의 재능에 감탄하고, 이번에 나온 새로운 발전안을 어떻게 설명하고 어떻게 적용할지 토론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메이가는 애쉬가 없는 발표회에서, 비로소 자신이 주인공이 된 듯한 느낌을 받았다.
이번 발표회의 숨겨진 주역 역시 애쉬였기 때문이었다. 어느 마법사가 손을 들었다. 발표회에서는 반드시 질문을 받아야 했다. 메이가는 경련이 일어나는 입술을 애써 억누르고 웃는 낯으로 물었다.
“무슨 일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