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Character is the Villain RAW novel - chapter 478
저녁때까지 자유롭게 놀다가 들어오라는 쪽지였다. 이브는 물을 다 들이켜고 고개를 끄덕였지만, 막상 나간다고 생각하니 갈 곳이 없단 사실을 깨달았다.
“이브 씨?”
에이에이가 이브의 기척을 느끼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는 온종일 허리를 숙이고 자서 허리가 아픈 모양이었다. 허리 부근을 주무르며 얼굴을 찌푸리는 모습에 이브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보냈다. 이브는 어제 루시우스가 에이에이의 엉덩이를 붙잡고, 정말 개처럼 박는 걸 생생하게 직관했기 때문이었다. 에이에이는 이브의 시선에 얼굴을 붉히며 시선을 피했다.
“뭐, 뭘 그렇게 보시는 거예요.”
“음란해라.”
“아, 아니에요!”
에이에이는 저도 모르게 큰소리를 치고 입을 다물었다. 그 소리에 놀란 라이카와 엘시가 동시에 깨어났다. 두 수인은 주변을 둘러보다가 다시 매트리스에 얼굴을 처박고 잠들었다. 이브는 에이에이에게 말했다.
“오늘은 어디 갈 거야?”
“네? 아, 그게…….”
“신랑은 벌써 나갔어. 어디 갈 곳이 있나 봐.”
에이에이는 루시우스와 함께 다니고 싶은 지 아쉬운 기색을 얼굴에 드러냈다. 이브는 표정에서 감정이 다 드러나는 그녀가 웃겨서 씩 웃었다. 에이에이는 이브가 의미심장하게 웃자, 괜히 가슴이 찔리는지 발끈했다.
“왜, 왜 그러세요.”
“아니 그냥, 오늘은 어디 갈 거야? 따로 예정 없었어?”
“음……. 사실 어제 카린 씨랑 교회 가기로 했었는데, 교회 앞에서 좀……. 사고가 있어서 무산됐잖아요. 그래서 오늘은 그 교회를 다시 한번 가보려고요. 이브 씨도 같이 가보실래요?”
“됐어. 난 종교인 안 좋아해. 우리 신랑 빼고.”
이브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녀는 종교인을 그리 좋아하지 않았다. 루시우스나 시에리 정도만 예외였다. 에이에이는 알겠다고 고개를 끄덕인 뒤 카린을 쳐다봤다. 카린도 그제야 눈을 비비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나하나 부인들이 몸을 움찔움찔 떨면서 일어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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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식사 시간. 호텔에서의 아침은 직접 가져다주는 것과 뷔페를 이용하는 두 가지 옵션이 있었는데, 이미 루시우스가 직접 갖다 주는 옵션을 선택한 뒤였다. 이브는 오늘 저녁에 신랑이 돌아오면 내일은 뷔페를 이용해보자고 말할 생각이었다.
베이컨과 계란 후라이. 소시지와 토스트로 이루어진 아침은 맛있었지만, 그 양이 조금 모자랐기 때문이었다. 엘시는 소시지를 입에 문 채 라이카의 식사를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었다. 라이카는 자기 접시를 슬쩍 밀며 말했다.
“제, 제 겁니다.”
“알고 있다.”
“아는 데 보는 거 아닙니다. 무섭습니다.”
“배고프다.”
“제 것 드세요.”
소야가 웃으면서 접시를 밀어주었다. 엘시는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그러면 마법사가 배고프다.”
라이카는 그 모습에 어이가 없는지 자기 토스트를 베어 물며 말했다.
“그럼 제 것도 탐내면 안 되는 겁니다!”
“그래서 보기만 하는 거다. 식탐은 참아야 한다.”
엘시는 당당하게 말했다. 엘시의 당당함에 이브는 음식을 먹다 말고 뿜을 뻔했다. 셀루가 물었다.
“너희는 오늘 어디 갈 거야?”
“어제 길거리에서 광고하는 거 봤습니다. 수인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 있는 것 같습니다.”
“수인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이는 곳? 듣기만 해도 좆될 거 같은데.”
“아닙니다! 수인을 좋아하는 사람 중에 나쁜 사람 없습니다!”
“내가 지내던 노예 시장에도 인어 좋아하는 사람은 많이 왔었는데 썩 좋은 사람은 없더라.”
이브는 단언했다. 라이카는 길거리에서 뽑아온 전단지를 보여주며 말했다. 전단에는 짐승 귀를 가진 캐릭터 그림이 그려져 있었고, [코믹월드 행사]라고 적혀 있었다. 이브는 그 표지에서부터 왠지 모를 껄끄러움을 느꼈다.
“뭐야. 뭔 수인이 그려져 있어?”
“수인을 좋아해서 수인으로 분장도 하고, 수인 흉내도 내는 행사라고 합니다. 어제 길거리 걷다가 그 행사 가냐는 말 많이 들었습니다. 그게 뭐냐니까 내일부터 하니까 꼭 오라고 이 광고지도 받았습니다.”
“…..수인 분장을 하는 행사라고?”
이브의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건 BDSM 윤락 업소밖에 없었다. 그녀는 자기 머릿속에 떠오르는 지저분한 상상을 걷어내고 이렇게 물었다.
“안전한 행사 맞아?”
“수인을 좋아하는 사람 중에 나쁜 사람은 없습니다.”
“좋아한다고 그 분장을 하고 다니는 건 좀 이상한 거 아니야? 우리 신랑이 여자는 좋아해도 여장은 안 하던데.”
셀루가 그 말에 이브를 쳐다보며 물었다.
“시켜봤어?”
“응. 맨날 나만 이상한 옷 입고 섹스하니까 여장하고 해 달랬거든.”
“그러니까 뭐래?”
“갈! 이라던데.”
이브는 루시우스의 말투는 정확히 흉내 내며 그렇게 말했다. 이브의 흉내에 셀루도 에이에이도 카린도 빵 터져서 쿡쿡 웃었다. 카린은 다시 이브에게 물었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여장이죠?”
“신랑이 선이 고우니까?”
사실 이브는 그때 별생각이 없었다. 어디서 발레복을 가져온 신랑이 오늘은 이걸 입고 하자고 제안을 했기 때문에, 어이가 없어서 한 번 해본 말일 뿐이었다. 엘시는 그릇을 싹 비우고 이브에게 말했다.
“인어도 같이 가면 좋겠다. 수인 좋아하는 사람들이니까 인어도 좋아할 거다.”
이브는 꺼림칙한 얼굴로 셀루를 쳐다봤다. 셀루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난 좋아. 가고 싶어.”
“그래, 가자.”
이브도 셀루가 간다고 하니 고개를 끄덕였다. 셀루가 가는 것과 별개로 엘시와 라이카만 거기에 가면 뭔가 불온한 사건이 생길 것만 같아서 걱정됐다. 카린은 소야에게 물었다.
“소야 씨는 오늘 어디 가십니까?”
“글쎄요. 딱히 갈 곳도 없는데, 아, 교회 같이 가도 될까요? 저도 여기 종교 생활에 좀 흥미가 있어요.”
그녀는 딱히 대천신교 교인은 아니었지만, 이국의 문화에 대해서는 흥미가 가득한 사람이었다. 그렇게 조가 2개로 나뉘었다. 이브, 엘시, 셀루, 라이카는 행사장으로 향할 예정이었고 카린과 에이에이 그리고 소야는 교회로 갈 예정이었다. 이브가 말했다.
“용사님. 사고 치면 안돼?”
에이에이가 그 말에 얼굴을 붉히더니 고개를 저었다. 엘시가 에이에이를 두둔하며 말했다.
“인어가 조심해야 한다. 착실한 용사가 사고 칠 리 없다.”
“응. 그렇지. 그렇지.”
이브는 실실 웃으면서 엘시의 말에 동의했다. 에이에이는 엘시가 그렇게 말할 때마다 쥐구멍에 숨고 싶은 심정이었다. 화기애애한 이브의 표정이 더욱 그녀를 가슴 졸이게 했다. 이브가 말했다.
“그럼 저녁에 보자?”
“네. 조심하세요.”
두 무리는 서로 다른 방향으로 걸음을 옮겼다. 교회는 상대적으로 더 가까운 곳에 있었기에 카린은 택시를 잡았다. 카린이 손을 뻗자 기다리고 있던 택시가 앞으로 와서 문을 열어줬다. 카린은 택시 조수석에 타며 신기한 눈길로 내부를 훑었다. 어제도 자동차를 타고 다녔지만, 몇 번을 보아도 자동차의 내부 구조는 질리지 않았다.
소야 역시 기대감이 가득한 얼굴로 자동차의 운전석 부분을 바라보고 있었다. 택시기사가 허락만 해준다면 자동차를 아주 이리저리 뜯어볼 눈빛이었다. 운전기사는 예쁜 여자 3명을 태우자 기분 좋은 얼굴로 헤실헤실 웃었다.
“아이고, 처자들. 어디로 가요?”
“그……. 이름이 뭐였죠?”
에이에이가 교회 이름이 생각나지 않아서 카린에게 물었다. 카린은 지갑을 꺼내며 말했다.
“승천진리교회로 가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으이?”
택시기사는 의아한 표정으로 세 사람을 쳐다봤다. 누가 봐도 외국인인데 왜 그런 곳을 가는지 알 수 없었다. 택시기사가 물었다.
“거기는 왜 가시게?”
“저희는 대천신교라는 곳의 신도인데, 여기 종교관이 궁금해서 찾아보러 가는 길입니다.”
“대천신교?”
“네.”
“그게 뭐하는 종교여?”
“땅에 강림한 악마들을 경계하고…….”
“아이고! 아이고! 됐어요! 됐어! 네. 네. 그럼 거 승천 진리 교회로 가주면 된다 이거지?”
“네. 그렇습니다.”
택시기사는 대천신교를 설명해주자마자 몸서리를 치며 운전대를 잡았다. 그리고 한숨을 푹 쉬며 중얼거렸다.
“아이고, 세상이 어떻게 되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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