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Heroines are Trying to Kill Me RAW novel - Chapter (104)
메인 히로인들이 나를 죽이려 한다-104화(104/524)
Episode 104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
길었던 방학도 이제 끝인 것 같다.
아카데미의 개학이 당장 내일로 다가왔으니 말이다.
“카니아, 오늘 점심은 뭐야?”
그런 생각을 하며 저택의 업무실에서 업무를 처리하고 있던 나는, 문득 허기를 느끼고 질문을 던졌다.
“오늘 점심은 바베큐야.”
“그렇구나, 맛있겠… 엥?”
이윽고 들려온 목소리에 반사적으로 칭찬을 하려던 나는, 이내 그것이 카니아의 목소리가 아님을 알아채고 고개를 돌렸다.
“이리나?”
“오늘 점심이랑 저녁은 내 담당이야. 카니아도 조금은 쉬어야지.”
“아하… 그렇구나.”
어제 저택에 돌아온 이리나의 말에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던 나는, 이내 아리송한 표정을 지으며 그녀에게 질문을 던졌다.
“이리나, 그런데 그동안 어디에 갔다 온거야?”
“잠시 수련을 좀 하고 왔어.”
“수련? 수련은 우리집 마당에서 해도…”
“내 몸안에 있는 흑마력을 사용한 수련이라.”
그렇게 말한 이리나는, 손을 뻗어 흑마력을 내뿜기 시작했다. 몸 안에 흑마력이 있다고 해서 저렇게 간단히 흑마법을 구사할 수 있다니, 이리나가 천재는 천재인가 보다.
“프레이, 부탁 하나만 할게.”
그런 생각을 하며 이리나를 바라보고 있는데, 그녀가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만약 앞으로 위험한 일이 있으면… 이 스크롤을 사용해.”
“위험한 일?”
“그래, 예를 들면… 네 정체를 들킬 것 같을 때.”
그렇게 말하며 그녀는, 품에서 다채로운 마법진이 그려져 있는 스크롤을 꺼내 내게 건냈다.
“그럴때 사용하면 그 스크롤이 널 지켜줄거야.”
“이리나? 이건…”
그런 뒤 각오한 표정으로 말을 마친 이리나는, 내가 뭐라 말을 하기도 전에 방에서 빠져나갔다.
“…뭐지?”
그 뒤로 한참동안 스크롤을 가만히 쳐다보던 나는, 품에 스크롤을 집어 넣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뭐, 이리나가 준거니까 위험한건 아니겠지.’
이윽고 책상에 올려져 있던 커피를 들이마시며 생각을 마친 나는, 서류를 옆으로 전부 밀어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 끼이익…
“흐익!”
그렇게 커피잔을 든채 방문을 열었는데, 밑에서 겁에 질린 비명이 들려왔다.
“아, 아아 안녕하세요오…”
누군가 싶어 아래를 내려봤더니, 저번에 시장거리에서 데려온 그 꼬맹이였다.
“여기서 뭐하고 있는거지? 넌 루루의 소유일텐데.”
“아, 그 그게… 루루님에게 점심식사 시간을 알려드리려고…”
“그래, 그럼 가봐.”
아직도 내가 무서운건지 식은땀을 흘리며 말하는 소녀에게 무신경하게 답변한 나는, 멍한 표정을 짓고 있는 그녀를 지나쳐 계단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프, 프레이 님. 동생을 치료해주셔서 감사…”
“동생을 치료했다고? 난 모르는 일이다만.”
그러다가 소녀가 내게 감사인사를 하려 하기에 식겁하여 재빨리 그녀의 말을 끊으니, 소녀가 아리송한 표정을 짓기 시작했다.
“하, 하지만… 동생이 오늘 병원에 입원했는데…”
“난 모르는 일이야. 루루의 애완동물에 불과한 너희들에겐 별 관심 없거든.”
그런 그녀에게 차가운 목소리로 말한 나는, 계단을 마저 내려가며 조용히 덧붙였다.
“그러니, 너희들 같은 더러운 것들도 어여삐 여겨준 루루에게 감사하도록.”
비록 말은 그렇게 했지만, 내 입에서는 웃음기가 끊이지 않고 있었다.
루루의 부탁에 따라 심각한 병에 걸린 소년을 치료사에게 보낸것은, 바로 나였기에.
늘 생각하는 거지만, 착한 일은 언제나 재밌다.
.
“”안녕하세요…””
미리 식당에 내려와 거만한 포즈로 앉아있던 프레이에게, 루루와 그녀의 하녀들이 인사를 한다.
“루루, 내 옆으로 와.”
“네, 네에…”
그런 그녀들을 지켜보던 프레이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루루를 곁으로 부른다.
“시, 식사들 하세요.”
이윽고 프레이의 무릎에 앉은 루루가 얼굴을 붉히며 말하자, 눈치를 보던 루루의 하녀들이 조심스럽게 음식에 손을 뻗기 시작한다.
“나이프와 포크를 쓰셔도 돼요.”
하지만, 루루가 다급히 말을 덧붙이자 하녀들은 사색이 되어 머리를 조아린다.
“자, 잘못했어요. 용서해 주세요.”
“죄송합니다… 죄송해요.”
그들의 주인에게 ‘애완 동물’ 이라 불리며 빛 한점 들지 않는 창고나 감옥에 갇혀, 영양가 없는 음식물 쓰레기들만 받아온 하녀들이었기에.
그리고, 당연히 그런 그녀들에게 나이프나 포크를 쓰는건 허락되지도 않았기에.
자기들도 모르게 맨손으로 음식을 집으려 한 것이였다.
“한번만, 한번만 봐주세요…”
그리고, 자신들의 잘못을 인지한 하녀들은 공포에 질린 눈으로 프레이를 바라보며 빌기 시작했다.
계속된 교육 끝에 처음 프레이와 식사를 하러 나온 날 실수를 저질러 버렸다는 공포심에, 지난 몇년간 숨을 쉬는 것처럼 당연하게 받아온 폭력이 이어지리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루루, 이것좀 먹어봐. 어렵게 구한거야.”
하지만 프레이는 당연하게 여겨졌던 채찍질이나 주먹질을 하는 대신, 그저 자신의 무릎에 앉은 루루에게 음식을 건낼 뿐이었다.
“아…”
“옳지, 잘했어.”
루루가 얼굴을 붉히며 음식을 받아먹자, 프레이는 미소를 지으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루루, 그런데… 애완동물들 관리는 잘 하고 있지?”
“네, 네에…”
“그래. 저번에도 약속했듯이 저것들은 네꺼니까, 네가 책임지고 관리해야 해? 알겠지?”
“알겠…습니다.”
그 말에 루루가 재빨리 고개를 끄덕이자, 만족스러운 표정을 짓던 프레이는 이번엔 하녀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뭐해? 안먹고?”
그러자, 하녀들은 사색이 되어 나이프와 포크에 손을 뻗기 시작했다.
“먹으면서 들어. 너희들에게 할 말이 있어.”
이윽고 몇주간 루루에게 배운대로 나이프와 포크를 잡은 하녀들이었지만, 프레이가 의미심장한 말을 하자 음식을 집어들지도 못한 채 얼어붙어버렸다.
드디어 프레이가 본색을 드러내는 걸까?
사실 루루도, 한통속이었던건 아닐까?
지난 몇주간의 행복은 그저 잠시뿐이었고, 이제 다시 지옥이 시작되려는 걸까?
“내일부터 너희가 지낼 곳은 선라이즈 아카데미야.”
“”네?””
그런 생각들을 하던 하녀들은, 프레이의 입에서 나온 발언을 듣고는 자기들도 모르게 언성을 높이고 말았다.
“내일부터 루루가 아카데미에 복귀하는데, 애완동물인 너희가 안 따라가면 곤란하잖아.”
“그, 그치만… 저희는 글조차 어떻게 쓰는지 모르는데…”
“그건 내 알바 아니지. 알아서 잘 해.”
한 하녀가 떨리는 목소리로 하는 말을 끊어버린 프레이는, 이내 자리에서 일어나 조심스럽게 루루를 의자에 앉히고는 말했다.
“그럼 맛있게 먹어.”
“어, 어디가세요?”
“루루, 내가 애완동물은 어떻게 해야된다고 했지?”
“자, 잘먹겠습니다…”
“그래, 넌 그렇게만 말하면 되는거야. 그럼, 잘있어.”
그렇게 말하고 프레이가 식사 자리를 벗어나자, 하녀들의 눈길이 전부 루루에게 쏠렸다.
“어, 그게… 그러니까…”
자신을 살짝 두려운 눈빛으로 쳐다보는 하녀들을 어벙하게 쳐다보던 루루는, 이내 그때까지 자신을 왠지모르게 힐끔힐끔 쳐다보던 카니아를 조심스럽게 바라보았다.
“여러분은 선라이즈 아카데미에 입학하시는게 아니라… 평민관의 하녀로 고용된겁니다.”
“저, 저희가요?”
“네, 프레이님이 무조건 아카데미에 넣으라고 명령을 내려서 말이죠.”
그러자, 카니아는 순식간에 표정을 바꾸더니 설명을 시작했다.
“프레이님이 당신들에게 별 관심이 없는게 다행이었습니다. 만약 당신들에게 조금의 관심이라도 있었다면… 아마 지하실로 가셨겠죠.”
지하실이라는 말에 하녀들의 표정이 창백해지자, 카니아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하지만 프레이님은 여러분을 루루 씨에게 준 선물, 즉 ‘물건’으로 여기고 계십니다. 그렇기에, 제가 이러한 공작을 벌일 수 있었던거죠.”
“공작이요?”
“네, 사실 당신들을 아카데미에 넣겠다고 제안한 사람은… 바로 접니다.”
카니아가 그렇게 말하자, 하녀들은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그녀를 쳐다보기 시작했다.
“지금은 도련님이 당신들에게 관심이 없지만, 계속 이 저택에서 지내시다가는 언젠가는 표적이 될겁니다.”
그런 하녀들에게, 카니아는 조용히 정장을 들추어 보았다.
“”……!!!””
그러자, 카니아의 몸에 있던 수많은 흉터들과 손자국들이 하녀들의 시야에 들어왔다.
선명한 붉은색으로 남겨져있는 흉터와 손자국들은, 카니아의 민감한 부분들에 특히 집중되어 있었다.
“이건, 방금 전에 난겁니다.”
그런 하녀들에게 자신의 목에 나있던 선명한 손자국을 보여준 카니아는,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미 충분히 지옥을 경험하신 당신들에게, 이런 고통을 드릴 수는 없죠. 그래서 당신들을 저택이 아닌, 아카데미로 대피시킨 겁니다.”
“하, 하지만… 아카데미 역시 프레이님이 있는건 매한가지지 않나요?”
그렇게 말을 마치려던 카니아는, 한 하녀가 그렇게 묻자 잠시 식탁을 손가락으로 두드리다가 답변했다.
“아카데미가 오히려 더 안전합니다. 아카데미에는 보는 눈도 많고, 도련님은 내킬때마다 아카데미를 빠져나와 저택의 지하실로 향하시니까요.”
“아…”
“그리고, 제가 당신들을 아카데미로 보낸 이유는 단순히 도련님으로 부터 당신들을 지키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그 말에 하녀들이 아리송한 표정을 짓자, 카니아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하녀로 일하며 아카데미에서 글을 배우십시오. 글만 전부 배우시면, 당신들은 정식으로 아카데미에 입학하시게 될겁니다.”
“네, 네에?”
“그럼, 맛있는 식사 하시길.”
여전히 어리둥절해 하는 하녀들을 뒤로하고, 카니아는 미소를 지으며 계단을 올라가기 시작했다.
“가, 감사합니다!”
그렇게 계단을 거의다 올라갔을 무렵, 한 소녀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카니아에게 감사인사를 했다.
“”감사합니다…!””
그러자 눈치를 보던 다른 하녀들도, 일제히 일어나서 카니아에게 감사인사를 하기 시작했다.
“하아.”
그런 상황에서 짧게 한숨을 내쉰 카니아는, 이내 특유의 기계적인 표정을 지으며 복도를 걷기 시작했다.
– 슈우우…
한 발자국, 그리고 또 한 발자국을 앞으로 내딛을 때마다 그녀의 몸에 있던 흉터가 점차 사라져간다.
– 똑똑똑
그렇게 흉측하게 나있던 흉터들이 검은 연기를 내며 거의 다 사라지자, 카니아는 부드럽게 프레이의 방문에 노크를 하기 시작했다.
“저분들의 감사 인사는 잘 들으셨습니까?”
“너에게 한거겠지, 카니아.”
“저는 도련님의 명령에 따랐을 뿐입니다. 도련님도 잘 아시지 않습니까.”
잠시후 프레이의 방 안에 들어선 카니아는, 그녀의 바보같은 도련님과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그나저나 카니아, 혹시 아프진 않아?”
“무슨 소리신지?”
“네 몸 구석구석에 손자국을 남겨달라고 했었잖아. 아직도 몸에 남아 있는걸 보면 꽤나 아팠을 것 같은데…”
“도련님에게 패널티가 발생하지 않게 하려면, 철저하게 해야죠.”
카니아의 말을 들은 프레이는, 고개를 끄덕거리면서도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그래도, 흑마법으로는 손자국을 못만드는거야? 저번에는 만들었던 것 같은데…”
“휴, 흉터는 만들기 쉽지만 손자국은 만들기가 어렵더군요.”
“그럼, 앞으로도 이런일이 있으면 손자국을 직접 남겨야 해?”
“…네, 그럴 것 같습니다.”
그렇게 말하고 살짝 뜨끔한 표정을 지으며 조용히 시선을 돌리던 카니아는, 이내 프레이의 책상에 올려져 있던 물건을 발견했다.
“도련님, 이건…?”
“그래, 그 망할 영감탱이가 만든 물건이야.”
프레이의 답변에, 카니아는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그 물건을 집어들었다.
– 기만의 로브 EX
이 로브를 착용하면 완벽하게 자신의 정체를 숨길 수 있습니다.
(단, 신체능력과 마법능력이 극도로 낮아집니다.)
이윽고 검은색 로브에 붙어있던 쪽지를 확인한 카니아는, 인상을 찌푸리며 프레이에게 질문을 던졌다.
“이 로브를 착용하면 얼마나 약해지시는 겁니까?”
“검 하나도 제대로 휘두르지 못해. 별의 마법도 섬광 하나 밖에 못터트리고.”
“그럼… 아무리 은신 능력이 좋아도 쓸모가 없지 않습니까?”
카니아가 실망한 표정을 지으며 말하자, 프레이는 씨익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카니아, 지금 내가 가진 것들중에 가장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는게 뭘까?”
“별의 마나 아니겠습니까?”
그 말을 들은 프레이가 고개를 젓자, 잠시 고민을 하던 카니아는 다시 한번 입을 열었다.
“그러면, 혹시 외모입니까?”
그 말에 프레이가 살짝 인상을 찌푸리자, 카니아는 조용히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자 프레이는 카니아에게서 로브를 다시 가져가고는 몸에 걸친 뒤, 품에서 흰 가면을 꺼내 쓰며 답했다.
“…돈이야.”
“네?”
자신의 시야에서 불분명하게 보이기 시작한 프레이를 게슴츠레하게 쳐다보며 카니아가 다시한번 묻자, 그는 그때까지 자신의 손아귀에서 붉은 기운을 뿜어내던 금화를 만지작 거리며 답했다.
“용사고 마왕이고 뭐고, 돈이면 다 돼.”
.
그날 밤, 시장 골목의 구석진 어딘가.
“이 장소를 알고 있는 걸 보면, 떨거지는 아닌 듯 싶은데 말이지.”
뒷골목의 황제, 또는 지배자라 불리는 유스티아노 백작은.
“헌데 언제까지 모습을 숨기고 있을 텐가?”
소파에 거만한 자세로 앉아있는, 검은 로브와 흰 가면을 착용한 사람을 보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질문을 던졌다.
“요즘 이 금화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지?”
“…그건.”
하지만 정체불명의 인물이 품에서 루비 연기가 나는 금화를 꺼내 책상에 올려두자, 유스티아노 백작은 그답지 않게 표정관리에 실패한 채 주먹을 쥐었다.
“위조 금화인데다가 저주효과까지 있어서 불행을 불러오는 그 금화가, 요즘들어 당신 구역에서 천천히 유포되고 있지.”
“으음…”
“다른건 몰라도 황실이 금화 위조만큼은 눈이 돌아가서 잡는데, 만약 사실이 밝혀진다면 참 볼만 하겠어.”
그런 유스티아노 백작에게 정체불명의 인물이 도발을 하자, 백작은 조용히 손을 올리며 뒤에 서있던 부하들에게 신호를 보내기 시작했다.
“허튼 짓은 하지 않는게 좋을텐데. 이미 황실에 편지를 보내뒀거든. 내가 직접 취소하지 않으면 넌 확실히 끝장나는거야.”
“…정체가 뭐지?”
하지만 남자가 태연한 목소리로 말하자, 유스티아노 백작은 조용히 이를 갈며 질문을 던졌다.
“그건 알거 없고, 네게 제안을 하나 하고 싶은데 말이야.”
하지만, 눈앞의 인물은 그의 거만한 어조로 그의 말을 무시해 버렸다.
“하.”
그런 남자를 노려보던 백작은, 이내 뒤에 있는 부하들에게 보내려던 신호를 거두었다.
최고 등급의 신원 확인 마법과 환상 제거 마법도 먹히지 않을 정도로 실력자인 눈앞의 인물을, 무력으로 제거할 시도를 하는건 위험도가 너무 크다 여겼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자신의 치명적인 약점을 잡고 있음에도 협박이 아니라 ‘제안’을 하러 왔다고 말하는 그의 말에서, 본능적으로 돈의 냄새를 맡았기 때문이기도 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지, 제국 수도에 위치한 시장 골목의 소유권을 내게 전부 팔아.”
“뭐라?”
하지만, 그 말을 들은 백작은 다시 한번 인상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그만한 돈은 있나?”
“그런걸 가릴 때가 아닐텐데?”
“그럼 돈도 안받고 그 황금알을 낳는 땅을 팔라는 건가? 그런 수상한 짓을 했다간, 나도 너도 무사하지 못할거다.”
“뒷세계의 황제 치고는 너무 소심하군.”
“황제나 지배자에겐 항상 그 자리를 호시탐탐 노리는 적이 있는 법이지. 나의 경우에는, 그 수가 꽤나 많고 말이야.”
그렇게 말한 백작은, 조용히 수염을 쓰다듬으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어차피 자네도 알지 않는가. 시장 골목 곳곳에 침투한 내 부하들과 세력들 때문에, 내 협조 없이는 소유권을 얻어도 무용지물이란 걸.”
“그렇다면?”
“딱 정가만 받도록 하지. 이것도 많이 양보한 걸세.”
그러자 한숨을 내쉰 정체불명의 인물은, 책상에 마법 계약서 하나를 내려놓았다.
“손을 얹어서 확인해 봐.”
그 말을 듣고 긴가민가한 표정으로 계약서에 손을 뻗은 백작은, 이내 피식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네놈, 정말로 정체가 뭐지?”
“알거 없다니까.”
“앞으로도 나와 협력하지 않겠나?”
자신의 눈앞에 펼쳐진 막대한 황금을 본 백작이 태도를 바꾸어 묻자, 정체불명의 인물은 조용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일시불로 지급하지.”
다음날 아침, 제국 수도에 위치한 시장 골목의 소유권 전체가 정체불명의 인물에게 넘어갔다.
세간에서 ‘돈의 용사’라 불리게 될 프레이의 그림자 신분의, 상쾌한 첫 출발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