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Character is the Villain RAW novel - chapter 502
아티는 얼굴을 붉히면서 살짝 뒤를 돌아보았다. 아루스의 밝은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언니네 아카데미 가보고 싶어!”
“응?”
루시우스도 아티도 마틸다도 전부 눈을 깜빡이고 정적이 찾아왔다. 이유는 단순했다. 루시우스는 생각보다 들어주기 쉬운 소원이 나와서 김이 샜고, 아티는 변장 마법을 어떻게 걸어줄까 고민하고 있었으며, 마틸다는 정말 당혹스러웠기 때문이었다.
“어, 어?”
“나! 언니네 아카데미 가보고 싶어! 나중에 입학한다는 데, 그 전에 한 번 가서 막 구경도 하고! 언니 친구들도 만나보고 싶어!”
“그, 그래?”
마틸다는 조금 당황하고 있었다. 지금까지 친구들에게 동생 이야기를 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공식적으로 인간 왕국에 알려진 루시우스의 자식은 자신과 에이에이의 아이뿐이었다. 여기서 갑자기 동생이라고 아루스를 데리고 오면 친구들이 대체 어떻게 반응할까? 그리고 아카데미 사람들은 대체 어떻게 반응할까? 아루스는 마틸다의 반응을 보고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언니. 호, 혹시 아루스랑 같이 가는 거 싫어?”
아루스는 그렇게 말하면서 울적한 기분을 숨기지 못했다. 마틸다는 아루스의 울적한 표정을 보니 도저히 싫다고 말할 수가 없었다.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당연히 괜찮지! 언니도 언니 친구들한테 아루스를 소개해주고 싶은 걸!”
“저, 정말로! 언니! 정말로 가도 돼?”
“응!”
마틸다는 될 대로 되라는 심정이었다. 어차피 사소한 문제는 루시우스랑 아티가 해결해야 할 일이었으니까. 아티는 흐뭇한 얼굴로 두 사람을 지켜보며 이렇게 말했다.
“정말 사이가 좋아 보여서 다행이네.”
“그렇죠? 아티?”
루시우스는 아티를 등 뒤에서 껴안으며 다시 물었다. 아티는 고개를 끄덕이고 싱긋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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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로 가기 전에 준비가 좀 필요해.”
“준비! 준비!”
아루스가 활발하게 방방 뛰고 있었다. 꼬리를 살랑살랑 흔드는 모습이 강아지같이 귀여워서, 조금 떨어져서 서 있는 마틸다도 씩 웃고 있었다. 아루스는 마법진 위에 올라와 있었는 데, 마법진은 아루스가 밟을 때마다 푸른색으로 빛나며 스파크를 일으켰다.
마법에 지식이 없는 마틸다는 불안한 얼굴로 마법진을 살펴보고 다시 아티의 눈치를 살폈다. 아티는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아루스에게 말했다.
“아루스. 가만히 있어야지?”
“네!”
아루스는 아티의 질문에 밝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리고 다리를 11자 모양으로 세우고 고개를 쳐들어서 몸을 고정했다. 아티는 만족스러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인 다음 그녀에게 교복을 입혀주기 시작했다. 아루스는 교복을 입는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기쁜 나머지 입이 다물어지지 않고 있었다.
어느새 그녀는 가장무도회에 공룡 탈을 쓰고 참여한 학생 같은 모습으로 변해있었다. 기다란 꼬리가 치마 뒤로 쑥 튀어나와 있었다. 나는 그 모습도 귀여워서 낄낄거리며 웃었고, 마틸다 역시 생각보다 잘 어울린다며 칭찬을 했다. 아티는 말했다.
“원래 폴리모프 마법은, 더 크고 나서 써줄 생각이었는 데……. 지금 미리 한 번 체험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아티의 손이 아루스의 이마에 닿았다. 눈을 크게 뜬 아루스는 아티의 손가락에 머리를 가져다 대며 씩 웃었다. 아티의 손끝에서 나온 푸른색 마나가 아루스의 전신을 휘감았다. 푸른 바다에 퐁당 빠진 것처럼 마나에 푹 잠긴 아루스의 형체가 점점 녹아 없어지더니, 마법진 위에는 아루스가 입었던 교복을 그대로 입고 있는 작은 여자애가 서 있었다.
13살에서 14살 정도 되었을까? 검은 흑발에 새빨간 눈을 가진 여자아이가 엉덩이를 살랑살랑 흔들면서 서 있었다. 그녀는 눈을 깜빡거리더니 평소처럼 허리를 살짝 숙인 상태로 팔을 내밀며 말했다.
“엄마! 엄마! 저 변했어요!”
“…..인간 상태로 걷는 법부터 가르쳐야겠네.”
아티는 아루스의 모습을 보고 쓴웃음을 지으며 그렇게 말했다. 마틸다는 아티의 말에 빵 터져서 웃었고, 루시우스는 옆에 있던 과자를 집어 먹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루스는 활짝 웃으며 평소처럼 루시우스를 향해 힘껏 달려들었다.
“어이쿠.”
평소보다 훨씬 가볍고 쉽게 받아내는 루시우스를 느끼고 아루스가 눈을 반짝반짝 빛냈다. 아티는 벌써 옷을 더렵히려드는 그녀를 혼내며 말했다.
“아루스! 옷이 더러워지면 안 되잖니? 너는 이제부터 귀족적인 격식이 가득한 아카데미에 가니까 몸가짐에 주의해야 한다고 했잖니.”
“알겠어요!”
아루스는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산만하게 움직이는 걸 멈추지 않았다. 아티는 아루스를 어디서부터 또 가르쳐야 할지 막막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웃었다. 어쨌든 아루스는 너무 귀여웠고, 아티는 귀여운 것에 약했으니까. 마틸다는 조심스럽게 아티에게 다가가서 말했다.
“저기, 저도 도와드릴게요.”
“그래 주겠니?”
아티와 아루스가 아카데미로 출발한 건 그로부터 일주일 뒤 방학의 마지막 날이 끝나고 난 뒤였다.
“안녕하세요!”
낭랑한 목소리가 교실을 울렸다. 하룻밤 사이에 공주 두 명을 떠안게 된 교수는 자꾸만 쿵쾅쿵쾅 뛰는 심장을 억제할 수가 없어서 식은땀을 줄줄 흘리고 있었다. 아루스는 활짝 웃으며 학생들에게 손을 흔들었다.
“오늘, 임시로 견학 오신 페타 아루스 공주님입니다.”
오밀조밀 귀여운 이목구비에 반짝이는 눈망울, 인형처럼 쭉 뻗은 팔다리는 반 아이들에게 깊은 인상을 주고 있었다. 그들 중 일부는 공주인 마틸다에게 작은 소리로 이렇게 물었다.
“마틸다. 너 동생 있었어?”
“아……. 네.”
마틸다는 공주가 되기 전부터 친한 언니들이 있었고, 이들은 공식 석상에서는 마틸다에게 공주에 걸맞은 예의를 차렸지만, 사석에서는 평소와 같이 친근한 모습을 보여주는 사람들이었다. 마틸다는 자신의 친구들이 아루스를 보며 눈을 반짝거리는 걸 보고, 조금 부담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러다가 뭔가 언니들이 결례를 범해서 귀찮은 일이 일어날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저렇게 귀여운 동생이 있는 데, 왜 말 안했어?”
“아, 그게…….”
마틸다는 바로 일주일 전까지만 해도 아루스가 아카데미에 올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평소에 북부 끝자락 동굴에 사는 아루스에 대해 친구들에게 설명할 방법이 없었기에 하지 않았던 것뿐이었다. 설명하면 대화가 이렇게 진행될 게 뻔했다.
[저 여동생이 있어요!] [그래? 여동생? 하지만 왕국 신문에는 한 번도 여동생 이야기가 없었는데, 저번에 용사님이 낳은 그 공주님 말하는 거야?] [아니요 아니요 그 공주님 말고 다른 여동생이 한 명 더 있어요!] [정말? 어디에 있는데?] [와, 왕국에는 없어서 못 만나요.]이런 무의미한 대화로 친구들을 김새게 만들 바에는 그냥 없다고 말하는 게 훨씬 편했다. 마틸다는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고민하다가 이렇게 말했다.
“아, 그……. 좀 사정이 있어서요.”
“사정?”
왕실의 공주 입에서 나오는 사정이란 말은, 마틸다 본인은 모르지만, 친구들에게 다양한 상상을 불러일으켰다. 지금까지 소식 한번 없던 공주, 그리고 ‘사정’이 얽힌 이야기. 대체 뭘까? 친구들의 눈동자는 호기심으로 맹렬하게 불타오르고 있었다. 이제 질문은 마틸다 본인보다는 마틸다의 여동생인 아루스에게 향할 예정이었다.
교수는 벌써 시끌벅적한 교실 안에서 겨우겨우 호흡을 가다듬었다. 그는 이 교실에서 어떤 사고도 일어나지 않고 페타 아루스를 잘 보필할 의무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교수는 말했다.
“그럼, 오늘 하루 견학에 협조 부탁드리겠습니다.”
교수가 말을 끝내고 나가자마자 아루스는 마틸다에게 걸어오더니 그녀를 꼭 끌어안았다. 옆에 앉아있던 마틸다의 친구 중 하나가 빈 의자를 끌어서 아루스에게 주었다. 아루스는 의자에 궁둥이를 찰싹 붙인 채 고개 숙여 인사했다.
“감사합니다!”
“공주님은 우리에게 그렇게 인사 안 해도 돼요.”
마틸다의 친구는 공주인 아루스에게 확실한 예우를 지켰다. 자연스럽게 감사 인사를 받을 뻔했던 다른 친구는 아차 싶은 얼굴로 꾸벅 인사를 했다. 아루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맞아요! 오늘 하루 동안 제가 공주님이라고 했어요. 우리 언니도 공주님! 나도 공주님! 부럽죠?”
마틸다를 꼭 끌어안고 있는 그녀는 보는 사람을 흐뭇하게 만들었다. 사람들은 조심스럽게 다가와서 아루스를 쓰다듬어보거나 빵빵하게 부풀린 볼을 콕 찔러보고 싶다는 욕망을 드러내고 있었지만, 공주님이라 그러지 못하는 게 보였다.
아이들이 모두 아슬아슬한 거리를 유지하며 손을 대볼까 말까 고민하는 사이, 첫 번째 수업을 알리는 종소리가 들려왔다.
“자, 모두 자리에 앉아주세요. 오늘은 페타 아루스 공주님이 오셨잖아요? 모두 수업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야죠.”
첫 번째 수업은 문학 수업이었다. 마틸다는 아루스가 분명히 집중하지 못하고 수업 시간에 말썽을 부릴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녀는 지루한 기색을 보이면서도 함부로 움직이거나 떠들지 않았다. 그녀는 자기 허벅지 위에 손을 올리고 마틸다가 필기하는 내용을 유심히 바라보고 있었다.
초롱초롱 빛나는 눈망울이 너무 귀여워서 마틸다는 아루스의 머리를 한 번 쓰다듬었다. 아루스는 예전부터 머리를 쓰다듬는 걸 좋아했기 때문이었다. 아루스는 고양이가 응석 부리듯이 조금 더 달라붙어서 머리를 비벼댔다. 마틸다 옆자리에 있던 친구는 그 모습을 바라보고 마틸다에게 부탁하듯이 검지 손가락을 하나 들어 보였다.
아루스는 그런 친구를 보더니, 쓰다듬으라는 듯이 제 머리를 살짝 내밀었다. 친구는 홀린 듯이 그녀의 부들부들하고 매끄러운 머리를 쓰다듬었고, 황홀한 표정을 지으며 볼을 콕 찌르기도 했다. 아루스는 기분 좋은 듯 책상에 머리를 기댄 채 가볍게 다리를 흔들었다. 주변에 있던 아이들은 시계만 바라보며 빨리 수업이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네. 오늘은 옛 시인 세피에가 남긴 글귀로 수업을 마무리하도록 하겠어요.
‘사랑은 돛단배여라. 파도에 따라 흔들리니.’
언제나 갈피를 잡지 못하고 흔들리는 게 사람의 마음이지요. 여러분은 파도 위에서도 굳건히 서 있는 옛 시대의 선장들처럼 자기 마음의 키를 꼭 붙잡고 달려나가시길 바랍니다.”
문학 교사의 한마디와 함께 수업이 끝났다. 교사가 나가자마자 아이들은 아루스 주위로 몰려들어서 한 명씩 순번을 기다리고 있었다. 아루스는 자꾸만 자기를 쓰다듬으려는 손짓이 귀찮은지 되려 언니에게 이렇게 말했다.
“언니. 산책가자. 산책.”
“산책. 그래. 어디 가고 싶니? 미안해요. 잠깐만 견학 좀 갔다 올게요.”
아이들은 전부 아쉬운 얼굴로 마틸다와 아루스를 쳐다봤지만, 산책을 따라가는 건 분위기에 초를 치는 행위에 불가했기에 어쩔 도리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