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Character is the Villain RAW novel - chapter 451
“이, 이제 마틸다에게 사실을 말해줘야 하지 않을까요?”
“루시우스. 아이에게 언제까지 진실을 숨길 생각이더냐? 에이에이가 예전에 남자라는 사실을 알려주는 게…….”
두 사람은 밖으로 나가자마자 그런 이야기를 쏟아냈다. 나는 두 사람의 어깨를 가볍게 주물러주며 흥분한 마음을 달래주었다. 조금씩 힘이 들어간 어깨 근육이 이완되며, 두 사람의 어조가 낮아지는 게 느껴졌다. 나는 말했다.
“진정하세요. 둘 다. 용사님. 용사님께서는 마틸다에게 사실을 알려주는 게 옳다고 생각하시지만, 그건 잘못된 생각이에요. 마틸다는 아직 어리다고요. 이제 15살이죠. 한창 사춘기를 겪으며 혼란스러울 시기인데, 가장 친하게 지냈던 엄마가 남자였단 사실을 알게되면 얼마나 배신감이 크겠어요?”
“그, 그러니까 지금이라도 말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 예, 예전에는 남자였다고.”
에이에이가 우물쭈물하며 말했다. 하지만 나는 에이에이가 남자였다고 밝힐 생각은 없었다.
“그런 이야기를 했다가, 마틸다가 너무 충격받아서 비뚤어지면 어떻게 하죠?”
“네?”
에이에이는 마틸다가 탈선한다는 이야기에 화들짝 놀랐다. 나는 잔뜩 우울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어나갔다.
“민감한 시기에요. 그런 아이에게 남자였다는 이야기를 하는 건, 전혀 도움이 안된다고요. 저는 마틸다에게 아예 사실을 숨기자고 말하는 게 아니에요. 마틸다가 성인이 될 때까지는 이야기를 좀 미뤄두자는 거죠. 아주 거짓말을 하는 게 아니라, 그냥 조금 뒤로 사실을 미뤄두는 거예요.”
“…..속였다는 걸 알면 더 충격받을 텐데.”
“어른이 되었다면, 조금은 이해해줄 거에요. 에이에이. 어때요? 마틸다를 위해서, 제 말대로 해줄래요?”
나는 에이에이와 얼굴을 마주하며 말했다. 그녀는 입술을 우물거리며 손가락을 꼼지락거렸다. 한참 동안 고민하던 그녀는 마침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나중엔, 꼭 사실대로 밝히기에요?”
“당연하죠.”
에이에이가 거짓말을 하겠다고 나섰으니, 에리나라고 별수 없었다. 그녀는 어쩔 수 없다는 듯 에이에이를 따라 비밀을 지켜주기로 약속했다. 그러고 나서 식당으로 들어오자 내 아내들이 그림에 대해서 잡담을 나누고 있었다. 시종장과 그림을 올린 시종들은 여전히 그 자리에 조각상처럼 서 있었다. 나는 그림을 바라보며 말했다.
“우리 용사님의 영웅심을 표현한 건 좋지만, 너무 과장되게 표현하다 보니, 우리 용사님이 꼭 남자처럼 나왔네요.”
“네?”
시종장은 얼굴을 찌푸리며 나를 쳐다봤다. 나는 말했다.
“수정해오세요. 우리 용사님은 여자니까.”
“네? 아니, 그…….”
“여자잖아요. 그렇죠?”
“아……. 아아! 맞습니다! 원래 여자셨습니다! 화가가 잘못된 편견을 가지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네! 가서 수정요구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궁전에서 수십 년 동안 일했다던데, 그 말은 허언이 아닌 모양이었다. 시종장은 귀신같은 눈치로 내 말에 동의를 해주고 다시 그림을 가지고 나갔다. 마틸다는 시종장과 나의 대화를 보고 말했다.
“어라? 그러면 그……. 잘못 나온 건가요?”
“네. 우리 용사님이 예전에는 여자라서 무시당하지 않기 위해 남장을 하고 다녔거든요. 그때 모습을 보고 진짜 남자라고 오해를 했던 모양이에요. 그렇죠? 에리나? 그리고 용사님?”
나는 두 사람에게 동의를 구했다. 앉아서 후식으로 나온 차를 마시려던 에리나는 귀를 쫑긋 세우며 고개를 끄덕였다.
“암암! 그렇고말고! 우리 에이에이는 원래 여자였다!”
“마, 맞아요! 저는 그……. 워, 원래 여자로서……. 그……. 남장이 취미였죠! 네!”
이브는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고 책상에 고개를 박았다. 셀루는 나름대로 잘 참고 있었지만, 볼을 살짝 부풀린 채 입을 꾹 다물고 있어서, 누가 손가락으로 건드리면 빵 터질 것 같았다. 엘시가 말했다.
“용사 확실히 남장 좋아하는 거 같다. 옛날에는 자기가 남자였다고 그랬던 거 기억났다.”
“그, 그런 플레이다!”
되려 에리나가 당황해서 소리쳤다.
“아하하하하하하!”
그런 플레이라는 말에 마침내 이브가 빵 터져서 배를 잡고 웃기 시작했다. 마틸다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옆에 있는 소야에게 물었다. 소야는 언제나 다양한 의문에 명쾌한 설명을 해주곤 했기 때문이었다.
“그런 플레이가 무슨 말이에요?”
“……아빠한테 물어보세요.”
물론 나라고 저 답도 없는 개소리에 대답해줄 방법은 없었다. 에이에이는 얼굴을 빨갛게 물들이고 있었고, 에리나가 뒤늦게 다시 수습에 나섰다.
“그러니까, 그런 플레이라는 말은, 이제, 네 아빠가 여자를 남장시키고……!”
“거기까지 하세요. 에리나. 내가 이상한 사람같이 보이잖아요.”
더 이야기하면 곤란해질 것 같아서 나는 에리나의 입을 틀어막았다. 에리나는 내 함구령을 듣고 즉시 입을 다물었다. 그녀는 급발진하는 경향이 있어도 내 말은 아주 잘 들었다. 마틸다는 그런 플레이란 말에 이제 흥미를 잃어버렸는지 다시 에이에이를 보며 물었다.
“엄마. 그, 이번에는 용사 엄마 이야기를 한번 듣고 싶어요.”
“응? 내, 내 이야기? 내 이야기는 그렇게 재밌는 게 없을 텐데?”
에이에이는 자신의 배를 감싸며 화들짝 놀랐다. 하지만 마틸다의 빛나는 시선을 피할 수는 없었다.
“그래도 듣고 싶어요. 엄마가 용사가 된 이야기랑 용사가 돼서 겪은 모험담이랑, 우리 아빠랑 같이 여행 갔던 이야기랑……! 이것저것! 다요!”
“아, 그게……! 그러니까……!”
“아, 안되나요?”
마틸다가 시무룩한 표정으로 물었다. 이러면 에이에이에게 거부 권한이 없었다. 에이에이는 내게 구원의 눈길을 보냈다. 나는 그녀에게 어깨를 기댄 채 귓속말을 해주었다.
“적당히 말 맞춰줄게요. 한 번 해주죠.”
“아, 알겠어요.”
에이에이는 고개를 끄덕인 다음 다시 마틸다를 바라봤다. 에이에이는 이야기를 시작했다. ‘여자’ 용사인 자신의 이야기를.
“나는, 여기서 좀 멀리 떨어진 발푸르 영지에서 농부였던 부모님 사이에서 태어났어. 늦게 본 외동아들이라 부모님이 엄청 좋아하셨는데…….”
“…..외동아들이요?”
“…..외동딸. 외동딸이었어.”
시작부터 아슬아슬한데?
“처음 모험을 떠났을 때, 아힐데른 근처 숲을 지나고 있었는데 거기서 에리나랑 처음 만났었어.”
에이에이는 에리나를 만났을 때를 회상했다. 에리나는 에이에이가 자신을 언급하자 배시시 웃으며 이야기에 끼어들었다.
“그랬지. 그때, 나는 괴물들에게 쫓기고 있었다. 한 무리의……. 고블린들이었나?”
“글쎄? 아마 그러지 않았을까? 그때 사태가 좀 다급했나 보니까 기억이 안 나네.”
에이에이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그녀도 에리나가 무엇으로부터 쫓겼는지는 기억이 잘 안 나는 모양이었다. 에리나는 말했다.
“뭐, 그런 건 중요하지 않지. 아무튼, 중요한 건 그때 우리 에이에이는 처음 본 나를 위해서 칼을 뽑아 들고 달려와줬다는 것이다. 어찌나 듬직하고 멋지던지, 너도 그 때 우리 에이에이의 모습을 봤어야 했다.”
“너무 그렇게 칭찬하지 말아줘. 부끄러우니까.”
에이에이는 정말로 부끄러운 듯 몸을 배배 꼬았다. 마틸다는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물었다.
“그런데 에리나 엄마는 왜 밖에 나가신 거예요? 아힐데른의 공주셨잖아요.”
에리나는 가슴을 쭉 펴고 당당한 어조로 말했다.
“당연히 마왕을 무찌르기 위해서가 아니겠느냐? 마왕 때문에 세상 사람들이 전부 고통을 받는 데, 차마 나 혼자 아힐데른에서 부귀영화를 누리며 지낼 수가 없었다.”
나는 그 말에 씩 웃으며 고개를 돌렸다. 엄밀히 따지면 에리나의 말이 맞긴 했지만, 그녀가 희생정신이나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기 위해서 마냥 뛰쳐나간 것도 아니었다. 그녀는 그저 마왕을 물리치는 사람과 사랑 없는 결혼을 하기 싫어서 나갔던 것일 뿐이었다. 마틸다가 물었다.
“그럼, 그……. 에리나 엄마의 첫사랑은 역시 용사 엄마였군요.”
“어, 그, 그렇지! 그때 첫눈에 반하고 말았다.”
“그리고 결혼까지 하셨구요.”
“맞다.”
“그런데, 그……. 왜 갑자기 우리 아빠랑 두 분 다 결혼하신 거예요?”
“어…….”
에리나는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에이에이도 난감한 얼굴로 나를 쳐다봤다. 나도 이런 질문이 들어오니, 대답할 말이 없어서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결혼한 이야기를 하려면, 내가 에리나를 임신시킨 이야기부터 에이에이랑 드래곤 성관계를 맺은 이야기에, 에리나를 에이에이 눈앞에서 따먹고 에이에이도 에리나 눈앞에서 따먹었던 조교의 역사를 쭉 풀어야 했다. 그 이야기를 전부 하는 게 마틸다의 동심에 그리 좋은 영향을 주진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일단 마왕을 물리친 이야기부터 계속해볼까?”
“아, 맞아요! 그 이야기 들어야 하는데. 왜 에리나 엄마랑 용사 엄마랑 같이 모험을 떠났는데, 에리나 엄마가 빠지고 아빠가 멤버로 들어간 건가요?”
에리나는 그 말에 다시 재빨리 머리를 굴리며 식은땀을 흘리기 시작했다. 마틸다는 오늘따라 난감한 질문을 잘했다. 그때 에리나가 왜 빠졌더라? 내 앞에서 무례하게 굴다가 1대1에서 장렬하게 패배한 뒤 빠졌었다.
“그때, 우리 영지에 에리나랑 우리 용사님이 같이 왔었는데, 우리 영지도 몬스터들 때문에 여러모로 곤란한 상황이었어. 그래서 내가 용사님과 에리나에게 몬스터들을 잡아달라고 부탁했었는데, 그 때 우리 에리나가 부상을 입었지.”
“아, 어……! 그랬지! 그랬다! 내가 우리 에이에이를 감싸다가 크게 다쳐서……!”
나는 사족을 덧붙이는 그녀의 허벅지를 쿡 찌르며 눈치를 줬다. 에리나는 말하다가 황급히 고개를 저으며 정정했다.
“아, 아니! 에이에이를 감싸지 않았다! 생각해보니 그냥 넘어져서 다친 것 같구나!”
“넘어져서요?”
마틸다가 어이없다는 듯한 시선으로 에리나를 바라봤다. 나는 말했다.
“넘어진 에리나 다리 위로 오우거가 넘어졌거든. 그래서 다리를 다쳤어. 다리를 다쳤으니, 마왕 성까지 강행군할 수 없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