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Character is the Villain RAW novel - chapter 41
나는 내 스텟과 이브의 스텟을 다시 한 번 비교해보면서 고민에 빠졌다. 이거 이길 수 있을까? 파도를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었기 때문에 내 쪽에서 기습 공격을 하는 건 불가능했다. 거기다 이브 옆에는 용사가 꽁꽁 묶인채 서있어서 잘못 공격하면 그녀가 위험해질 가능성이 컸다.
“그래….. 뭐, 아무튼 네가 그 사제장이라 치고. 사제장이면 그래도 다른 놈들보단 좀 솔직하겠네? 그렇지?”
“그렇지요. 남부 사제장이라는 과분한 직위를 받아서, 그에 부끄럽지 않게 살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래. 그럼 하나만 묻자. 얘가 애인이 있다고 하는데, 걔가 누구지?”
용사는 얼굴을 붉힌 채 고개를 슥 돌렸다. 나와 같이 타고있던 선언들도 이브의 이런 완만한 태도가 낯선것인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나도 이브가 왜 이딴 걸 묻는 지 알 수 없었다. 진짜로 레즈 NTR이 취향인 년인가?
“아힐데른의 공주. 에힐데른 에리나입니다.”
“공주? 확실한거지? 공주라고? 하, 씨발 이거 거물이었네.”
이브는 용사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씩 웃었다. 용사가 작은 목소리로 이브에게 뭐라고 속삭이는 게 보였다. 이브는 그 말을 듣고 고개를 젓더니 이렇게 말했다.
“안돼. 방금 이야기를 들어보니까 마음이 바뀌었어. 널 안풀어주면, 공주가 널 구하러 올거 아니야? 사람이 살면서, 공주도 한 번쯤은 따먹어봐야 하지 않겠어? 너 그 공주랑 밴대질 해봤냐?”
분위기가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이브가 칼을 뽑아들고 선원들의 머릿수를 가늠하기 시작했다. 나도 메이스를 쥐고 이브를 쳐다봤다. 이브가 용사를 곱게 풀어주기만 한다면 그냥 데리고 돌아갈 생각이었는데, 이 년은 그럴 생각이 없어보였다.
그녀는 입을 쩍벌리며 호전적인 미소를 지었다. 이빨이 날카롭게 갈려서 하나 하나가 송곳니 같았다. 용사가 이브의 품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발버둥치고 있었다. 이브는 용사의 머리를 손으로 짓눌러 갑판에 고정시켰다. 그리고 칼로 내 배에 타고있는 선원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돌아갈 때 선원이 이렇게 많을 필요는 없잖아? 너, 네가 우리 에이에이의 애인인 그 공주랑 서로 친분이 있다고 했지? 너랑 선원 한 명만 딱 살려줄테니까. 살아남을 선원을 네가 골라라.“
그녀는 대놓고 선원들을 전부 죽이겠다고 선언했다. 내 배에 타고 있던 선원들이 당황한 얼굴로 서로 바라보고, 다시 나를 쳐다봤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그런 식으로 추하게 돌아올거라면 올 생각도 하지 않았다.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하시네요. 여기까지 와서 그냥 돌아가라고요?”
“씨발 아직 손 안댔으니까 돌아가라고 기생오라비같이 생긴 사제 새끼야.”
오랜 고민 끝에 나는 결론을 내릴 수 밖에 없었다. 지금 이 자리에서 이브 이 년의 머리를 깨부수고 용사를 구해야 했다. 이 년 말대로 돌아가면, 용사는 이브한테 따먹힐거고, 에리나도 NTR 당한다. 그 꼴은 눈뜨고 볼 수 없었다.
이브의 배에 타고있던 선원 중 하나가 이브에게 말했다.
“서, 선장님. 그래도 저 쪽은 대천신교의 사제장 님이신데, 너무 자극하시면….”
이브는 눈을 크게 뜨고 자신에게 말을 건 선원을 쳐다봤다. 그녀의 동공이 빠르게 수축하며 선원을 노려보고 있었다. 그녀는 용사를 바닥에 내팽개쳤다. 다른 선원들이 용사를 갑판 구석으로 데려갔다.
이제야 눈에 들어온 사실이지만 이브의 선원들은 전부 여자였다. 한 미모하는 여인들이 억센 뱃일에 시달린 듯 피곤한 얼굴로 이브를 따르고 있었다. 이브와 눈이 마주친 선원이 뒤로 슬금슬금 물러나며 말을 흐렸다.
“뭐라고?”
“아니, 그러니까…. 대천신교에서 사람들이 막 오면….그러니까…..선장님이라도….”
“씨발 내가 우습냐?”
“아, 아닙니다…서, 선장님…살려…살려주세요….제발요….”
“씨발 내가 우습냐니까? 내가, 씨발 얼마나 개좆으로 보였으면 이딴 소리를 하지?”
이브는 자신의 선원 멱살을 붙잡고 뒤흔들기 시작했다. 우리 배에 타고있던 선원이 내게 속삭였다.
“지금이라도 배를 물리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아니요. 우린 싸웁니다. 전투 준비하세요.”
대충 훑어봐도 이브를 제외한 다른 선원들은 다 한주먹거리였다. 내가 용사만 어떻게 구해서 버프 잔뜩 걸어주면, 제 아무리 인어의 축복을 받은 년이라도 인어 사시미나 인어 갈비로 만들어버릴 수 있었다.
“꺄아아아악!”
이브의 해적선에서 비명이 울렸다. 방금 전 이브에게 조언했던 선원이 배를 움켜쥔 채 창백한 표정으로 이브를 쳐다보고 있었다. 입가에선 피가 주르륵 흘러내리고 있었고, 이브의 칼날이 그녀의 배를 꿰뚫었다. 날카로운 곡도를 꾹 쥔 이브는 이를 갈며 선원을 노려보고 있었다.
“끄어어억…끅…..”
이브가 칼을 뽑아내자, 선원은 피를 토해내며 바다로 떨어졌다. 방금 전 돌발 상황에 기가 눌린 우리 선원들이 뒤로 슬금슬금 물러나기 시작했다. 싸우자는 내 말도 무시하고 일단 도망칠 생각인것 같았다. 이브는 칼을 닦아내더니, 앞머리를 돌리는 내 배를 보고 소리쳤다.
“씨발! 내가 조건을 걸었는데 도망을 쳐? 대천신교 사제장이고 나발이고 전부 가죽을 벗겨주겠어!”
그렇게 소리친 이브가 모자를 바닥에 던지고, 바다 속으로 뛰어들었다. 갑자기 선장이 사라진 배가 우왕좌왕하더니 우리 배에 자신들의 배를 더욱 가까이 붙이기 시작했다. 나는 고민할 시간이 없었다.
“으랴앗!”
나는 기합을 내지르며 이브의 배 위로 올라탔다.
쾅!
동시에, 내가 타고있던 배 밑바닥에서 폭탄이 터지는 듯한 물보라가 일며 배가 두조각이 났다. 선원들이 배 갑판으로 솟구친 파도에 휩쓸려 전부 물귀신으로 변하고 있었다. 갑판에서 간헐적으로 피보라가 일어나며, 저 쪽 배에서 일방적인 학살이 일어나고 있다는 걸 눈치챌 수 있었다. 이브의 선원들은 벌벌 떨면서도 무기를 들고 내 앞을 가로막았다.
“머, 멈추세요… 제발…. 우, 우리가 당신을 막지 못하면…..저희도…..”
깡!
나는 선두에서 나를 온전하게 설득하려고 한 여성의 머리에 메이스를 후려갈겼다. 머리가 움푹 패인 여성이 바닥에 픽하고 쓰러졌다. 대충 돌아가는 분위기를 보니 아무래도 이브에게 협박이나 어떤 강압을 받고 선원이 된 사람들이 대부분인듯 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딴 걸 들어주며 공감해줄 시간이 없었다. 내 앞을 가로막으면 뒤진다는 걸 확실하게 알려주는 게 오히려 더 편했다.
한명이 죽는다고 해서 선원들의 전의는 꺾이지 않았다. 나는 구석에 박혀있는 용사를 구하기 위해 선원들을 일격에 죽여나가며 앞으로, 앞으로 나아갔다. 유쾌한 타격음에 어울리지 않게, 선원들은 코피를 뿜어내며 그 자리에서 절명하고 있었다.
이미 내가 타고있던 배는 산산조각이 나있었다. 시체들이 둥둥 떠다니며 적조 현상을 연상케 할만큼 붉은 피를 쏟아내고 있었다. 아직 가라앉지 않은 갑판 위에 주저앉은 이브가 피에 절은 자신의 옷에서 물을 짜내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의 배에 내가 올라탄걸 보고 가소롭다는 듯이 입꼬리를 쳐올렸다.
나는 선원들을 헤치고 바닥에 묶여있는 용사에게 다가갔다.
“블레스.”
[블레스]대상의 체력 공격력 방어력 속도를 증가시킵니다.
용사에게 버프 마법을 걸어주니, 그녀는 단숨에 쇠사슬을 끊어내고 심호흡을 했다. 용사가 풀려나자마자 선원들이 도망치듯 여기저기로 흩어졌다.
동시에 물 속에서 튀어오른 이브가 갑판 위에 올라타서 우리 둘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녀는 바닷물에 젖은 머리카락을 쓸어올리며 말했다. 그녀는 용사가 풀려났음에도 아주 여유만만한 태도로 칼을 휘적휘적 허공에 휘둘렀다.
“둘이면 이길거 같냐?”
용사는 바닥에 떨어져 있던 칼을 주워들었다. 해적들이 주로쓰는 곡도였다. 용사는 칼로 이브를 겨눈 채 내게 말했다. 이브에게 들리지 않을만큼 아주 작은 목소리였다.
“사제님. 제게 좋은 생각이 있습니다.”
내가 대답하기도 전에 용사는 갑판에 있는 작은 문에 슬쩍 시선을 주며 말을 이었다.
“이 배 아래층에 인어 한 명이 잡혀있습니다. 이 해적은 그 인어를 아주 아끼는 것 같으니, 저희가 그 인어를 인질로 잡고 협상을 한다면 여기서 빠져나갈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동안 버티실 수 있겠습니까?”
“버틸 수 있습니다. 저 해적은 제…..몸을 원하는 거 같으니까요.“
그녀는 스스로 말하고도 민망한 듯 찝찝한 표정을 지었다.
나는 다시 한 번 용사에게 블레스를 걸어주고 갑판으로 몸을 돌렸다. 제 아무리 이브가 강하다고 해도, 사제장의 버프를 받은 용사라면 조금은 버틸 수 있을 게 분명했다. 이브는 자신에게 달려드는 용사를 아주 귀엽다는 듯이 쳐다보며 칼을 빼들었다.
내 등 뒤에서 대화 소리가 들렸다.
“난, 나한테 깝치는 거 두 번은 안봐준다?”
“이번엔 다를 겁니다. 싸움은 힘으로만 하는 게 아니니까요.”
“씨발, 말 잘하네. 넌 이번에 잡히면 양팔 다 잘라버릴거야. 난 귀찮게 구는 걸 별로 안좋아하거든.”
갑판에 달린 문을 열자, 배 안에 피비린내가 훅 올라왔다. 나는 헛구역질을 하며 자시 바깥 공기를 마신다음 다시 배 안으로 몸을 던졌다. 좁은 복도에서 선원들이 이방인을 경계하며 이리저리 몸을 숨기고 있었다.
나는 그 여자 선원 중 아무나 한 명의 멱살을 붙잡고 물었다.
“여기 인어가 있다고 들었는데,”
“이, 인어요? 인어 씨는 저기 계세요. 제, 제발 살려주세요…..”
비굴할 정도로 내 앞에서 비는 그녀를 내버려두고, 나는 배에 더 깊은 곳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이브의 배는 피비린내도 피비린내였지만, 배 전체에 우울한 기운이 가득했다. 이상할 정도로 인어 조각상이나 인어 그림이 많았고, 인어들의 서식지를 표시한 지도가 방에 걸려있었다.
나는 그 지도를 유심히 보다가 쓸모가 있을것 같아서 일단 챙겨놓기로 했다. 지도 상의 위치는 에스타 인근 해안은 아니었지만, 언젠가는 가볼 일이 있겠지.
그렇게 복도의 끝자락에 도착하면, 문 너머에서 기괴한 신음 소리가 들렸다. 나는 문을 열고 메이스를 들이밀며 외쳤다.
“지느러미 부숴버리기 전에 당장 엎드려!”
“끄으읍….으읍…읍….”
그리고 나는 방 안 풍경을 보고 헛웃음을 치고 말았다. 거세당한 시체들과, 피칠갑이 된 벽면. 그 한가운데에는 맑은 수조가 있었다. 수조 안에는 딜도가 꽂혀있는 인어가 신음을 흘리며 절정을 맞이하고 있었다.
나는 내 예상을 뛰어넘는 괴상한 광경에 정신을 놓을 것만 같았다. 이건 뭐지? 뭐 이런 게 세상에 다 있지? B급 슬래셔 영화 세트장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 지저분하고, 끔찍하며 기분 나쁜 광경이었다.
“끄으읍…끕…끼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