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Character is the Villain RAW novel - chapter 67
루비콘 대공이 마침내 머리를 쥐어뜯으면서 발작하기 시작했다. 이대로 고혈압으로 뒤진다면 참 좋겠지만, 아쉽게도 그 정도로 건강이 안좋은 인간이 아니었다. 그는 씩씩 거리며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아무르 영주. 루비콘 콘드릭스가 인간이 아닌 것에 동의하십니까?”
“닥쳐라! 루시우스 사제장! 당장 칼을 뽑아라! 이딴 말장난에 놀아나지 않겠다! 애초에 이딴 재판으로 옳다 그르다가 결정될 일이 아니지 않느냐! 그대가 마왕을 물리쳤다고 내가 두려워할 줄 아는가! 결투다! 결투로 이 분쟁을 끝내겠다!”
“좋습니다.”
나는 그 말을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뒤쪽에 챙겨온 성검을 뽑아들며 말했다.
“그럼 존경하는 재판장님. 이 재판의 결과를 결투로 가리는 데 동의해주시겠습니까?”
루비콘 대공도 재판관을 쳐다봤다. 재판관은 고개를 끄덕이고 헛기침을 했다.
“그럼, 의견이 합치되지도 않고, 제가 쉬 결정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니 결투로 이번 재판의 결과를 정하도록 하겠습니다.”
아무르 영주가 놀란 표정으로 루비콘 대공을 말리며 말했다.
“대공 어르신. 저 쪽은 마왕을 물리친….”
“닥쳐라 이놈아! 애초에 네가 헛짓거리를 해서 벌어진 일이지 않느냐! 이번 일이 끝나면 네게도 책임을 물을테니 닥치고 있어라! 그리고 루시우스 사제장!”
나는 고개를 들었다. 루비콘 대공은 내가 들고있는 성검을 보고 눈살을 찌푸렸다. 처음보는 검이니까 당연한 반응이었다. 그는 무기를 한참 바라보다가 말했다.
“사제장. 만일 이 결투에서 내가 이긴다면, 그대는 방금 전 내게 한 모욕을 사죄하고, 그대의 인어 부인과 그 어미의 신병을 내게 넘기게.”
“루비콘 대공은 제가 이길 경우 앞으로 저와 아무르 영지 사이에 일에 개입하지 않으며 루비콘 콘드릭스의 죽음에 대한 책임을 제게 묻지 않으셔야 합니다. 또한 당신의 아들이 제 부인을 모욕한 것을 사과해주셔야 겠습니다.”
“얼마든지 해주겠다! 빨리 덤벼라!”
루비콘 대공은 싸움에 미친 개처럼 눈을 부릅뜨고 있었다. 나는 칼을 고쳐쥐고 심호흡을 했다. 나는 이번 승부에서 이 새끼를 아예 죽여버릴 생각이었다. 이 좆같은 새끼가 어깃장을 놔서 던전 탐사후 3P나 하면서 쉬는 내 휴가 계획이 엉망이 되고 말았다.
솔직히 이 놈이 사과를 하든 말든 상관없었다. 나는 이번 일을 마치고 아무르 영지도 두들겨패러 가야했다.
그렇게 루비콘 대공이 칼을 뽑아들었다. 두껍고 긴 검신이 내 눈에 들어왔다. 키가 큰 대공인 만큼 검도 길쭉한 것을 쓰는 모양이었다. 나는 성검을 고쳐잡으며 잠시 고민했다. 차라리 메이스를 쓰는 게 낫지 않을까? 하지만 씨발 결투에서 아예 죽여버리려면 이 성검이 최고였다.
재판관이 가운데 서서 외쳤다. 어차피 간이 회장이었던 관계로 주변의 기물들을 싹다 물리자 근사한 공터가 만들어졌다. 나는 칼을 고쳐쥐었다. 검술은 배운 적 없었지만 스텟빨이 있는데 이기겠지.
“그럼. 정정당당한 ‘승부’를 합시다.”
칼에 묘한 힘이 흐르는 게 느껴졌다.
대공의 대검과 내 성검이 맞부딪혔다. 불꽃이 튀면서 묵직한 울림이 사방으로 퍼졌다. 살을 에는 듯한 소리에 사람들이 움츠러들었다. 나는 생각보다 가벼운 후폭풍에 어깨를 풀며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 나서야 나는 머리 위에 떠오르는 문구를 확인할 수 있었다.
– [상사]와 대결을 하고 있습니다. 확고한 충성심의 효과가 발휘됩니다.
*현재 정정당당한 승부의 효과가 지속되고 있습니다. 대상에게 상처를 입히면 일정시간 후 사망합니다.
챙!
그리고 두 번째로 칼을 부딪힌 순간, 청량한 소리를 내며 대공의 검이 허공으로 튀어올랐다. 나는 그 짧은 순간에도 당황한 대공의 얼굴을 확인할 수 있었다. 확고한 충성심은 내 지인이나 관계있는 인물에게 4배의 추가 데미지를 주는 효과다. 즉, 지금 대공이 받는 충격은 내 스텟의 4배 정도의 힘이라는 말이었다. 그걸 무식하게 정면으로 받았으니 칼이 날아갈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대공은 관록있는 전사였다. 그는 당황하지 않고 뒤로 조금 뛰어올라서 날아간 검을 받으며 다시 자세를 잡았다. 바닥에 내려앉은 대공이 잠시 비틀거렸지만, 그 빈틈을 캐치하기에는 거리가 너무 멀었다. 대공의 팔이 후들후들 떨리는 게 보였다. 그러나 대공은 아무렇지도 않은 척했다.
그나저나 이 성검 은근 능력 허용범위가 넓었다. 엄밀히 따지자면 난 대천신교 사제장인데, 영주를 겸하고 있으니 비슷한 영주면서 더 직위가 높은 대공을 상사로 취급해주고 있었다. 대공은 칼을 고쳐쥐면서 말했다.
“무식한 힘이로군.”
“대단한 관록이십니다.”
대공은 증오를 잊고 호승심에 불타는 것 같았다. 그는 오랜만에 적수를 만난 야수의 눈빛을 하고 있었다. 대공이 앞으로 한 걸음 내딛고 크게 칼을 휘둘렀다. 횡방향으로 휘두른 검을 성검의 날을 이용해서 빗겨쳤다.
매끄럽게 미끄러진 칼날이 허공을 가르고 대공의 몸이 검을 따라가며 빈틈을 만들었다. 나는 대공을 향해 뛰어들었다.
“어딜!”
대공이 아예 몸을 크게 돌려서 다시 한 번 검을 휘둘렀다. 나는 내 얼굴을 노리고 날아오는 검날을 가까스로 튕겨냈다. 방어할 때는 적용이 안되는 건지 뒤로 살짝 밀려나며 시큰한 충격이 찾아왔다.
대공은 내가 살짝 머뭇거리자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내 멱을 따버리겠다는 듯 무시무시한 기세로 검을 휘둘러오기 시작했다. 다행스럽게도 대공의 검은 그리 빠르지 않았다. 방금 전 충격이 심했던 것일까 검로가 일정하지 못했고, 식은땀을 줄줄 흘리고 있었으니까.
초조한 건 대공 쪽이었다. 첫 공격에서 사실 승부는 났다고 봐야했다. 대공의 손은 지금도 떨리고 있었으니까. 그는 몸을 크게 돌려서 내 머리를 다시금 노렸다. 나는 피하지 않고 성검을 휘둘러서 대공의 검을 다시 한번 받아쳤다.
쾅!
이번엔 대공의 검이 아예 박살이 났다. 하늘로 치솟은 파편이 은빛 별가루가 되어 우수수 떨어졌다. 반짝거리는 그것들은 몹시 아름다웠지만, 정말 위험한 것들이었다. 나는 급히 몸을 피했고, 대공은 쏟아지는 자신의 칼날 파편을 멍하니 쳐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끄아아아아아악!”
대공을 비롯한 주변의 구경꾼들이 파편을 쳐맞고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말이 아름다운 은빛 별가루지 하나하나가 수십년동안 싸우고도 날이 안상했던 명검의 칼조각이었다. 그딴 걸 맞으면 사람이 무사할리가 없었다.
관중들이 온몸을 긁어대며 사방으로 흩어졌다. 그 혼돈의 틈바구니에는 아무르 영주도 끼어있었다. 가장 가까운 곳에서 루비콘 대공의 대결을 지켜보고 있던 그는 헬레이져 속편을 찍는 배우마냥 온몸이 번쩍번쩍 빛나고 있었다.
그리고 대공은.
“으아아아아!! 으아아아아아아!!”
병신 같이 자신의 부서진 칼날 파편을 쳐다보고 있던 대공은 얼굴이 걸레짝이 된 채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아마 그는 많은 생각을 했겠지. 그래서 단 한방에 부서진 칼날을 보고 제대로 대응할 수 없었을게 분명했다. 나는 이 혼돈의 틈바구니에서 성검으로 대공의 손을 살짝 긁으며 그의 머리채를 붙잡았다.
“루비콘 대공!”
“눈이..! 눈이이이!!!!”
루비콘 대공은 자신의 눈가를 가리키며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비위가 좋은 나도 대공의 얼굴을 차마 자세히 볼 수가 없을정도로 만신창이였다. 아마 이 상처를 다 치료하고 흉터가 남고나면 북부대공 부모님도 이 새끼가 누구인지 못알아볼게 분명했다.
나는 그런 루비콘 대공의 머리채를 잡고 뒤흔들며 외쳤다.
“패배를 인정하세요 루비콘 대공!”
“치료를…! 치료르으을!!”
루비콘 대공은 이미 이성을 잃은 상태였다. 나는 주먹을 쥐고 그의 배때지에 시원하게 한방을 꽂아넣었다. 비명을 질러대던 루비콘 대공이 풀썩 쓰러져서 토악질을 해댔다.
“끄억….끄윽….치료를….치료를….!”
“패배를 인정하세요 루비콘 대공!”
“끄아아아! 끄아아아아아!”
“패배를! 인정! 하시란 말 입니다!”
“졌다! 내가 졌다! 끄아아아아!”
“재판관! 빨리 판결을 내리세요!”
이미 나와 결투 중이었던 루비콘 대공을 제외하고 다른 인원들은 사제에게 치료를 받는 중이었다. 치료라고 해도 힐 한 방에 끝나는 단순한게 아니었다. 파편이 몸에 박혀 있기 때문에 그걸 다 빼내고 힐을 해줘야 했다. 그러니 이미 관중석은 칼날 조각을 빼내는 비명소리로 가득했다.
“살려줘어어어!”
“끄아아아악! 끄아아악!”
심약한 재판관은 이 지옥도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 같았다. 재판 현장은 이미 아비규환이었다. 한쪽 관중석이 완전히 피바다가 되어 있었고, 사람들이 누워서 신음하고 있었다. 끊임없이 누군가 비명을 질렀고 수시로 바닥에는 칼날 조각을 빼내는 소리가 났다.
“빨리이이….! 끄아아아아!”
그리고 루비콘 대공은 바닥에 주저앉은 채 어린애같은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눈이이….! 눈이….!”
“재판장!”
나는 다시 재판장을 다그치며 루비콘 대공의 머리채를 잡고 뒤흔들었다. 전의를 잃은 그는 이미 내게 아무런 대응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재판장도 제정신이 아닌 듯 했다. 그는 내가 몇번이나 소리를 질렀는데도 대답하지 못하고 있었다.
“끄아아아앙! 끼아아아아!”
“재판장!”
“네! 네!”
재판장이 드디어 대답을 하고 벌떡 일어났다. 그는 루비콘 대공을 아주 곤죽으로 만들어버린 걸 보고 기겁을 했다. 재판장은 내가 고갯짓에 서둘려 판결을 내렸다.
“끼으으윽….까읅….!”
“그, 그럼! 아무르 영지와 루비콘 대공. 그리고 페타 루시우스 사이에서 벌어진 재판을 판결하겠습니다! 재판 결과 페타 루시우스의 스, 승리! 따라서 루비콘 대공은 페타 루시우스에게 사과하시고….. 아, 아무르 영지에게 페타 루시우스는 정당한 대가를 요구할 수 있습니다!”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나는 루비콘 대공을 놓아주었다. 결투가 끝나는 걸 지켜보고 있던 사제들이 다가와서 루비콘 대공을 치료하기 시작했다. 나는 굳이 해주고 싶지 않아서 뒤로 물러났다. 치료하려면 대공 얼굴에 박힌 검 조각을 빼줘야 했기 때문이었다. 극혐이지 그건.
그렇게 재판이 끝났다. 아무르 영주는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고 했고, 루비콘 대공은 시력을 잃었으나 목숨은 건졌다. 재판이 끝났으니 이제 돌아가는 길. 간이 회장이 정리되고, 아무르 영지 측 인사들이 슬금슬금 나를 피해서 영지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이길거라 생각했던 재판을 병신같이 지고 말았으니 할 말이 있을리 없었다.
나는 굳이 아무르 영주를 붙잡지 않았다. 며칠 쉬다가 아주 조져버릴 계획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루비콘 대공은 올때는 당당하게 말을 타고 온듯 하나, 돌아갈 때는 요양 마차에 몸을 실어야 하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원인불명의 고열을 앓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와중에도 루비콘 대공은 마차 창문 너머로 내게 말을 걸어왔다. 눈에 붕대를 감고, 잠깐 사이에 수척해진 얼굴은 방금 전까지 위풍당당했던 대공이 맞나 싶었다.
“좋은…. 승부였네.”
루비콘 대공은 시력을 잃었지만, 한 점 후회도 없어보였다. 무인들은 자기가 손해를 봐도 멋진 승부에 집착한다던데 그 느낌이었다. 그는 이제 영지로 돌아가려는 내 길을 가로막고 떠들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