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Heroines are Trying to Kill Me RAW novel - Chapter (100)
메인 히로인들이 나를 죽이려 한다-100화(100/524)
Episode 100
“클라나, 잠깐만…”
“빨리 따라 오세요. 조금 있으면 문을 닫는단 말이에요.”
짜증이 잔뜩 서린 클라나가 나를 재촉하는 바람에, 잠시 걸음을 멈추려던 시도가 수포로 돌아갔다.
웬만하면 클라나에게 맞추어주려 했지만, 설마하니 디저트 카페가 이렇게나 러블리한 분위기일줄은 몰랐다.
“클라나, 여기 말고 내가 잘 아는곳이 있는데…”
“그럼 다 와놓고 그곳으로 가자는건가요? 당신때문에 그정도의 시간을 소비할 생각은 없어요.”
난색을 표하며 어떻게든 진입을 막으려고 했지만, 클라나는 막무가내였다.
대체 맹약 하나를 떠올렸다고 어떻게 사람이 이렇게 바뀔 수 있을까?
“안녕하십…..”
그런 생각을 하며 클라나와 손을 잡고 가게에 들어서니, 밝은 표정으로 인사를 하려던 점원이 굳어버렸다.
하긴, 당황할만도 하다.
오밤중에 제국의 제 3황녀와 공작가의 제 1남이 들이닥쳤으니 말이다.
“이 가게에서 제일 비싼 자리에, 제일 비싼 코스로.”
“아, 아아 알겠습니다!”
나와 클라나의 얼굴을 요리조리 뜯어보며 입을 떡 벌리던 종업원은, 클라나의 주문을 듣고는 잽싸게 자리를 빠져나갔다.
“종업원이 널 보고 당황하는걸 보면, 여기 와본 것 같지는 않은데.”
“당신은 알거 없어요.”
그런 종업원을 쳐다보다가 호기심 어린 표정을 지으며 클라나에게 질문을 던지니, 그녀의 쌀쌀맞은 답변이 돌아온다.
“…옛날에 몇번 와봤어요.”
물론, 어김없이 그녀의 중얼거림이 이어졌지만 말이다.
‘옛날이면… 전회차를 말하는건가?’
클라나의 말에 묻어나오는 숨길수 없는 씁쓸함을 읽은 나는, 그녀의 눈치를 보며 조용히 방 안으로 들어섰다.
“당신, 잠시 이리 와보세요.”
“네? 아… 네.”
보기만 해도 얼굴이 뜨거워지는 방의 디자인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으니, 클라나가 멀리 있는 직원을 불러 뭐라 속삭이기 시작했다.
“알겠습니다. 그럼 그 디자인으로…”
“잘 부탁드려요.”
이윽고 직원의 말을 끊은 뒤 감사인사를 한 클라나는, 고개를 돌려 날 노려보기 시작했다.
“혹시 이번 사건도 당신과 연관이 있는건가요?”
“으음…”
그녀의 입에서 튀어나온 질문에 잠시 고민을 하던 나는, 이내 피식 웃으며 답했다.
“있다면 어쩔거지?”
“하아…”
클라나의 반응을 떠보기 위해 질문을 던져보니, 그녀가 한숨을 내쉬고는 이야기를 시작했다.
“자꾸 이렇게 비협조적으로 나오실 건가요? 저희가 했던 맹약이 있는데도?”
“맹약이라…”
“그래요, 당신이 자꾸 이렇게 절 배신하신다면… 제가 당신을 배신할 빌미만 쥐여주는 거라고요.”
엄한 표정으로 날 꾸짖은 클라나는, 잔뜩 심통이 난 목소리로 이야기를 이었다.
“그리고, 당신 역시 그때 맹약을 했잖아요? 절 황제로 만들지 못한다면…”
“내 모든걸 네게 주겠다?”
“그래요.”
카니아와 함께 봤던 그녀의 무의식에서 들은 대사를 그대로 말하니, 클라나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계속 그렇게 제가 황제가 되는걸 방해하신다면…”
“내 모든걸 네게 줘야겠네?”
그런 그녀에게 눈웃음을 치며 말하니, 클라나가 얼굴을 붉히기 시작했다.
“농담은 그만두시죠.”
“농담?”
“당신이 제게 모든걸 줄리가 없잖아요. 애초에 맹약이 아니었으면 제게 협조하지도 않았을 거면서.”
그렇게 말하며 시선을 돌리는 클라나를 바라보며, 나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물었다.
“농담이 아니라면?”
“…그만하세요.”
그러자, 클라나가 싸늘한 표정을 지으며 태양의 마나를 뿜어내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그녀를 놀리는건 여기까지 해야할 것 같다.
“너, 오늘 일 어디까지 기억해?”
“네? 그야 당연히…”
그런 생각을 하며 클라나에게 조심스럽게 질문을 던져보니, 바로 대답을 하려던 그녀가 말을 멈추더니 움찔거리기 시작했다.
“어, 어어? 으음…”
“아, 디저트 왔다.”
“…네에.”
그 모습을 보고 대략 상황을 짐작한 내가 재빨리 도착한 디저트를 가리키자, 떨떠름한 표정을 짓던 클라나는 이내 케이크를 받아들었다.
“어라…..?”
그런데, 케이크가 어디서 많이 본 모습이다.
“은색 고양이 장식이네?”
옛날에 꿈에서 봤었던, 그리고 카니아가 특별주문을 해주었던 케이크와 똑같은 디자인의 케이크가 놓여져있었다.
그러고보니 꿈에서도 케이크를 준비했던건 다름아닌 클라나였지.
정말로 공교로운 우연이디.
“어머, 여기서 무엇들을 하고 계시는 걸까요?”
“…당신?”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클라나의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여긴 왜 오신거죠?”
“황녀님, 당신은 왜 프레이 씨를 데려가신 건가요?”
설마하는 표정으로 고개를 빼꼼 내밀어보니, 세레나가 어깨에 있는 흰 올빼미를 쓰다듬고 있었다.
“그의 생일파티가 엉망이 되었으니, 이렇게라도 챙겨줘야죠. 저는, 그래야만 하는 의무가 있어요.”
“그럼 이건, 임시 생일파티라는 말이죠?
그 질문에 클라나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자, 세레나는 미소를 지으며 내 바로 옆에 앉았다.
“그럼, 프레이의 약혼녀인 제가 참가하지 못할 이유가 없겠네요?”
“세레나, 당신이 이렇게 무례한 줄 몰랐어요.”
“그렇지만, 황녀님은 저와 상의도 없이 프레이를 일방적으로 데려가셨잖아요?”
“제겐 그럴 힘도, 권한도 있어요.”
“글쎄요… 힘과 권한은 아직 제가 더 쎈거 같은데.”
이윽고 이어진 클라나와 세레나의 대담을 멍하니 듣던 나는, 내 옆에서 클라나에게 따박따박 말대답을 하던 세레나에게 속삭여 질문을 던졌다.
“세레나, 뒷처리는 어쩌고?”
“워낙 전후관계가 명확한 사건이라 무능한 황실 조사단으로도 충분해요. 범인이 이미 도주한 이상, 어쩔 도리가 없기도 하고요. 물론, 그 수상한 사람은 조사를 해봐야겠지만.”
“카니아는?”
“……조사할게 있다네요.”
카니아의 행방을 물었다가 세레나의 서슬 어린 눈빛을 받고 움츠러들어있던 나는, 갑자기 가게로 뛰어들어온 누군가를 보고 깜짝놀라 자리에서 일어났다.
“클라나 씨! 괜찮으신가요!”
“페를… 로체?”
그 누군가가 다름아닌 페를로체였기 때문이다.
“나쁜 프레이가 이번엔 또 무슨 짓을 한거죠!”
한참동안 뜀박질을 한건지 가쁜 숨을 몰아쉬던 페를로체는 이내 날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
“당신! 당신 때문에 요즘 클라나 씨가…”
“일단 자리에 앉아, 페를로체.”
“…으으.”
클라나의 덮어씌워진 시련의 기억을 페를로체가 자극하려 하기에 재빨리 자리에 앉을 것을 권하니, 그녀는 뾰루퉁한 표정으로 의자에 털썩 앉았다.
“”……….””
그리고, 적막이 흐르기 시작했다.
‘…카니아와 이리나랑은 미리 생일파티를 했으니, 이번엔 얘네들이라는 건가.’
예언서에 적혀있던 생일파티의 내용을 잠시 떠올리던 나는, 이내 조용히 페를로체에게 질문을 던졌다.
“여긴 어떻게 온거지.”
“아, 그게 말이죠. 오늘 무도회에 저도 초대받았었는데, 길을 잃어서…”
이윽고 이어진 페를로체의 말에 따르면, 비록 황실과 사이가 안좋은 그녀지만 그래도 천년만에 나온 성녀이기에 그녀 역시 이번 생일 파티에 초대를 받았었다고 한다.
그런데 폭죽을 사려 잠시 마차에서 내렸던 페를로체가 길을 잃어버렸고, 덕분에 한발 늦게 무도회장에 도착하고 보니 이미 초토화가 되어 있는 상태였다고 한다.
그런 상황속에서 용케도 수소문 끝에 나와 클라나가 향한 곳을 알아냈고, 최근 안좋은 소문이 들던 클라나에게 내가 무슨짓이라도 했을까봐 부리나케 달려와보니 이런 상황이 펼쳐져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폭죽은 왜 샀는데?”
“그건… 생일이니까…”
내 질문에 그렇게 답하던 페를로체는, 갑자기 폭죽을 내게 겨누고는 힘차게 당겼다.
– 퍼버벙!!
“…페를로체 씨, 그런 행동은 실례랍니다.”
“죄, 죄송합니다.”
고의성이 다분해보이는 행동이었지만, 세레나가 제때 부채로 내 얼굴을 막아주었기에 다행히 별 문제는 생기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 이게 뭘 하는 건가요?”
“…생일파티요.”
“네?”
“프레이의 생일 파티를 하고 있는 거랍니다.”
세레나에게 혼나는 바람에 살짝 움츠러들어 있던 페를로체의 질문에 클라나가 시선을 회피하며 말꼬리를 흐리자, 세레나가 미소를 지으며 답해주었다.
“그러니 페를로체님은 굳이 여기 계실 필요가 없으시답니다. 많이 피곤하실텐데 이만 돌아가셔서…”
이윽고 세레나는 그 기세를 몰아 페를로체를 내보내려 했지만.
“저도 있을게요!”
“네?”
“프레이가 클라나 씨에게 나쁜 짓을 못하게 감시할거에요!”
페를로체가 결의한 표정을 짓고는 두 손을 꽉 쥐자, 한숨을 내쉬던 세레나는 이내 내 옆에 바짝 달라붙으며 말했다.
“…그럼, 저 옆에 앉아주세요.”
“네!”
그렇게 대답한 페를로체가 나와 조금 떨어진 곳에 있던 의자로 향하자, 그때까지 못마땅한 표정을 짓고 있던 클라나가 초를 꺼내들며 중얼거렸다.
“아무튼, 생일축하드려요…”
그렇게, 조촐한 생일파티가 시작되었다.
그래도, 지금까지 내가 경험한 생일파티 중에서는 손에 꼽을 정도로 좋았다.
.
“…클라나 씨.”
“네?”
내심 오늘 생일파티를 기대했었던건지 아니면 케이크가 생각보다 맛있었던건지 평소보다 몇배는 더 먹어대던 프레이가 결국 화장실에 가자, 세레나가 클라나에게 조용히 질문을 던졌다.
“앞으로 프레이씨를 어떻게 하실건가요?”
“음…..”
그러자 조용히 케이크를 먹던 클라나는, 이내 한숨을 내쉬며 답했다.
“여전히 끔찍하게도 싫지만, 갱생시키기 위해 노력해야겠죠.”
“갑자기 입장을 바꾸신 이유는 무엇이신지?”
자신에게 프레이의 대한 암살에 대한 상담을 써서 보내던 클라나를 뚜렷히 기억하고 있던 세레나가가 꼬치꼬치 캐묻자, 클라나는 지긋이 눈을 감으며 답했다.
“…당신은 알거 없어요.”
“흐음…”
물론 아까 카니아에게 진상을 들어두었던 세레나는, 그런 클라나를 오묘한 눈빛으로 노려보다 이내 페를로체에게 시선을 돌렸다.
“페를로체, 당신은…”
“이거 너무 마시써요…!”
“…그렇군요.”
이윽고 페를로체가 햄스터처럼 양 볼에 케이크를 넣고 오물거리는걸 발견한 세레나는, 한숨을 내쉬며 그녀에게서 시선을 거두었다.
“세레나, 당신 아까부터 뭘 그렇게 유심히 보시는 건가요?”
그런 세레나를 힐끔힐끔 쳐다보던 클라나는, 단것이라면 사족을 못쓰는 세레나가 케이크를 거들떠 보지도 않고 무엇인가를 계속해서 들여다보자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질문을 던졌다.
“수수께끼를 풀고 있어요.”
“당신이 못 푸는 수수께끼도 있나요?”
이윽고 세레나가 심각한 표정으로 답하자, 클라나는 순수한 궁금증으로 다시 질문을 던졌다.
왠지 모르게 아까부터 세레나가 밉상으로 보이는건 별개로 하고, 그녀가 못푸는 수수께끼가 있다는건 꽤나 놀라운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정보가 너무 적기도 하고… 어쩌면 제가 너무 어렵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저도 아직 멀었네요.”
그런 클라나에게 세레나가 쓴웃음을 지으며 답변하자, 그때까지 케이크를 오물거리던 페를로체가 입을 열었다.
“그 수수께끼! 제가 풀게요!”
“네?”
“저, 수수께끼는 자신 있어요!”
눈을 반짝반짝 빛내는 페를로체를 멍하니 쳐다보던 세레나는, 이내 미소를 지으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뭐, 동대륙에는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라는 속담이 있듯이… 어쩌면 저와는 다른 새롭고 독특한 시각이 필요할지도 모르겠네요.”
“그, 그게 무슨 소리에요?”
“…수수께끼를 알려줄테니, 한번 잘 생각해 보세요. 물론, 클라나 씨도 도와주시면 좋겠고요.”
그 말을 들은 페를로체가 잔뜩 기대한 표정으로 세레나를 보는 한편, 클라나는 회의적인 표정을 지으면서도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하나의 우연, 다섯개의 깨달음. 그리고… 반달과 초승달 사이를 지나가는 부메랑.”
“”……?””
그런 그들에게 세레나가 수수께끼를 공개하자, 클라나와 페를로체는 아리송한 표정을 짓기 시작했다.
“앞에 두개는 대충 의미를 알 것 같은데… 마지막이 도저히 짚이지가 않네요.”
“그게 무슨…”
“개기 일식에 대입해봐도 뭔가 이상하고… 관련된 전설을 찾아봐도 나오는게 없고… 어쩌면 중의적 표현일까요? 아니지,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은데…”
“세레나?”
“혹시나 스타라이트 가문만 확인할 수 있는 마법적 표식이라도 있는 건가 싶어서 프레이에게 나는 글자가 보이지 않는다고 거짓말까지 해가며 확인을 해봤지만, 분명히 나와 그가 읽은 글자는 일치했어. 그런데 왜…”
설명을 하다 말고 세레나가 자신만의 생각에 빠져버리자, 클라나가 인상을 찌푸리며 물었다.
“저기, 이게 어디서 나온건지는 설명해주셔야죠. 그것도 없이 그냥 수수께끼 같은 말만 하시면…”
“그 문장에 숨겨진 의미를 찾아야 될 것 같아요. 그래야 새로운 길이 열리는지라.”
“…음.”
세레나의 답변이 끝나자, 한참동안 방에 긴 적막이 흘렀다.
“반달과 초승달… 달의 주기와 관련되어 있는게 아닐까요? 아니면 개기일식이라던지…”
“그 두가지에 대해서는 이미 전부 생각해봤어요.”
“그럼, 비유적인 표현일수도 있겠네요.”
“…그럴지도요.”
이윽고 자신만만해 하던 페를로체 대신 입을 열어 적막을 깨트린 클라나는, 살짝 흥미가 생긴 표정을 지으며 세레나와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부메랑은… 돌아오는 거잖아요? 그런데 그 부메랑이 반달과 초승달 사이를 지나간다는건…”
“음…”
“혹시, 반달이 초승달로 바뀌는 중간과정을 부르는 명칭이라도 있는걸까요? 만약 그걸 부르는 명칭과 그 의미가 존재한다면…”
“…그런건 없어요.”
열심히 의견을 제시하던 클라나는, 세레나가 고개를 저으며 답하자 살짝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역시 전 달이 싫어요.”
“………..”
그 말에 세레나가 클라나를 흘깃 노려보던 순간.
“종이와 펜을 주세요!”
“”네!?””
페를로체가 당당한 표정으로 말했다.
“말로 안되면 그려보면 되죠!”
.
한편 그 시각.
“…좋아, 이 정도면 됐겠지.”
가짜 용사의 무구를 든채 한참을 뛰어가던 마왕은.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되겠군.”
사람들이 북적이는 거리에 도달하자, 걸음을 멈추더니 입꼬리를 올리며 중얼거렸다.
“시작된다고…?”
그리고 그런 마왕의 뒤에, 누군가가 그랬듯이 검은 로브를 뒤집어 쓴 소녀가 따라붙고 있었다.
“…뭐가 시작된다는 거지?”
소녀의 왼손 약지는 여전히 빛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