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Character is the Villain RAW novel - chapter 81
“그럼 제가 시킨대로 잘 해야 합니다. 아시겠어요?”
“네! 알겠습니다!”
아이라가 제일 먼저 소리쳤다. 의욕 만땅인게 아주 보기 좋았다. 내가 대대장이었다면 아이라에게 상점 3점을 줬을거야.
이브는 썩 내키지 않는 표정이었지만, 일단 고개를 끄덕였다. 셀루는 이러든 저러든 상관없다는 얼굴이었고. 이브가 물었다.
“근데 시에리한테도 말했어?”
“교회에 있으니 이따가 따로 불러서 이야기해야죠. 그럼 제가 말한대로 해주세요.”
내가 해산령을 내리자 이브는 셀루를 들고 사라졌고, 아이라는 우물쭈물하다가 내게 물었다.
“영주님. 잠깐 시간되세요?”
그렇게 말하는 아이라는 살짝 치맛자락을 들어올렸다. 이러면 없는 시간도 만들어야지.
“엘시. 저 좀 도와주시겠어요?”
엘시는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눈을 떴다. 아침부터 자신을 찾는 이는 이 저택의 시녀 중 하나인 아이라였다. 소문으로 듣기론 원래 도둑질을 하던 아이였으나 영주에게 감화되어 지금은 대천신교의 예비 수녀이자 저택의 시녀로서 일하고 있다고 했다.
그녀는 짐을 나르고 있었다. 복도에는 작은 화분들이 여러개 놓여 있었고, 그 중에는 아이라가 들 수 없을만큼 묵직하고 거대한 화분도 있었다. 엘시는 인간들이 이런 화분을 키우는 행위를 이해하지 못했다. 먹을 수도 없고 대화를 할 수 있는 것도 아닌 화분을 대체 왜 키운단 말인가?
아이라는 자기 몸통만한 화분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것 좀 옮겨주세요.”
“그래. 무거워보이니 도와주겠다.”
보통 인간들에겐 아주 묵직한 화분이지만, 엘시에겐 그냥 아령을 드는 것 같은 무게감이었다. 그녀는 가볍게 화분을 들어서 마당에 가져다 놓았다. 아이라는 엘시에게 말했다.
“감사합니다. 너무 무거워서 곤란했거든요.”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다. 다음에 부탁하고 싶으면 얼마든지 말해라.”
아이라는 고개를 끄덕이고 엘시를 훑어보았다. 여전히 노출도 높은 배꼽티와 핫팬츠 차림은 저택 안 사람들의 시선을 어지럽게 만들었다. 수인들에게 성욕을 느끼는 사람은 많이 없지만, 그래도 낯뜨거운 차림은 사람을 민망하게 만드는 법이었다. 이건 원숭이에게 성욕을 느끼지 않더라도 발기한 성기를 드러내고 다니면 사람들이 민망해하는 것과 같았다.
엘시는 아이라가 자신을 빤히 쳐다보자 물었다.
“할말이 있으면 빨리 해라.”
“아뇨. 할말은 없구, 그….. 엘시는 엄청 강하구나 해서요.”
“우리들은 전부 이만큼 강하다. 나는 오히려 인간들이 이렇게 나약한게 신기하다. 전쟁에선 우리를 이기는데, 평범한 사람들은 우리보다 나약하다.”
“그러게요. 저도 빨리 강해져야 하는 데…..”
“수련한다면 내가 도와주겠다.”
“아니요. 일단은 우리 영주님이 그…. 마사지를 하시는 데, 그걸 받으면 좀 몸이 튼튼해진다고 하더라고요.”
“마사지? 그게 뭐지?”
“몸을 이렇게 막 주물러서 근육을 이완하고, 마지막엔 영주님이 직접 힘을 주입해서 몸 전체에 힘을 흘려넣는다고 해요.”
“힘을 흘려넣어? 이상한 소리다. 그렇게해서 강해지는 건 일시적일 뿐이다. 마법사도 마법도 믿어선 안된다. 성직자의 마법도 마찬가지다.”
“에이, 그래도 한 번 받아보려구요. 우리 영주 부인도 매일 그 마사지를 받는다고 하셨거든요.”
“영주 부인? 아, 그 인어를 말하는 건가?”
“네, 네. 그 분이요. 그 분은 매일같이 받았더니 엄청 강해지셨어요.”
“그런가, 알겠다.”
엘시는 그 이야기를 그냥 흘러넘겼다. 마사지로 강해진다는 게 말도 안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이는 아주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생각이었다. 수인들에게 강함이란 육체적인 단련이 전부였기 때문이었다. 마법이란 육체적 단련을 방해하는 현혹술이자 치사한 금술에 불과했다.엘시는 그래서 마법사를 매우 싫어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고, 엘시는 자기 문을 두드리는 아이라를 발견할 수 있었다. 아이라는 말했다.
“엘시! 저 좀 봐보세요! 잠깐만 와서 봐주세요!”
엘시는 느긋하게 소파에 기대고 있다가 몸을 일으켰다. 아침부터 대체 무슨 일일까 궁금하기도 했다. 아이라를 따라 밖으로 나오자 아이라는 며칠 전에 옮겼던 그 화분 앞에 서있었다. 엘시가 말했다.
“성직자가 다시 옮기라고 한건가. 내가…..”
아이라는 엘시가 손을 뻗는 걸 가로막고, 기세등등한 얼굴로 화분을 가리키며 말했다. 아이라의 표정은 어쩐지 매우 들떠보였다.
“자, 엘시 보세요. 마사지의 힘을!”
아이라는 그렇게 말하더니 화분의 양끝을 붙잡고 심호흡을 했다. 엘시는 혹시나 아이라가 다칠까봐 말했다.
“그만둬라. 그러다가 다치면….”
“으랏차!”
엘시는 말을 하다말고 입을 다물 수 밖에 없었다. 아이라가 힘차게 기합성을 내지르며 화분을 들어올렸기 때문이다. 엘시는 직접 들어봐서 화분의 무게를 알고 있었다. 저 화분은 평범한 인간여자가 저렇게 기세좋게 들만한 무게가 아니었다. 아이라는 화분을 자기 머리 위까지 번쩍 들어올린 다음에 다시 천천히 내려놓았다. 허리를 살짝 주무르면서 아이라가 웃어보였다.
“어때요? 마사지 대단하죠?”
엘시는 두 눈으로 보고도 그 효과를 믿을 수 없었다. 아이라는 멀리서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루시우스에게 엄지 손가락을 척 내밀며 씩 웃어보였다. 엘시는 그 동안 혹시 화분의 무게가 가벼워진게 아닌지, 직접 화분을 들어보고, 또 이리저리 살펴보기까지 했다.
하지만 무게는 그대로 였다. 여전히 묵직한 무게감이 엘시의 손에 감겨왔다.
“대단하다. 며칠 사이에 이렇게 강해졌다니.”
잠시 고민하던 엘시는 위층으로 올라갔다. 마침 복도를 걷고 있던 이브를 보자마자 엘시는 말했다.
“대련을 요청한다.”
“뭐? 대련?”
이브는 갑작스럽게 엘시가 도련을 요청하자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그녀는 말했다.
“지금 말고 조금 이따는 안되냐, 나 지금 좀 바쁜데.”
이브는 손에 들려있는 서류들을 보여주며 말했다. 엘시는 고개를 끄덕이고 답했다.
“그럼 밖에서 기다릴테니까 빨리 일 처리하고 나와라. 대련하고 싶다.”
수인들에 비해 인어들은 육체적으로 나약했다. 대부분의 인어들은 걸을 수도 없었고, 육지에서는 무기력하게 굴기까지 했다. 그래서 엘시는 이브가 대체 얼마나 강한지 궁금했다. 자주봐서 대충만 봐도 강함을 알 수 있는 인간들과 달리, 인어는 제대로 싸워본 적이 없어서 가늠하기 힘들었기 때문이었다.
엘시는 저택 마당에 나와서 돌을 발로차며 기다리고 있었다. 가장자리 수영장에서 헤엄치던 셀루가 엘시에게 물었다.
“뭐해?”
“대련을 요청했다. 그….. 배타 부인? 에게”
“페타 부인이지. 이름은 이브고.”
엘시는 잠깐 고민하다가 셀루를 쳐다보고 물었다.
“인어. 마사지에 대해 알고 있나?”
셀루는 그 말에 입꼬리를 움찔움찔하더니 겨우 숨을 고르고 말했다.
“어…음…그렇….지, 알고 있지. 마사지. 아주 효과 좋아! 우리 이브…푸흡…가 그거 받고 엄청나게 강해햏…졌지! 그렇지!”
엘시는 셀루가 항상 히죽대는 걸 알고 있었기에 그녀가 웃으면서 말하는 게 이상하다고 느끼지 않았다. 엘시는 그 말을 듣고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인어들 사이에서도 루시우스의 마사지는 정평이 난 것 같았다.
조금 시간이 지나고 나서, 이브는 평소에 입고다니던 드레스가 아니라 가벼운 옷차림을 하고 밖으로 나왔다. 이브는 한 손에 곡도를 들고 느긋하게 걸어나왔다. 그녀는 엘시에게 말했다.
“야, 난 우리 신랑처럼 안봐준다?”
이브는 묘하게 불쾌해보였다. 엘시는 자신이 얕보여서 그런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브의 도발에도 가볍게 대응했다.
“봐주지마라. 성직자도 안봐줬다. 최선을 다해라. 나도 최선 다한다.”
이브는 엘시가 무덤덤하게 자신의 도발을 흘려넘기자 더욱 더 기분이 나빠보였다. 그녀는 곡도로 엘시의 머리를 가리키며 말했다.
“씨발 빨리 덤벼. 나 바쁘니까.”
그 말이 끝나는 것과 동시에 엘시가 이브에게 달려들었다. 저번의 패배를 교훈 삼아서, 이번엔 아주 속전속결로 끝내고자 처음부터 전속력으로 이브에게 돌진했다. 이브는 생각보다 빠른 엘시의 속도에 놀라면서도 곡도를 크게 휘둘러 엘시가 다가오는 각도를 좁혔다.
하얀 궤적이 그어지는 곳을 피해서 엘시가 이브에게 접근했다. 엘시의 눈에는 이브의 복부가 텅 빈것이 보였다. 엘시는 날카로운 손톱을 드러내고, 이브에게 손을 뻗었다.
“어딜!”
이브가 아슬아슬하게 엘시의 손아귀에서 벗어났다. 셔츠가 주욱 찢어지며 속옷과 맨살이 드러났다. 엘시는 재빠르게 몸을 낮춰서 자세를 잡고 다시 용수철처럼 튀어서 이브에게 달려들었다. 이브는 바닥에 곡도를 꽂더니 바닥을 긁어서 먼지를 일으켰다. 갑작스러운 행동에 시야가 가려진 엘시가 뒤로 물러났다.
엘시는 긴장한 기색이 역력한 얼굴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브의 전투센스는 상당했다. 마치 수없이 사선을 넘나들며 사람을 죽여온 듯한 침착함이 그녀에게 있었다. 엘시는 이브의 옷을 찢은 순간, 그녀가 당황할 것이라 여겼다.
흙먼지 틈에서 곡도가 날아왔다. 엘시는 곡도를 피해내고 그 방향으로 달려들었다. 날아간 방향이나 속도를 봤을 때, 지금 들어간다면 분명 빈틈을 잡을 수 있었다. 엘시의 손이 흙먼지를 갈랐다.
“잡았다 이 좆같은 고양이 새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