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Character is the Villain RAW novel - chapter 458
“아니 뭐, 맞긴 하는데.”
동생은 내 말에 반박할 수 없었는지, 뭐라고 하려다가 혀를 차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엘시와 라이카도 지구행에 참여하기로 했다. 나는 시에리를 쳐다보았다. 시에리는 어색한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됐어요. 저는, 뭔가 잘 안 맞을 거 같고.”
“응? 그래? 정말로?”
“전부 다 가면 또 여러모로 일에 차질이 생기잖아요? 저는 여기 남아있을게요.”
“일 생기면 그 북부 대공한테 시키면 되지.”
“그런 건 나쁘다고 생각해요.”
“어머, 안심하고 다녀오렴? 우리가 여기 지키고 있을 테니까.”
아티를 비롯한 마계의 4인방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시에리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아티에게 물었다.
“어라? 아티 씨는 안 가시나요?”
“나나 여기 있는 애들은 못가.”
“마기가 너무 강하면 내가 못 덮어줘. 우리 오빠에다가, 이제 힘이 약한 작은 악마 정도까지는 내가 어떻게 해볼 수 있는데, 우리 스승님이나 미미르 씨. 시오테르 씨 다곤 씨 같은 강한 마력은 내가 덮으려고 해도 흘러나와서 포탈 자체를 불안정하게 만들거든.”
“아쉽네요.”
“어쩔 수 없잖니. 차원 이동해서 세상 하나 망가질 뻔한 걸 봤는데.”
시에리는 그 말에 다시 한번 고민하다가, 역시 가지 않겠다며 고개를 저었다. 그녀에게 이 세계는 너무 큰 모험이었던 듯했다. 그녀를 데리고 가면 제법 재밌는 걸 많이 볼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아쉬웠다. 나는 에이에이를 쳐다봤다. 그녀는 자신의 아이를 쳐다보며 걱정스러운 시선을 주었다. 에리나가 자신의 가슴을 탁탁 치며 말했다.
“걱정하지 말거라 에이에이! 다녀오고 싶으면 다녀와도 좋다! 여기 육아 전문가가 있지 않으냐!”
생각해보면 에리나는 임신 출산 육아를 전부 경험해본 전문가였다. 에이에이는 에리나에게 조금 미안한 시선을 던지며 말했다.
“그건 좀, 미안한데…….”
“저도 돌봐줄게요! 동생 돌봐주고 싶었어요!”
마틸다도 에이에이의 등을 떠밀었다. 에이에이는 망설이는 듯했지만, 그녀의 본분은 어디까지나 용사였다. 모험을 좋아하고 어디로든 훌쩍 떠나고 싶어하는 용사, 그런 그녀에게 이세계는 좋은 자극이 되리라.
“그럼…….”
에이에이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웃으며 손을 들었다. 뒤이어 소야와 카린도 참가 의사를 밝혀서 우리 일행은 카린, 소야, 에이에이, 라이카, 엘시, 이브, 셀루, 나, 동생 이렇게 9명이 되었다.
아이라는 역시나 지구로 가는 건 무섭다며 거절했다.
동생은 말했다.
“그러면, 이번에 지구로 가는 사람들만 남고 다른 분들은 전부 돌아가 주세요.”
이제 지구에 가기 전 사전 교육을 할 시간이었다.
“지구에는 마법이란 게 없어.”
동생의 첫마디에 소야는 휘둥그레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녀는 눈을 끔뻑거리다가 아쉽다는 듯 한숨을 푹 내쉬며 말했다.
“아쉽네요. 지구의 마법사들이랑 마법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데. 그런데, 그러면 그 세상은 어떻게 돌아가나요. 우리 왕국이나 아힐데른은 대부분 에너지를 마석이나 마력에서 얻고 있잖아요.”
“전기로.”
동생은 손안에 새하얀 빛의 스파크를 일으켜 보이며 말했다. 일찍이 지구 사람들은 전기를 물리적인 에너지로 사용하는 방법을 알게 되어서, 이를 통한 과학 문명이 발전했다고 설명했다. 소야의 얼굴은 그 말에 눈을 전기 스파크보다 더 반짝반짝 빛냈다.
동생이 되려 부담스러운 눈초리로 바라볼 지경이었다. 소야는 말했다.
“그러면! 그 전기 기술자들은, 마법사나 다름없는 분들이겠네요!”
“다를걸. 많이.”
동생은 고개를 저으며 단호하게 말했다. 소야는 그 말에 실망하지 않고 오히려 이렇게 말했다.
“괜찮아요! 뭐든 지 직접 만나봐야 알 수 있는 법이니까! 저 그분들 한번 만나보고 싶어요!”
“뭐, 그러든지. 그런데 너무 시끄럽게 굴면 안 돼? 거기랑 여기는 여러모로 이제 문화도 다르고 사람 사는 방식도 달라서 갈등이 일어나기 쉬우니까.”
“예를 들면요?”
에이에이가 손을 들고 물었다. 나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이렇게 답했다.
“살인하면 안 돼요.”
“성직자. 여기서도 살인하면 안 된다.”
“……그랬던가?”
“그랬다.”
엘시가 내 헛소리에 친절하게 답해주었다. 나는 괜히 머쓱해져서 고개를 돌렸고, 동생이 나를 쳐다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다시 에이에이를 쳐다보며 말했다.
“일단, 우리 오빠가 말하는 게 무슨 의미냐면, 여기서는 범죄자를 대충 우리가 잡아 죽여도 기사나 병사들이 뭐라고 안 하잖아? 거기 가면 그런 짓을 하면 안 된다는 뜻이야. 거긴 그런 것도 그냥 살인이라고 치고 감옥에 보내거든. 우리는 게다가 굳이 따지면 지구에서는 밀입국자들이잖아? 신분증도 없고 여권도 없고, 혹시 경찰이랑 귀찮은 일 생길 것 같으면 일단 도망쳐. 알겠지? 우리는 거기선 신분이 증명 안 되는 사람이니까 서로 곤란해지거든.”
“곤란한 사람을 보더라도 그렇게 해야 하나요?”
에이에이는 정말 걱정되는 듯한 표정으로 물었다. 동생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응. 법은 그런 거 안 따져. 네가 죽였으면 그냥 네가 사람 하나 죽인 거야. 애초에 네가 죽여야만 상황이 끝날만큼 난감한 일이 일어나지도 않을걸? 여기에 비하면 치안이 엄청 좋으니까.”
“그럼 다행이네요.”
에이에이는 안심한 얼굴이었다. 동생은 덧붙였다.
“때려도 안 돼. 그냥 귀찮은 시비 붙으면 피해버려. 어차피 다들 그런 시비에서 아무 일 없이 빠져나올 실력자 맞잖아? 응?”
그 말에 에이에이가 어색하게 웃었다. 그녀는 가볍게 몸을 풀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만큼 치안이 좋다니 참 신기하군요. 혹시 거기선 어떤 방식으로 범죄자를 다룹니까? 역시 제가 상상할 수도 없는 아주 가혹한 방식을……?”
카린이 물었다. 그녀는 소야가 마법과 전기의 연관성에 대해 관심이 많은 만큼 경찰서나 경찰 제도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 동생은 가물가물한 기억을 되새기며 말했다.
“아니, 되게 친절해. 범죄자를 너네처럼 잡아 죽인다는 말은 못 들어봤어.”
“저희는 범죄자를 잡아 죽이는 게 아니라, 올바른 길로 인도하는 것뿐입니다. 죄지은 영혼이 고통받는 것을 견디지 못할 뿐이지요.”
“아 그렇구나.”
동생은 부드럽게 카린의 주장을 흘려넘기고 다음 질문을 찾았다. 기다렸다는 듯이 손이 번쩍 올라왔다.
“그럼, 거긴 놀 거리가 뭐 있어?”
셀루가 손을 들고 질문 했다. 그녀는 법도 같은 것보다는 놀 거리가 더 궁금한 모양이었다. 동생은 말했다.
“뭐, 놀 거리는 지구가 더 다양하지. 여기보다. 전기라는 게 마법이랑은 달라서 엄청 싼 값에 다양한 도구들을 만들 수 있게 해줬거든. 그중에는 이제 오락기도 있고……. 또……. 음…….”
“오락기?”
동생은 얼굴을 찌푸리고 뭔가 설명하려고 했지만, 말이 나오지 않는지 입술을 우물거리며 고민에 빠졌다. 생각해보면 그녀라고 놀 거리를 제대로 알 리가 없었다. 지구에서 살았을 때 대부분의 인생을 병원 침대에서 누워 보냈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말했다.
“지금 설명은 못 해주고 가봐야 알 수 있어요.”
“수영장은? 수영장은 있지?”
“당연하죠. 근데 여기랑은 느낌이 좀 달라요. 물에 들어가면 피부가 좀 따가울 걸요? 수영장 물에 염소를 채워넣어서……”
“염소를?”
“아니 그 염소 말고요.”
셀루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머리에 뿔 달린 염소 흉내를 냈다. 나는 고개를 저으며 내 표현을 정정했다. 엘시가 물었다.
“수인을 좋아한다고 했는데, 그러면 혹시 수인들이 지구에 사는 건가?”
“수인들은 지구에 없어요. 인어들도 없고요.”
셀루가 다시 손을 들었다. 동생이 말했다.
“엘프랑 드워프도 없어. 용도 없고.”
“인간밖에 없어?”
동생은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가 살던 지구에는 인간 말고 다른 인종은 살지 않았다.
“되게 재미없는 세상이네. 다른 세상이라니까, 당연히 눈 3개 달린 종족 같은 건 있을 줄 알았는데.”
셀루는 조금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다. 기대했던 바가 독특해서 이브가 낄낄 웃었다. 동생은 말했다.
“또 질문 있는 사람?”
카린이 손을 들었다. 동생이 물었다.
“뭐야?”
“거기도 대천신교 같은 종교가 있습니까? 한 번 가서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습니다..”
“어, 있어. 종교. 십자가 달린 종교 있어. 기독교라고 하는 데. 하느님이라는 신을 믿는 종교야. 나도 6살 때인가 7살 때 잠깐 다닌 적 있었어.”
“하느님?”
“어. 아주 옛날에 이 세상을 창조했다는 신이래. 여기 대천신교랑 돌아가는 건 비슷할걸? 새벽에 예배하고 주일마다 예배하고, 기부금 내고, 뭐 이것저것 구호 행사하고.”
카린이 에이에이를 바라보며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