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Character is the Villain RAW novel - chapter 480
“당신이 장애인의 이름을 팔아서 사기를 칠 동안, 세상에서는 정말로 눈이 보이지 않는 사람들이 고통받고 있습니다. 잠깐 그 고통을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치료는 걱정하지 마십시오. 여기 교주님은 눈이 먼 사람도 치료해준다고 하니까요.”
벨릭스 카린. 그녀는 승천진리교회의 교주가 정말 치료할 줄 안다고 믿고 있었다.
소리 없는 비명이 방 안을 울리고 있었다. 카린은 무표정한 얼굴로 꼽추인 척했던 남자를 바닥에 눕힌 채 조심스럽게 허리를 쓰다듬었다. 남자는 사력을 다해 버둥거리고 있었다. 그는 곱사등이 흉내를 내기 위해 허리에 가죽으로 만든 끈을 묶어둔 상태였다. 허리 부근을 손으로 쓸어내리는 카린은 그 장치를 발견하고 얼굴을 찌푸렸다.
“허리가 아프신 분들을 기만하시는 것과 다름없는 행동입니다. 당신 때문에 정말 허리를 다친 사람이 오늘 치료를 받지 못하지 않습니까.”
남자는 변명을 하기 위해서 입을 벌렸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소야가 환자들과 방 전체에 사일런스를 걸었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진짜로 꽤 오랜 시간을 장애인으로 살아왔었기 때문에 이런 기만행위를 싫어했다.
에이에이는 카린이 남자의 허리를 짚자 조금 껄끄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카린 씨. 그래도 이 세상에도 경찰이 있는 데 저희가 처벌하는 건 잘못된 행동이지 않을까요? 이 나라 법에 맡겨야 한다고 생각해요.”
카린은 에이에이의 온건한 제안에 고개를 저었다. 그녀의 얼굴은 조금 신나 보였다. 그녀는 남자의 척추를 손으로 훑고, 긴박하게 묶은 가죽끈을 손가락으로 잘라냈다.
“이 나라의 법은 처벌이 매우 가볍습니다. 듣자 하니 고문도 없고 매질도 하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사람은 작은 감옥에 며칠 갇힌다고 해서 반성하지 않습니다. 돈 몇 푼 낸다고 해서도 반성하지 않지요. 몸으로 직접 고통을 체험해야, 자신의 과오를 뉘우칠 수 있는 법입니다. 제가 비록 기사단을 그만두긴 했지만 마침 이 자리에는 사제장 급의 신성력을 지닌 교주님도 있으니, 그들이 몸으로서 자신들의 과오를 깨닫게 해주는 게 옳다고 생각합니다.”
장님이 된 사내는 바닥을 뒹굴며 소리 없는 아우성을 내지르고 있었고, 다리를 저는 척했던 사내는 벌벌 떨면서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다. 허리를 붙잡힌 사기꾼이 애원하고 있었지만, 카린의 귀에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녀는 허리뼈를 손가락으로 쿡 찌르며 말했다.
“비숙련자가 허리를 부러트리면, 쇼크로 사망할 가능성이 크지만.”
우드드득!
그녀의 손이 사기꾼의 허리를 밀며 어깨를 당겼다. 동시에 가볍게 팔을 비틀어서 허리의 방향을 엇나가게 했다. 소름 끼치는 소리가 방 안을 울려 퍼졌다. 사기꾼은 입을 쩍 벌린 채 침을 질질 흘리며 눈을 까뒤집었다. 카린은 손을 놓고 사기꾼의 맥을 짚으며 말했다.
“저처럼 숙련된 기술자는 죽이지 않고도 사람을 불구로 만들 수 있습니다.”
에이에이는 카린의 깔끔한 솜씨가 감탄하고 있었다. 남자의 허리가 90도 이상 옆으로 돌아갔음에도 불구하고 그가 살아있었기 때문이었다. 그의 다리는 바닥을 보고 있었지만, 그의 상반신은 카린과 에이에이를 마주 보고 있었다. 그는 고통으로 몸을 부르르 떨며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카린이 그의 눈물을 손으로 닦아주며 말했다.
“울지 마십시오. 곧 고통에서 해방될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카린은 절름발이 흉내를 내던 남자를 바라봤다. 그는 카린을 보자마자 바닥에 납작 엎드리며 빌기 시작했다. 뻐끔거리는 입 모양은 ‘죄송합니다.’라고 말하고 있었다. 카린은 남자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
“네. 여러분. 전부…….”
대기실의 문을 열고 들어선 신도는 눈앞에 쓰러져있는 장애인들의 모습을 보고 할 말을 잃었다. 매번 기적 행사를 할 때마다 어딘지 모르게 어설픈 장애인들이 오곤 했었는데, 오늘 환자들은 정말 고통스러워 보였기 때문이었다.
허리가 반쯤 돌아간 남자와 다리 한쪽이 방금 부러진 듯이 덜렁거리고 있는 남자, 그리고 허공에 손을 내젓는 장님까지 모두 생생한 고통을 토해내며 몸부림치고 있었다. 그 옆에는 카린이 매우 평온한 얼굴로 앉아있었다.
신도는 눈을 깜빡거리며 사태를 파악하기 위해 애썼다. 자신이 사전에 연락받은 모습과 지금 여기 있는 장애인들의 모습이 조금 달랐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매우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신도를 바라보고 있었다.
신도는 물었다.
“어……. 오늘 오신 외국인분들이 여러분인가요?”
“네. 그렇습니다.”
카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에이에이와 소야도 같이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직원은 그리고 장애인들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들은 눈물을 줄줄 흘리고 있었다. 직원이 물었다.
“오늘 치료받으러 오신 분들이시죠?”
그들은 하나같이 고개를 끄덕이고 입을 뻐끔거렸다. 목소리도 나오지 않는 듯했다. 신도는 장애인들의 모습을 보면서 안타깝다고 느끼는 한편, 오늘이야말로 교주님의 진짜 힘을 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가슴이 벅차오르는 것을 느꼈다. 그녀는 저도 모르게 실룩 실룩 올라가는 입꼬리를 겨우 억누르고 말했다.
“그럼 손님분들은 특별 참관석으로 이동해주시길 바랍니다.”
카린과 에이에이와 소야는 신도가 이끄는 대로 자리를 이동했다. 뒤이어 장애인들을 무대로 이끄는 목소리가 들렸다.
“아니, 이 사람들이 왜 이렇게 안와요? 빨리 오세요. 교주님이 기다리신다고요!”
하지만 장애인들은 무대로 올라가기 싫은 것인지 ‘일일구’라고 입 모양으로 뻐끔거리며 어디론가 나가려고 했다. 덕분에 신도는 진땀을 빼며 억지로 환자들을 무대 위로 올려보내야 했다. 허리와 다리가 부러진 환자들은 튼튼하고 건장한 신도들을 이겨낼 수 없었다.
“글쎄! 119보다는 우리 교주님이 더 정확하다니까요! 믿어보세요!”
*****
교주 정대만은 입이 귀에 걸릴 듯한 미소를 지었다. 특별관람석에 올라온 3명의 여인이 전부 미인이었기 때문이었다. 정대만 교주는 자신의 대머리만큼이나 번들번들한 음심을 가진 사내였다. 그는 저 여자들을 구워삶아서 자신의 충실한 몸종으로 삼을 생각에 몸이 달아 있었다.
그 첫 번째 계획으로 저들의 눈앞에서 조금 전까지 장애인이었던 사람들이 멀쩡히 일어나고 눈을 번쩍 뜨는 모습을 보여줄 생각이었다. 이 쇼를 위해서 얼마나 오랫동안 준비했던가.
병을 고치는 기적적인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자신의 신도들의 믿음을 더더욱 확고히 하고 저 외국인 여자들도 속일 생각이었다. 정대만은 본격적인 치료 쇼를 시작하기 전에 신도들에게 외쳤다.
“여러분! 멀리서 오신 손님들을 소개하겠습니다! 멀리 타국에서! 저 정대만을 보고자 찾아오신 손님들입니다!”
에이에이는 주목을 받는 것에 익숙하지 않았다. 우레와 같은 박수 소리도 익숙하지 않았다. 그녀는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라서 손을 꼼지락거리고 있었다. 카린은 무심한 얼굴로 고개만 끄덕이고 있었고, 소야는 어색하게 카린에게 달라붙었다.
“그리고! 오늘! 손님들이 온 이곳에서! 여러분에게 제 믿음의 증거! 신통력을 보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정대만이 손을 높이 올리며 소리를 질렀다. 동시에 ‘장애인’들이 나타날 문이 활짝 열렸다.
덜컹!
기대감이 가득한 얼굴로 문을 바라보던 사람들의 얼굴이 굳기 시작했다. 허리가 반대로 돌아간 사람이 바닥을 기어오고 있었고, 눈물을 줄줄 흘리는 사내가 허공을 휘적거리며 걸어오고 있었다. 다리가 부러지다 못해서 한 바퀴 빙 돌아간 끔찍한 모습의 사내도 있었다.
정대만은 자기가 계획했던 것보다 훨씬 리얼한 연기에 당황하고 있었다.
“어, 어어……. 어음……. 여러분! 이, 이 불쌍한 영혼들을 보십시오! 이들은 전생에 지은 죄가 커서…….”
카린이 얼굴을 찌푸렸다. 에이에이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소야 역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교주의 사상은 전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장애는 죄를 지어서 생긴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었다. 에이에이는 이 시점에서 교주와 대화할 생각을 접었다.
정대만 교주는 자신의 논리를 쭉 설파한 다음 자신과 짜고 치기로 한 연기자들을 바라보았다. 그들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교주를 쳐다보고 있었다. 너무도 현실적인 연기력. 교주는 웃돈을 주고 이 사람들을 고용하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교주는 허리가 박살 난 환자에게 먼저 손을 뻗었다. 그가 보아도 너무도 리얼하게 허리가 비틀어져 있어서 자신이 아니라 병원을 찾아가 봐야 할 것 같은 모양새였다. 눈빛 역시 고통으로 불타는 듯하여 생생하게 느껴졌다. 교주는 미소를 지어 보이고 다시 신도들을 돌아본 다음 크게 소리쳤다.
“성부 성령 성자의 힘을 모아서……! 흐아아아아아아! 악귀여 물러가라! 허리여 나아라!”
교주의 목소리가 크게 허공을 울렸다. 바닥에 쓰러진 환자는 멍한 눈으로 교주를 바라보았다. 교주는 잠시 당황하여 주변 눈치를 살핀 뒤 다시 한번 소리쳤다.
“악마여! 물러가라! 나아라! 하아아아아아! 흐아아아아아!”
카린이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신성력이 느껴지십니까?”
에이에이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신성력이 느껴지지 않네요.”
“그럼 사기꾼인가 보군요.”
“딱히 악마가 깃든 것 같지도 않은데 어떻게 사람들을 구워삶은 걸까요?”
소야가 끼어들어서 질문을 던졌다. 그 말에 에이에이는 이렇게 말했다.
“사랑교 교주도 특별한 능력으로 구워삶았다기보다는 언변을 주로 사용했었죠.”
에이에이는 잠시 고민하다가 카린을 바라보며 물었다.
“혹시 저 환자들도 짜고 치던 가짜들이 아니었을까요?”
카린은 무덤덤한 얼굴로 말했다.
“그랬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전혀 예상 못 했는데, 참 안타까운 일이로군요. 병원에서 잘 치료받기를 기도해야겠습니다.”
에이에이는 헛웃음을 흘렸다. 어차피 사기꾼들이니 에이에이도 뭐라고 할 생각은 없었다. 교주의 목소리에 다급함이 더해지고 있었다.
“나아라! 나아라아아아! 나으란 말이다! 나아! 흐합!”
몇 번을 더 소리를 내지른 교주는 숨을 거칠게 내쉬며 환자를 바라봤다. 환자는 몸을 부들부들 떨며 입을 뻐끔거리고 있었다. 소야는 그제야 사일런스를 안 풀어줬다는 걸 깨닫고 손가락을 튕겼다.
“구, 구급차 불러줘! 구급차! 구급차아아아아아!”
동시에 환자가 비명을 내지르며 푹 쓰러졌다. 예배당은 정적이 집어삼켰다. 교주는 식은땀을 닦아내며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신도들을 바라보았다.
“아아, 너무 강한 구마 의식을 신도의 정신이 버티지 못해 기절하고 말았습니다. 머리가 아프군요. 오늘 예배는 여기까지입니다!”
그리고 교주는 여인들을 바라보았다. 사소한 사고가 있었지만, 아직 저 여인들을 꾀기에는 충분하단 생각이 들었다.
“이거 실례가 많았습니다.”
교주는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차를 내주었다. 에이에이는 웃으면서 그에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