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Character is the Villain RAW novel - chapter 74
비쩍 말라서 다 죽어가는 몰골이었지만, 그래서 눈빛은 아주 흉흉하게 살아있는 악마였지. 나한테 이렇게 말하더라고, ‘나는 마왕님에게 정절을 바치기 전엔 죽을 수 없어!’
씨발 처녀 서큐버스? 처녀 서큐버스라고? 나는 저도 모르게 벌떡 일어나서 편지에 힘을 줄 수 밖에 없었다. 그냥 서큐버스도 아니고 처녀 서큐버스라고? 너무 아까웠다. 씨발 처녀인줄 알았으면 내가 올라가서 강간하는 건데. 서큐버스한테 강간죄 같은 건 성립되지 않는다. 그냥 악마 새끼들에 불과하니까.
– 훌륭한 전사의 눈빛이었지만, 날 이기기엔 역부족이었어. 확실하게 숨통을 끊어버렸지. 에리나. 이 산맥엔 아주 위험한 놈이 숨어있는 것 같아. 하지만 그래도 너를 위해서라면 난 어디든 갈 수 있어.
“씨발!”
내가 소리지르나 아이라가 놀라서 쳐다보았다. 나는 편지를 구겨서 쓰레기통에 던져버렸다. 그리고 나서 다시 아이라에게 씩 웃어보이며 물었다.
“왜 그래요?”
“아, 아니에요.”
아이라는 고개를 저으며 다시 일에 집중했다. 나도 아이라의 반응에 신경쓸 여유가 없었다. 세상에서 가장 가치있는 재화가 죽었다는 비보를 들었기 때문이었다.
처녀 서큐버스가 이렇게 뒤지고 말았다. 희귀템을 이렇게 죽여버리다니 좆같은 용사새끼. 그나저나 북부 대공은 뭘하려고 사천왕 중 하나를 자기 감옥에 가둬놓았던 걸까? 어쩌면 그도 왕궁의 명으로 에반젤린에 대해 조사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나는 머리를 긁적이며 용사가 벌인 사건들을 잊어버리려고 노력했다.
어차피 게임이 끝날 때까지 드래곤 산맥에 잠들어있는 드래곤들은 깨어나지 않는다. 히든 보스 중에도 드래곤은 없고, 이벤트 퀘스트나 추가 요소로도 드래곤은 끝끝내 등장하지 않았다. 이브와 달리 이번에는 에이에이가 붙잡힐 일이 없다는 뜻이었다. 드래곤을 빼면 그 동네에서 제일 쌘게 러비안인데 러비안이 뒤졌으니까.
산맥의 아인들은 에이에이가 혼자서 전부 도륙할 수 있는 애들이었다.
“그러면…..”
그렇지만, 에이에이의 편지로 확실히 알아낸게 있었다. 사천왕들은 아직 살아있다는 거. 어디서 뭘하고 있는 지 모르겠지만, 일단 러비안이 살아있는 걸로 보아 다른 사천왕들도 살아있을 가능성이 있었다. 대천신교 본부에 한 번 가봐야 하나? 내가 고민하던 그 때, 로빈이 또다시 문을 두드렸다.
“영주님. 보고드릴게 있습니다.”
로빈이 맨날 보고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경비 및 치안 문제는 전부 기사단장인 로빈에게 우선적으로 보고가 들어가니까.
“말씀하세요. 로빈.”
“영지 변방에 수인족 하나가 날뛰고 있습니다.”
“수인족이요?”
수인족이라는 말에 나는 물음표를 띄울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수인족이 날뛰고 있다면 일단 큰일이었다. 나는 지체없이 메이스를 집어들고 로빈을 따라 나섰다.
“비켜! 비켜라!”
그곳에는 수인이 있었다. 날카로운 발톱과 쫑긋한 귀, 그리고 엉덩이 부분에 길게 자란 꼬리. 사실 수인보다는 할로윈에 남친을 위해 고양이 코스프레를 한 여자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그녀는 병사들 한가운데에 서서 잔뜩 경계하고 있었다. 목에는 노예의 증거인 쇠사슬이 달려 있었고, 몸은 상처투성이였다. 나는 병사들을 옆으로 물렸다. 병사들 한가운데에 틈이 생기자, 그 쪽으로 달려들려던 수인은 틈을 내가 막아서자 좀 당황한 눈치였다.
그녀는 발톱을 세우며 외쳤다.
“성직자! 비켜! 난 도망치는 중이다! 자유를 찾아갈거다!”
“당신, 노예인가요?”
“노예가 아니다! 우리는 노예가 아니다! 인간들! 날 노예라 부르지 마라!”
수인은 소리를 질러대며 발톱을 세웠다. 나는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수인한테도 성검이 먹히나?
이름: 아모리
종족 : 고양이 수인
레벨 : 23
스텟
힘: 25
민첩: 56
지능: 4
행운 : 23
특성
날카로운 발톱
갑옷을 입지 않은 상대를 공격할 때는 데미지가 전부 치명타로 들어갑니다.
평야의 지배자
초원에서 이동속도가 2배로 올라갑니다.
수인은 인어랑은 사정이 조금 다른 종족이었다. 인어들은 아예 인간들이랑 생활권을 공유하지 않음에도 인간들에게 두들겨맞는다면, 수인들은 인간, 엘프들과 땅 문제로 갈등을 빚는 종족이었다. 수인들은 사냥이나 기초적인 생활을 위해 넓은 평야가 필요한데, 이 넓은 평야는 인간들에게 있어선 밭이나 농지로 쓰이는 땅이었으니까.
또한 이 평야에서 생활하는 수인들이 가끔씩 숲까지 다가오곤 해서 엘프들 입장에서도 수인들은 매우 경계의 대상이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수시로 수인들을 사냥하기도 하고, 노예로 쓰기위해 납치하기도 했다. 수인들은 전투능력의 최대치는 낮지만 평균치가 높은 아이들이기 때문에 어릴 때부터 길러서 호위용 노예나 일꾼으로 쓰기 적합했다.
지금 눈 앞에서 병사들한테 위협을 가하는 저 수인 역시 이런 노예로 생활하다가 탈출한게 분명했다. 병사들은 수인의 무서움을 경계하는 지 쉽게 다가가지 못하고 있었다. 그녀는 몸을 떨면서도 자신이 두렵지 않다는 것을 어필하기 위해 발톱을 세우며 으르렁댔다.
여기 사람들에겐 어떻게 느껴질지 모르겠지만, 내게 지금 고양이 수인이 하는 행동은 할로윈 특집으로 인방하는 여자 BJ가 고양이 옷 입고 만원짜리 도네 리액션 취해주는 느낌에 가까웠다.
“오지마! 오지마라!”
앙칼진 비명을 지르며 고양이 수인이 손을 휘적휘적거렸다. 나는 메이스를 치켜들고 천천히 다가갔다. 그녀는 내가 자기보다 압도적으로 강하다는 사실을 알아챈 것 같았다. 꼬리를 내리고, 조금씩 뒤로 물러나며 소리만 질러대는 게 느껴졌다.
“으으…..오지마라! 오지마!”
깡!
오랜만에 들리는 이 청량한 소리. 수인은 내 메이스에 머리를 얻어맞고 바닥에 풀썩 쓰러졌다. 언제나 남들의 골통을 깨부시는 건 내게 참을 수 없는 즐거움을 안겨줬다. 역시 성검은 인성질할때나 써야한다. 나는 발로 수인을 톡톡 건드리며 다시 상태창을 열었다.
몸이 벌벌 떨고 있길래 나는 혹시나 또 백치 특성을 개방한건가 겁이 났지만, 다행히 백치 특성은 없었다. 나는 로빈에게 말했다.
“데리고 가죠. 무슨 일로 이곳에 왔는 지 알아봐야 겠어요.”
일단 이 고양이 수인은 따먹을 생각이 없었다. 얼핏보면 젊고 매력적이었지만, 자세히보면 목이나 다리에 주름살들이 좀 보였다. 나는 이번 기회에 성검으로 실험을 좀 해볼 생각이었다. 수인이나 아인 어인에게 성검의 독이 통하는 지 궁금했기 때문이었다. 내가 그거 알아보자고 셀루를 죽일수는 없었으니까.
다시 영지 저택으로 귀환한 내 옆에서 고양이 수인이 활어처럼 펄떡거리기 시작했다. 그녀는 얼굴을 찡그리며 겨우 눈을 떴다. 팔과 다리를 밧줄로 묶어둔 터라 걱정할 건 없었지만, 나는 그래도 메이스를 부여잡고 수인을 경계했다.
“여긴….”
수인은 얼굴을 찌푸리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조금 떨어진 수영장에서 셀루가 헤엄을 치다가 나를 발견하고 손을 흔들었다.
“걔는 뭐야?”
셀루는 내가 새로 신붓감이라도 데려온 줄 알았던 모양이었다. 수영장 바깥으로 몸을 살짝 내밀며 혀를 쭉 빼물었다. 바닥에 떨어진 참치처럼 로빈의 등에서 팔딱거리던 수인은 셀루를 보더니 눈을 크게 뜨며 갑자기 온몸에 힘을 주었다.
“으아아아아!”
그녀는 비명을 지르며 초인적인 힘으로 밧줄을 끊어버렸다. 그리고는 갑작스럽게 셀루한테 달려들었다. 그리고 외쳤다. 카아- 빈 모그…..
“인어! 도망쳐라! 같이 도망치자!내가 너를 자유롭게 만들어주겠다!”
그렇게 외치고는 셀루의 어깨를 붙잡고 수영장 반대편으로 도망치려하는 게 아닌가. 저 년 진짜배기였네. 하지만 셀루는 당황하지도 않고 자신을 붙잡은 수인의 손을 끌어당겼다. 수상비를 쓰는 것처럼 물 위를 달리려들던 수인은 셀루의 억센 힘에 이끌려 물 속으로 쳐박혔다. 그녀는 물에 빠진 수인을 다시 건지며 내게 물었다.
“뭐야. 얘 뭐하는 애야?”
“푸하! 인어여! 나와 도망치자! 너는 노예로 살 필요가 으픕…픕…”
셀루는 수인이 떠들때마다 물 속에 얼굴을 쳐박고 다시 끌어올리는 걸 반복했다.
“어픕…! 인어여! 노예로….살…필으픕…!”
“나 노예 아닌데. 헤흐…”
셀루가 나랑 섹스하는 사이라 해도 그녀 역시 근본이 싸이코패스인 년이다. 인간들 시체 사이에서 자위하던 애가 수인한테 동지애 따위가 있을리 없었다. 셀루는 수인을 풀어달라는 말도 하지 않은 채 계속해서 그녀를 사용해서 빨래를 하고 있었다.
“어픕….프하…! 인여어어프….! 제바앍….!”
“나 노예 아니라니까?”
몇 번 더 수인을 물에 담갔다 빼자, 고양이 수인은 물에 축 젖은 채 늘어졌다. 눈빛이 멍-한걸 보니 제정신을 잃은 것 같았다. 셀루는 늘어진 고양이 수인을 내게 집어던지며 물었다.
“그래서 걔 누구야?”
“마을에서 병사들과 싸우던 수인이에요. 누군지는 지금부터 알아봐야죠.”
그렇게 나와 로빈은 고양이 수인을 지하 감옥에 가두었다. 나는 성검을 가지고 지하로 내려왔다. 지하감옥 문을 잠그자, 그 소리에 고양이 수인이 눈을 떴다.
“끄아아! 너, 넌 뭐냐! 성직자! 성직자가 어찌 이런 짓을 하나!”
“성직자가 뭐 별건가요. 영주는 쳐들어오는 적을 배제할 의무가 있어요.”
나는 성검의 날을 슬슬 훑으며 말했다. 고양이 수인은 팔다리가 전부 쇠사슬에 구속되어 있었다. 그녀는 열심히 사슬을 풀어내려고 애썼지만, 이브도 못푸는 존나 단단한 드워프제 사슬이었다. 힘 20짜리가 풀 수 있을리 만무했다.
한참 동안 쇠사슬을 풀려고 낑낑대던 그녀가 마침내 힘이 빠져서 헉헉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묘하게 숨소리가 힘에 부쳐보이고 눈이 풀린 것 같았지만, 나는 그냥 물에 빠진 후유증이려니 하고 넘겼다.
“끄으으! 풀어라! 풀어! 나에겐 가족이 있다! 나는 내 가족들을 구해서 돌아가야 한다!”
“가족이 있다고요?”
“내 딸 엘시! 내 딸 엘시를 구해야 한다!”
“엘시?”
엘시라고? 나는 다시 한 번 히로인 전설의 내용을 되새겼다. 고양이 도적 엘시. 분명히 히로인 중에 있는 캐릭터였다. 노예 생활을 하지만 항상 밝고 긍정적인 소녀. 얘가 걔 엄마라면 생각보다 나이가 많다는 뜻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