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Character is the Villain RAW novel - chapter 482
“이 표지. 북쪽에 가져다주면 좋아하겠네. 그 사람 수인 좋아하잖아. 대공.”
“북부 대공님은 좋으신 분입니다. 수인 선물 많이 사서 이번에 또 북에 갈 겁니다.”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오묘한 표정을 지으며 시선을 피했다. 지하철 내부의 분위기가 급변한 걸 느끼고 이브가 시선을 날카롭게 벼렸다. 마치 칼로 찌르는 듯 예민한 시선을 느낀 사람들이 금방 고개를 돌렸다.
지하철 내부에는 노인들도 앉아있었다. 선글라스를 끼고 지팡이를 짚은 노인이 노약자석에서 지팡이를 꾹 쥐고 다리를 달달 떨더니 입술을 비틀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이브와 라이카에게 지팡이를 흔들며 말했다.
“이런 빨갱이 새끼들!”
“응?”
노인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다시 한번 소리쳤다.
“느그 나라로 갈 것이지! 어? 여기서 어디 감히 빨갱이 짓을 해! 어! 느그 나라로 돌아가! 어!”
이브는 괜스레 자기 머리 색깔을 훑으며 이 나라 사람들은 왜 이렇게 붉은 머리를 싫어하는지 고민했다. 노인의 시끄러운 외침은 듣기에 매우 거슬렸지만, 일단은 타국이기도 했고, 한 대라도 잘못 치면 진짜 죽을 것 같은 나이였으므로, 이브는 이번 한 번만 참기로 했다. 마침 지하철 안내 방송은 다음 역이 동대문이라고 알려주고 있었다.
이브는 고래고래 소리 지르는 노인을 두고 엘시와 이브와 라이카와 함께 동대문역 출구로 나왔다. 이곳에 지하철은 생긴 것도 독특하고 인상적이었는데, 길은 또 미로처럼 복잡해서 네 사람은 지도를 뚫어지라 쳐다보며 어디로 가야 하는지 고민하고 있었다.
“씨발 몇 번 출구로 나가야 하는 걸까? 무슨 출구가 10개나 있어?”
자신들이 살던 저택을 약도로 그려도 이렇게 복잡하진 않을 것 같았다. 아래위로 쉼 없이 오르락내리락하는 계단들과 복잡한 기호, 그리고 다채로운 색상으로 이루어진 층계가 합쳐지니 지도라기보다는 예술 작품이나 어떤 젊은 10대의 반항의 산물 같은 느낌을 주고 있었다.
이브는 머리를 긁적이며 몇 번이나 지도를 들여다보았고, 엘시는 그사이 라이카를 데리고 지도 옆에 있는 가게로 걸음을 옮겼다. 델리 만쥬를 파는 가게였다. 향긋한 냄새에 이끌린 엘시는 라이카에게 말했다.
“다 같이 먹는다. 냄새 좋으니까 맛있는 게 틀림없다.”
“좋은 것 같습니다,”
델리 만쥬를 파는 아주머니는 이런 복장을 한 사람들이 처음이 아닌 듯 무덤덤한 얼굴로 델리 만쥬를 포장해줬다. 엘시는 델리 만쥬를 사자마자 손톱으로 하나를 쿡 찔러서 입에 던져넣었다.
“흐으으읍! 흐으으읍!”
겉은 따뜻한 정도였지만, 한 입 베어 물자 뜨거운 슈크림이 그녀의 입안에 끈덕지게 달라붙었다. 화들짝 놀란 엘시가 방방 뛰며 입을 틀어막았다. 라이카가 화들짝 놀라서 엘시에게 말했다.
“엘시! 아파합니다! 말해줘야 이유 압니다!”
“뜨, 뜨겁다!”
“그렇게 뜨겁습니까? 다쳤습니까?”
엘시는 고개를 저은 다음 다시 봉투에서 델리만쥬 하나를 더 꺼내서 입에 집어넣었다.
“흐으으읍!”
그리고 아직도 뜨겁다는 걸 느끼고 혀를 쭉 내밀며 울상을 지었다. 지도를 쳐다보고 있던 이브는 뒤에서 벌어지는 소란에 묘한 수치심을 느꼈다. 사람들이 발광하고 있는 엘시와 편의점에서 물을 사 온 라이카를 바라보며 껄껄 웃는 동안 이브는 머리를 긁적거리며 모르는 척을 했다.
“어……. 그래서 그 행사장이 어디더라…….”
하지만 모르는 척하는 것도 잠시, 조금 전까지 뜨겁다며 난리 치던 엘시는 향긋한 냄새가 나는 봉투를 이브에게 들이밀며 말했다.
“인어도 먹는다.”
“…..씨발.”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이브에게 몰려들었다. 이브는 작은 소리로 욕을 하면서도 봉투에서 나는 좋은 냄새에 이끌려서 델리만쥬를 하나 입에 넣었다. 냄새만큼 달고 끈적한 촉감이 입안을 가득 채웠다. 살짝 뜨겁게 입천장에 달라붙는 질감이 너무 좋았다.
“엄마. 하나 먹어봐. 이거 맛있다.”
“아-.”
셀루가 고개만 들고 입을 벌렸다. 이브는 셀루의 인중 위에 델리 만쥬를 올려주며 말했다.
“직접 먹어.”
“너무해.”
셀루는 이브의 매정한 태도에 서운함을 표시하며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그리고 입을 쭉 내밀어서 델리만쥬를 입에 넣고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그녀 입맛에도 마음에 드는 모양이었다. 이브는 말했다.
“근데, 이거 행사장이 어딨을까?”
주변 사람들이 흩어지고 있었다. 저 행인들에게 물어보면 되지 않을까? 셀루가 지나가는 사람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 사람 따라가면 되지 않을까?”
셀루의 손가락을 따라서 이브가 시선을 옮겼다. 플레이트 갑옷을 입은 기사 한 명이 뒤뚱뒤뚱 어디론가 가고 있었다. 사람들도 모두 신기한 얼굴로 웃으며 그 기사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브가 말했다.
“저 사람 맞나 보네. 한 번 가보자.”
이브는 그렇게 말하며 휠체어를 밀었다. 델리만쥬를 하나 더 집어먹은 셀루는 봉투를 라이카에게 넘겨줬다. 델리만쥬가 하나 남아있기에 라이카는 반으로 쪼개서 엘시에게 줬다.
“엘시. 나눠 먹습니다.”
“라이카. 착하다. 나라면 혼자 먹었을 거다.”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행사장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가볍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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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바글바글 모여있는 행사장에는 각양각색 사람들이 있었다. 이상한 복장을 한 사람들도 있었고, 커다란 인형 옷을 입은 사람들도 있었다. 매우 야하게 노출이 많은 옷을 입은 여성 주위에는 카메라를 든 사람들이 열심히 사진을 찍고 있었다.
혼란스러운 행사장에서 셀루는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인어 흉내 내는 사람은 없네.”
“인어는 인기가 없나 봐.”
이브는 심드렁하게 말했다. 라이카가 말했다.
“저기! 수인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쪽에는 예쁜 여성이 동물 귀와 꼬리를 달고 포즈를 취하고 있었다. 그 옆에는 커다란 행사 부스가 있었는 데, [우리 엄마가 너무 예뻐서 곤란하다 동인 행사 부스] 라고 적혀있었다. 부스의 겉부분만 보아도 수인처럼 보이는 코스프레를 한 사람들과, 예쁜 옷을 입고 가발을 쓴 여자들이 많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전부 비슷한 옷을 입은 것으로 보아 소설 속에 등장하는 등장인물을 흉내 내는 듯했다. 엘시가 말했다.
“인어. 우리 저기 가보고 싶다.”
“그래, 그래. 가서 놀다 와. 말썽 피우지 말고.”
이브는 주변을 둘러보며 대충 말했다. 라이카는 그런 이브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이브 씨도 같이 갑니다! 분명히 재밌을 겁니다!”
“솔직히 별로 재미있어 보이진 않는데.”
이브가 그렇게 말하자 라이카는 꼬리를 축 늘어트리며 우울한 얼굴로 물었다.
“아, 이브 씨 수인 싫어합니까?”
“…..가자. 나도 사실 우리 신랑만큼 수인 애호가거든. 가끔 우리 엄마가 수인이었으면 좋겠다고 기도도 했어.”
“헤흑.”
이브의 농담에 셀루가 울상을 지었다. 이브는 셀루의 머리를 양 갈래로 꼭 쥐며 말했다.
“농담인 거 알지 엄마?”
“상처받았어.”
“맛있는 거 사줄게. 저기 보니까 회 정식 팔더라. 이따가 그거 먹으러 가자.”
“다 나았어.”
이브는 어이가 없어서 낄낄 웃었다. 행사 부스 앞에서 수인 분장을 한 여자가 각양각색의 포즈를 취하면서 사람들을 끌어오고 있었다. 내부에는 사람들이 그림이 그려진 액세서리나 물건들을 팔고 있었다.
이브는 이 모습이 페타 영지의 장마당과 비슷하다고 느꼈다. 자세히 보면 수인들이 그려진 물건만 파는 게 아니라, 다양한 캐릭터가 그려진 액세서리를 팔고 있었다.
“엘시 이거 봅니다! 수인이 그려진 컵입니다! 물을 마실 때마다 수인을 마주하고 싶어하다니! 이 물건을 파는 사람은 수인 애호가인 게 분명합니다!”
“상인. 당신은 수인을 좋아하는 건가?”
“아뇨. 제 최애캐는 엘도르 실바인데요.”
안경을 낀 남자는 안경을 추어올리며 냉정하게 답했다. 엘시와 라이카는 꼬리를 늘어트리고 다른 부스로 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몇 개의 부스를 거쳤다. 엘시와 라이카에게 호의적으로 대하며 같이 사진찍기를 요구하는 사람들도 있었고, 진지한 얼굴로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저기요! 라이칸 부족은 꼬리가 두 개에요! 여러분은 꼬리가 한 개씩이잖아요. 고증 맞춰주세요.”
그러면 엘시와 라이카는 고개를 저으며 이렇게 말했다.
“마림바 부족은 꼬리가 한 개다.”
“도그빌 부족도 그렇습니다.”
그러면 고증을 지적한 사람은 어딘지 모르게 아리송한 얼굴로 고개를 이리저리 기울이며 떠나갔다. 그렇게 엘시와 라이카는 나름대로 행사를 즐기고 있었다.
이브는 수인 부스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앉아 [매지컬 소녀 판타지아] 카페에서 파는 음료수를 빨아 먹고 있었다. 잔당 가격은 8,500원. 이브는 대체 음료수 한 잔이 왜 이렇게 비싼지 알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