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Character is the Villain RAW novel - chapter 75
“당신 몇살이죠?”
“으….올해로 48살이다!”
음…… 불가능. 차라리 젖가슴 48개 달린 여자랑 하고 말지 48살은 좀 힘들다. 나는 당초 계획대로 그냥 죽여버릴까하다가, 성검을 집어넣기로 했다.나는 싸이코패스 살인마가 아니다. 성검으로 콕 찔러서 비겁하게 독살을 한다니. 그건 사람이 할 짓이 아니었다.
일단 그녀에게 알아볼 것들도 있었다. 그래서 나는 빠르게 질문했다.
“그럼 당신의 이름은?”
“아모리.”
수인은 자신을 아모리라고 소개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물었다.
“엘시는 어디에 갇혀 있죠?”
“으…..그건…..”
내가 엘시에 대해 관심을 보이자 아모리는 주저하기 시작했다. 나는 그런 아모리를 살살 구슬리기 시작했다.
“괜찮아요 아모리. 생각해보세요. 밖에 인어도 저렇게 잘 살고 있잖아요? 저는 아모리의 딸을 노예 생활에서 벗어나게 해주고 싶은거에요.”
“그, 그런가? 너, 너는 믿어도 되는 인간인가? 그러면 왜 나를 묶어놨지?”
“당신이 제 영지민들을 공격했으니까요.”
“그건, 미안하다…..”
아모리가 고개를 저으며 미안하다고 말했다. 이상하게 말투에 기운이 없는 게 좀 신경쓰였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렇게 말했다.
“괜찮아요. 용서해줄게요.”
“그런가! 고맙구나. 너는 아주 착한 인간이다.”
아모리는 매우 단순한 여자였다. 나는 그렇게 수인의 생태와 엘시의 행방에 대해 캐묻기 시작했다. 엘시는 현재 동부에 있는 에버딘 영주의 영지에서 노예로 일하고 있다고 했다.
“나는 엘시를 구하기 위해 여행을 떠났지만, 인간들에게 속아서 노예로 잡히고 말았다.”
“이제 노예로 잡힐일은 없을거에요.”
엘시랑 아모리나 둘다 잘대해준다면 뭐 안떠나겠지. 수인들은 단순해서 은근히 꼬시기 쉬웠다. 그렇게 몇가지 질문을 더 했다. 아모리는 순순히 대답해주고 있었다. 인어가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게 퍽 인상깊었던 모양이었다. 나는 아모리에게 물었다.
“아모리. 혹시 에반젤린에 대해 알고있나요?”
셀루는 에반젤린을 만난 적 있다고 말했었다. 제법 나이있어보이는 이 수인도 에반젤린을 만났을 가능성이 있었다. 하지만 아모리는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누구냐. 그건. 모른다.”
“정말 몰라요? 가면을 쓰고 후드를 입은….”
“아, 본적 있다.”
“본 적 있다고요?”
이건 대단한 수확이었다. 에반젤린을 본 적이 있다?
“어디서요?”
“우리 부족장을 만나러 온다며 예전에 찾아온 적 있었다. 가면과 후드. 분명히 본 적 있다. 네가 말하는 그 여자인지는 모르겠다.”
“여자라고요?”
“그래. 여자다. 목소리가 여자였다.”
“부족장과는 무슨 이야기를 했죠?”
“모른다. 부족장이 제법 긍정적으로 받아들인것만 기억하고 있다.”
“무슨 옷을 입었나요? 정확히 어떤 후드와 어떤 가면이었죠?”
“…..말할 수 없다?”
씨발. 또 금제였다. 아모리 본인도 입을 우물거리며 말하려고 했지만, 나오는 말은 한결 같았다.
“말할 수 없다? 말할 수 없다? 말할 수 없다! 말할 수가 없어! 뭐지? 이게 대체 뭐지?”
아모리가 쇠사슬을 흔들며 발광하기 시작했다. 금제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는 듯 했다.
“진정하세요.”
“그, 그래 진정했다.”
그런데 아모리의 상태가 조금 이상했다. 식은땀을 줄줄 흘리고 있었으며 얼굴빛이 창백했다.
“이상하다….성직자…머리가 아프다…”
“그래요?”
나는 아모리의 상태창을 확인했다. 아까 씨발 백치 특성은 없었는데?
* 머리에 과한 충격을 받은 뒤 지나치게 무리하여 뇌에 쇼크가 일어났습니다. 1분 뒤 사망합니다.
“씨발?”
좆됐나. 여기서 뒤진다고? 아까 기절시킨다고 후려친게 너무 쌨던 모양이었다.
“….이상하다 성직자….믿으라고 했는데…왜….”
“진정하세요. 나을거에요. 괜찮을거에요.”
하지만 이미 아모리를 고칠 방법은 없었다. 그녀는 내 말을 들을 생각인것 같지도 않았다.
“인간한테….또….! 인간을….! 믿으면…! 안됐는데….! 너…! 내 딸을 어떻게 할거냐….!”
나는 그냥 포기하기로 했다. 힐을 써봤지만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내…딸….! 내 딸을….!끄윽….!”
발버둥치던 아모리가 움직임을 멈췄다. 나는 그녀의 맥박이 완전히 멈춘걸 확인하고, 걸음을 옮겼다. 동부 평야지대의 에버딘 영주랬지? 아모리가 죽더라도 계획에 지장은 없었다. 어쩌면 더 좋을 수도 있었다..
아모리의 희생으로 우리 영지는 조금 더 발전할 수 있겠지.
“영주님. 그 수인은…..”
“아, 제가 너무 강하게 제압을 했던걸까요. 그만 죽고 말았습니다.”
지하감옥의 문을 다시 열었다. 시종을 시켜 로빈을 호출하니, 로빈은 금방 지하감옥으로 달려왔다. 나는 안타깝다는 표정을 지으며 쓰러진 수인 아모리의 시체를 가리켰다. 로빈도 나를 따라서 안타깝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영주님께서 자책하실 일이 아닙니다. 우리 영지를 침범한 자를 배제하시는 건, 영주러서 당연히 하셔야 할 일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이 수인은 자유를 원하던 사람이었을 뿐이죠. 대천신교의 가르침을 받는 사람으로서, 자유를 원했던 사람을 이리도 무자비하게 내치는 게 옳은 행동이었을까요? 아니죠. 저는 죄를 지은 겁니다. 로빈. 이 수인의 장례식을 치뤄주도록 하세요.”
“네. 알겠습니다. 마을 사람들이 죽었을 때 하는 정도로 하면 되겠습니까?”
“네. 그 정도면 충분해요.”
그리고 나는 동부 평야지대의 에버딘 영주에게 쓸 편지를 작성했다.동부 평야지대까지는 제법 거리가 있어서 미리 이렇게 편지로 방문할 것임을 알리는 게 좋았다. 편지의 내용을 요약하자면 대충 이랬다.
에버딘 영주 고생한다. 나는 루시우스 사제장인데 조만간 너네 영지 한 번 들릴거다.
노예니 뭐니 하는 구구절절한 사연을 읊어줄 필요가 없었다. 방문의 본격적인 목적은 가서 이야기해도 충분했으니까. 원작 게임에서 엘시는 주인공이 픽업해갈 때까지 계속 노예로서 생활하고 있었다. 그러니 내가 느긋하게 가서 목적을 말해도 문제가 될 건 없었다.
지금 내 책상 위에는 대충 아모리가 가지고 있던 물건 중에 엘시가 알아볼법한 물건이 놓여있었다. 하트 모양의 목걸이. 목걸이 디자인 자체가 좀 특이했는데, 노예한테 줄만한 물건은 아니었고, 수인들이 보통 가지고 다닐만한 물건도 아니었다. 보통 수인들은 장신구 같은 걸 안차고 다녔기 때문이었다.
이거 말고는 아모리가 가지고 있는 물건 중에 그럴 듯 해 보이는 건 없었다. 건빵 몇개와 말린 육포 하나. 그리고 동전 몇푼이 전부였기 때문이었다.
목걸이 뒤에는 이렇게 적혀있었다.
– 믿음, 소망, 그리고 사랑.
뭐지? 이건 대체 무슨 목걸이지? 혹시 아모리는 변신하는 마법소녀 였나? 믿음 소망 사랑이 뭐야? 어쩌면 엘시한테 보여주면 답을 알지도 몰랐다. 나는 일단 책상에 목걸이를 던져놓고 여행을 떠날 준비를 했다.
여행 준비는 금방 마칠 수 있었다. 저택 앞에선 수인 아모리의 장례식이 간소하게 열리고 있었다. 변방의 소문을 잘 모르는 사람들은 아모리가 누구냐고 쑥덕거리고 있었고, 변방에서 싸웠던 병사들은 영주님이 무슨 바람이 불어서 수인 장례식을 치뤄주냐고 궁시렁대고 있었다.
나는 짐을 실은 마차에 올라타서 출발 준비를 했다. 내 마차 옆으로 이브와 셀루, 그리고 아이라와 시에리가 다가왔다. 이브는 정말 못마땅해보이는 얼굴이었다.
“이번엔 또 어디가?”
“잠깐 동부 평야지대에요. 이번에 죽은 수인이 제게 딸을 부탁했거든요.”
“씨발, 또 따먹으려고?”
“따먹는다뇨. 이브. 영주 부인이잖아요. 교양있는 단어를 쓰도록 하세요.”
“겁탈하려고?”
“거둬들이는거죠.”
이브가 묘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셀루가 그 말에 웃으면서 혀를 살짝 내밀었다. 시에리가 말했다.
“정말 혼자가도 괜찮으시겠어요?”
“문제없어요. 시에리. 오히려 혼자가 편한 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