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Character is the Villain RAW novel - chapter 481
“아니에요. 가끔은 치료에 실패하는 날도 있는 거죠. 아주 그……. 사악한 악마가 깃들어있나 보네요.”
“그렇죠. 아주 사악한 악마였습니다. 세상이 워낙에 흉흉하다 보니 악마 놈들도 지독한 방식으로 접근을 해오고 있죠. 연설하는 그 잠깐 사이에 사람이 저렇게 되다니, 역시 악마들은 무섭군요. 어쩌면 제 힘이 모자란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환자들은 응급실로 실려 갔다. 혹시나 사람들 눈에 띄지 않게끔 교회에서 직접 고용해둔 사설 응급차로 몰래 데리고 나갔다. 교주는 그들이 병원에서 쓸데없는 소리를 하지 않길 기도하며 다시 씩 웃었다. 카린이 짐짓 걱정스러운 어조로 정대만 교주에게 말했다.
“힘이 모자라다니, 이렇게 큰 교회를 운영하시고 사람들을 위해 봉사하시는 교주님께서 그런 말씀을 하시면 안 됩니다. 믿음의 힘이야말로 곧 구원. 당신이 믿음이 흔들린다면, 누가 사람들을 구하겠습니까.”
교주는 카린과 에이에이, 그리고 소야가 다른 사이비 종교의 신도들이라고 믿고 있었다. 그들이 말하는 대천신교가 대체 어디서 굴러먹는 종교인지는 모르지만, 이렇게 예쁜 신도들을 무방비하게 내밀다니 교주가 참 멍청한 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마음속에서 피어오르는 음흉한 마음을 숨긴 채 최대한 인자한 미소를 지었다.
“우욱…..”
에이에이가 속이 불편한 지 얼굴을 찌푸렸다. 교주는 슬쩍 그녀를 바라보았지만, 그녀는 이내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씩 웃어 보였다. 교주는 다시 카린을 쳐다보며 말했다.
“아아, 그렇게 말하니 마음이 놓이는군요. 역시, 그 유명한 대천신교의 신도들 답습니다. 신도들이여. 그러면 제 이 믿음의 힘을 증폭시키기 위해 조금 도와주실 수 있겠습니까?”
소야는 웃음을 참기 위해 입술을 실룩거렸다. ‘그 유명한 대천신교’라니. 필경 교주는 대천신교라는 이름을 오늘 처음 들어봤을 텐데, 대천신교에 지인이라도 있는 사람처럼 굴고 있었다. 카린은 카린대로 이 교주가 사기꾼이라는 걸 이제 확신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녀는 즐거운 고민을 하고 있었다. 이 남자를 어떻게 해야 할까?
“뭐든지, 도와드려야죠.”
카린은 웃으면서 그렇게 말했다. 무뚝뚝해 보이던 고고한 인상에 호선을 긋자, 교주는 심장이 쿵쾅쿵쾅 뛰는 것을 느꼈다. 교주는 확신할 수 있었다. 그는 지금 나이 58세에 다시금 사랑을 느끼고 있었다. 그는 말했다.
“아, 그럼 따라오시지요. 제 믿음의 힘을 증폭시키기 위한 의식을 도와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교주는 그렇게 말하고 엉거주춤한 자세로 일어났다. 정대만 교주는 53세 때, 처음으로 발기 부전이 찾아왔었다. 마치 생일 선물처럼 찾아온 끔찍한 질병은 여신도들이 아무리 빨고 위에서 몸을 흔들어도 자지를 꼼짝도 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오늘, 카린이 웃는 얼굴을 보자마자 그는 하반신에 피가 몰리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실로 5년 만에 되찾은 건강이었다. 이 기회를 놓쳐선 안 된다. 그는 만반의 준비를 위해 건장한 남자 신도들을 불러모았다. 교주의 말이라면 살인이라도 불사할 최정예 신도들이었다.
교주는 에이에이와 카린 그리고 소야를 한 방에 몰아넣은 다음, 옷을 갈아입으며 신도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지금부터! 저 외국인 여자들에게 내가 정화의 의식을 할 것이다. 정화의 의식을 치르는 동안 여자들이 도망갈 수도 있으니까, 너희 둘은 여자들을 붙잡고, 너는 문을 막고, 나머지 둘은 출입구를 지켜라. 알겠나?”
“네! 알겠습니다!”
신도들은 정화의 의식이 무엇을 말하는지 명확하게 인지하고 있었다. 그건 쉽게 말하면 강간이었다. 정대만 교주 앞에서 남자 신도 둘이 여자 한 명을 붙잡은 다음, 교주가 마음껏 여체를 짓밟는 잔혹한 행사였다. 정화 의식이 끝나면 교주는 여자들을 선별하여 직급을 올려주거나 자기 측근으로 두었다. 교주는 이번에 카린을 취하게 되면, 자신의 세 번째 부인으로 맞이할 생각이었다.
“더러운 냄새가 나는 방이로군요.”
교주의 안내를 따라 커다란 침대가 있는 방에 들어온 에이에이와 소야는 카린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감각이 예민한 에이에이는 향냄새 때문에 좀 짜증이 났다. 마치 산에 있는 풀을 뜯어다가 태우는 것 같은 기분 나쁜 냄새였기 때문이었다. 들어오자마자 마력을 방출하여 주변을 검사한 소야가 말했다.
“냄새는 이상한데……. 뭐 미약이나 환각제 같은 종류는 아니네요. 그냥 이런 냄새가 취향인가 봐요.”
“침대가 있는 걸 보면, 우리에게 그……. 범죄를 저지를 생각인가 봅니다.”
“그러게요. 자연스럽게 데리고 온 걸 보면 한두 번 해본 솜씨도 아니네요.”
에이에이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여자들을 침대방에 밀어 넣고, 자신은 옷을 갈아입겠다고 나가는 행동에, 정화의 의식이라고 얼버무리는 천연덕스러운 태도까지. 모든 정황이 정대만 교주가 상습적으로 여신도들을 취하는 음탕한 인간이라는 사실을 가리키고 있었다.
에이에이와 소야는 그 사실을 깨닫고 소름이 돋아서 질색했지만, 카린은 무덤덤한 태도로 일관했다. 소야가 카린에게 물었다.
“카린 씨는 기분 나쁘지 않으세요? 어떻게 이런 인간이 있죠?”
에이에이는 그 말을 듣고 잠깐 루시우스의 얼굴을 떠올렸다가 지워버렸다. 자신의 남편인 루시우스는 그래도 이런 인간이랑은 조금 달랐다. 어디가 다른지 확실하게 말할 수 없었지만, 에이에이는 루시우스의 마음 한 켠에는 언제나 정의가 있다고 믿고 있었다. 카린은 방 내부를 훑어보며 말했다.
“수도의 빈민가 지역을 돌다 보면 조직 두목이 이런 식으로 부녀자들을 겁간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습니다. 생각보다 자주 있는 일이라서 이런 현장을 급습하는 일도 꽤 있었습니다.”
“끔찍하네요. 그런데 이제 어떻게 할까요? 제가 마법으로 구워버릴까요?”
“구우면 죽지 않습니까?”
“어……. 죽어도 싼 인간이잖아요.”
카린은 그 말에 고개를 저었다. 소야는 카린이 사람을 죽이자는 말에 반대하는 게 매우 의외라고, 일순간 자기가 나쁜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에 휩싸였다.
“소야 씨. 사람은 죽으면 반성하지 못합니다. 왕국 기사단의 모토는 ‘누구에게나 반성하고 새 삶을 살 기회가 있다’입니다. 고통은 인생을 바꿔주죠. 누구나 그렇습니다. 이번 처벌은 제게 맡겨주시는 게 좋을 듯합니다.”
카린은 이 나라의 사법체계를 신뢰하지 않았다. 그녀의 상식하에서 고문과 처형이 없으면 범죄 근절은 불가능했기 때문이었다. 에이에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활기찬 목소리와 함께 교주가 목욕 가운만 입고 방안으로 들어왔다. 그의 뒤에는 건장한 남신도 두 명이 험상궂은 얼굴로 서 있었다. 아무렇지도 않은 척 소파에 앉아있던 세 사람은 교주의 옷차림에 얼굴을 찌푸렸고, 뒤에 있는 남자들을 보고 한숨을 쉬었다.
에이에이가 물었다.
“저 남자들은 누구죠?”
“자, 자. 그러지 마시고 일단 옷부터 벗어주시죠. 정화의 의식을 치르기 위해선, 남녀가 서로 옷을 벗고! 저 침대에 누워서 서로의 음기와 양기를 마주하여…….”
“거절하겠습니다.”
카린은 고개를 저으며 단호하게 말했다. 에이에이는 질색하는 표정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 있었다. 소야는 미리미리 마법을 외우며 주변을 살피고 있었다. 교주는 어색하게 웃는 얼굴로 말했다.
“허허허……. 이게 좀 이상해 보일지 몰라도, 진짜 의식입니다. 너무 걱정하지 마시죠. 자, 자, 편안하게 제게 몸을 맡기시면……. 기분도 좋아지고, 우리 승천진리교회의 신도가 되어서 높은 자리에…….”
“거절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카린은 단호하게 다시 한번 말했다. 교주의 얼굴이 비틀렸다. 감히, 아무것도 아닌 여자가 승천진리교회의 교주인 자신을 거부했기 때문이었다. 그녀의 고고함을 무너트리고 싶었다. 당장 저 여자를 깔아뭉개고 자신 앞에서 잘못했다고 빌게 하고 싶었다. 교주가 소리를 질렀다.
“잡아! 잡아서 눕혀!”
그리고 그의 명령과 동시에 남자들이 몸을 돌렸다.
팡!
마법을 미리 준비해두고 있었던 소야의 손에서 빛이 뿜어져 나왔다. 새하얀 불빛이 일직선으로 가로질러 두 남자의 몸을 관통했다. 팔을 들어 올리던 남자들의 몸 한가운데에 커다란 구멍이 생겼다.
시큰한 통증에 남자들이 눈을 찌푸리고 자신의 가슴을 더듬기 시작했다. 김이 피어오르는 새까만 구멍을 확인한 남자들은, 입에서 피를 주르륵 흘리며 바닥에 쓰러졌다.
“어, 어어……?”
교주가 주저앉아서 벌벌 떨었다. 조금 전 보여준 것들을 믿을 수 없었다. 이건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이건 악마들만이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악마다! 악마가 나타났다! 으아아아아! 악마여 물렀거라!”
“우리는 악마가 아닙니다.”
카린은 무덤덤한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는 침대보를 뭉쳐서 끈처럼 만든 다음, 교주를 묶기 시작했다. 교주는 발버둥 치면서 울부짖기 시작했다.
“누구 없느냐! 나를 살려라! 악마로부터 나를 구해라!”
“악마는 당신입니다. 전에 있던 세상에서 우리는 악마를 쓰러트렸죠. 우리가 이곳에 온 걸 보면, 신께서는 당신을 벌하고 싶나 봅니다.”
카린이 평온한 어조로 말했다. 마치 박물관 큐레이터 같은 어조였다. 교주는 그 말을 듣고 더 큰 소리로 외쳤다.
“살려줘! 나 죽는다! 으아아아아아! 으아아아아아!”
하지만 올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교주가 평소 자신의 음행을 감추기 위해 이 방의 방음을 아주 철저히 했기 때문이었다. 에이에이는 주변을 살피기 위해 문을 열려고 했다. 하지만 어느새 문이 잠겨있었다. 그녀는 혀를 차고는 잠긴 문고리를 악력으로 으깨버렸다. 잠금장치가 박살 난 문이 힘없이 열렸다. 카린이 말했다.
“용사님. 부탁 좀 해도 되겠습니까?”
“뭔가요?”
“혹시 부엌에 가서 강판이 있는지 찾아봐 주십시오.”
“강판이요? 그, 그걸 어디에 쓰시게요?”
에이에이가 화들짝 놀라서 다시 물었다. 어느새 교주는 꽁꽁 묶여서 발만 밖에 내놓은 채 침대 위를 뒹굴고 있었다. 카린은 교주를 바라본 다음 발바닥부터 한 뼘씩 손을 올리기 시작했다. 그녀의 손은 교주의 무릎까지 움직였다.
“왕국 기사단 내 최고 기록은 무릎까지였습니다. 제가 보유한 기록이었죠. 오늘 기록 경신 겸 살아있는 상태로 허벅지까지 가는 걸 보여드리겠습니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
기겁한 교주가 광분했다.
지하철에 탄 네 명의 여인은 사방에서 쏟아지는 시선을 느끼고 저마다 눈꼬리를 실룩거렸다. 사람들은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그들은 훤칠한 키에 날카로운 눈빛을 가진 이브에게 위축되어 고개를 숙이다가도 셀루의 치마 밑단으로 슬쩍 보이는 지느러미가 너무 신경 쓰였다.
살랑살랑 흔들리는 라이카와 엘시의 꼬리가 너무도 신경 쓰였다. 엘시는 지하철에 떠오르는 작은 TV 화면을 멍하니 보고 있었다. 라이카는 엘시의 손을 꼭 잡은 채 주변 눈치를 살피고 있었고 이브는 라이카가 어제 샀던 책을 펴놓고 읽고 있었다.
진지한 얼굴로 [우리 엄마가 너무 예뻐서 곤란하다.]를 읽고 있는 그녀의 모습은 사람들에게 오묘한 감정을 불러일으키고 있었다. 이브는 책을 이리저리 살피다가 맨 뒤로 종이를 넘겼다. 그녀는 말없이 책을 라이카에게 넘겼다. 라이카는 작은 가방에 책을 담은 다음 이브에게 물었다.
“재미없었습니까?”
“어. 무슨 내용인지 잘 모르겠어. 왜 1권을 안 사고 4권부터 산 거야? 등장인물들을 하나도 알 수가 없잖아.”
라이카는 그냥 수인 그림이 표지에 나오는 걸 기준으로 삼아서 책을 샀기 때문에 책들이 전부 제각각이었다. 덕분에 중간부터 책을 읽은 이브는 자기도 모르는 전개로 이야기하는 등장인물만 마주하고 있었다.
“우리 어디서 내려야 하지?”
휠체어에 앉은 채로 꼬리를 파닥거리던 셀루가 이브에게 물었다. 이브는 라이카에게서 받아든 전단을 셀루의 얼굴에 가져다 대며 말했다.
“여기.”
장소는 동대문이라고 적혀있었다. 셀루는 행사 종이를 이리저리 살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에게도 표지부터 수인이 그려진 표지는 매우 신선한 모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