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Heroines are Trying to Kill Me RAW novel - Chapter (102)
메인 히로인들이 나를 죽이려 한다-102화(102/524)
Episode 102
“도련님, 아침입니다.”
“으음… 벌써?”
엉망진창이 된 생일 파티가 끝나고 시간이 흘러, 어느새 아카데미의 개학이 눈 앞까지 다가왔다.
그러니 아카데미에 다시 다니기 전에,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할 것 같다.
“카니아, 보고를 부탁해.”
“알겠습니다 도련님.”
그런 생각을 하며 침대에서 일어난 내가 눈을 비비적거리며 말하니, 카니아가 품에서 수첩을 꺼내들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우선, 저번에 말씀하셨던 복지 재단 말입니다만… 현재 착실하게 준비하고 있습니다.”
“오, 정말로?”
“몇주에서 몇달내로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게 될 것입니다. 물론, 도련님과 스타라이트 가문과의 연관성을 완전히 배제했습니다.”
그렇게 말하는 카니아는, 살짝 피곤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아무래도 복지 재단의 설립을 지휘하느라 꽤나 무리를 한 것 같다.
“미리 나에게 말했으면, 힘을 좀 써줬을 텐데…”
“도련님이 어떤 방식으로든 개입을 하면, 나중에 꼬리를 밟힐 수 있습니다. 그러니 저 혼자 부담하는게 최선의 방책입니다.”
“…그치만, 너무 수고하는 거 아니야?”
그런 카니아가 기특하면서도 동시에 안쓰러웠던 나는,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마사지라도 해줄까? 옛날에 배워둔 특별한 마사지 법이 좀 있어서, 피로를 풀어줄 자신이 있는데.”
“아뇨, 괜찮습…”
내 말에 기계적으로 대답하려던 카니아가, 말을 멈추고는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부탁드립니다.”
그렇게 한참동안 우물쭈물하던 카니아는, 이내 나지막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그래, 여기 앉아봐. 어깨부터 주물러 줄게.”
그런 그녀를 보며 피식 웃은 내가 침대를 팡팡 두드리자, 카니아는 고개를 숙인채 내 옆에 다소곳이 앉았다.
“그, 그럼… 두번째 보고를… 흐으…!”
그런 그녀의 어깨를 부드럽게 잡고 힘을 주는데, 카니아가 두번째 보고를 하려다 말고 온몸을 움찔거리며 바람이 빠지는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아, 미안 카니아. 나도 모르게 별의 마나를 써버렸네…”
덕분에 잠시 당황한 표정을 짓던 나는, 흑마법사인 그녀에게 별의 마나를 흘려보내 버렸다는 사실을 깨닫고 어쩔줄을 몰라하며 사과를 건냈다.
“…괜찮습니다.”
“아팠지? 미안. 원래 이 마사지는 별의 마나를 흘려 보내어 근육의 긴장을 푸는 방식이거든. 물론 너에겐 안될테니 그냥 일반적인…”
“그냥 해주세요.”
내 말을 끊고 조용히 날 쳐다보기 시작한 카니아는, 이내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소량의 별의 마나정도는 괜찮습니다.”
“뭐? 하지만…”
“정말 괜찮습니다. 그냥 쿡쿡 쑤시는 느낌이 들 뿐입니다. 오히려 마사지 효과가 더 올라가겠군요.”
“음… 그래. 네가 그렇다면.”
그 답변을 들은 나는,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소량의 별의 마나를 손에 퍼트린 뒤, 다시 그녀의 어깨를 조심스럽게 주무르기 시작했다.
“그럼… 두번째 보고입니다.
그러한 내 손길에 움찔움찔 몸을 떨던 카니아는, 수첩을 내려다보며 태연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어제 모든 A반 평민 학생들에게 일괄적으로 위약금 지불이 완료됐습니다.”
“오호.”
카니아의 말을 들으니, 돈을 받고 감격에 찬 표정을 지을 A반 녀석들의 모습이 절로 머릿속에 그려진다.
“도련님 덕분에 아픈 부모님이나 동생을 가지고 있는 아이들은 당장 병원으로 향할것이고, 당장 오늘 먹을게 없던 아이들은 한동안 배불리 식사를 할 수 있을겁니다.”
“그래, 참 다행이야.”
“그리고, 무엇보다 더 이상 하나의 책으로 수업을 나누어보지 않아도 되겠죠. 그것이 전부 도련님의…흐으…”
그렇게 말하며 미소를 짓던 카니아는, 내가 그녀의 목 부분을 주무르기 시작하자 고개를 푹 숙이며 신음을 냈다.
“A반 학생들 말고 다른 학생들도 도와줄 방법이 없을까?”
“글쎄요, 방법이야 찾아보면 있겠습니다만… 역시 한계가 있지 않겠습니까?”
그런 그녀를 바라보다 아쉬운 목소리로 중얼거리니, 떠는 것을 멈춘 카니아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답했다.
“하긴, 몇번이면 모를까 주기적으로 돕다가 들키면 낭패니까.”
“그렇습니다, 그러니 당분간은…”
“하지만, 해결책이 있다면?”
그렇게 말하며 미소를 짓자, 카니아가 인상을 찌푸리기 시작했다.
“그런게 있긴 있습니까?”
“…아카데미의 평민 학생들에 대한 조사를 부탁해. 그들이 당하고 있는 부당한 대우, 가난, 폭력 같은 불행한 것들을 중심으로.”
그런 카니아에게 명령을 내린 나는, 이번엔 그녀의 허리를 펴주며 덧붙였다.
“어쩌면 방법이 있을지도 모르니, 너무 걱정하진 마.”
“…조심하십시오.”
잦은 업무로 인해 딱딱하게 굳었던 허리가 펴지자 잠시 헛숨을 들이켰던 카니아는, 그렇게 답한 뒤 들고 있던 수첩을 뒤적거리기 시작했다.
“그럼… 마지막 보고를…”
“그 수첩에는 뭐가 그리 많이 써져있는거야?”
“…히극!”
나에게 보고를 할때만 되면 항상 뒤적거리는 그녀의 수첩이 궁금해 어깨너머로 고개를 내밀어보니, 카니아가 소스라치게 놀라며 수첩을 가렸다.
“뭐야, 혹시 내 욕이라도 적어놨어?”
“아, 아닙니다. 그냥 개인적인 이야기가 몇개 적혀있는지라…”
“그래? 한번 구경하고 싶었는데 어쩔 수 없네. 계속 보고나 해줘.”
그렇게 말하며 그녀의 어깨뒤로 내밀었던 고개를 거두자, 카니아가 얼굴을 빨갛게 물들이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지난번에 도련님의 생일 무도회에서 일어난 사건 말입니다, 황실에서의 공식 발표가 있었습니다.”
“뭐라는데?”
“정신이 불안정한 흑마법사의 소행이라더군요.”
그 말에 내가 어이없는 표정을 짓자, 카니아는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어나갔다.
“문라이트 가문의 비밀당주가 범인이라는 점과, 제국 귀족들이 모인곳을 지켜내지 못했다는 점, 그리고 두 공작가와 클라나씨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기에 황실이 은폐를 선택한 것 같습니다.”
“그래, 그러고도 남을 사람들이지. 사람들의 반응은?”
“발표된지 얼마 안된 소식인지라 조금 더 지켜 봐야 알겠지만… 도련님이 사건에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소문이 알음알음 퍼져나가있습니다.”
“어쩐지 포인트가 더 많이 들어오더라.”
카니아가 어두운 표정으로 말한 것에 대수롭지 않게 반응했더니, 마사지를 받고 있던 그녀가 슬쩍 고개를 돌려 날 째려본다.
“아, 그때 나타났던 의문의 인물에 대한 언급은 없어?”
“네, 없습니다. 황실은 이번일을 묻으려고 필사적이니까요.”
“지금까지 알려진 정보나 소문은?”
그 당시 장면을 목격한 사람들에 의해 목격담이 퍼져있는 것 같지만… 그 목격담에서도 그저 의인으로 불릴 뿐 별다른 정보는 없습니다.”
“흐음…”
날 째려보는 카니아의 시선을 피하며 질문을 던졌던 나는, 그녀의 어깨를 잡은 채 생각에 잠겼다.
“이상하네… 멀리서 봐서 잘 보이진 않았지만 그 녀석이 들고 있던건, 분명히 용사의 무구중 하나인 칼이었는데…”
“…혹시 도난을 당하신게 아닌지요?”
“그건 아니야. 용사의 무구는 스타라이트 가문의 지하실에 잘 봉인되어 있어.”
“그럼 그 사람이 들고 있는게 가짜겠군요.”
그렇게 말하고 잠시 생각에 잠겼던 카니아는, 이내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전회차에는 이런 일이 없었던것 같습니다만.”
“맞아, 이런일은 없었어. 물론 용사를 참칭하는 떨거지 놈들은 많았지만, 녀석처럼 강하지도 않았고… 대부분은 자기가 용사라고 떠벌리고 다녔지.”
그녀와 덩달아 생각에 잠겼던 나는, 이내 한숨을 내쉬며 말을 마쳤다.
“아무튼 그 망할 스크롤 상인에 대한 조사는 접고, 이제는 가짜 용사의 무구 사용자에 대한 조사에 총력을 기울여줘.”
“알겠습니다, 도련님.”
“그래… 그럼 난 슬슬 나갈 준비를 해야겠네.”
그렇게 말하며 카니아에게서 떨어지자, 그녀가 고개를 갸우뚱 거리며 내게 질문을 던진다.
“어딜 가시려고요?”
“두번째 시련의 보상으로 받았던 옥패를 쓰러갈거야.”
“네?”
“전설의 명장인 로시난테에게 의뢰를 하고 싶은 물건이 있어서 말이지.”
그런 카니아에게 주머니에 들어 있던 옥패를 꺼내 보여주며 말하자, 그녀가 호기심에 찬 얼굴로 질문을 던져왔다.
“무엇을 의뢰하시려고요?”
“뭘좀 수리할게 있어서 말이야.”
그렇게 답한 나는, 방문으로 향하며 말했다.
“그럼, 다녀올…”
“하윽!”
그런데, 문고리를 잡은 순간 갑자기 카니아가 이상한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뭐지?
.
“아으으…”
“카, 카니아? 왜 그래?”
“추, 추태를 보여드려서 죄송합니다… 도련님…”
프레이가 놀라서 뒤를 돌아보니, 카니아가 배를 부여잡은채 그를 보며 가쁜 숨을 몰아 내쉬고 있었다.
“어쩐지 아까 마사지를 해줄 때 너무 움찔거린다 했는데, 뭔가 몸에 문제라도 생긴거야? 혹시, 내가 흘린 별의 마나 때문에…”
“그, 그건 아닙니다.”
프레이가 자신의 잘못이라 생각하며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질문을 던지니, 카니아는 고개를 도리도리 흔들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지난번의 생일파티 사건 이후부터, 도련님을 보면 자꾸만… 배가 떨립니다.”
“배가 떨린다고?”
“네, 지금도… 하으으…”
말을 하다 말고 카니아가 배를 부여잡으며 고개를 숙이자, 프레이는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그녀에게 다가갔다.
“저번에 생겼던 증상이 도진 줄 알았는데, 아니네?”
“으, 으그긋…”
이윽고 조심스럽게 손을 카니아의 배에 가져다 댄 프레이는, 카니아가 극심한 반응을 보이자 인상을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
“잘은 모르겠지만 마력 회로가 꼬였을때의 증상이랑 유사한 것 같은데…”
“도, 도련님… 손좀…”
“그렇다면, 해결 방법도 유사하겠지?”
그렇게 말한 프레이는, 조심스럽게 카니아의 배를 손으로 쓰다듬기 시작했다.
“….히익!!!”
비록 프레이는 최대한 부드럽게 배를 쓰다듬었지만, 그 손길을 받은 카니아는 그 즉시 소스라치고 말았다.
그녀의 배를 덮쳐온 느낌은, 따듯한 손길이 아닌 오싹오싹한 무언가였기 때문이었다.
“음… 역시 마력회로 고장인가보네. 요즘 너무 무리를 많이 해서 그런걸거야.”
“지, 진단 감사합니다. 그러니 이제… 아으으…”
“조금만 참아. 이대로 두면 더더욱 망가질테니.”
덕분에 정신이 아찔해진 카니아는 더 늦어버리기 전에 프레이를 말리려 했으나,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던 프레이는 아예 배를 어루만지는 강도를 높여버렸다.
“저, 전 이제 몰라요…”
그 결과 어마무시한 오싹거림이 카니아를 덮쳤고, 그 덕분에 점차 흐려지는 의식속에서 그녀는 얼마전에 있었던 일을 상기하기 시작했다.
‘설마… 그게 원인이였나?’
몇주전에 있었던 생일 파티에서 자신의 도련님을 유혹하던 로즈윈을 혼쭐냈음에도, 여전히 목이 타들어 갔기에 음료수를 마셨던 일을 말이다.
‘그때는, 그저 도련님이 남긴 음료수라고만 생각했었는데…’
그제야 자신에게 일어난 이상현상의 원인을 깨달은 카니아였지만, 이미 너무 늦어버렸다.
로즈윈이 프레이를 유혹할 생각으로 술에 탔던 발정제는, 이미 지난 몇주간 카니아의 몸에 완전히 섞여 들어간 후였으니 말이다.
독이나 약을 흑마력으로 바꾸는 흑마법사의 특성과 카니아가 품고 있는 마음이 합쳐진 결과 만들어진, 꽤나 유감스러운 헤프닝이었다.
.
‘…여기도 오랜만에 와보네.’
한동안 카니아의 배를 쓰다듬어주던 나는, 이내 오늘만 해서 고쳐질 일이 아니라 결론을 내렸다.
그리하여 카니아에게는 앞으로 계속 치료를 이어나가겠다 통보를 한 뒤, 저택을 나와 원래의 계획대로 뒷골목에 도착했다.
“…저거, 프레이 아니야?”
“쉿, 저거라니. 그러다 너 죽어.”
“낯짝도 두껍네… 그런 소문들이 도는데 잘만 돌아다니고.”
사람들이 날 보며 수군거리길래 별의 마나를 귀에 모아 대화를 엿들어보니, 아니나 다를까 대다수가 내 험담들이었다.
“…얼굴은 귀여우신데 말이죠.”
“그러게요, 얼굴이 아까워요.”
“권력만 약했어도…”
이젠 하다하다 뒷골목의 거렁뱅이들과 부패한 귀족들에게도 까이게 된 영광을 만끽할 틈도 없이, 이번엔 저 멀리 모여있던 영애들이 내 외모를 품평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분명히 이쯤이었을텐데.’
그 덕에 재빨리 귀에 모아둔 별의 마나를 흐트러트린 나는, 뒷골목의 구석에 도착한 뒤 고개를 두리번거리기 시작했다.
“이건가?”
그러다 주변이 온통 낙서 투성이인 허름한 벽을 발견한 나는, 긴가민가 한 표정을 지으며 금이 간 곳에 별의 마나를 흘려보냈다.
– 쿠구구구구…
그러자 주변이 흔들리더니, 허름한 벽이 점차 물렁물렁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흡!”
이윽고 푸딩덩어리처럼 변한 벽을 손으로 몇번 휘젓던 나는, 주변의 눈치를 보다 심호흡을 한뒤 재빨리 벽 안으로 뛰어들었다.
“…오호.”
그러자, 예상했던 장면에 내 시야에 보이기 시작했다.
여기저기 걸려있는 스크롤들, 다채로운 색의 포션, 겉보기에도 강력해보이는 무기들, 거기에 각양각색의 마도구들까지.
그렇다.
여긴, ‘블랙테일 판타지 2’ 의 숨겨진 장소중 하나인 비밀 상점이다.
1편에서 아이템 상점 주인을 담당했던, 현재까지 그 이름이 널리 전해지는 전설의 명장 ‘로시난테’가 그 주인을 맡고 있다는데, 대체 천년전의 인물이 어떻게 지금까지 살아있는지 모르겠다.
‘뭐, 내가 알 바는 아니지.’
오늘 내가 여기 찾아온 이유는, 옛날에 ‘잿빛의 숲’에서 부서졌던 ‘기만의 가면’을 수리하거나 업그레이드 하기 위해서다.
앞으로를 위해 꼭 필요한 아이템이기도 하고, 착한일을 하고 싶어 몸이 상당히 근질거리기도 하니 말이다.
나도 이제 착한 일을 좀 하며 힐링을 하고 싶다.
“거기, 계십니까?”
그런 생각을 하며 낡은 카운터에 도착한 나는, 품에서 ‘장식용 상자’를 꺼내며 주인을 불렀다.
몇개월전의 경매장 사건때 구매했던, 도난당한 로시난테의 장식용 상자를 돌려주면 이스터 에그가 발생한다는 선조님의 예언이 있었으니… 한번 기대해볼만 할 것 같다.
“으음…”
“…?”
그렇게 잔뜩 기대한 표정으로 주인을 기다리고 있는데, 어디선가 신음소리가 들려왔다.
“으으으… 뉘시요?”
“아, 그게 말이지…”
덕분에 잠시 주위를 두리번거리던 나는, 카운터 아래에서 소리가 나자 까치발을 서 아래를 내려다보며 자기소개를 하려 했지만.
“다, 당신은…..”
부스스한 표정으로 일어난 사람을 보고는, 그대로 얼어붙고 말았다.
“이제야 오셨군…”
그리고 그런 나를, 지금까지 열심히 추적하던 스크롤 상점의 주인장이 물끄럼히 바라보고 있었다.
“……딸꾹.”
술에 잔뜩 취한채, 딸꾹질을 하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