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Character is the Villain RAW novel - chapter 434
완결을 아쉽게 느끼시는 여러분들을 위해 몇가지 외전을 더 준비하고 있습니다.
대충 스포일러 하자면
[현대로 간 몬무스 패밀리] [IF 외전 에리나 말고 에이에이가 임신했다면]일단은 이 두개 를 준비중입니다. 뭔가 더 생각나면 계속 쓸 생각인데
신작 쓰는 게 제법 재밌어서
어떻게 될지 모르겠습니다.
외전은 내일부터 올라옵니다.
그리고 신작 [트립 투 아포칼립스]도 많은 사랑 부탁드립니다.
그럼 내일 봐요!
*IF 외전입니다. 드래곤 크릭 직후 시점을 다루고 있습니다.
아힐데른의 원로 회의에는 오늘, 특별한 손님이 함께하고 있었다. 바로 마왕을 물리친 용사 에이에이였다. 지금 원로 회의에서는 에리나와 에이에이의 결혼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갑론을박이 펼쳐지고 있었다. 언쟁의 주인공이 된 에리나는 에이에이의 손을 꼭 붙잡고 몸을 떨고 있었으며, 에이에이는 창백한 얼굴로 주변을 흘깃흘깃 바라보고 있었다.
회의장 제일 상석에 앉아있는 여왕 아힐데른 샐리나는 철없는 에리나의 고집에 한숨만 늘어나고 있었다. 대체 무슨 생각으로 ‘여자’인 에이에이와 결혼을 고집하는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원로회의 원로 중 한 명이 소리쳤다.
“모름지기 결혼이란! 남자와 여자가 해야 하는 법! 일개 평민도 아니고, 장차 아힐데른을 이끌어갈 왕가의 자식이 후사를 남기지 않겠다니 이게 말이나 되는 소리입니까! 아힐데른 에리나 공주는 당장 에이에이와 결혼하겠다는 고집을 철회하고, 아힐데른에서 걸출한 전사를 뽑아 부마로 맞이하십시오!”
샐리나는 침묵을 지켰다. 그녀로서도 이 문제는 에리나의 편을 들어주기 힘들었기 때문이었다. 정답이 정해져 있는 문제에서 회의는 한 명을 일방적으로 비난하는 왜곡된 청문회로 변질된다. 서두를 끊은 날 선 공격에 이어 원로들이 집요하게 에리나를 두들기기 시작했다.
“에리나 공주! 아힐데른의 후사에 관해 관심이 없는 겁니까!”
“아, 아니 그건……!”
“에리나 공주! 공주가 여자와 결혼함으로써 아힐데른 사회에 어떤 파문이 일어날 것인지는 생각해보았습니까?”
“그, 그러니까 그게…….”
에리나는 쩔쩔매면서 해명을 해보기 위해 노력했지만, 그녀의 말재간으로는 합당한 논리를 캐낼 수가 없었다. 그녀는 그저 백지 같은 얼굴로 샐리나를 돌아보며 울먹거리는 것 말고는 별다른 재주가 없는 공주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샐리나는 그녀의 울먹거리는 눈동자를 외면하고 눈을 감았다. 그녀로서도 보호해줄 수 없는 문제였다. 사랑을 위해서 무엇이든지 헤쳐나갈 수 있다면 지금의 시련도 격파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그녀가 에이에이와 결혼을 하게 된다면, 최소한 후사는 어떻게 할 것인지는 확실하게 해둬야 했다. 원로가 외쳤다.
“에리나 공주! 후사는 어떻게 할 것입니까?”
그리고 사방에서 날아오는 언어 공격에 지쳐있던 에리나는 샐리나를 노려봤다. 자신이 얼마나 에이에이를 사랑하는지 알면서도, 자신의 편을 들어주지 않는 샐리나가 조금 미웠다. 에리나는 치밀어오르는 분노를 참지 못하고 외쳤다.
“어, 어마마마가 한 명 더 낳으면 되지 않겠습니까!”
“뭐, 뭣?”
사태를 관망하고 있던 샐리나가 당황해서 의자에서 미끄러졌다. 원로회의 원로들이 입을 쩍 벌리고 에리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에이에이가 당황한 목소리로 말했다.
“에리나! 빨리 사과드려! 그게 무슨 발언이야!”
“아, 그…….”
에리나의 머리는 마치 냄비와 같아서, 한 번 끓어오르는 게 빠른 만큼 급속도로 차갑게 식었다. 일순간 내려앉은 분위기 속에서 부글부글 끓던 화가 식고, 그녀는 자신의 발언이 가져온 냉기를 감내하며 고개를 저었다.
“아, 그……. 시, 실언했습니다……. 죄, 죄송합니다.”
샐리나가 심호흡을 하며 에리나를 바라봤다. 그녀의 얼굴은 빨갛게 물들어 있었으나 이성을 잃지는 않았다. 샐리나는 파르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녀는 분노를 감내하기 위해 온 힘을 다하고 있었다.
“에리나. 회의 중에, 그런 무례한 발언은, 자중하도록, 하세요. 한……. 한 나라의……. 공주지 않습니까.”
“죄, 죄송합니다.”
침묵이 이어졌다. 숨이 막힐 듯이 긴 침묵이 에리나의 한마디 뒤로 따라왔다. 언어의 무게는 천근의 쇳덩이만큼이나 무거웠다. 에리나는 자신의 고개를 짓누르는 중압감에 몸을 떨며 고개를 들지 못했다. 샐리나의 목소리가 밧줄을 끊어내는 것처럼 차갑게 울렸다.
“……속행하세요.”
에리나의 폭탄 발언에 긍정적인 효과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피가 거꾸로 솟아있던 원로들이 차갑게 식은 머리로 이성적인 대화를 나누려고 시도했기 때문이었다. 조곤조곤한 어투로 더욱 논리적인 문제점을 들어가며 에리나를 압박하는 모습은, 정글 속에서 몸을 배배 꼰 채 그녀가 숨 막혀 죽기만을 기다리는 뱀 같았다.
“그게, 그……. 그래도, 그건……. 예를 들어서 양자를 들인다면…….”
“아이고…….”
점입가경이었다. 샐리나는 관자놀이를 문지르며 한숨을 깊게 토해냈다. 에리나가 해결책을 하나 제시할 때마다 여기저기서 이마를 탁! 치며 감탄을 흘려댔다. 그 감탄사 하나하나가 샐리나의 가슴을 꿰뚫는 것 같았다.
이대로 회의를 계속 진행하는 게 옳은 걸까? 원로들에게 아힐데른 왕가의 불투명하고 미성숙한 미래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게 맞는 걸까? 샐리나는 결정을 내려야 했다. 그녀는 회의 주최자이자 아힐데른의 여왕으로서 지팡이를 쿵쿵 두드리며 말했다.
“모두 정숙! 이 이상의 회의는 무의미하다고 봅니다. 지금 바로 아힐데른 에리나와 용사 에이에이의 결혼에 대한 찬반 투표할 예정이니, 의원분들은 자리에서 기다려주시기 바랍니다.”
에이에이는 머리가 어지러웠다. 에리나와 결혼을 허가받지 못한다면, 그녀의 인생은 무의미했기 때문이었다. 에리나를 처음 만났을 때부터, 에이에이가 사랑하는 사람은 그녀뿐이었다. 에리나를 만난 이후로, 그녀 말고 다른 여자를 가까이 한 적도 없었다.
그녀는 울렁거리는 배를 부여잡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투표를 준비하던 엘프들이 전부 에이에이를 쳐다봤다. 에이에이는 요즘 들어서 속이 자주 메슥거렸다. 과일이 자주 먹고 싶었고, 갑작스럽게 우울해지거나 급속도로 피곤해져서 잠이 드는 날도 잦았다. 지금도 속이 울렁거렸다.
그럴 때마다 에이에이의 머릿속에는 ‘설마’ 하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데오르곤이라는 흉악한 드래곤의 동굴에서, 그녀는 페타 루시우스와 딱 한 번 진한 성관계를 가진 적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강렬한 쾌감에 절여졌던 그 날의 기억은 가끔 불현듯이 머릿속에 떠올라 그녀의 아랫배를 울리게 했다. 그럴 때면 저도 모르게 자신의 보지를 만지작거리며 들뜬 신음을 내뱉기도 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그녀는 그렇게 확신했다. 자신이 페타 루시우스의 아이를 뱄을 리 없다고, 그날 딱 한 번 어쩌다 보니 허락하게 된 질내 사정이 바로 임신으로 이어졌을 리 없다고. 확신하고 있었다.
머리가 어지러웠다. 속이 메슥거렸다. 이마에서 식은땀이 뚝뚝 흐르고 있었다. 높게 치켜든 손이 가늘게 떨렸다. 에이에이가 말했다.
“하, 할 말이 있습니다. 그……. 결혼에 대해…….”
샐리나가 표정을 찌푸렸다. 에이에이의 표정이 심히 좋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의원들도 행동을 멈추고 에이에이를 쳐다보고 있었다. 찬반 투표 종이를 끄적이던 이들도 안경을 고쳐 쓰고 에이에이를 바라봤다.
“에, 에리나 공주와 저, 에이에이는 진심으로……. 진심으로 서로 사랑하고 있……. 우읍……! 우읍…! 웁…!”
에이에이는 말을 하다 말고 구역질을 하기 시작했다. 입을 틀어막은 채 책상에 엎어져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당황한 에리나가 소리쳤다.
“의, 의사! 의사! 의사아!”
“회의를 중단합니다! 의원들은 다음 소집일 때까지 각자 개별 행동을 하며 대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샐리나의 외침과 함께 회의의 종료를 알리는 망치 소리가 울렸다. 쓰러진 에이에이를 꼭 끌어안고 에리나가 의사를 찾았다. 회의장 구석에서 대기하고 있던 의사들이 헐레벌떡 달려왔고, 의원들은 쓰러진 에이에이를 바라보며 서둘러 회의장 바깥으로 나갔다.
****
“임신하셨습니다.”
“네?”
“아이고…….”
침대에 누워있던 에이에이의 얼굴만큼 에리나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에이에이는 의사가 외국어를 쓴 것처럼 반응했다. 에리나와 에이에이 옆을 지키고 있던 샐리나는 이마를 부여잡고 주저앉았다. 다리에 힘이 쭉 풀렸다.
에리나는 당황스러운 얼굴로 에이에이를 쳐다봤다. 에이에이는 머리가 멍해지는 것 같았다. 임신이라니, 그런 건 생각해본 적 없었기 때문이었다. 주저앉아있던 샐리나는 의사를 쳐다보며 말했다.
“확실한 거겠지? 이건 중대한 문제니까 제대로 답해라. 용사 에이에이가, 그……. 임신을 했다고?”
“확실합니다. 아힐데른의 최신 마법 공학을 응용한 진찰입니다. 병에 대한 오진은 있을지언정, 임신에 대한 실수는 없습니다.”
“아아…….”
의사는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대꾸했다. 샐리나는 현기증이 일어나는 것 같았다. 에리나가 데려온 사람이 여자인 데다가, 다른 사람의 아이를 밴 상태였다. 임신 판정을 알고 있는 사람이 몇 명 없어서 다행이지, 자칫 잘못해서 원로들에게 이 소식이 알려졌다면 샐리나는 얼굴을 들고 다니지도 못했으리라.
에리나가 에이에이를 꼭 끌어안으면서 말했다.
“제, 제 아이입니다! 제가 에이에이를 임신시켜서……!”
“입에서 튀어나온다고 다 말인 줄 아느냐! 에리나! 네 위치를 생각하고 말해라! 어디서 굴러먹던 놈인지도 모를 자식을! 지금 왕실의 후계자로 내세우겠다고 발언하는 것이다!”
샐리나가 호통을 쳤다. 에이에이도 그녀의 호통에 몸을 움츠렸다. 에리나를 바라보며 씩씩대던 샐리나는, 이번엔 에이에이를 노려보았다. 두 사람이 작당하고 자신을 망신을 준 것이나 다름없었다.
“용사 에이에이! 그대는 예의를 아는 인간이라 생각했는데, 제게 어떻게 이러실 수 있습니까? 남의 자식을 밴 몸뚱이로 왕실의 부마가 될 생각을 하다니요! 그게 인간들의 방식입니까? 그대가 에리나에게 가진 사랑은 진심이라 여겼거늘! 결국엔 권위와 명예가 당신의 전부였습니까?”
에이에이에게 내려치는 신랄한 비판에 그녀는 고개를 푹 떨구고 이불을 감싸 쥐었다. 할 말이 없었다. 수치심으로 붉게 물든 귀와 바들바들 떨리는 손. 에리나는 처음으로 에이에이의 약한 모습을 보았다. 에리나는 에이에이를 꼭 끌어안아 주며 샐리나를 바라봤다.
“어, 어마마마……! 이, 이건 그러니까! 제가 해명하겠습니다! 제가!”
“시끄럽다! 에리나! 너는 당분간 방에서 나갈 생각도 하지 말아라! 용사 에이에이! 당신은 일이 더 시끄러워지기 전에, 자진하여 아힐데른에서 조속히 떠나주십시오! 당신에게 낯짝이란게 있다면, 부마가 되고 싶단 이야기는 더 이상 하지 않으리라 믿습니다!”
벼락같은 명령과 함께, 샐리나는 문을 닫고 사라졌다. 에리나는 훌쩍거리며 에이에이를 꼭 끌어안았다. 에이에이는 도무지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에이에이의 처우가 결정된 다음 날. 아힐데른 왕국에서는 용사 에이에이가 아힐데른 에리나와의 결혼을 포기하고 낙향했다는 기사가 떴다. 그 이유는 자세히 밝혀지지 않았으나, 에이에이와 아힐데른 샐리나 사이에 의견 다툼이 있었다는 목격담이 줄지어 흘러나왔다.
그리고 소문의 저편, 아힐데른 방면으로 향하는 개울을 역주행하는 마차 하나가 있었다. 아힐데른 왕가의 문장이 박힌 마차 안에서 에이에이는 소리 죽여서 훌쩍이고 있었다. 자신의 배를 어루만지며 혼란스러운 정신을 다잡기 위해 노력했다. 마차를 이끄는 마부는 매우 충직하고 과묵한 인물로 에이에이의 울음소리를 듣지 못한다는 듯 휘파람을 불고 있었다.
아이를 밴 그녀가 갈 곳은 하나밖에 없었다. 에리나에게도 에이에이에게도 그렇게 현명한 선택지는 아니었으나 다른 수가 없었다. 에이에이는 지금 페타 루시우스의 영지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
아힐데른의 마차가 영지 경계면에 도착했을 때, 꾸벅꾸벅 졸고 있던 경비병은 흐릿한 눈으로 화려한 문장을 보고 벌떡 일어났다. 마부의 무심한 표정을 보고 괜히 움츠러든 병사는 창을 지팡이 삼아 비스듬히 서서 그에게 목적을 물었다.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용사 에이에이께서 방문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