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Character is the Villain RAW novel - chapter 389
“오멜라스 애쉬 양은 오늘 오지 않았습니까?”
“‘제’ 발표회입니다. 크리스.”
크리스라고 불린 마법사는 입맛을 다시며 고개를 저었다. 다른 마법사가 손을 들었다. 그가 물었다.
“이번 발표, 참 인상 깊게 들었습니다. 연구하느라 고생하셨을 것 같고요. 다만, 해당 분야의 전공자로서 궁금한 게 하나 있습니다. 이 수식을 적용하면. 마나 역전 현상이 간헐적으로 일어나서 마도구 자체에 결함이 생기는 문제가 있을 듯한데 이 부분은 어떻게 해결을 하실 생각입니까?”
“네?”
메이가는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가 다시 슬쩍 서류를 보았다. 하지만 그곳에는 결함에 관한 내용은 없었다. 다른 사람도 연이어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문제점을 보완할 방법으로 여기 있는 이 방식을 예시로 드셨는데, 이 방법을 사용하면 초기 비용이 많이 듭니다. 이 금전적인 부분은 어떻게 해결하실 생각입니까?”
“아…….”
메이가는 눈을 굴리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받아보는 질문 공세 앞에서 그녀는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옆을 보았지만, 애쉬는 없었다. 그녀 스스로 이 문제에 대해 고찰해본 적 없었기 때문에 더욱 난감했다. 이건 애쉬의 독자 연구 중 하나였기 때문이었다. 그녀가 개입한 적 없는, 애쉬 스스로 연구해낸 논문 중 하나.
메이가는 애쉬에게 ‘발표회’에서 이 논문을 검증받아보겠다며 이 논문을 들고 발표를 했었다. 몇 번에 걸친 발표회에서 성공에 취한 그녀는 이미 성장할 동력을 잃어버린 상태였다. 그녀에게 남은 것은 남의 논문을 이용하며 실적을 빨아먹는 인생뿐이었다.
하지만 그마저도 쉽지 않음을 지금 이 자리가 증명하고 있었다. 메이가는 눈을 핑핑 굴리더니 혀를 차며 말했다.
“그 부분은 미처 생각을 못 했군요. 추후 보완의 여지가 있어 보이니, 더 연구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미완성된 연구를 발표회에 낸다니 너무한 거 아닙니까?”
기다렸다는 듯이 항의가 쏟아졌다. 메이가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질투에 눈먼 마법사들이 자신을 물어뜯으려 들었기 때문이었다.
“발표회에는 내부 검증이 완료된 연구만 발표하게 되어 있지 않습니까?”
“메이가. 당신이 아무리 업적이 훌륭하더라도 시험작을 발표회에 내놓는 것은 옳지 않은 행동입니다.”
메이가의 얼굴이 비틀렸다. 그녀는 가까스로 분노를 참았다. 모조리 뒤엎고 나가고 싶었지만, 명성을 위해 한 번 더 참아야 했다. 그녀는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죄송……. 합니다. 여러분…….”
*****
메이가의 사무실 안에서 애쉬는 긴장이 가득한 얼굴로 메이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메이가가 애쉬의 논문을 대신 발표해준다며 혼자 발표회장으로 향했기 때문이었다. 대체 어떤 평가를 들을까 애쉬는 정말 궁금했다. 메이가가 문을 박차고 들어오자, 애쉬는 번개처럼 일어나서 메이가에게 말했다.
“잘 다녀 오셨…….”
하지만 그녀의 말은 끝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메이가의 악귀처럼 뒤틀린 얼굴을 쳐들고 애쉬를 바닥에 밀쳤기 때문이었다.
“감히! 미완성된 원고를 나한테 줘? 날 엿먹이려고 그런 거야?”
“네? 아, 그, 그게…….”
“너 때문이야! 너 때문에 내가 개망신을 당했다고! 사과해! 무릎 꿇고 사과하라고!”
“죄,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정성이 안 들어가 있잖아! 당장 제대로 사과하란 말이야! 이 병신아!”
“죄,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애쉬는 자신이 왜 사과하는지 몰랐다. 하지만 그녀가 존경하는 메이가가 화를 내고 있으니 사과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메이가는 숨을 거칠게 내쉬며 말했다.
“너, 넌 앞으로 개인 연구는 금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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뿔 달린 악마가 나타났다는 소식은 마치 괴담인 듯 민담인 듯 우스꽝스럽게 변질되어 마탑에 퍼졌다.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며 농담거리로 써먹던 마법사들 앞에 굳은 얼굴의 왕국 사신이 나타나 악마들의 침입을 막을 방법을 내놓으라며 다그칠 때가 돼서야, 그들은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났음을 알 수 있었다.
“악마들의 침입을 막을 방법을 연구하라는 게 말이 돼? 아무 자료도 없잖아. 단서도 없고. 허공에서 공간을 찢고 들어오려는 놈들을 어떻게 막아?”
마법사들이 모두 모여 회의를 진행하고 있었다. 맨 상석에 앉아있는 메이가는 얼굴을 찌푸리며 이번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녀로서는 이번 건은 정말 불가능해 보였기 때문이었다. 악마들이 차원 찢고 나타나는 것은 정말 전례가 없는 일이었다. 용맹한 전사들이 모두 모여서 열심히 악마들을 막아내고 있었지만, 마치 팽팽한 물풍선에 구멍이 뚫린 것처럼 악마들은 졸졸졸 물량을 채워서 다시 돌격하곤 했다.
그런 고차원적인 문제는 마법사가 해결할 영역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메이가에게 있어서 다른 차원이나, 다른 세상은 아예 전공 분야 밖의 문제였기 때문이었다.
“시작부터 그렇게 말하는 건 좋지 않습니다. 메이가님. 아직 연구 단계는 시작도 하지 않았지 않습니까?”
그녀는 어디까지나 원소를 다루는 마법사였으며, 최근 들어서는 다양한 방면에 마법을 응용하여 결과물을 내놓는 천재로도 명성이 높았다. 마탑주는 그렇게 이름 높은 여인이 다른 마법사들의 사기를 꺾는 발언을 하는 게 탐탁지 않게 느껴졌다. 메이가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차라리 공격마법을 연구해서, 입구 위에 마법을 덮어씌워 버리는 게 나을 거라고 봐. 아주 강대한 마법진을 펼쳐서 저 악마들이 들어오기 전에 타죽게 만드는 거지.”
“그 방법은 한계가 있습니다. 부서진 댐 일부를 진흙으로 틀어막는다면 물줄기는 멈추겠지만, 언젠가는 다시 구멍이 뚫려 홍수를 일으키겠지요. 우리 대에서 이 문제를 끝내야 합니다. 임시방편으로는 안됩니다. 우리는 저 악마들이 사는 세상에 얼마나 강한 존재가 있는지도 모르고 있지 않습니까? 마계와의 연결을 끊어야 합니다.”
“난 몰라. 모르겠어.”
메이가는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 회의록을 집어던져 버렸다. 마탑주는 한숨을 푹 쉬며 옆을 바라봤다. 마탑주의 옆에는 오멜라스 애쉬가 있었다. 메이가는 그녀의 존재가 매우 거슬리는 듯했지만, 뭐라고 하지는 않았다.
마탑주는 애쉬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물었다.
“오멜라스 애쉬. 네 의견은 없느냐?”
메이가는 마탑주의 대책 없는 질문에 짜증을 냈다.
“마탑주. 당신이 그 아이에게 거는 기대감이 얼마나 큰지 모르겠는데, 지금 여기서 그런 질문이 말이 된다고 생각해? 고작 20살짜리 애가 무슨 생각이 있겠어?”
“아, 그게…….”
애쉬는 눈을 이리저리 굴리며 망설이고 있었다. 메이가는 눈을 찌푸리며 애쉬를 노려봤다. 애쉬는 그녀의 매서운 눈빛에 고개를 떨구다가 입을 열었다.
“그, 가설이 하나 있습니다.”
그녀의 대답에 메이가의 눈이 크게 뜨였다. 메이가 만큼이나 의욕이 없던 다른 마법사들도, 절망적인 자세로 앉아있던 마법사들도 전부 고개를 들었다. 마탑주가 흐뭇한 얼굴로 애쉬를 바라보고 있었다. 애쉬는 얼굴을 붉게 물들인 채 자리에서 일어나서는 자신의 가설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게, 그……. 이건 어디까지나 가설의 영역입니다만, 얼마 전에 메이가님의 명령대로 드워프 왕국 근방을 조사하다가, 마력이 짙게 깔린 경계면을 발견했습니다. 메이가님은 마석 광산의 잔여물일 거라고 하셨지만, 그래도 제가 호기심에 그……. 몰래 조사를 해봤는데…….”
정말 건방진 제자였다. 그녀는 메이가의 명령을 무시하고 몰래 개인 연구를 진행하고 있었다. 그런 시간을 주지 않기 위해 온갖 허드렛일에 부당한 연구까지 시켰는데도 그녀는 짬짬이 개인 연구를 진행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메이가의 이빨이 뿌득 갈렸다.
“경계면의 형체와 기울기를 통해 계산해본 결과, 이건 거대한 원형으로 대륙 전체를 덮을 수 있는 크기라는 계산이 나왔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거대한 원형을 유지하는 마력은 보통…….”
“마법진이로군.”
마탑주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애쉬는 그의 호응에 조금 기운이 난 듯 고개를 끄덕이며 조금 더 큰 목소리로 말했다.
“네, 그렇습니다. 마법진입니다. 그때는 그냥……. 그, 제가 현재 개인 연구가 금지된 상태라서 조사하지 않았습니다만, 이 마법진과 지금 악마들이 튀어나오는 것이 어떤 긴밀한 연관이 있지 않을까 합니다.”
“개인 연구가 금지됐다고?”
마법사들이 웅성대며 메이가를 바라봤다. 메이가는 그들의 주의를 돌리기 위해 외쳤다.
“지금 당장 중요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어서 그런 것뿐이야. 너희들은 그런 적 없어?”
자료를 훑어보던 다른 마법사가 말했다.
“비밀리에 대체 얼마나 거대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기에 5달이나 개인 연구를 금지하셨소? 보통은 2달이면 끝나고, 5달 이상 걸리는 장기 프로젝트면 인력 충원을 요청하는 게 정상이요.”
“비밀인데 왜 그걸 말해야 하지?”
메이가는 당당하게 대꾸했다. 하지만 그녀의 얼굴에는 식은땀이 주르륵 흐르고 있었다. 그녀는 지금 이 자리가 너무도 고통스러웠다. 마탑주는 주변을 둘러보고 상황 중재에 나섰다. 메이가는 지금 이 순간 죄인처럼 고개를 숙이고 가증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는 애쉬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조용히 해주시오! 일단 지금 당장 시도해볼 만한 단서가 튀어나왔소! 아무도 몰랐던 마법진이 대륙 전체에 깔려있다? 당장 이 마법진의 역할이 무엇인지 알아내야 합니다. 모든 마법사는 현재 진행 중인 연구를 중단하고 이 마법진 해석에 매달리도록 합시다.”
메이가는 자리에 앉은 채 손가락을 탁탁 두드렸다. 마탑주는 자리에서 떠나지 않으려는 애쉬를 슬쩍 밀며 회의장에서 내보냈다. 사람들이 모두 빠져나간 회의실에서, 혼자남은 메이가는 이를 갈았다.
****
2주 동안 마탑의 전 인원이 마법진에 매달렸다. 이 마법진은 자신들이 할 수 없는 고차원적인 설계로 촘촘히 짜인 아주 경이적인 것이었다. 마탑주는 마법진의 수식 하나하나를 훑어보면서도 머리를 싸맸고, 다른 마법사들도 마찬가지였다. 메이가 역시 생전 처음 보는 마력 배열에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었다.
그들의 중심에서 모든 걸 해석하고 있던 여인이 바로 애쉬였다. 메이가는 다른 마법사들과 마찬가지로 애쉬에게 마법진의 수식을 제 나름대로 배열해서 건네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그녀는 일개 심부름꾼으로 전락한 자신의 모습이 너무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애쉬가 앉아있는 저 자리가 자신의 자리여야 했기 때문이었다.
애쉬는 건방지게도 누가 들어오든 간단하게 인사만 한 채 서류를 받아들고 연구에만 매달렸다. 정말 누가 들어와도 마찬가지였다. 마탑주가 들어와서 해석이 필요한 부분을 건네줘도, 메이가가 들어와서 해석이 필요한 부분을 건네줘도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애쉬가 자신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이 서류만 받아들고 연구에 매진할 때 더없는 굴욕감을 느꼈다.
“말도 안 돼.”
그녀는 비루한 재능을 가진 어중이떠중이가 아니었다. 메이가는 자신이 천재라고 확신했다. 그녀는 천재여야 했다. 마탑 최고의 마법사여야 했고, 누구도 자신을 무시할 수 없었다.
*****
다시 2주가 지나고 나서야 그들은 마법진의 편린을 해석할 수 있었다. 마탑의 모든 마법사가 모인 결과물이었다. 해석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 애쉬는 이미 마탑 최고의 마법사 중 한 명으로 떠받들어지고 있었다. 이번 일이 끝나면 그녀가 훈장을 받으리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메이가는 그녀가 떠받들어지는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마법진의 해석 결과를 발표합니다. 해석 결과, 이 마법진은 일종의 결계로서 외부 세계와 우리 대륙을 완전히 분리하는 역할을 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대륙 전역을 돌며 해당 마법진의 형태를 찾은 결과, 아힐데른 인근에서 해당 마법진의 일부가 소실된 걸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아힐데른에서?”
자신의 고향 부근에서 마법진이 부서졌다는 말에 그녀가 놀라서 일어났다. 발표를 진행하는 마법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렇습니다. 아힐데른 근처에서 알 수 없는 이유로 마법진이 부서져서, 괴물들이 뚫고 들어온 틈이 생긴 것입니다. 현재 연구팀에서는 이 마법진을 수리하는 것으로 다시 마계와 우리 대륙 사이의 경계를 끊어낼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뒤이어 마탑주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방금 발표한 내용대로 왕국의 전사들을 지원받아 마법진이 부서진 위치로 가고자 합니다. 지원자 있습니까? 이번 일은 아주 위험할 수도 있으므로, 목숨은 보장할 수 없습니다.”
메이가가 그 말을 듣고 입을 열었다.
“애쉬도 가는 건가?”
마탑주는 그녀를 보고 눈을 살짝 찌푸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메이가는 손을 번쩍 들었다.
“나도 가겠어. 아힐데른 근처면 현지인이 가는 게 유리하니까.”
마탑주는 한숨을 쉬면서도 그녀의 출전을 허락했다. 허락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메이가는 가슴이 뛰는 걸 느꼈다. 이번 일이 해결되면, 애쉬는 자신이 따라올 수 없을 만큼 멀리 갈 테니까. 그 전에 그녀를 끌어내리기 위해선 이 방법밖에 없었다. 메이가는 다시 한번 자신의 마음을 가라앉히고, 회의가 끝나자마자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애쉬의 방문 앞, 사람들이 바글바글 모여서 그녀의 안위를 빌어주고 있었다. 실력이 모자라서 출전하지 못한 마법사들과 나이가 많아서 출전하지 못한 몇몇 마법사들이 그녀를 걱정하고자 모여들었다. 하지만 같이 출전하는 메이가를 걱정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교활한 년.”
메이가는 다시 한번 그녀에 대한 적의를 불태웠다. 사람들이 모두 사라질 때까지, 그녀는 그 자리에 조용히 숨어서 때를 기다렸다. 마지막 남은 마법사까지 전부 전송한 애쉬가 한숨을 돌릴 때, 메이가는 애쉬에게 다가갔다.
“아, 앗……! 메이가님!”
애쉬는 여전히 구김살 없는 얼굴로 그녀를 대했다. 메이가는 주변을 둘러본 다음 그녀의 어깨를 잡고 방으로 밀어붙였다. 처음 보는 그녀의 방은 온갖 잡동사니와 노트로 가득했다. 바닥에는 연구 일지가 한가득하였다. 애쉬가 말했다.
“아, 그……. 어릴 때부터 한 번씩 고민해보거나, 그……. 해보고 싶었던 것들을 실험해본 것들이에요. 발표할 만큼 대단한 건 아니어서 그냥 다 쟁여두고 있지만요.”
“……확실히 그러네.”
메이가는 고개를 끄덕이며 종이를 넘겼다. 그녀는 애써 표정관리를 하고 있었다. 이건 보물 더미였다. 톡톡 튀고 기발하면서,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무장한 보물창고. 메이가는 이걸 원해서 애쉬의 방에 들이닥쳤다.
“이것들 전부, 한 번 읽어봐도 되겠니? 이번 사건이 완전히 정리되면 돌려주도록 할게.”
“네! 얼마든지요. 그리고…….”
“그리고?”
“메이가 님이 실례가 안 된다면, 꼭 같이 돌아와서 제 연구를 더 봐주셨으면 해요.”
애쉬는 메이가의 옷깃을 잡으며 수줍게 말했다. 메이가는 웃으면서 말했다.
“당연하지. 애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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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힐데른으로 가는 길은 순탄치 않았다. 메이가는 날 선 표정으로 손가락에 마력을 가득 모은 채 주변을 둘러보고 있었다. 기사들은 신경이 곤두선 채 몇 번이고 주변을 둘러보며 무기에 손을 댔다. 마법진으로 보호되는 마탑의 경계를 벗어나는 순간부터 위협적인 마력을 느낀 악마들이 계속해서 그들에게 몰려들었기 때문이었다.
애쉬는 일행 한가운데에 앉아서 기사들에게 보조마법을 계속해서 걸어주었다. 원소 마법보다는 연구에 특화된 그녀로서는 이게 최선이었다. 메이가는 자신의 모습이 꼭 애쉬를 호위하는 호위병이나 시종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매우 불쾌했다. 지금 애쉬가 앉아있는 자리가 자신의 자리였어야 했다는 생각이 머리를 맴돌았다.
메이가는 지금도 자신이 저곳에 앉아 영웅이 되는 상상을 했다. 그녀를 호위하는 기사들과, 돌아온 자신을 찬양하는 수많은 인간. 그녀는 아힐데른뿐만 아니라 인간들에게도 존경을 받는 마법사가 되고 싶었다.
“저기! 저곳이에요!”
애쉬의 손가락 방향에 따라 사람들이 움직였다. 메이가는 느낄 수 없는 어떤 예민한 기척을 애쉬는 느끼고 있었다. 미미하게 마법진과 비슷한 느낌을 가진 마력이 느껴진다고 하는데, 메이가로서는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메이가는 애쉬가 느끼는 저 ‘느낌’이 잘못된 것이길 바라고 있었다.
으스스한 기운이 주변을 맴돌고 있었다. 악마들보다는 유령을 걱정해야 하는 게 아닐까 싶을 만큼 세상이 가라앉아 있었다. 선두에 선 메이가는 얼굴을 찌푸렸다. 애쉬가 향하고 있는 곳은 아힐데른의 묘지였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매우 부정적인 반응을 드러냈다.
“저기, 이거 확실해? 이쪽으로 가는 게 맞아?”
“네. 기운이 이쪽에서 느껴져요.”
“여긴 묘지야. 무슨 말인지 알겠어? 여긴 우리 아힐데른의 조상들이 묻혀있는 묘지라고, 그런 곳에 이 많은 사람을 전부 들이라는 거야? 안에 들어갔는데 아무것도 없으면, 그 책임은 누가 질 건데?”
“메이가님. 전부터 계속 애쉬 님에게 날 선 반응을 보이시는 데, 감정싸움은 이쯤 해주시지요. 이 문제는 저희가 어떻게 아힐데른 측과 이야기를 해서…….”
“애쉬 ‘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