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Character is the Villain RAW novel - chapter 504
여기까지 변명을 생각했던 마틸다는 깔끔하게 해명을 포기하기로 했다. 그녀는 그저 측은한 눈길로 아루스의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한 번 안아주는 정도로 만족하기로 했다.
만족스러운 점심 시간이 지났다. 밥을 입으로 먹은 지 코로 먹었는지 알 수 없었던 마틸다와 달리, 아루스는 매우 만족스러운 듯이 배를 통통 두드리고 있었다.
“아, 이제 좀 조용하다.”
“맞아. 언니. 언니 친구들 좀 이상해. 나만 보면 막 울려고 그런다?”
“다들 아루스가 너무 귀여워서 그래.”
“그런가? 언니 나 귀여워?”
“응 귀여워 귀여워.”
마틸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고개를 끄덕일 때마다 아루스는 기분 좋은 듯이 배시시 웃으며 방방 뛰었다. 좋아하는 티를 내는 게 너무 귀여워서 마틸다는 그녀를 꼭 끌어안아 줬다.
주변에 다른 아이들은 없었다. 아루스가 언니와 산책하고 싶다고 하자 전부 자리를 비켜주었기 때문이었다. 두 사람은 화단이 보이는 창가에 몸을 기댄 채 서 있었다. 아루스는 아름다운 꽃들에 감탄하고 있었고, 마틸다는 자신의 집 정원이 칭찬받은 것처럼 뿌듯한 마음으로 화단에 대해 설명해주고 있었다. 창문 너머에서 바람이 불어왔다. 아루스는 창가를 보며 말했다.
“아쉽다. 내일이면 또 동굴로 가잖아.”
“그러게.”
“언니. 나도 여기 아카데미 다니고 싶어.”
“글쎄, 조금만 더 크면 되지 않을까?”
“그럼 아빠가 데려다줄까?”
“당연하지. 우리 아루스같이 착하고 예쁜 애는 아빠가 꼭 아카데미도 보내줄 거야.”
“그럼 언니랑 아카데미 다닐 수 있는 거야?”
마틸다는 고개를 끄덕였다. 복도에는 두 사람 밖에 없었다. 하지만 복도를 향해 나 있는 계단에는 오르내리는 사람들이 있었다. 이들 중에는 우연히도 마틸다와 아루스의 대화를 들은 사람도 있었다. 마틸다의 반 친구였던 한 아이는 자신이 들은 이야기를 반 아이들에게 퍼트렸다.
“정말, 어, 어떻게 해. 또 그런 곳으로 끌려가면 아루스 공주님은 어떻게 되는 거야?”
“불쌍해. 너무 불쌍해.”
“그렇지만, 루시우스 폐하는 너무……. 그……. 무, 무서운 사람인데…….”
“괴물도 조종한다는 소문이 있고, 우리 정도는 간단하게 지워버릴지도…….”
“그렇다고 이렇게 그냥 보낼 거야?”
“그건…….”
아이들은 마틸다와 아루스가 산책을 하는 동안 머리를 맞대고 고민했다. 그들은 복도를 힐끔힐끔 바라보며 자신들만의 작은 선물을 준비했다.
교실에 마틸다와 아루스가 돌아왔을 때 그녀들은 울먹거리며 자신들과 마주한 아이들을 볼 수 있었다. 아이들은 패싸움하려는 것처럼 우르르 몰려서 아루스를 둘러싸고 있었다. 아루스는 조금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뜨고 깜빡거렸다.
“아루스 공주님! 다시 동굴로 돌아가신다는 거 정말인가요?”
“다시 그 동굴로 가는 건가요?”
“거기 가면 힘들 텐데!”
“네! 다시 돌아가요.”
아루스는 조금 당황했지만 금방 다시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활기 넘치게 돌아간다고 말하니 아이들은 더 울상이었다. 마틸다는 될 대로 되라는 심장으로 먼 산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이 또한 지나가리라.
아루스가 대답하자마자 사방에서 편지가 날아들었다. 조촐한 선물과 과자 같은 것들도 날아왔다.
“그, 우리로서는 이제 왕국의 왕이신 루시우스 폐하에게 대항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이 편지만큼은 꼭 간직해주세요.”
“이건 아카데미 화단에서 만든 화관이에요.”
“이건 오래 보관할 수 있는 비스킷이에요.”
“전부 다 같이 아루스 공주님을 위해서 편지를 썼어요. 이 편지도 받아주세요.”
아루스는 갑작스럽게 자신에게 날아온 편지를 비롯한 다양한 선물을 보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마틸다는 아루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우리 아루스는 좋겠네. 이렇게 선물도 받고.”
“응! 너무 좋아! 언니도 언니 친구들도 다 너무 좋아!”
아루스의 외침에 그만, 한 아이가 왈칵 울음을 터뜨렸다. 권력에 무력한 자신들의 모습이 너무도 한심하고 아루스가 불쌍했기 때문이었다. 울음은 기폭제가 되어서 점차 점차 반 아이들 전체로 퍼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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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가기 위한 마차에는 루시우스가 타고 있었다. 아루스는 루시우스가 마차에서 내리는 걸 보자마자 손에 가득 들린 선물을 자랑하며 방방 뛰었다.
“아빠! 아빠! 이거 보세요! 언니 친구들이 선물을 이렇게 줬어요!”
“그래? 어이구, 우리 아루스 사랑받았나 보네.”
루시우스는 아루스를 꼭 끌어안아 주고 아카데미의 대문을 바라보았다. 어쩐지 적개심 가득한 눈으로 자신을 보는 여학생들의 무리가 있었다. 그는 그저, 아루스가 너무 귀여워서 아루스를 끌어안고 있는 자신을 질투하는 것이라고 여기며 어깨를 으쓱한 뒤 마차에 탔다.
마차에 탄 마틸다가 말했다.
“저, 아빠.”
“왜 그러니?”
“그……. 오해가 좀 생긴 거 같아요.”
“오해?”
“아루스가 그……. 좀 잘 못산다는 오해? 그런 게 좀…….””
“괜찮아. 괜찮아. 우리 아루스가 못산다고 누가 그래? 응?”
루시우스가 꼭 끌어안자, 아루스는 간지럼을 타며 몸을 팔락팔락 움직였다. 루시우스는 마틸다의 우려 섞인 발언을 웃어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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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간 시간이 지난 후, 루시우스는 집무실에 찾아온 이브를 쳐다보았다. 이브는 조금 당혹스러운 얼굴로 편지 무더기를 들고 있었다. 루시우스는 물었다.
“뭐야 그게?”
“신랑. 우리 몰래 여자 만들었어?”
“아니?”
“아니, 뭐 인제 와서 부인 늘린다고 뭐라 할 생각 없으니까 솔직히 말해봐. 진짜 안 만들었어?”
“무슨 일인데?”
“신랑이 왕국 어딘가에 미인들을 잡아다가 여자 사육장을 만들었단 소문이 났던데?”
“응?”
루시우스는 그 말에 화들짝 놀라서 편지를 열었다.
[불쌍한 아루스를 제발 보내주세요. 행복하게 해주세요. 그리고 잡혀간 여자들을 풀어주세요.]“뭐야 씨발.”
“아읏! 앙! 아앗! 하읏!”
에이에이는 생각했다. 어쩌다가 이렇게 된 거지? 나는 용사인데, 왜 침대에선 루시우스에게 깔리기만 하는 거지? 나는 용사이고, 루시우스가 사제니까. 하루쯤은 루시우스가 져줘야 하는 것 아닌가? 그래도 용사는 나름 왕국에서 대접받는 인물인데, 하루쯤은 져줄 수 있지 않나?
“아응! 으읏! 흐윽! 아! 아앗!”
“용사님. 허리 좀 더 들어보세요.”
“그, 그치마안……! 허리 들면……. 사, 사제님이 또 팡팡……. 때리실 거면서……!”
“팡팡 때려요? 제가요? 아니에요. 누가 들으면 제가 나쁜 사람 같잖아요. 자, 허리 조금만 들어보세요. 그래야 기분이 좋아지잖아요.”
“아, 알았어요.”
에이에이는 그 말에 따라서 조금 허리를 위로 들어 올렸다. 그녀가 허를 드는 만큼 루시우스가 자세를 바꾸었다. 뭔가 이상하다고 느낀 에이에이가 억지로 다시 자세를 바꾸려고 했지만, 그녀의 어깨를 붙잡고 흡하고 힘을 주었다. 에이에이는 화들짝 놀라서 루시우스를 바라봤다.
“엣?”
“거짓말이었어요.”
“자, 잠깐만요……! 잠깐…!”
그리고 루시우스의 허리가 마치 광부의 곡괭이질처럼 둔탁하면서도 매섭게 내리꽂히기 시작했다. 살이 맞닿을 때마다 마치 양손을 모아서 박수를 치는 듯한 소리가 났다. 루시우스는 마치 폭풍과 같이 그녀의 자궁을 쿡쿡 찌르며 한계까지 몰아붙였다.
팡! 팡! 팡!
“하윽! 앙! 아앙! 거짓말……! 쟁이이잇! 하으으읏! 아앙! 앙! 아아아앗! 아읏! 흐윽! 바, 바보오! 아윽! 아아앙!”
방 안에 간드러진 신음이 울려 퍼졌다. 에이에이는 루시우스에게 천박한 자세로 깔린 채 음란한 신음을 연거푸 뱉어내고 있었다. 침대 위에 있는 그녀에게는 용사로서의 고귀함이나 늠름한 모습은 조금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녀는 루시우스에게 매달린 채 혀를 쭉 내밀며 애달픈 신음을 뱉어내는 암컷이었다.
“하아! 하아! 아으! 아아앗! 아윽! 흐으으윽! 거, 거짓말 쟁이이…! 너, 너무해애애……! 하응! 하으으윽! 아읏! 으윽!”
에이에이는 쾌감에 잠식되는 정신을 억지로 붙잡으며 생각했다. 암만 생각해도 불공평하다고. 똑같은 용사 파티의 멤버니까 잠자리에서는 서로 존중할 필요가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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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저 좀 도와주세요.”
이브와 에리나, 엘시는 떨떠름한 얼굴로 에이에이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녀의 부탁이 암만 들어도 이해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뭘 도와 달라고?”
“우리가 힘을 합치면, 그……. 우리 사제님을 침대 위에 쓰러트리고 묶은 다음에……. 그, 덮칠 수 있지 않을……. 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