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Character is the Villain RAW novel - chapter 445
깡!
죽었다.
나는 그의 머리에 틀어박힌 메이스를 빼고 다시 한번 말했다.
“길을 여세요. 열지 않으면 다 죽입니다. 우리는 간신들에게 농락당하는 불쌍한 폐하를 구원해드리기 위해 이곳에 왔습니다.”
더 설득은 필요 없어 보였다. 병사들은 일제히 무기를 버리고 흩어졌다. 나는 이브를 보며 엄지를 척 들어 보였다. 이브는 아쉽다는 듯 칼을 뽑아 든 채 말했다.
“나한테 주지.”
“어허, 내가 하는 게 멋있잖아.”
텅 빈 로비에 우리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
“폐하! 빨리 피하셔야 합니다!”
“……무슨 일이지?”
“페타 루시우스가 반란을 일으켰습니다! 지금 자신의 부인들과 함께 이곳으로 오고 있습니다!”
왕은 신하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병사가 아니라 부인을 이끌고 이곳에 온다? 대체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더군다나 페타 루시우스가 왜 지금 이곳에 온단 말인가? 얼굴을 찌푸린 왕이 말했다.
“그게 대체 무슨…….”
“폐하!”
굳게 닫힌 철문이 부서졌다. 왕의 대화를 끊고 문의 파편이 날아들었다. 왕의 시중을 들던 궁녀들이 비명을 지르며 도망쳤다. 왕은 자리에 앉은 채 뻣뻣하게 굳었다. 루시우스가 메이스를 허공에 휘두르며 말했다.
“폐하! 강녕하셨습니까!”
“잡아라!”
무의미한 명령이라는 건 왕 본인도 알고 있었다. 호위병들이 이를 악물고 루시우스를 향해 달려들었다. 이브와 엘시가 칼을 뽑아 들고 앞으로 한 걸음 나섰다. 이브는 호위병의 칼을 쳐내고, 반대 손으로 병사의 얼굴을 쥐어짰다.
엘시는 호위병을 갑옷과 함께 통째로 3갈래로 찢어버렸다. 뒤이어 달려드는 호위병을 시오테르가 멱살을 잡아 패대기쳤다. 남은 인원들은 전부 촉수에 묶여서 바닥에 제압당했다. 루시우스는 말했다.
“폐하. 간신들 손에서 얼마나 힘드셨습니까. 제가 구하러 왔습니다.”
“이, 이놈……! 이 노오오오옴!”
왕이 격앙된 목소리로 소리를 질렀다. 루시우스는 왕의 옥좌에 마주 서서 말했다.
“평화적으로 해결하시죠. 제게 평화롭게 왕권을 이양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거, 건방진 놈. 이, 이 자리는 너 같은 놈을 위한 자리가 아니다!”
루시우스는 종이와 펜을 꺼내 들었다. 왕의 무릎 위에 두 가지를 가지런히 놓은 다음, 말했다.
“개인적으로 궁금한 게 있는데요.”
왕이 의아한 표정으로 루시우스를 쳐다봤다.
“공주는 처녀인가요?”
“이 노오오오오옴!”
아카데미의 입구, 진정된 사태에 하나하나 고개를 내민 병사들은 아카데미 입구에 세워진 고급스러운 마차에 시선을 집중했다. 마차에는 북부 대공 에밀리아가 타고 있었다. 조금 전까지 성벽에서 병사들과 대치하고 있던 그녀가 어째서 왕립 아카데미를 당당하게 활보하고 있는 것일까? 병사들은 그 의문에 답을 알고 있었지만,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
지금 이 자리에는 사태를 파악하지 못하고 그녀를 반역자라 매도하는 이들은 없었다. 성공한 반역은 반역이 아니다. 혁명으로서 역사에 남아 주동자들을 칭송한다. 지금 에밀리아는 성공한 혁명가로서 승리를 확고히 알리기 위해 이 자리에 온 것이리라. 그녀는 우아하게 다리를 꼬고 앉았다.
“마틸다 공주님을 데리고 오세요.”
에밀리아가 타고 있는 마차 위에는 검은 머리의 여인이 엎드려 있었는 데, 그녀는 에밀리아가 ‘공주님’이라고 부르자 킥 소리를 내며 크게 웃었다. 병사들 역시 ‘마틸다 공주’라는 가져다주는 강렬한 위화감에 문장을 이해하지 못하고 서로 얼굴을 마주 보며 머뭇거렸다.
“데리고 오라니까?”
지붕 위에 있던 여인이 손가락을 까딱이면서 다시 한번 병사들을 압박했다. 병사들은 자신들의 몸을 내리누르는 압박감에 화들짝 놀라서 서둘러 아카데미를 향해 달려갔다.
아카데미 내부 여학생 휴게실에서 쉬는 시간을 맞이해 제발 아카데미가 무사하길 기도하고 있던 마틸다는 갑작스럽게 들이닥친 병사들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꺄아아아악!”
“지, 진정하십시오! 마, 마틸다 공주님 되십니까?”
“네?”
마틸다는 병사의 이어진 질문에 급속도로 냉정을 되찾았다. 자기 이름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수식어가 이름 뒤에 붙었기 때문이었다.
“마틸다 공주님. 아닙니까?”
사실 병사도 왜 마틸다가 마틸다 공주님인지는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월반한 천재 아카데미 학생 마틸다라는 이름은 알고 있었지만, 그녀가 공주라는 소리는 처음 듣는 소리였기 때문이었다.
“네?”
마틸다는 앵무새처럼 네? 만 반복했다. 눈을 끔뻑끔뻑 뜨며 병사를 바라보는 시선에는 의문이 가득했다. 설명을 요구하는 눈초리에 병사는 고개를 돌려야 했다. 그 역시 지금 벌어지는 상황에 대해서 아무것도 몰랐기 때문이었다. 왜 마틸다가 공주지? 반란을 일으킨 사람은 대체 누구일까?
하지만 병사가 이런 의문을 입으로 꺼내려는 참이면, 갑작스럽게 모골이 송연해지고, 턱밑까지 공포가 차올랐다. 이런 의문은 가질 필요 없이 마틸다를 마차에 태우기만 되면 된다는 모종의 확신이 병사를 지배했다.
“공주님. 빨리 마차에 타셔야 합니다.”
“네?”
“고, 공주님! 이럴 시간이 없습니다! 빨리 타셔야 합니다!”
“네?”
머리 좋은 마틸다였지만, 상황을 이해하는 건 불가능했다. 주변 친구들도 마틸다에 대한 병사의 태도가 어리둥절한 듯한 시선을 주고 있었다. 반란이 진행되는 와중에, 자신을 공주라 부르는 병사들이 따라오라고 한다?
마틸다가 취해야 할 행동은 하나였다.
“오, 오지 마세요!”
마틸다는 소리를 지르며 뒤로 물러났다. 친구들이 마틸다를 둥글게 감싸며 병사들에게 소리쳤다.
“얘, 얘 공주 아니에요! 그냥 착한 애라고요! 뭔가 잘못 아신 거예요!”
“맞아요! 무슨 공주에요! 우리 마틸다 괴롭히지 마세요!”
친구라고 해도, 월반한 마틸다보다 3살 정도 많은 언니들이였다. 마틸다를 꼭 감싼 여인들은 전부 귀족 영애나, 그에 따르는 부잣집 딸들이었고, 경비병은 이런 지체 높은 아이들을 억지로 밀어낼 수 없어서 발만 동동 구를 뿐이었다. 병사가 말했다.
“아니, 그……! 빨리 나오셔야 합니다!”
“이럴 줄 알았지.”
병사들을 밀치고 검은 머리의 여인이 걸어 나왔다. 그녀는 보랏빛 눈을 번뜩이며 마틸다와 그녀를 감싼 귀족 영애를 훑어보았다. 그녀의 이름은 에반젤린. 혁명이 끝나자마자, 아카데미에 있는 자신의 조카를 보호하기 위해 직접 온 것이었다.
에반젤린은 눈덩이처럼 옹기종기 뭉쳐있는 마틸다와 그 친구들을 보고 흐뭇하게 웃었다. 병사들은 감히 에반젤린에게 손대지 못하고 몸을 굳힌 채 서 있었다. 에반젤린이 물었다.
“누가 마틸다니?”
영애 중 한 명이 마틸다를 꼭 끌어안은 채 물었다.
“누구셔?”
“어……. 아, 아마 엄마일 거예요.”
“아마도 엄마라고?”
마틸다는 모르는 여자가 자신을 친근하게 부르며 아는 척을 한다면, 일단 엄마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엄마라는 말에 기가 막힌 듯 에반젤린이 깔깔 웃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아, 미친 새끼. 여자를 얼마나 만들면, 딸내미가 모르는 여자를 봐도 엄마라 그래? 어……. 엄마는 아니고 고모야. 고모. 알겠지? 아주 예쁘고 젊은 고모.”
“고, 고모요?”
마틸다는 엄마가 아닌 다른 친척을 만났다는 게 이렇게 반가운 감정을 불러일으킬 수 있단 사실을 처음 알았다. 그녀가 묘하게 기쁜 목소리로 말하자, 에반젤린은 더 어이가 없었다.
“그럼, 아빠가 찾으니까. 가볼까? 마틸다?”
“네? 아, 그…….”
바로 따라나서려고 자리에서 일어나던 그녀를 다시 영애들이 붙잡았다. 에반젤린은 그녀에게 자신이 고모라고 말했을 뿐 아무것도 증명한게 없었다. 마틸다도 뒤늦게 그걸 자각하고 다시 헛기침하며 말했다.
“그, 모, 모르는 사람 따라가는 거 아니랬어요.”
“시끄러워. 따라와.”
에반젤린은 더 이야기를 길게 하고 싶지 않았다. 그녀가 허공에 손짓하자 마틸다만 둥실 떠서 에반젤린 쪽으로 끌려갔다. 마법에 끌려가는 마틸다를 보고 마틸다의 친구들이 화들짝 놀라서 팔을 뻗었다. 에반젤린은 말했다.
“착한 아이들이네.”
팔을 뻗은 자세로 영애들은 굳어 있었다. 마틸다는 공중에 둥실둥실 떠서 불안한 얼굴로 에반젤린은 쳐다봤다. 마틸다가 말했다.
“저, 그, 그런데 정말 고모가 맞으세요?”
“당연하지. 나처럼 예쁘고, 젊고 아름다운 고모. 본 적 없지? 너희 아빠보다 내가 훨씬 더 멋진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될 거야.”
“아,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