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Character is the Villain RAW novel - chapter 441
“읍! 읍! 읍!”
동굴 아래에서, 루시우스는 바위에 걸터앉은 채 전령이 전하려던 편지를 펼쳐 읽기 시작했다.
“페타 루시우스가 서부해안 사건의 주동자인 라미아와 결탁한 정황이 포착되었습니다. 이 건에 대해 깊이 있는 조사가 필요하다고 아룁니다. 그는, 어쩌면 우리가 모르는 잔인한 비밀을 감추고 있는…….”
편지의 아래에는 페타 루시우스가 얼마나 위험한 인물인지 경고하는 문구들로 가득했다. 전령이 말했다.
“이, 이게 대체 무슨 짓입니까! 이 편지는 알루 영주님의……!”
깡!
루시우스는 편지를 갈가리 찢어버리고 전령의 머리에 메이스를 후려갈겼다. 억울한 심정과 분노를 토로하던 전령이 혀를 쭉 빼물고 바닥에 쓰러졌다. 전령의 팔다리를 구속하고 있던 촉수가 흐물흐물 풀리더니 동굴 구석으로 빨려 들어갔다. 루시우스는 어두운 그림자 속 무표정한 여인에게 웃으며 말했다.
“다곤. 그럼 부탁해요?”
[알겠다.]*******
깊은 밤의 대저택. 휠체어를 탄 알루 영주의 아들이 바퀴를 만지작거리면서 하늘을 쳐다봤다. 그는 혀를 쭉 빼문 채 달을 향해 손을 뻗었다. 창문 너머 달을 가리는 기다란 촉수가 엿보였기 때문이었다.
“에으……. 아……! 아아!”
그는 소리를 지르며 창문을 향해 손을 휘저었다. 알루 영주의 아들을 보살피던 하인은 밤 중에 내지르는 그의 비명을 듣고 화들짝 놀라서 일어났다. 그는 도련님을 달래며 말했다.
“아이구, 도련님. 뭐 때문에 그렇게 놀라셨어요. 네?”
“아으! 에……. 에으……!”
하인은 도련님의 손가락을 따라 창문을 바라봤다. 그곳에는 맑고 깨끗한 달이 있었다.
“도련님. 저건 달이에요. 달. 밤에 뜨는 달이죠. 자, 도련님 다시 주무실까요?”
“아우……! 아……!”
도련님이 괴상한 소리를 내며 하인의 손에 이끌려 사라졌다. 그들이 지나는 복도의 창문을 따라 위층으로 올라가면, 어떤 여인이 온몸에 촉수를 휘감은 채 집무실 창문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제발, 제발……!”
집무실 의자에 앉은 알루 테드 영주는 손톱을 물어뜯으며 중얼거리고 있었다. 루시우스의 실체가 너무도 충격적이었기 때문이었다. 인어와 라미아와 결탁한 인간이었다니, 그가 그 압도적인 무력으로 인어의 편을 들어 인간들을 지배하려 든다면 누가 막을 것인가? 이미 기력을 전부 소모한 영지에 다시 한번 인어와 라미아들이 달려든다면 누가 막을 수 있을 것인가?
그러기 전에 막아야 했다. 그러기 전에 누군가 루시우스를 저지해야 했다.
“제발, 제발……!”
알루 테드 영주의 간절한 목소리와 함께 창문이 활짝 열렸다. 영주는 화들짝 놀라서 창문을 바라보았다. 밝은 달그림자가 보일 뿐이었다.
“뭐, 뭐야?”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다.
[알루 테드 영주.]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스산한 기운이 방을 휘감고 있었다. 긴 촉수가 그의 의자와 몸을 꽁꽁 묶고 있었다.
“뭐야! 누구야! 누구 없느냐! 경비병! 경비병!”
[알루 테드 영주. 나를 봐라.]음산한 여인의 목소리가 울렸다. 바로 귀에 들리는 목소리에 영주는 미친 듯이 비명을 질러댔다.
“으아아아아아! 으아아아아!”
한가운데에, 촉수로 휘감긴 여인이 천장을 타고 내려왔다. 아름다운 외모였지만, 창백한 피부와 무표정한 얼굴이 그의 공포심을 자극했다.
[나를 봐라.]“아, 아아……. 아……!”
다곤이 다가오고 있었다. 사방을 휘감은 촉수가 그의 목과 사지를 조여들고 있었다. 팽팽한 압박감 속에서, 다곤의 손이 그의 얼굴에 닿았다. 그 순간, 그의 머릿속에 기괴한 이미지들이 튀어 오르기 시작했다. 마치 호수에서 튀어나오는 물고기들처럼, 막을 수 없는 끔찍한 이미지들이 머릿속을 헤집기 시작했다.
“끄으으……! 아……! 아으으….! 끅……!”
[뭐가 보이지? 뭐가 보이느냐. 우둔한 아이여.]“아, 아으……! 부, 붉은 달이……! 붉은 달이 보이고……! 긴 첨탑과……! 호수……! 거기에는……. 끔찍하게 생긴……. 무, 물고기 인간들이……. 으아아아아아!”
알루 테드 영주가 다시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그는 다곤의 손에서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을 쳤다. 하지만 옴짝달싹도 할 수 없는 그의 몸은 의자에 매달려 바들바들 떨 뿐이었다.
“끄아아아아아! 아아아아아! 살려주십시오! 잘못했습니다! 도저히 볼 수 없습니다!”
[너는 계속 볼 것이다.]“으아아아!”
영주의 비명이 울렸다. 다곤은 무표정한 얼굴로 읊조렸다.
[너는 계속 보리라. 이해하고 섬길 때까지. 너는 계속 보리라.]“아아아……! 아으…! 끄윽……! 끅……!”
알루 테드의 얼굴에 실핏줄이 터져나가기 시작했다. 새빨개진 얼굴의 눈코입에서 피가 줄줄 흘러나왔다. 꾹 다문 이가 금이 갔고, 목에는 핏대가 터질 듯이 솟아올랐다. 다곤은 무심한 얼굴로 영주를 쳐다볼 뿐이었다.
******
다음 날 아침, 영주의 아침 시중을 들기 위해 침대를 찾았던 하인은 그가 침대에 없는 걸 확인하고 갈아입을 옷을 챙겨 집무실로 올라갔다. 부엌에 들려서 영주님을 위한 아침 식사를 주문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영주님. 또 밤을 새우셨습니까?”
하인은 방문을 노크하며 물었다. 방 너머에서 침묵이 화답했다. 하인은 다시 한번 크게 노크를 하며 말했다.
“영주님. 괜찮으십니까?”
여전히 대답이 없었다. 하인은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다. 집무실 책상에는 알루 영주가 앉아있었다. 미동 없는 그의 모습에 하인은 지레 겁을 먹고 몸을 떨었다.
“영주님?”
고개를 푹 숙인 영주에게 하인이 조심스럽게 손을 뻗었다. 그가 영주를 툭 건드리자, 영주는 눈을 부릅뜨고 만세를 하며 벌떡 일어나 외쳤다.
“루시우스님! 만세!”
“으아아아아악!”
하인이 화들짝 놀라서 바닥에 쓰러지자, 알루 영주는 붉게 물든 눈으로 하인을 응시하며 다시 한번 소리를 질렀다.
“루시우스님! 만세!”
서부에서 일어난 시위 문제를 성공적으로 해결한 우리는 콧노래를 부르며 다시 영지로 돌아가고 있었다. 이브는 즐겁다는 듯이 웃으면서 노래를 불렀고, 셀루가 노래에 맞춰서 꼬리로 마차의 바닥을 때리며 화음을 넣어주고 있었다. 나는 어설프게 두 사람의 노래에 맞춰서 뭔가를 해보려다가 이브의 웃음소리만 들었다.
“아하하하하! 신랑 노래 못 부르네.”
인어들이 듣기에도 내 노래 실력을 영 아니었던 모양이었다. 이브는 내 어깨를 꼭 끌어안으며 말했다.
“신랑, 자 따라 해봐. 아아아아아-.”
이브는 내 음치가 너무 안쓰러웠던 모양이었다. 웃는 얼굴로 음정을 잡아주기 위해 자신을 따라 해보라고 했다.
“아아아……. 아아?”
정말 남창 같은 음정이 울려 퍼졌다. 셀루가 창문을 바라보며 말했다.
“가능성이 푸흡, 보이……. 흡…. 네헤흡…….”
“아하하하하하하!”
이브는 정말 기대하지 않았던 모양이었다. 그녀는 배를 붙잡고 눈물을 쏙 뺄 정도로 크게 웃었다. 나는 입을 꾹 다물고 고개를 돌렸다. 이브가 말했다.
“아하하하……. 신랑? 삐졌어?”
“안 삐졌어.”
남자는 삐지지 않는다. 삐진다는 것은 정말 씹게이 같은 짓이기 때문이다. 이브가 내 노래 실력에 대해 조금 크게 웃은 것 같기도 했고, 셀루가 창문을 보면서 웃음을 참는 것도 남자라면 응당 넘어가야 할 일이었다. 나는 쿨한 남자니까.
“삐졌네 뭐.”
“어허.”
“아하하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