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Character is the Villain RAW novel - chapter 72
딱히 난 지금 아무르 영주한테 아무것도 할 생각이 없었다. 여자였으면 존나 따먹었겠지만, 이 새끼는 쥐새끼 수염을 가진 남자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브는 아무르 영주와 대화하고 싶어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야, 씨발. 너 나 알지.”
“히, 히이이익….”
이브는 바로 얼마전에 자길 모욕했다는 이유하나로 루비콘 대공 아들 배때지에 칼을 꽂은 년이다. 그걸 전해들었을 아무르 영주가 지금 얼마나 무서워하고 있는 지는 현재 표정 하나로 충분히 알 수 있었다. 그는 덜덜 떨면서 철창 너머 가장 멀리있는 벽에 몸을 붙였다.
“그, 그만두시오! 내게 이런 짓을 해서 무사할 것 같소! 나는 영주요! 적법한 영주! 이런 식으로 대하는 건 어느 역사서에서도 없던….”
“무슨 짓? 씨발. 무슨 짓 새끼야. 내가 너한테 뭐 했어? 너는 내가 보낸 병사들 개패듯이 패놨잖아.”
“히이이이익! 자, 잘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영주는 다시 엎드려서 빌기 시작했다. 죽는 것보단 무릎꿇는 게 나았다. 내가 물었다.
“아무르 영주. 반성하고 있나요?”
“네! 반성하고 있습니다!”
“그럼 벌을 받으실 각오가 되어 있으신거죠?”
“무, 무슨 벌 말씀이십니까!”
“추행을 한 자는 최대 60일 간의 강제 노동형에 처한다. 영지 법에 나와있는 이야기죠. 영지간 문제로 일을 벌릴 생각은 없으니, 이걸로 합의를 보시죠.”
“그, 그건 안됩니다!”
“왜 안되죠?”
“60일이나 제가 영지를 비우면…. 영지에서 진행되는 복구 사업이….멈추고 맙니다. 부디 제 영지민들을 불쌍히 여기셔서…..”
“자꾸 반성할 생각은 안하고 영지민들을 인질로 잡으시는군요.”
“여, 영지민들을 인질로 잡다니…. 당치도 않은…..”
“그렇게 생각하시는 거잖아요? 무슨 죄를 지어도, 종교인 입장에서 아무르 영지의 영지민들이 죽으면 안되니 페타 루시우스 사제장은 용서해줄것이다. 그런 안일한 생각을 품고 사과하러 오신거잖아요?”
“아닙니다! 단언코 그런게 아닙니다!”
“그럼 왜 제가 따로 조건을 걸기전에, 제 저택 앞에서, 아무런 예고도 없이 공개적으로 사과를 하신거죠? 거기서 제가 당신의 사과를 받아들이지 않거나 조건을 걸면 저는 뭐가 되죠?”
“그건…..”
아무르 영주가 눈을 굴리기 시작했다. 세상에 아무런 이유없이 행동하는 정치인은 없다. 나는 이브에게 말했다.
“안되겠어요. 이브. 그냥 잔인하게 죽여버리죠. 당신 영지민들은 당신 부인이 대리가 되어서 알아서 하겠죠. 우리가 당신을 죽여도 될 명분은 차고 넘친다는 거 아시죠?”
어차피 아무르 영지는 우리를 영지전에서 절대 못이겼다. 꼬우면 싸워서 이겨야지. 재판에서 이미 ‘아무르 영지와의 갈등에 간섭하지 않는다.’는 조건을 내걸어서 이겼기 때문에 이 건에 대해 재판도 못걸었다.
아무르 영주도 이 사실을 알기 때문에 내 협박이 보다 직접적으로 다가온 듯 했다. 그래도 사제장이 대놓고 영주를 죽이진 않을거라 생각한 모양인데 그건 아주 잘못된 편견이었다.
게다가 아무르 영주의 부인이 그리 내정을 잘할 거 같지는 않았다. 보좌관도 뒤져버린 마당에 그녀가 내정을 잘했으면 아무르 영주가 저렇게 불안해 할리 없으니까. 애초에 귀족 부인 중에 내정을 잘하는 인간은 많이 없었다.
“아, 안됩니다! 제발 살려주십시오! 영주님! 영주님!”
여기까지다. 지금 이렇게 정신적으로 몰려있을 때, 조건을 걸어야 했다. 나는 진짜로 철창문을 열고 아무르 영주를 죽여버리려드는 이브를 붙잡아 말리면서 말했다.
“그럼 이렇게 할까요? 약간의 조건들에 동의만 해주신다면, 이번 일은 그냥 넘어가드리죠.”
“야, 약간의 조건 말씀이십니까?”
아무르 영주의 눈빛은 절박해보였다. 이브는 내게 허리를 붙잡힌 채 조금 불만스러운 표정이었다.
***
그렇게 다시 아무르 영주는 지하 감옥에 갇힌지 2시간 만에 다시 풀려날 수 있었다. 그동안 영주를 걱정하고 있던 마부는 조금 핼쑥해져 있었다. 마부는 아무르 영주를 보자마자 울먹거리며 말했다.
“영주님! 이게 무슨 일이십니까!”
“그게…..”
“정숙하세요. 그럼 마부. 당신은 우리가 조약을 맺는 것에 목격자가 되어주어야 겠습니다.”
귀찮은 신파극은 보기 싫었다. 나는 최대한 빨리 이 사건을 마무리하고 싶었다.
“도장은 가져오지 않았습니다만….”
“피로 지장을 찍을거니까 상관없습니다.”
나는 미리 작성해뒀던 종이를 꺼내들었다. 그리고 옆방에서 두꺼운 상자 하나를 가져왔다. 아무르 영주는 계약서 내용을 읽어보고 다시 나를 쳐다보면서 물었다.
“정말 이게 끝입니까?”
– 1. 아무르 영지는 페타 영지에게 지원을 요구하는 편지를 보내지 않는다.
1-1.대천신교의 기부금 한도 내에서 페타 영지는 아무르 영지를 도와줄 수 있다.
– 2. 이상의 조건을 따르는 것으로 페타 루시우스 사제장은 아무르 영주 및 아무르 영지에게 루비콘 콘드릭스 살해 사건에 대한 보상을 묻지 않는다.
“끝입니다.”
어차피 아무르 영지는 지금 존나 가난해서 보상금 내놓으라고 말해도 내가 욕먹을 뿐 얻는게 없었다. 그냥 조약이나 맺으면 그만이지.
이것만 사인하면 보내주겠다. 안그러면 죽여버리겠다. 간단한 양자택일이었다. 계약 쪽 조건이 존나 단순하고 쉬운데다가 어찌 보면 아무르 영지에게 괜찮은 계약이었다. 구호 편지 보내지 말라는 말 한줄만 달랑 적혀있으니까.
오히려 내가 아무르 영주를 죽여서 얻는 게 아무것도 없는 조약이었다.
“그….. 지장은 어떻게….”
“이걸로 찍을 겁니다.”
나는 상자에서 내 성검을 꺼내들었다. 새파란 날이 섬뜩하게 빛나고 있었다. 미리 대천신교 측 공증인도 불러온 상태였고, 영주의 공증인은 저 마부였다. 영주는 그 칼의 정체를 알고 몸을 움츠렸다. 나는 칼로 내 손을 살짝 베어서 피를 내며 말했다.
“네. 아무르 영주. 그 칼이에요. 루비콘 대공과의 ‘승부’에서 승리한 그 칼이죠.”
그리고 나는 영주의 손가락 앞으로 칼을 가져다 댔다. 영주는 스스로 손가락을 칼로 긁고, 피로 지장을 찍었다. 앞으로 몇분 남았나. 나는 아무르 영주의 상태창을 열었다.
* 정정당당한 승부로 사망까지 51분 남았습니다.
참고로 독이 발동할 때까지 30분이다. 독이 발동한 다음 뒤지는 건 개인차가 조금씩 있었다. 나는 최대한 빨리 아무르 영주를 내 저택에서 쫓아냈다.
이제 어떻게할거냐고? 기다리면 답이 나온다.
사람은 모두 죽기 마련이다. 어디서든 어떻게든 죽고 만다. 내일 아침 회사에 출근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않던 회사원이 지병으로 쓰러져 죽는 일은 빈번했다. 교통사고 후 괜찮다고 말하던 노인은 며칠 뒤 시름시름 앓다가 죽어버리곤 했다. 이처럼 죽음은 예측할 수 없는 법이다.
그러니 아무르 영주가 우리 저택에서 떠나고 자신의 저택에 도착했을 때 사망한 건 그리 부자연스러운 일이 아니었다. 며칠 뒤 아무르 영주가 마차에서 사망했다는 비보를 전해듣고 나는 안타깝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어쩐지 우리 저택에 왔을 때 부터 얼굴빛이 안좋더라니…..”
이브는 그 말에 피식, 하고 코웃음을 쳤다. 이 저택에서 아무르 영주의 죽음을 진심으로 애도하는 건 시에리 뿐이었다. 그런데 뭐 어쩌겠는가. 사람이 죽는 건 아주 자연스러운 일일 뿐인데.
하지만 아무르 영주 부인의 생각은 조금 달랐던 듯 했다. 아무르 영주가 사망하기 전 내 저택을 들렀다는 점, 그리고 나와 결투를 했던 루비콘 대공이 사망했다는 점에서 아무르 부인은 내가 어떤 종류의 수작을 부린게 아닌가 하는 의심을 제기했다.
말이 어떤 종류의 수작이지, 이는 노골적으로 독살을 의심하는 태도였다. 정황 증거는 내가 봐도 완벽했다. 저택에 들린 뒤 죽은 영주. 나와 결투한 뒤 죽은 루비콘 대공. 나랑 엮인 두 사람이 전부 시름시름 앓다가 끅하고 죽어버렸으니 의심할 근거는 충분했다.
하지만 정황증거가 완벽한 만큼 직접적인 증거가 없다는 것이 매우 중요했다. 증거가 있을리 없었다. 루비콘 대공의 몸에서도, 아무르 영주의 몸에서도 독은 검출되지 않았다. 전부 사인은 원인불명의 고열이었다. 어떤 몸에 부작용이 뒤따르는 것도 아니고 단순히 고열에 시달리다 죽은 것이다.
아무르 영주 부인은 이번 영주 독살과 루비콘 대공의 사망 건에 대해서 재판을 신청했다. 사건의 진실을 다시 조사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녀는 독이 있었을것이라 주장하고 있었다. 루비콘 대공은 나와의 결투 후 사망했고, 아무르 영주는 칼로 지장을 찍은 뒤에 사망했으니까.
루비콘 대공이 독으로 사망했다는 게 증명되면 재판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다.
나는 기꺼이 내 검을 증거로 제출했다. 내 성검의 독은 무색무취이며 내가 ‘승부’라고 말하지 않는 이상 발동되지 않는다. 독이 나올리 없었다.
그렇게 벌어진 2차 재판. 영주의 부인은 손수건으로 얼굴을 가린 채, 저 간악한 사제장이 자신의 남편을 죽였다고 호소하고 있었다.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사제장은 아주 잔인한 사람입니다! 어찌 이 지경까지 우리들을 괴롭히십니까? 왜 제 남편을 데려가셨습니까? 왜 루비콘 대공을 그리 잔인하게 죽이셨습니까?”
그녀의 호소에도 재판장은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일단 영주급 인사가 재판을 걸면 재판은 반드시 열린다. 나는 반문했다.
“증거 있습니까?”
그러면 아무르 부인은 대답도 못하고 다시 크게 울며 나를 가리키면서 분통을 터뜨릴 뿐이었다.
“어떻게…어떻게 그런 말을….! 흐흑….흐흑….사제장! 양심이 있다면 자백하세요! 제발….제발 부탁드립니다….흐흑…흑….!”
“눈물은 증거가 되지 않습니다. 저를 재판장에 세우셨으니 증거는 있을거라고 믿습니다.”
나는 당당하게 나올 수 있었다. 증거 따윈 없었으니까. 내가 칼에 독을 바르는 걸 본 사람도 없다. 칼에서 독이 나온 것도 아니었다. 정황 증거만 있을 뿐이다. 내가 아무르 부인을 같은 방법으로 독살했다면 아무르 영주는 나에게 재판을 걸지 않았을 것이다. 증거가 없으니까.
하지만 지금 재판장에 있는 건 머리가 잘돌아가는 아무르 영주가 아니라 머리가 안돌아가는 아무르 부인이었다. 그녀는 감정적으로 재판을 열었고, 그 대가는 무죄선고였다.
“아무르 부인. 결투에서 제가 독을 사용했다는 건 대단한 모욕입니다. 부인께서 사제장이라는 직위에 대해 잘 모르시는 듯하니, 이 건에 대해서 따로 따지고 들진 않겠습니다.”
그리고 내가 말했다. 아무르 부인은 내가 말하는 한마디 한마디에 분노하는 것 같았다. 아무르 영주는 혼자 페타 영지에 가서 시체가 되어 돌아왔다. 정황은 확실하다. 나는 말했다.
“증인으로 당시 아무르 영주를 모셨던 마부를 불러주셨으면 합니다.”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마부가 튀어나왔다. 마부는 재판 시작 때 상황을 증언하기 위해 한 번 이 증인석에 올랐었다. 나는 마부에게 질문했다.
“마부. 제가 아무르 영주를 지하감옥에서 꺼내왔을 때, 그에게 상처가 있었습니까?”
“없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