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Character is the Villain RAW novel - chapter 467
“맛있다.”
셀루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나폴리에 온 기분이야.”
이브는 스스로 이야기하면서도 이게 맞는 건가 싶었다. 밥을 다 먹고 나자, 감독이 다시 한번 촬영을 끊었다. 세세한 지시사항을 전달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이브는 말했다.
“그런데, 이렇게 막 해도 괜찮나? 이거 그냥 앵무새잖아.”
“어차피 적당히 편집할 거니까 괜찮아요.”
영상을 잘라 편집하기 때문에 실제로 이브와 셀루가 나누는 대화는 매우 축약될 것이라고 했다. 아무튼, 잘 나올 것이라고 하니, 이브는 그러려니 하기로 했다. 음식도 적당히 맛있었고, 이런 경험도 흔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작가는 셀루를 보며 말했다.
“그런데, 이쪽 분은 그……. 혹시 코스프레 중이신 건가요?”
작가는 셀루의 꼬리를 가리키며 물었다. 치마 끝에 삐죽 튀어나온 꼬리는 알게 모르게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었다. 다리가 있어야 할 부분에서 생선 지느러미가 파닥거리고 있으니 당연했다. 이브는 무덤덤하게 답했다.
“응. 코스프레야.”
이브는 코스프레가 뭔지 몰랐지만, 일단 그거라고 긍정해주기로 했다. 뭔진 몰라도 인어 꼬리에 대해서 이 사람들이 이해하는 최선의 경우의 수인 모양이었으니까. 작가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아, 인어 공주. 인어 공주 맞죠? 저도 어릴 때 인어 공주 엄청 좋아했거든요.”
“예 그거에요.”
셀루는 자신을 공주라고 불러주니 매우 기분이 좋아 보였다.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히죽 웃는 그녀가 귀여운 듯 작가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가족 관계가 어떻게 되세요.”
“우리 엄마.”
“……엄청 동안이시네요. 놀랐어요.”
작가는 정말 놀랐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뜨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브는 셀루의 동안을 칭찬하는 작가의 말에 괜히 기분이 좋았다. 셀루는 이것 보라는 듯 씩 웃었다. 이브는 셀루의 볼을 꼬집으며 말했다.
“이제 그냥 가면 돼?”
“아니요. 마지막으로 계산하면서 우리 윤더비씨 보이시죠? 저기 요리하시는 금발분.”
“응응.”
정확히 말하면 요리가 아니라 설거지를 하고 있었지만, 아까 작가가 이야기하던 그 연예인이었다. 작가는 지갑 소품을 전해주며 말했다.
“저기 가서, 계산하시면서 혹시 [CPR]의 멤버 윤더비 아니냐고 물어보시고. 맞다고 하면 엄청 놀라면서 팬인 척해주세요. 그리고 이탈리아에서 뜨겁다는 말도 덧붙여주시고요.”
“한국말로?”
“네. 최대한 어눌한 한국말로. [CPR] 노래 중에 [심장이 아파]를 제일 좋아한다고 해주시면 돼요.”
이젠 척하면 착이었다. 이브와 셀루가 다시 식탁에 앉자, 다시 큐 사인과 함께 카메라가 돌기 시작했다. 이브는 다시 이탈리아어로 맛있다. 맛있다를 적당히 외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지갑에서 현금을 꺼내며 푸드 트럭 안을 들여다봤다.
윤더비라는 연예인이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하고 있었다. 이브는 마주 끄덕여준 다음 적당히 돈을 지불하고 말했다.
“[CPR], [CPR] 멤버 아니에요?”
윤더비는 천연덕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어, 저를 아세요?”
이브는 저 뻔뻔하게 놀라는 얼굴이 왠지 모르게 열 받았다. 셀루가 휠체어에 앉은 채 말했다.
“알아요. [CPR] 이탈리아에서 유명해요.”
이브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심장이 아파] 노래 좋아요.”
이브는 적당히 말하면서 이 시간이 끝나기를 기다렸다. 카메라는 쉴새 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감독은 매우 흡족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작가들도, 이번엔 제법 사람을 잘 골랐다며 서로 칭찬하고 있었다.
******
엘시와 라이카는 누구보다 먼저 숙소에 도착했다. 최소한 3일은 머물 예정이었기 때문에, 에반젤린은 특별히 호텔 방을 빌렸다. 제일 먼저 스위트 룸을 안내받은 라이카는 왕궁의 방만큼이나 널따란 방을 보고 눈을 반짝반짝 빛냈다.
“엘시! 보십시오! 방이 넓습니다! 이 정도면 토끼 풀어놓고 사냥도 가능합니다!”
“뛰기엔 조금 모자란 것 같다.”
“집에서 뛰면 안 된다고 루시우스님이 그랬습니다.”
“맞다. 그래서 아쉽다.”
엘시는 그렇게 말하고 침대 위로 몸을 던지려고 했다. 라이카가 엘시의 팔을 붙잡고 말했다.
“엘시! 안됩니다! 손 씻고 발 씻고! 그러고 누워야 합니다!”
“알겠다.”
엘시는 고분고분 라이카를 따라서 욕실로 들어갔다. 두 사람은 깨끗하게 손발을 씻고 나서야 개운한 얼굴로 침대로 몸을 던졌다. 라이카는 사 왔던 라이트노벨을 펼쳤고, 엘시는 침대에 누워서 뒹굴뒹굴하고 있었다.
푹신한 침대에 반쯤 파묻힌 그녀는 황홀한 표정으로 천장을 보며 눈을 반짝거렸다.
“이 침대. 너무 좋다. 푹신한 것도 좋은데, 이불도 너무 따뜻하다. 대단하다.”
“저도, 이 이불 너무 좋습니다.”
라이카는 책을 읽다 말고 이불에 얼굴을 파묻었다. 엘시는 라이카가 읽고 있던 책을 보며 말했다.
“그 책. 무슨 내용이지.”
“모르겠습니다. 어려운 말만 잔뜩 나옵니다.”
라이카에겐 라이트노벨은 잘 맞지 않는 듯했다. 그녀는 표지에 있는 수인을 가리키며 말했다.
“여긴 수인 여자 있는데, 내용은 수인이 한 명도 나오지 않습니다. 사기당했습니다.”
“표지로 사기 치다니. 나쁜 놈들이다.”
“네, 그러니까 이름이 어떻게 되신다고요?”
“에, 에이에이요.”
“스펠링은요?”
“A 그리고 A입니다.”
경찰은 고개를 쳐들고 에이에이를 바라봤다. 에이에이의 옆에는 벨릭스 카린이 조신한 자세로 조사를 받고 있었다. 에이에이는 귀까지 빨갛게 물들어서 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경찰은 다시 서류로 시선을 준 다음 말했다.
“장난치지 마세요. 이름 어떻게 되세요.”
“AA입니다…….”
“성은요?”
“페타, 에이에이입니다.”
경찰은 한숨을 푹 쉬고 이름란에 쓴 AA에 줄을 쭉쭉 그었다. 그다음 손을 내밀며 말했다.
“신분증이나, 여권 좀 주시겠어요?”
“아, 그……. 지, 집에 두고 왔는데…….”
“집에요? 혹시 대한민국 국적을 가지고 계시는가요?”
“아, 아니요. 구, 국적은 없고요. 그게, 그러니까…….”
“아, 네. 알겠습니다.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에이에이의 얼굴이 빨갛게 물든 상황에서, 경찰은 한숨을 푹 쉬고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커피를 한 모금 입에 머금으며 제 동료에게 투덜거렸다.
“야, 사람 이름이 어떻게 AA냐? 나랑 장난치는 것도 아니고. 어? 밀입국자인가?”
“옷차림은 깔끔해 보이던데요?”
다른 경찰이 웃으면서 그렇게 말했다. 경찰은 머리를 긁적이면서 짜증을 냈다.
“야, 생긴 게 멀쩡하면 뭐해. 질문에 답을 제대로 해줘야지. 안 그래?”
“연락해볼 다른 가족 있냐고 연락해보세요. 근데 이름이 에이에이인데 애 낳으면 BB인가?”
그가 던진 농담에 경찰은 짜증을 냈다. 안 그래도 이상한 외국인이 와서 화나는 데, 자기 동료까지 헛소릴 하니까 참아줄 수 없었다. 경찰은 이렇게 말했다.
“씨발 말이 되는 소리를 해라. 난 일단 그 아는 사람 있냐고, 물어보련다.”
경찰은 남은 커피를 입안에 쑥 털어 넣고 쓰레기통에 종이컵을 버렸다. 제자리로 돌아가는 중에 카린을 심문하는 경찰을 보았다. 그는 헤실헤실 웃는 얼굴로 카린의 신상 명세를 묻고 있었다. 에이에이 담당 경찰은 서류철로 가볍게 동료의 등덜미를 슬쩍 문지르고 지나갔다.
경찰 동료는 그의 손놀림에 화들짝 놀라서 허리를 쭉 펴고 다시 질문을 시작했다. 경찰은 머리를 긁적이며 다시 서류를 펼쳤다. 그리고 에이에이에게 물었다.
“그럼, 뭐 여기서 연락되는 사람 있으세요?”
“아, 네.”
에이에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일행이 더 있다는 모양이었다. 경찰은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물었다.
“친구분? 아니면 부모님?”
“아, 그……. 남편이에요.”
“아, 결혼하셨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