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Heroines are Trying to Kill Me RAW novel - Chapter (108)
메인 히로인들이 나를 죽이려 한다-108화(108/524)
Episode 108
“프레이! 어딜 가시는 거죠!”
“…에휴.”
어제의 파트너 선언 이후, 페를로체는 하루 종일 날 졸졸 따라다니고 있다.
저쯤되면 지칠 법도 한데, 닭을 쫒는 개마냥 신이 난 표정으로 계속 따라다니니 오히려 페를로체보다 내가 먼저 지칠 것 같다.
“앗! 지금 가방에서 뭘 꺼내시는 건가요!”
“공책.”
“공책을 왜 꺼내시는 거죠!”
“공부하려고.”
“거짓말 하지 마세요!”
왜나면, 이러한 문답이 하루종일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페를로체, 기도 드릴 시간 아니야?”
“당신 옆에서 드리면 돼요!”
“…하아.”
어떻게든 주의를 돌려보려 해도, 내게서 한시도 눈을 떼지를 않는다. 덕분에, 정말이지 미쳐버릴 것 같다.
‘…슬슬 노예 시장에 잠입을 해봐야 하는데.’
원래라면 오늘 나는 2학기의 가장 큰 메인 이벤트인 ‘노예 시장 해방’에 대한 정보를 모으기 위해 시장에 잠입을 하려 했었다.
물론 이번 메인 퀘스트는 내가 전회차부터 열심히 준비를 해왔기에 자신이 있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지금까지 내가 계획해온 일에 돌발상황이나 변수가 발생하지 않은 적은 단 한번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돌발상황이나 변수가 발생하더라도 문제가 없을 정도로 완벽한 준비가 필요했고, 그러기 위해서 사전답사는 반드시 필요한 일이었다.
그런데.
“프레이!”
“또 왜.”
“무슨 생각을 그리 골똘히 하시고 계시는 건가요! 또 무슨 악행을 꾸미고 있는거죠!”
페를로체 때문에 계획이 물거품이 되게 생겼다.
어찌저찌 노예시장의 출입구 근처에 있는 카페까지는 왔는데, 그녀가 사사건건 방해하는 바람에 도무지 입구에 들어갈 타이밍을 잡지 못하고 있으니 말이다.
이걸 어쩌면 좋을까?
“내가 어떻게 해야 만족할거지?”
“음… 죽어주세요! 그럼 만족할게요!”
주먹을 꽉 쥐며 외친 페를로체의 발언을 들어보면, 그녀를 만족시킬 방법은 아마 없을 것 같다.
그렇다고 그녀를 쫒아낼수도 없다.
파트너 시스템을 긍정적으로 유지하면, 시스템적으로 여러가지 보너스를 얻기 때문이다.
[이름: 프레이 라온 스타라이트] [능력: 힘 ???/ 마력 ??? / 지능 ??? / 정신력 9.5(+0.2)] [특이사항: 별의 가호/시한부/파트너의 축복] [성향: 용사] [선함: 100]내 힘과 마력, 그리고 지능은 어쩐일인지 예나 지금이나 보이지 않지만, 정신력이 0.2가 오른걸로 대략적인 능력 강화 수치를 유추할 수 있다.
즉, 파트너의 축복은 이미 상당히 높은 경지까지 올라 웬만해서는 올라가지 않는 내 스탯들을 0.2씩이나 올려주는 사기급 버프라는 거다.
그렇기에, 2학기 동안 나는 꼼짝없이 페를로체에게 시달려야 할 것 같다.
“앗! 프레이! 저기좀 보세요! 뭐가 날아오고 있어요!”
그런 생각을 하며 침울한 표정을 짓고 있는데, 페를로체가 창밖을 맹한 눈빛으로 쳐다보며 가리키기 시작했다.
“…혹시?”
기대를 품고 창 밖을 내려다보니, 내 시야에 꽤나 놀라운 상황이 펼쳐지고 있었다.
“꾸우우!!”
“구구구!!”
세레나의 흰 올빼미와, 정체를 모를 흰 비둘기가 서로 뒤엉킨 채 싸우며 창문으로 날아오고 있다.
저 올빼미가 일방적인 폭행이 아니라 ‘싸움’을 하다니? 전회차에서도 본적이 없는 대사건이다.
“앗! 싸우지 마세요! 싸우지 마시라고요!”
“…저 비둘기를 알아?”
“네! 저 아이는 구구라고 해요!”
다급하게 창문을 열고 비둘기를 감싼 페를로체에게 물어보니, 꽤나 직관적인 이름이 튀어나왔다.
“왜 하필 이름이 그거지?”
“그게요, 무슨 이름을 가지고 싶냐고 물었는데… 글쎄 저 아이가 ‘구구’라고 하는거 있죠! 그래서 그렇게 지었어요!”
그렇게 답하고 비둘기를 쓰다듬던 페를로체는 뭐가 그리도 좋은지 싱글벙글 미소를 짓기 시작했다.
“와! 교단에서 편지가 왔네요!”
“그렇구나.”
이윽고 교단에서 온 편지를 뜯는 페를로체를 조용히 바라보던 나는, 자연스럽게 올빼미가 뱉어낸 편지를 읽기 시작했다.
– 서대륙행 실패. 아카데미로 복귀중
“…윽.”
그런데, 첫 단락을 읽자마자 안 좋은 소식이 보인다.
아무래도, 서대륙으로 향하려던 세레나가 모종의 이유로 서대륙 행에 실패한 것 같다.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제발 별탈이 없어야 할텐데.
– 제가 도착할때까지 올빼미를 잘 부탁해요.
“꾸우우!”
이윽고 이어진 단락을 다 읽자, 페를로체의 품에 안겨 쓰다듬을 받고 있던 비둘기를 원망스럽게 째려보던 올빼미가 내게 애교를 부리기 시작했다.
“페를로체.”
“네?”
그런 녀석의 턱을 쓰다듬던 나는, 이내 페를로체에게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잠시 화장실좀 다녀올게.”
“저도 같이 갈게요!”
“…하?”
더는 시간이 늦기 전에 어떻게든 페를로체를 떼어내려고 꾀를 냈는데, 초장부터 막혔다.
“나랑 화장실에 같이 가고 싶다고?”
“…네! 저도 화장실에 볼일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어이없는 표정을 지으며 물었더니, 페를로체가 주먹을 불끈 쥐며 말했다.
“자, 가요! 어서!”
“…그래, 가자.”
그런 그녀를 어떻게든 따돌려야 했기에, 결국 나는 특유의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설마 진짜로 따라오겠어.’
아무리 그녀가 내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하더라도, 설마 정말로 화장실에 따라오겠는가?
조금이라도 성적인 장면을 보면 거품을 물고, 성적인 접촉이라도 있는 날에는 태양신의 가호를 담은 주먹을 날릴게 뻔한 페를로체가 그럴리가 없다.
“자, 잠시만요! 화장실에 가신다면서 왜 가게 밖으로 나가시는 건가요?”
“이 가게엔 화장실이 없어. 그래서 바깥의 공중화장실을 써야 해.”
“그, 그런게 어딨어요!”
“뒷골목의 구석에 있는 가게에 뭘 바란거야?”
“으으으…”
게다가, 내가 가는 곳이 공중화장실이라면 그녀가 따라올 가능성은 0%에 수렴한다.
많이 순수한걸 빼면 그 누구보다도 성녀다운 그녀가, 남자 공중화장실에 따라올 리가 없지 않은가.
– 끼이익…
그런 생각을 하며, 나는 조심스럽게 방문을 열고 공중화장실로 향했다.
– 스윽
이윽고 공중화장실에 도착한 나는, 조심스럽게 품에서 로브를 꺼내기 시작했다.
이제 이 로브를 뒤집어 쓰고, 눈치를 보다가 몰래 화장실을 빠져나가기만 하면…
“뭐하시나요?”
“…..!”
그런 생각을 하던 나는, 갑자기 뒤에서 들려온 소리에 기겁을 하며 재빨리 로브를 품에 넣었다.
“너, 왜 여깄어?”
“제, 제가 말했잖아요… 화장실에 같이 갈거라고.”
이윽고 페를로체에게 질문을 던진 나는, 돌아온 그녀의 답변에 어이없는 표정을 짓기 시작했다.
“여긴… 남자화장실인데?”
“핑계대지 마세요! 그렇게 말하고 절 내쫒으신 다음, 또 나쁜 짓을 꾸미실거죠!”
“아니… 화장실에서 나쁜짓을 꾸며봤자 뭘 할수 있겠어.”
“…됐어요! 빨리 볼 일이나 보세요!”
그렇게 말한 페를로체는, 얼굴을 잔뜩 붉히며 날 밀쳤다.
“하아…”
덕분에 그녀를 따돌릴 마지막 계획마저 무산될 위기에 처한 나는, 재빨리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덮치는 척을 해서 쫒아낼까?’
하지만, 이런 해답밖에 생각이 나질 않는다.
몇달전에 그녀의 과거를 알게 된 후부터, 그리고 저번에 그녀가 가지고 있는 비밀에 대해 알게 된 후부터 왠지 모르게 페를로체를 건드리기가 꺼려지기에 최대한 그녀를 건들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말이 안통하는 그녀에게 가장 필요한건 이 방법일 것이다.
“저기, 페를로체…”
그렇게 생각을 마친 나는 음흉한 표정을 지으며 페를로체에게 다가가기 시작했으나.
– 터벅, 터벅.
“”…….!!!””
화장실로 향하는 발걸음 소리가 들려오자, 그만 얼어붙고 말았다.
“수, 숨어야 해요!”
“자, 잠깐.”
이윽고 다급히 주위를 둘러보던 페를로체는, 내 손을 잡아끌며 구석에 있는 낡은 캐비넷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차라리 변기칸으로…”
“거긴 불결해요!”
그렇게 말하며 캐비넷을 열은 페를로체는, 날 억지로 안에 밀어넣기 시작했다.
“잠깐, 잠깐만!”
“이이익…”
그런 그녀의 행동에 당황한 내가 발버둥을 지차, 페를로체는 무려 태양의 가호마저 써가면서 날 캐비넷에 밀어넣기 시작했다.
“너만 들어가면 되잖아! 너만!”
“…아.”
평소에 내게 강압적인 폭력을 당하던 사람들의 심정이 어땠을지 절로 실감하며 다급히 소리를 지르니, 기어코 날 캐비넷에 밀어넣는데 성공한 페를로체가 맹한 표정을 짓기 시작했다.
– 끼이익…
하지만 하필이면 그 순간에 화장실의 문이 천천히 열리기 시작했고.
“…흐익!”
그 때문에 자기도 모르게 비명을 지른 페를로체는, 이내 재빨리 캐비넷 안에 몸을 우겨넣은 다음 문을 닫았다.
그리고, 잠시 적막이 흘렀다.
.
“…형님, 방금 여자 목소리 안들렸슴까?”
“글쎄? 난 못들었는데?”
프레이와 페를로체가 캐비넷에 숨은지 몇초뒤, 화장실에 들어온 두 남자는 인상을 찌푸리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혹시, 노예 한명이 여기로 튄거 아님까?”
“그게 무슨 헛소리야. 노예가 튀면 뒷골목 밖으로 튀겠지, 남자 화장실에는 왜 기어들어오는데?”
“그치만… 정말로 여자 비명소리를 들었단 말임다.”
어리바리해 보이는 남자가 그렇게 말하자, 그에게 형님이라 불린 남자는 한숨을 내쉬며 답했다.
“하도 노예 비명 소리를 많이 들어서 헛것이 들리나 보지. 나도 신입땐 그랬거든.”
그렇게 말한 남자는 이내 대수롭지 않은 표정으로 볼일을 보기 시작했지만, 다른 남자는 여전히 인상을 찌푸린채 변기 칸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어디보자… 여기 숨었나?”
– 쾅!!
이윽고 그가 변기칸을 하나씩 발로 차 열기 시작하자, 볼일을 보던 남자는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
“벌써 그렇게 힘빼면 어쩌려고? 안 그래도 새로 들어온 호족 수인들 때문에 진이 빠질 지경인데.”
“그래도, 도망간 노예를 잡으면 포상금이 어마어마하지 않슴까? 전 신입이라 그런지 벌이가 영 시원치가 않단 말임다.”
말을 마치고 계속해서 변기칸을 뻥뻥 차던 남자는, 이내 바닥에 있던 무언가를 발견하고는 회심의 미소를 짓기 시작했다.
“형님… 이것좀 보십쇼.”
“뭔데 그래?”
“제가 한건 한것 같슴다.”
그렇게 말한 그가 가리킨 바닥에는, 그들의 앞에 있던 캐비넷으로 향한 발자국이 어지럽게 이어져 있었다.
“설마… 진짜로?”
“제가 뭐랬슴까! 여자 목소리를 분명히 들었다 하지 않았슴까!”
신나는 표정으로 그렇게 말한 그는, 주머니에서 제압봉을 꺼내들고는 천천히 캐비넷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지금 나오면, 때리진 않을검다.”
이윽고 캐비넷의 바로 앞에 도착한 그는, 살짝 긴장한 표정으로 문을 텅텅 두드리며 말을 시작했다.
“어서 나오십쇼. 거기 있는거 다 암다.”
“야, 나와 봐.”
“으앗?”
그런 그를 못마땅하게 쳐다보던 선배는, 그를 밀치고는 캐비넷의 손잡이를 잡으며 말했다.
“쥐새끼들 같으니라고.”
그 말을 마친 그는, 캐비넷을 힘차게 잡아당겼다.
“…얼레?”
하지만, 이내 화장실에 있던 둘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야, 여기 있다며?”
“그, 그치만! 분명히 여기 있었단 말임다!”
낡은 캐비넷은, 텅 비어있었다.
.
남자들이 빈 캐비넷을 보고 어리둥절해 하던 한편.
“기억해, 기억해, 기억해, 기억해, 기억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어두캄캄한 지하를 두리번거리고 있던 프레이를 뒤에서 지켜보던 페를로체는, 이내 손톱을 물어뜯으며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그를 어떻게든 지켜내야 한다는 걸.”
그 중얼거림은, 프레이의 시선이 다시 그녀에게 향하기 전까지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