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Character is the Villain RAW novel - chapter 42
나는 용사가 대체 뭘 보고 이브가 이 인어를 아낀다고 말한건지도 알 수 없었다. 애초에 이 인어랑 무슨 관계지? 원작 게임에서 이브는 그냥 줘패면 동료로 들어오는데다가, 떡씬말곤 특별한 컷신도 없는 이벤트 동료였다. 전에 금단의 약도 그렇고 게임 설정을 철저하게 따르면서도 이상한 부분에서 차이가 있었다.
위에서 칼이 맞부딪히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더 시간을 지체할 수는 없었다. 나는 수조를 메이스로 냅다 후려갈겼다. 박살난 수조에서 물이 쏟아져나왔다. 어마어마한 수압이 방과 복도를 시원하게 휩쓸며 내 뒤편에서 선원들의 비명소리가 들렸다. 옆에 세워진 창살을 붙잡고 겨우 버텨낸 나는 바닥에서 팔딱거리고 있는 인어를 쳐다봤다.
그녀는 여전히 끼으윽, 끼읍 거리는 신음성을 흘리며 경련하고 있었다. 이브는 이 여자를 학대하면서 사랑하는 건가? 원작 이브가 미친년이었으니, 이 인어를 사랑한다는 것도 일종의 집착적인 느낌이 아니었을까? 이상성욕자였으니 인어도 강간하는 게 무리는 아니었다.
나는 인어의 가랑이 사이에서 딜도를 뽑아냈다. 루시우스의 물건이랑 비교하면 조금 크기가 작았지만, 그래도 상당한 크기를 자랑했다. 딜도가 뽑히자 덜렁거리며 바닥에 축 늘어졌다. 나는 기분나빠서 그 딜도를 던져버리고 인어의 재갈을 풀어줬다.
“헤헤….헤흐헤헤…..”
눈이 풀린 시점에서 예상했지만, 제정신이 아닌 것 같았다. 어차피 손은 묶여있었으니 이대로 얘를 인질로 잡고 이브를 협박하면 될 것 같았다. 내가 인어를 들어올리려고 손을 뻗자, 인어가 내 손을 슬쩍 피하며 말했다.
“아무 생각없이 시작한 일이 습관으로 굳어진적 있어?”
“뭐?”
“이, 인어 씨가 움직인다!”
뒤에서 선원들이 소리쳤다. 인어가 풀려났다? 하지만 아직 묶여있는데? 분명히 손이 묶여있는데도 선원들이 비명을 지르며 도망치기 시작했다. 용사를 피해 갑판 아래로 내려온 선원들이 다시 갑판으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인어가 조금 힘을 주자, 그녀를 묶고 있던 줄들이 뚝, 소리를 내며 가볍게 끊어졌다. 팔의 자유를 찾은 인어는 몇 번 어깨를 풀며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녀는 방의 공기를 크게 들이마시고 나를 쳐다봤다. 초점이 희미한 푸른 눈이 나를 향했다. 내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으니, 그녀가 내게 다시 말했다.
“마치 습관처럼 하던 일에 중독이 되서 그것만 반복하는 거야. 너는 그런 적 없어?”
위험하다. 나는 직감적으로 이 인어가 위험하다는 걸 깨달았다. 붉은 머리에 푸른 눈을 가진 인어는 초점을 잃은 눈동자로 방 안을 이리저리 훑어보고 있었다. 나는 마음 속으로 인어의 상태창을 열었다.
이름: 셀루
종족: 인어
레벨: 34
스텟
현재 특성이 적용 중입니다.
힘: 110
민첩: 120
지능: 48
행운 : 78
특성
인어의 축복
수중, 수상에서 모든 스텟이 2배로 상승합니다.
어군 탐지
물고기와 대화할 수 있습니다.
나는 일단 메이스를 휘둘렀다. 인어의 축복인지 뭔지하는 씹사기 특성 때문에 스텟이 만만치 않았다. 여기서 날뛰기라도 하면 나도 귀찮아지니 차라리 골통을 부숴놓고 올라가는 게 나았다. 어차피 거리를 벌리고 협박하면 기절한건지 뒤진건지 이브가 구분 못할테니까.
하지만 인어는 내 예상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몸을 숙여서 내 메이스를 피해내더니 바닥을 기어서 방 구석으로 몸을 옮겼다. 다리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인어는 다리 달린 고양이처럼 움직였다. 그녀는 창살에 몸을 바짝 붙인 채 내게 말했다.
“원래 여기 해적섬은 인어들이 살던 곳이었어. 그래서 사람들은 원래 인어섬이라고 불렀지. 그런데, 인어들이 산다는 소문이 나니까 사냥꾼들이 몰려오더라구. 인어의 피는 돈이 되거든. 최음 효과가 있대나. 헤흐…”
인어는 정신나간듯한 웃음소리를 내며 고개를 이리저리 기울였다. 이거 미친년이다. 묶여있어서 그냥 이브한테 학대당하는 년인줄 알았는데 그냥 상호 합의하에 건전한 관계를 즐기고 있던 중이었던 모양이었다.
“그래서 인어가 몇명이나 죽었는지 알아? 나도 100명까지 세다가 관둬서 몰라. 나같이 특수한 애들 말고 인어는 전부 나약하거든.”
확실히 인어들이 전부 이 지경으로 강했으면 이미 바다는 인어들이 지배했을거다. 원작에서도 인어는 개좆밥중에 좆밥 몬스터였다. 인어의 축복이 있어도 기본 스텟은 보통 인간이랑 다를게 없었으니까. 이런 이상한 네임드 개체를 뺀다면.
“인간들은 참 이상해. 인어를 먹고 싶어하고, 또 인어의 피를 뽑고 싶어하면서, 우리한테 성욕도 느끼거든. 저기, 인어랑 인간의 혼혈을 본적있어?”
인어랑 인간의 혼혈이라면 알고 있었다. 바로 지금 갑판에서 우리 용사랑 피터지게 싸우는 이브가 인어랑 인간의 혼혈이었으니까. 스토리에서 따로 언급되진 않는데, 캐릭터 설정란에 짧게 적혀있던게 기억이 났다. 그래서 떡신을 보면 다리에 비늘이 붙어있었고.
“이브는 인어섬에 혼자 헤엄쳐서 찾아왔어. 인간이 너무 싫대. 나는 우리 이브가 저렇게 강하게 자라줘서 얼마나 기쁜지 몰라. 인간들에게 모욕과 핍박을 당한 세월을 셀수가 없어. 우리 인어섬을 인어 군락지라 부르면서, 심심하면 찾아와서 한명씩 잡아가던 그 놈들을 용서할 수가 없어.”
더 지체할 시간이 없는데, 잡기가 마땅치 않았다. 대충 휘두르니 인어는 뱀처럼 유연하게 몸을 비틀며 요리조리 잘 피하고 있었다. 물론 그녀 역시 날 어떻게 하진 못하고 있었다. 저년이 날 물어뜯으려고 들어오는 순간 난 저 년을 인어포로 만들어버릴 자신이 있었다.
그녀는 내 메이스가 닿지 않는 범위를 유지하며 방 안을 이리저리 헤집고 있었다. 나는 메이스를 겨눈 채 그녀를 놓치지 않기 위해 계속해서 몸을 틀었다.
“처음에는 사냥하러 온 인간들만 죽이기로 했어. 왜냐면 사람들을 닥치는 대로 죽이다보면 끝이 없으니까. 우리의 증오와는 별개로 현실이 그러니까. 그래서, 우리 인어들이 다른 섬으로 거처를 옮길 때까지만, 아주 조금만 나쁜짓을 하기로 한거야. 헤흐…”
인어가 히죽히죽 정신사나운 웃음을 흘리면서 고개를 흔들었다. 저 넋이 나간 표정이 정말 기분나빴다. 공포 영화에 등장하는 귀신이 인어 코스프레를 하고 다니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가슴도 훤히 드러내고 있고, 몸매도 괜찮은데다 얼굴도 이뻤지만 도저히 성욕이라는 게 생기지 않았다.
“미친년.”
“조금만, 조금만 나쁜 짓을 하기로 했는데 하다보니까 너무 재밌더라고. 나도 이브도 어느새 이 일에 중독이 된거야. 인어 사냥꾼들을 거세하는게 너무 재밌고, 고통에 몸부림치다가 죽어가는 것도 너무 재밌어. 이브가 여자들을 데려와서 내 앞에서 강간하는 것도 너무 재밌어. 솔직히, 이제 다른 인어들이랑 같이 살지 못할거 같아. 지금 사는 게 너무 즐겁거든.”
인어가 눈이 빛났다. 나는 그제서야 이 년이 왜 딜도를 꽂고 이딴 곳에서 이 모양 이 꼴로 지내고 있었는 지 알수 있었다. 이 미친 인어는 구석에 묶인 사람들이 거세당해 죽어가는 걸 보면서 자위하고 있던 거였다.
이브는 그런 인어의 취향을 고려해서, 아예 고문실에 수조를 데려다 놓고 거기서 사람도 죽이고 강간을 했던거고. 모녀가 쌍으로 미쳤다는 말 밖에는 나오지 않는 구조였다.
까딱했으면 용사도 진작에 따여서 교역도시 회관에 있는 정신나간 여자들처럼 맛이 가버렸을지도 몰랐다는 걸 생각하니 더 기분이 나빴다. 나는 메이스로 인어를 가리키며 말했다.
“이 씨발 좆같은 년.”
“헤흐….저기 있잖아.”
인어는 내 메이스를 보고 씩 웃었다. 아무래도 바다 위에선 자기가 이길 수 있을거라고 생각하는 거겠지. 인어 잡으러다니는 사냥꾼이 나나 용사급으로 강할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지금 인어는 나를 생각보다 조금 강한 사제 정도로 생각하는 게 분명했다.
“아무 생각없이 시작된 일에 중독된 적 있어?”
인어가 비늘들을 빳빳하게 세우고 눈을 크게 떴다. 나는 메이스를 꼭 붙잡고 인어와 한판 뜰 준비를 했다.
****
갑판에 실려있던 럼주통이 일격에 잘렸다. 이브는 자신을 노리고 날아든 칼날을 피하며 인상을 찌푸렸다. 이 여자, 생각보다 너무 강했다. 처음 싸웠을 때는 이 정도까진 아니었는데, 실력이 갈수록 늘어나는 것 같았다.
첫번째 싸울 때 임기응변을 죄다 보여준 터라, 잡다한 속임수에도 넘어가지 않았고, 사제의 축복을 받은 탓인지 힘으로 밀어붙이려고 해도, 전처럼 일방적으로 박살낼 수가 없었다. 더군다나 기술은 저쪽이 자신보다 위였다.
거기다 아래층으로 사라진 사제가 너무나도 신경쓰였다. 엄마가 어련히 알아서 처리하겠지만, 혹시나 지기라도 한다면 문제가 복잡해졌다. 하지만 눈 앞에 있는 에이에이를 무시하고 갈 수도 없었다.
덕분에 지금 이브는 여러모로 곤란한 상태였다. 승부를 제대로 내지도 못하고 승부가 질질 끌리고 있었으니까. 질거 같지는 않았다. 하지만 원래 목표대로 에이에이를 죽이지 않고 제압하기는 힘들것 같았다.
“제법 치는데?”
이브가 말했다. 에이에이는 그 말에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아래로 내려간 사제를 신경쓰는 기색도 아니었다. 이브는 그녀의 심리를 흔들기 위해 아무 말이나 뱉기 시작했다.
“아래층에는 우리 엄마가 있어. 인어섬의 우두머리셨지. 사제가 얼마나 강한진 몰라도 우리 엄마한테 걸리면 아주 그냥 찢겨질걸.”
에이에이는 여전히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의 칼끝은 견고하기만 했다. 이브는 짜증을 드러내며 다시 말했다.
“내 말 안들리냐? 니네 사제 뒤진다니까? 우리 엄마한테 작살이 날거라고. 어? 내 말 알겠어?”
대치하고 있던 에이에이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초조하시군요.”
“뭐? 씨발 너 지금 뭐라 그랬어?”
“불안하신거죠?”
“씨발. 내가 불안해한다고? 너 진짜 뒤지고 싶냐? 어? 이 씨발년아!”
쾅!
아래층에서 굉음이 울렸다. 그 소리에 에이에이도 이브도 고개를 돌렸다. 갑판이 조용히 열리고, 빨간 머리의 인어가 고개를 내밀었다. 이브가 환한 목소리로 외쳤다.
“엄마!”
그리고 그 인어는 힘이 쭉빠져 늘어진채 갑판 위에 던져졌다. 뒤이어 기어나온 루시우스가 바닥에 침을 뱉으며 인어를 발로 밟았다. 이브의 얼굴이 굳어지는 걸 보고 그가 말했다.
“무기 버려.”
“하, 씨발.”
이브가 칼을 허공에 휘적휘적 휘두르더니 한걸음 뒤로 물러났다. 덕분에 용사는 여유를 되찾을 수 있었다. 나는 인어의 머리채를 잡고 메이스로 그녀의 머리를 겨누며 말했다.
“무기 버리라고.“
나는 제발 이 협박이 곧이 곧대로 통하길 빌고 있었다. 솔직히 이대로 인질을 잡고 싸운다고 해도 이브를 제압할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죽이기는 아까운데, 피해없이 제압하자니 손해가 너무 컸다. 물러나는 게 서로에게 최선이었다. 이브는 칼로 갑판을 톡톡 건드리며 나를 쳐다봤다.
“무기를? 안버리면? 안버리면 씨발 어쩌게? 죽여봐. 죽여보라니까? 내가 니들 못이겨서 이러는 줄 아냐? 우리 엄마 죽는 순간 너네는 다 고기밥되는 거야. 알아? 바닷속에서 싸워도 니들이 그리 당당한지 볼까?”
이브가 바다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 말대로였다. 저 미친년이 바다에 들어가는 순간 우리가 잡을 방법이 없었다. 인어를 수중전에서 이기긴 힘들다. 더욱이 이 년은 그냥 인어도 아니고 맨몸으로 배도 부수는 아X아맨 수준의 인어다. 내가 이 인어를 죽이는 순간 이 년은 이 배를 부숴버리고 잠수전으로 끌고 갈 가능성이 높았다.
“들어가 봐.”
하지만 그렇다고 여기서 밀릴수는 없었다. 저 말에 쫄아서 내가 무기를 버리는 순간 나는 고자가 되고 만다. 이 말싸움에서 밀리면 그대로 뒤질테니, 나는 더욱 더 물러날 수 없었다. 용사는 나와 이브 가운데에 서서 계속 눈치를 살피고 있었다. 나는 메이스로 인어의 음부를 톡톡 두드리며 말했다.
“들어가보라고. 씨발 메이스를 여기다가 쑤셔박아줄테니까.”
“하, 씨발. 재밌네.”
하지만 이브도 막상 인어가 죽는 걸 바라진 않는지 따로 행동을 취하진 못하고 있었다. 그렇게 기묘한 교착상태가 형성되고 있었다. 용사의 말대로 협상의 여지가 생긴것이다. 선원들이 여기저기서 슬금슬금 기어나오고 있었다. 어물쩡거리는 걸 본 이브가 화를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