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Character is the Villain RAW novel - chapter 71
일단 여기서 아무르 영주가 계속 사과하고 있는 걸 막아야 했다. 내가 이 상황을 질질 끌수록 아무르 영주에게 유리해졌으니까. 그래서 나는 용서하겠다는 말을 안꺼내고 일단 아무르 영주를 끌어들였다.
아무르 영주는 밖에있는 마부에게 기다리라고 말한 뒤 저택으로 들어갔다.
아무르 영주는 1층 응접실로 안내되었다. 불편한 기색이 역력한 얼굴로 그는 앉아있었다. 나는 아이라를 호출했다.
“아이라!”
“네. 영주님!”
아이라가 내려오더니, 아무르 영주를 보고 잠시 겁먹은 듯 몸을 움츠렸다. 아이라는 저번 속죄의 행군에서 정신 나갈 때까지 쳐맞은 이후, 이 저택 사람들이 아닌 사내들을 좀 무서워했다.
“잠시 제가 할 일이 있으니까. 일단, 이 분 시중을 좀 들어주세요.”
“네, 네…. 알겠습니다.”
아이라는 고개를 끄덕거리고 치맛자락을 붙잡았다. 물론 시중이라고 해서 아무르 영주에게 몸을 대달라는 뜻은 아니었다. 나는 그렇게 아이라를 아무르 영주에게 내맡기고 자리를 비웠다.
그리고 나는 바로 옆방에서 느긋하게 몸을 기댄 채 성검을 만지작 거렸다. 날이 정말 날카로워서 나조차도 손을 잘못대면 베일 정도였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나한테는 ‘정정당당한 승부’의 독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일까. 저번에 칼날 만져보다가
– 소유주에게는 정정당당한 승부가 적용되지 않습니다.
라는 메세지가 떴을 때 얼마나 놀랐는 지 모른다. 그 뒤로 나는 저택에서 커다란 상자를 하나 구해서 쓰지 않을 때는 거기다가 박아두었다. 절대 열지말라고 이브나 시에리 아이라한테도 신신당부했고.
애초에 내가 ‘승부’라는 단어를 말하지 않으면 독은 적용되지 않지만, 그래도 날이 존나 날카로워서 위험했다.
내가 칼날을 만지작거리면서 시간을 때우던 중, 드디어 기다리던 비명이 울렸다.
“꺄아아아아악! 꺄아아아악! 하지 마세요! 이러지 마세요!”
나는 기다렸다는 듯이 성검을 살포시 놓아두고 다시 옆방으로 달려가 문을 박찼다. 그곳에는 내가 예상한 그 장면이 있었다. 아이라의 상의는 속옷이 드러나도록 찢겨져 있었고, 바닥에 주저앉아서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아무르 영주는 당황한 표정으로 일어나서 아이라에게 손을 뻗고 있었다. 아이라는 나를 보자마자 내게 달려들어서 내 가슴팍에 안겼다.
“영주님….무서웠어요….흑흐흑….”
비명소리를 듣고 기사들부터 시종까지 전부 이 방으로 달려왔다. 아무르 영주는 하얗게 질린 얼굴로 고개를 내저으며 말했다.
“아, 아닙니다! 오해입니다! 오해!”
“무슨 오해죠? 설명해주세요 아무르 영주.”
“저, 저 여자가 스스로 옷을 찢었습니다! 스스로 옷을 찢으면서 비명을 질렀단 말입니다!”
“그 말을 저보고 믿으라는건가요?”
아이라는 눈물을 흘리다말고 나를 쳐다보고 씩 웃었다. 아무르 영주에게는 보이지 않는 각도였다. 아이라의 옷도 내가 찢기 쉽도록 살짝 칼집을 내놓은 상태였다. 나는 아이라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아무르 영주. 어찌 제 저택 한복판에서 대천신교에 귀의한 여인을 추행할 생각을 하신거죠? 제가 시중을 들라고 했다고 하여 밤시중과 같은 음행을 행해도 된다 오해하신 건가요?”
아무르 영주는 답답해서 죽으려고 했다. 나는 웃음을 참고자 억지로 내 허벅지를 꼬집어야 했다. 영주는 얼굴이 새빨개진 채 변명을 하기 시작했다.
“아닙니다! 저 여자가! 저 여자가! 제게 누명을 씌운 것입니다! 야 이 걸레같은 년아! 네가 나한테 무슨 억하심정이 있어서 이런 짓을 하느냐!”
변명을 하다가 스스로 폭발한 아무르 영주가 아이라에게 삿대질을 하며 외쳤다. 나는 아이라를 가려주며 말했다.
“어찌 추행하신 분이 아녀자에게 이리도 적반하장으로 나오십니까? 사과를 하고자 제 저택에 오셨으면서 또 다시 제 권위를 모독하시는 겁니까? 제 앞에서 대천신교의 교인을 비하하다니, 저는 당신이 사과했다는 것도, 뉘우쳤다는 것도 믿을 수가 없군요.”
“아이고! 사제장님! 아닙니다! 저는 정말로 그런 짓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 말에 질 수 없다는 듯, 아이라가 눈물을 쏟아내며 울어대기 시작했다.
“영주님! 절 믿어주실거죠? 흐흑…흑….저 아무르 영주님께서… 빨리 가, 가슴을 내보이라며….”
“어찌 그런 망측한 짓을 하십니까? 아무르 영주. 부인이 있으신걸로 알고 있습니다.”
“믿어주십시오! 사제장님! 저 시녀가 저를 음해하는 것입니다! 저를 왜 믿어주시지 않습니까! 아이고오!”
영주가 억울해죽겠다는 듯이 가슴을 팡팡치며 따지기 시작했다.
“여기 이렇게 증거가 있는데 아직도 발뺌하시다니, 실망이 큽니다. 아무르 영주님.”
“증거가 어디있단 말입니까!”
“피해자의 눈물이 증거입니다!”
이 말. 꼭 한 번 해보고 싶었어.
“그, 그 무슨 말도 안되는…..”
아무르 영주가 무릎을 꿇었다. 말도 안되겠지. 말도 안되서 억울하고 답답할거다. 왜 이런 불합리한 일을 겪어야 하는 지 모르겠지. 나는 아무르 영주가 기운이 쭉 빠진 걸 보고 다시 물었다.
“어찌 말도 안된다고 말씀하십니까?”
“증거가….증거도 없는 일로 어찌 사람을 이리 핍박하십니까? 어찌 저 여자의 말만 싸고 도십니까?”
“영주님! 너무 무섭습니다 흑흑….”
아무르 영주가 다시 반박하려고 들자 아이라가 눈물을 흘리며 다시 나를 꼭 끌어안았다. 기사들의 인상이 팍 구겨지고 시종들이 서로 속닥대기 시작했다. 이 쯤에서 아무르 영주는 깨달았을 것이다. 자신이 범의 아가리에 홀로 머리를 들이밀었다는 것을. 로빈이 말했다.
“말씀만 하십시오. 영주님. 당장 체벌을 준비하겠습니다.”
“이럴 순 없습니다! 증거도 없이 사람을 핍박할 수는 없단 말입니다! 맹세컨데 저는 하지 않았습니다! 루시우스 사제장! 그 여인이 얼마나 소중하던지 부디 판단을 바로 하시길!”
아무르 영주는 로빈의 말에 더욱 화를 내며 따지고 들어갔다. 이렇게 당당하게 나오면 이 문제로 오래 끌 필요가 없었다. 나는 아이라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이미 당신은 제 호의를 저버리고, 저를 속이려 들었습니다. 제가 당신의 맹세를 믿을 이유가 있습니까? 로빈. 당장 이 잔인무도한 영주를 지하 감옥에 가두세요. 내일 다시 이야기 하겠습니다. 처벌은 그 때 논의하도록 하죠.”
“이럴 순 없습니다! 이럴 순 없다고! 놔라! 놔라 이 놈들아!”
이 문제로 왕궁 주관 재판에 끌고갈 생각은 없었다. 증거도 없는 일을 재판으로 끌고가면 내가 불리해지니까. 어차피 재판은 영주가 걸어야 하며, 아무르 영지의 영지 대리인이 지금 우리 영지에서 벌어진 상황을 알았을 때는 이미 상황이 종료된 후 일거다.
아무르 영주가 지하 감옥으로 끌려간 뒤 나는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마부를 붙잡아오게 시켰다. 주인을 기다리고 있던 마부는 그렇게 영문도 모른 채, 내 앞으로 끌려왔다. 그는 갑자기 경비원들이 자신을 붙잡아서 데려오자 몹시 놀란 표정이었다.
“무슨 일입니까? 이게 무슨 일입니까? 제가 왜 끌려가는 겁니까?”
“아무르 영주가 제 저택에서 음행을 벌이다가 체포 당했습니다. 불행한 일이죠.”
“무슨….. 영주님은 그러실 분이 아니십니다!”
마부는 아무르 영주에게 충성하고 있었다. 그는 내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며 영주는 그럴 사람이 아니라고 다시 못박았다.
“분명히 무슨 오해가 있을 겁니다. 영주님은 그러실…..”
“그 말은 마치, 추행 당한 피해자한테 잘못이 있다는 것처럼 들리는 군요.”
“네?”
“나이든 귀족들은 그렇게 말하곤 합니다. 실수다. 오해다. 그냥 손이 살짝 닿은거다. 네. 분명히 오해가 있었을겁니다. 하지만, 상대가 수치심을 느꼈다면 그건 엄연히 추행입니다. 아시겠습니까?”
오해할 수도 있지만, 난 시종들한테 개인적으로 손댄적 없다. 루시우스 사제장 이미지를 유지하려면 그딴 짓은 안해야되기 때문이다.
“무슨….. 아니 대체 무슨 말씀을 하시는 지 모르겠습니다.”
“옆방에 잘 모셔두세요.”
나는 마부를 옆방에 집어넣고 병사들로 하여금 감시하게 했다. 병사들은 내가 조금 멀어지자마자 마부를 놀리기 시작했다.
“너네 영주님 진짜 조졌다야. 영주님이 아끼는 여자를 건드렸다고.”
“이번에 영주 부인을 건드리려고 한거랑 합쳐서 진짜 죽을지도 몰라.”
나는 방으로 올라왔다. 이브가 스트레칭을 하고 있었다. 가끔씩 방을 찾아보면 랜덤 이벤트처럼 그녀가 스트레칭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내가 말했다.
“이브. 지하감옥에 아무르 영주를 잡아놨어.”
“아무르 영주? 그 씨발놈?”
“어.”
“나 지금 좀 내려가봐도 돼?”
“근데 이번에 죽이면 진짜 복잡해지니까 죽이지마라? 아니 때리지도 마. 아니다. 너 그냥 나랑 같이 내려가자 죽일거 같으면 너 그냥 집어던져버리게. 손대면 귀찮아져.”
“신랑. 나 못믿어?”
못믿었다. 저번 재판 건은 이브 지분도 조금 있었으니까. 이브가 그 루비콘 뭐시기 아들 배때지에 칼 안꽂고 주먹으로 줘패기만 했어도 여기까지 안갔을 일이었다. 나는 그런 감정을 담아서 이브를 말 없이 쳐다보았다. 이브는 슬쩍 내 시선을 피하며 말했다.
“아니, 뭐. 알았어. 같이 가. 같이 가자고.”
그렇게 나와 이브는 지하감옥을 찾았다. 아무르 영주는 벌써부터 실의에 빠져있었다. 이브는 아무르 영주를 보고 살짝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
“이 새끼가 걔야?”
“히익…..”
아무르 영주는 이브를 알아본듯 했다. 그가 시사에 관심이 있다면 한 번쯤은 에스타 도시의 연쇄살인강간범 인어의 현상수배지를 봤을테니 당연한 이야기였다. 그는 이브를 보자마자 몹시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영주가 외쳤다.
“이, 이게 무슨 짓이오! 나를 어떻게 할 생각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