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Character is the Villain RAW novel - chapter 479
승천 진리 교회의 예배당. 수많은 사람이 무릎을 꿇고 기도하고 있었다. 그 중심에는 대머리 교주가 두꺼운 성경책을 들고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여러분! 여러분이 생각하기에! 천국에 가려면 무엇을 해야겠습니까!”
“믿어야 합니다!”
신도들 가운데서 그런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대머리 교주는 고개를 끄덕이며 더욱더 열정적인 목소리로 소리쳤다.
“맞습니다! 믿어야 합니다! 우리는 서로를 믿어야 하고! 하늘에 임할 진리를 믿어야 하며! 저를 믿어야 합니다! 여러분, 저는 어제 꿈에서 하느님과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사랑하는 아들 정대만아. 기부를 받아라! 그래, 기부를 받아서 하늘 끝에 닿을 만큼 높은 교회를 세우고! 그 옥좌에 앉아서 나를 영접할 준비를 해라! 네가 다시 바벨탑을 지을 것이며, 그 끝에서 우리는 만나 내가 임하리라. 네가 인류의 구원자가 될 것이며, 네가 재림 예수가 되리라.
여러분. 저는 그 말을 듣고 눈물을 감출 수가 없었습니다. 보잘것없고 비천한 제게 그리 막중한 임무를 부여하신 주님의 뜻을 알 수가 없었습니다. 아아, 여러분. 하지만 우리는 예수님의 희생을 믿었듯이, 제게 주어진 이 운명 역시 믿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맞습니다!”
“맞습니다!”
사방에서 긍정의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정대만은 팔을 쫙 벌리고 자신에게 쏟아지는 울음 섞인 기도를 만끽하고 있었다. 승천 진리 교회의 교주 정대만. 그는 오늘도 신도를 홀려 기부금을 뜯기에 여념이 없었다.
“믿습니다!”
“믿습니다!”
교회 입구에서부터 열정적인 기도 소리가 들렸다. 다시 찾은 번화가 앞에는 사람들이 힐끔힐끔 교회와 교회 앞에 서 있는 일행에게 시선을 던지고 있었다. 외국인인 일행들이 이 유명한 교회 앞에 서 있는 모습이 유독 이질적이었기 때문이었다. 문 앞까지 들려오는 우렁찬 기도 소리를 만끽하며 카린이 말했다.
“열정적으로 기도를 하시는 분들이군요. 들어갑시다.”
“그래요.”
카린은 벌써 열성 신도를 만난다는 기대감에 가득한 얼굴이었다. 종교인들과 깊은 이야기는 항상 그녀에게 새로운 깨달음을 주기도 했다. 대천신교의 진리를 깨닫는다며 고행을 반복하던 고승에게서, 무릎에 유리를 박는 고문을 떠올렸고, 물에 적신 솜을 입 짜주는 것만으로도 사람이 말라 죽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이제 기사단직은 물러난 지 오래였지만, 그래도 그녀는 자신이 정의를 위해 무엇인가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에이에이와 소야는 과하게 흥분한 기색이 엿보이는 그녀의 어깨를 붙잡고 말했다.
“카린. 진정해요.”
“네. 맞아요. 너무 흥분하셨어요.”
“아, 죄송합니다. 그렇게 보였나요?”
카린은 그녀들의 충고를 받고 조금 마음을 가라앉혔다. 그리고, 이 모습을 지켜보던 택시기사는 혀를 끌끌 차며 다시 차를 몰았다. 외국에서까지 찾아오는 사이비라니, 벌써 나라의 앞날이 어둡게만 느껴졌다.
“무슨 일로 오셨나요?”
경비실에는 하얀색 제복을 입은 경비원들이 화사한 미소를 띤 채 서 있었다. 그들은 교회를 찾아오는 이방인들에게 친절했지만, 외국인들에겐 더더욱 친절했다. 일행은 자신들을 친절하게 맞이하는 교회의 분위기가 정말 마음에 들었다. 에이에이가 앞장서서 말했다.
“안녕하세요. 저희는 대천신교의 교인들인데, 여기 승천진리교회 교인분들이랑 좀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서 이렇게 찾아왔거든요.”
“대천……. 신교요?”
경비원이 의아한 표정으로 에이에이를 쳐다봤다. 에이에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저희가 살던 세상에서 되게 유명한 종교인데, 이 나라에서 승천진리교회가 제일 크고 괜찮은 교회인 것 같아서, 교리에 관해 이야기도 나눠보고 좀 종교적인 사상에 관해 이야기를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왔어요.”
사실 에이에이는 승천진리교회가 얼마나 큰 교회인지 몰랐다. 그녀는 그냥 이 교회가 크고 번쩍번쩍 빛나니 나름대로 크기에 대한 자부심이 있을 것이라 생각해서 대충 찔러봤을 뿐이었다.
에반젤린 역시 승천진리교회가 어떤 곳인지 몰랐다. 그녀는 그저 지도를 보고 숙소와 제일 가깝고 제일 큰 교회를 골라서 보내준 것뿐이었기 때문이었다. 평생의 반 이상을 침대에 누워있던 그녀에게 사이비는 너무도 멀고 먼 개념이었다.
“아, 그러신가요? 그러면, 그 잠시만요. 일단 저희가 위에 좀 연락을 해보고 다시 말씀드릴게요.”
경비원은 활짝 웃는 얼굴로 그렇게 말했다. 에이에이는 생각보다 대화가 잘 통한다는 생각에 활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 뒤에 떨어져 있던 소야와 카린도 그녀가 성공한 듯 하자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종교에 따라서는 타 종교를 배척하는 경향이 짙은 곳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다행스럽게도 승천진리교회는 타 종교에 대해 매우 포괄적인 것 같았다.
“네 교주님. 외국인 여자 셋이요. 네. 셋 다 미인이에요. 이번에 우리 종교에 관심이 있어서 왔다는데, 교주님 혹시 대천신교라고 아세요?”
교주는 경비실에서 올라온 전화를 받으며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았다. 그는 얼굴을 찌푸린 채 전화 내용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외국인 여자 3명. 생각만 해도 군침이 돌았다. 외국에서 오는 어수룩한 사람들은 사기당하기 쉬우므로, 승천 진리 교회같이 도덕적이고 올바른 시설에서 ‘보호’를 해줘야 했다. 교주는 말했다.
“대기실로 일단 보내. 거기서 환자들 연기 좀 잘 하라고 하고.”
“네.”
경비원은 고개를 끄덕인 다음 다시 웃는 얼굴로 창밖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이번에는 카린이 고개를 돌리고 경비원과 마주했다. 경비원이 말했다.
“네. 교주님이랑 연락해 봤는데. 세 분 전부 대기실로 오시면 될 것 같아요. 지금 오시겠어요?”
카린은 뒤를 돌아보았다. 에이에이도 소야도 전부 고개를 끄덕였다. 대기실로까지 가서 환대해준다고 하니, 그녀들이 거부할 이유가 없었다. 전부 동의하자 경비원은 그녀들이 순순히 따라오겠다고 하자 쾌재를 부르며 길을 이끌었다.
“그럼 이쪽으로 와주시겠어요?”
경비원은 정문과 경비실 사이에 난 작은 문을 열어주었다. 이 문을 통해서 앞으로 걸어가면 바로 무대 뒤 편 대기실로 이어졌다. 교주는 이 외국인들 앞에서 자신을 향한 간증과 기적을 보여주는 것으로 제대로 홀릴 계획이었다.
카린은 복도를 걷는 동안 사방에 걸려있는 교주의 번들번들한 초상화를 바라보았다. 이 복도에는 교주의 초상화나 교주의 그림 말고 종교적인 요소는 거의 없었다. 카린이 말했다.
“교주께서는 자기애가 매우 강하신 분인가 봅니다.”
“네. 그렇죠. 자신도 사랑하시고 세상 만물도 사랑하시지요.”
경비원은 그녀의 말에 웃음이 났지만,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생각해도 승천진리교회의 교주 정대만은 자기 자신을 너무 사랑했기 때문이었다. 교회 입구에 세워놓은 동상도 동상이지만, 복도에 만들어놓은 그림이나 사진들은 교주의 마음을 너무 노골적으로 투영하고 있었다.
복도에 있는 사진은 예쁜 여자와 찍은 교주 사진. 여자 신도와 찍은 교주 사진. 여자와 찍은 교주 사진뿐이었다. 에이에이는 사진들의 공통점을 알아내고 표정을 굳혔지만, 굳이 내색하진 않았다.
“그럼 이 종교는 교주님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겁니까?”
“네. 그렇습니다. 기독교를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우리를 천국으로 인도하실 재림 예수는 오직 한 분. 정대만 아버지뿐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그분께선 어떤 대단한 신통력을 가지신 건가요?”
대천신교의 성직자들은 실제로 신성력을 가지고 있기에 했던 질문이었다. 카린은 이 세상의 종교에 대해 아무런 기반 지식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경비원은 고개를 격렬하게 끄덕이며 말했다.
“네. 당연하죠. 그분께선 아픈 사람을 낫게 하시고, 악마에 들린 사람을 치료해주세요. 눈이 먼 사람을 뜨게 하고, 다리가 다친 사람을 다시 걷게 해주시죠.”
에이에이는 저도 모르게 소야의 다리를 바라봤다. 아티가 개조해준 이후 소야의 다리는 아주 튼튼하고 건강했다. 소야는 제자리에서 방방 뛰며 씩 웃어주었다. 카린은 생각보다 대단한 교주의 능력에 감탄하고 있었다. 들리는 이야기로만 보자면 그 역시 대천신교 사제장 급의 능력을 소유한 능력자였기 때문이었다.
“시에리를 안 데려오길 잘했네요.”
악마를 치료하는 능력을 갖춘 교주가 시에리를 보면 대체 어떤 반응을 보일까 궁금하면서도 궁금하지 않았다. 경비원은 감탄하는 일행을 보면서 즐거운 표정을 지었다. 그녀는 대기실의 문을 노크하고 말했다.
“준비됐나요?”
내부의 소란이 느껴졌다. 우당탕 움직이는 소리에 카린이 눈을 깜빡이며 약간 경계했다. 경비원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한 얼굴로 씩 웃어주고 다시 노크했다. 내부에서 다시 노크 소리가 들리는 걸 신호로 경비원이 문을 활짝 열었다.
그곳에는 장애인들이 있었다. 엄밀히 말하면, 교주의 기적을 강조하기 위해 장애인을 연기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은 다리를 저는 사람과 눈이 먼 사람. 허리를 구부정하게 숙인 채 비틀거리는 사람들이었다. 카린은 갑작스럽게 눈앞에 나타난 환자들을 보고 조금 놀란 기색이었다.
“그럼, 여기서 기다려 주시겠어요. 잠시 뒤에 교주님께서 이분들을 직접 치료해주실 계획이시거든요. 그럼 편하게 쉬고 계세요.”
“아, 네. 알겠습니다.”
장애인들은 자신들의 불편한 신체를 강조하면서 비틀대며 자리에 앉았다. 에이에이는 장애인들을 미심쩍은 눈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소야는 다리를 절고 있는 사람을 주의 깊게 바라보고 있었다. 카린은 경비원이 사라지자마자. 눈이 먼 척 하는 선글라스 낀 사내에게 다가가서 물었다.
“당신. 장님입니까?”
“…..네. 그렇습니다.”
신도는 시각장애인 연기를 오래 해왔기 때문에 이런 질문에 익숙했다. 그는 평온한 어조로 그렇다고 답했다. 하지만 카린은 장님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에이에이는 그녀의 무례한 행동을 제지하지 않았다. 카린이 말했다.
“다시 한번 묻겠습니다. 당신은 장님이 맞습니까?”
“눈이 먼 것도 서러운데! 지금 절 의심합니까!”
장님이 버럭 소리를 지르며 화냈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빠져나갈 수 있는지 잘 알고 있었다. 그가 소리를 지르자 옆에 있던 장애인들이 호들갑을 떨며 맞춰주기 시작했다.
“아이고, 눈도 안 좋은 사람한테 왜 그리 시비를 거시오? 거 외국인이면 다요? 우리가 몸 좀 나아보겠다는 데 뭐 잘못됐소?”
“당신은 장님이 아닙니다.”
카린은 고개를 저으며 단언했다. 장님은 그 말에 고개를 비틀며 다시 소리를 질렀다.
“아이고! 아이고오오!”
그는 자신이 있었다. 이번 연기를 위해 눈에는 렌즈를 껴서 초점을 지웠고, 장님들의 습성을 학습했기 때문이었다. 그녀가 어떤 증거를 들이댄다고 한들, 그는 장님이었다. 그만큼 그는 당당했다.
카린이 말했다.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릴 때, 당신은 발소리가 나는 방향이 아니라 가만히 서있는 저희를 향해 고개를 돌렸습니다. 또한, 조금 전 우리가 들어가기 전에 들리는 발소리는 앞이 보이지 않는 사람의 발걸음 소리가 아니었습니다. 매우 규칙적이고 재빨라서 자신이 어디로 가야 할지 정확히 아는 발소리였죠. 그런 발소리가 3개가 들렸습니다. 당신. 그리고 당신. 당신들은 전부 장애인이 아니군요.”
장애인들이 모두 입을 다물었다. 카린은 말했다.
“이런 짓을 해선 안 됩니다. 장애인이라는 사기를 쳐서 남들의 동정을 얻으려고 하다니요.”
카린이 손을 올렸다. 그녀는 대기실 화장대에 있는 이쑤시개를 하나 뽑아 들었다. 그리고 장님이 뭐라고 반응하기 전에 이쑤시개로 관자놀이를 정확하게 찔렀다.
장님은 멍한 얼굴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아니, 둘러보려고 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관자놀이에서 느껴지는 알싸한 감각 이후, 그의 시야는 암흑이 잠식하고 있었다. 장님은 벌벌 떨며 손을 앞으로 휘적거렸다. 바닥에 주저앉아서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으아아아아! 으아아아아아아!”
카린은 무덤덤한 어조로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