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Heroines are Trying to Kill Me RAW novel - Chapter (109)
메인 히로인들이 나를 죽이려 한다-109화(109/524)
Episode 109
“…미치겠네.”
페를로체가 내 품으로 기어들어온 뒤 캐비넷의 문을 닫자, 어둠이 우리를 덮쳤다.
“무, 무서워요!”
한숨을 내쉬며 화장실에 들어온 사람들이 빨리 나가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페를로체가 내 품에서 바들바들 떨기 시작했다.
“무서워… 무서워… 무서워…”
“진정해.”
“후아, 후아아…”
처음에는 늘 그랬듯이 호들갑을 떠는 줄 알았는데, 조심스럽게 그녀를 얼굴을 내려다 보니 그게 아닌 것 같다.
창백해진 표정을 지으며 식은땀을 흘리고 있는게 딱 패닉이 오기 직전의 상황이다. 전회차에서 많이 와봐서, 척보면 안다.
‘…맞다. 페를로체는 어두운걸 무서워했지?’
페를로체는 어둡고 폐쇄된 공간을 끔찍히도 싫어한다.
물론 나도 어둡고 폐쇄된 공간을 정말로 싫어하지만, 그래도 참으라면 억지로 참을 수는 있는데… 페를로체는 정신력 수치가 꽤 높음에도 패닉에 빠지려 하고 있다.
“일단 진정…”
그런 그녀에게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팔을 뻗던 나는, 이내 동작을 멈추고 조용히 입술을 깨물었다.
아직 페를로체는 내 진실을 모른다.
그러니, 그녀에게 잘해주어서는 안된다.
“질질 짜지 말고 정신 똑바로…으헉.”
그렇기에 애써 목소리를 싸늘하게 바꾸어 나지막하게 속삭이는데, 페를로체가 내게 안겨왔다.
“안아주세요…”
“뭐?”
“무서우니까 안아주시라고요…”
페를로체가 내 가슴에 고개를 파묻고는, 날 힘차게 끌어안는다.
남자화장실 안에 있는 어두운 캐비넷. 그 작은 공간 속에서 남녀가 얽힌채 서로를 끌어안고 있다니, 제 삼자가 보면 꽤나 그런 상황일 것이다.
“…으그극.”
물론, 페를로체가 그 무시무시한 괴력으로 날 으스러트리려고 하지만 않는다면 말이다.
“아, 죄 죄송…”
“소리좀 낮춰.”
내 신음소리를 듣고서야 포옹을 푼 페를로체는, 내가 손가락을 입에 올리자 특유의 맹한 표정을 지으며 날 쳐다보기 시작했다.
“아…”
“…..?”
그러던 페를로체의 눈빛이 갑자기 멍해진다.
물론 페를로체가 멍한 표정이나 눈빛을 짓는건 자주 있는 일이긴 하지만, 그건 수업시간이나 클라나에게 설교를 들을 때로 한정되어 있다.
그런데, 왜 갑자기 저러는 걸까?
“음, 아아.”
“…왜 그러는데.”
“아니에요. 아무것도.”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질문을 던지니, 페를로체가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프레이! 그런데!”
“…목소리좀 낮추라고.”
“프레이, 그런데…”
이윽고 갑자기 언성을 높이며 말하기 시작한 페를로체에게 입에 손가락을 올리며 충고하니, 그녀가 내게 얼굴을 내밀며 속삭이기 시작했다.
“아까부터 제 배 아래쪽에 자꾸 뭐가 닿고 있어요.”
“…어?”
“주머니에 뭘 넣으신 건가요?”
그렇게 말하며 페를로체가 아래로 손을 뻗기에, 나는 다급히 그녀의 손을 잡았다.
“왜 그러시나요?”
“…잠시만 기다려봐.”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몸을 뒤로 빼려고 했지만, 캐비넷이 워낙 좁은지라 오히려 페를로체와 더 얽힐 뿐이다.
그렇게 이도저도 못하고 있으니, 페를로체가 순수한 미소를 지으며 속삭여온다.
“우와, 막 움직여요!”
“…쉿.”
“신기해요, 대체 이게 뭔가요?”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갸웃거려대는 페를로체를 보며 죄악감을 느끼던 나는, 문득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아까랑 공기가 달라졌는데?’
화장실의 냄새나고 습한 공기가 아닌, 서늘하고도 피비린내가 섞인 공기가 캐비넷 안으로 스며들고 있다.
그런 이상현상에 인상을 찌푸리던 나는, 이내 긴가민가 하는 표정으로 손잡이에 손을 뻗기 시작했으나.
“어? 저게 뭐죠?”
“응? 무슨…윽.”
위를 빤히 쳐다보던 페를로체가 내 어깨에 손을 올리고는 비틀거리기 시작하자 이내 얼어붙어 버렸다.
– 스윽, 스윽.
“제 배쪽좀 그만 간지럽히세요, 프레이! 그럼 못써요!”
“아, 아니…”
– 샤아아…
덕분에 어쩔줄을 몰라하고 있던 그때, 페를로체가 손에서 성력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뭐, 뭐하는!”
“이것좀 보세요! 낙서가 있어요!”
“…낙서?”
행여나 캐비넷 밖으로 빛이 새어나갈까봐 다급히 입구를 몸으로 틀어막던 나는, 페를로체가 천장을 가리키며 속삭이자 덩달아 고개를 치켜들었다.
– 감시자 열 다섯, 흑마법사 둘, 검사 셋.
– 열쇠는 캐비넷 아래 틈에.
– 반드시 구하러 올게.
“그렇군요! 이건 암호에요!”
“…그래.”
그 낙서를 멍청한 표정으로 바라보던 페를로체가 내뱉은 말에 대충 대꾸를 하던 나는, 낙서의 끄트머리를 보고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 아이시 남김.
“…클라우드 왕국의 공주로군.”
그제야 나는 상황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었다.
아마 이 공간은, 클라우드 왕국의 공주인 아이시가 마련해둔 탈출구일 것이다.
왜냐하면 로즈윈, 그리고 교단의 최연소 성기사와 함께 2학년때 선라이즈 아카데미에 입학하게 될 아이시의 가족들이 이곳에 잡혀있기 때문이다.
‘그래, 이번 퀘스트가 중요한 이유가 바로 이거지.’
다른 신분도 아니고 ‘왕족’이 노예시장에 잡혀있다는건, 상당히 중요한 문제다.
자칫하다간 크나큰 외교문제로 번질수도 있는 사안이니 말이다.
그렇기에 당연히 황실이 직접 나서서 처리하는것이 옳지만, 참으로 답답하게도 황실은 그들을 눈감아 주고 있다.
왜냐면, 노예 시장에서 생기는 수익으로 인해 이득을 볼 경제력이 아득한 수치이기 때문이다.
또한, 클라우드 왕국도 노예 시장에 있는 왕족들을 왕족이라 밝힐 수 없는 사연을 가지고 있다.
그렇기에 황실과 왕실은 비밀리에 이 왕족들만 빼내기로 합의를 보았지만, 작전 실행 전날에 문제가 터지고 만다.
그리고, 여기에 있는 낙서를 보아하니 아마 그 일은 곧 터질 것 같다.
– 끼이익…
“어, 어라?”
“…나가.”
그런 생각을 하던 나는, 이내 캐비넷의 문을 열고 페를로체를 밖으로 내보냈다.
그녀 먼저 밖으로 내보내는 것이 조금 양심에 가책이 오긴 하지만, 시한부인데다가 능력도 마음대로 못쓰는 나보단 페를로체가 더 쓸모 있으니 문제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때까지 열심히 내 어깨를 잡고 비비적 거리며 낙서를 읽으려 하는 바람에 날 곤란하게 만든 까닭도 있었다.
“…여긴.”
그렇게 안전을 확인한 후 페를로체를 지나쳐 앞으로 향한 나는, 사방이 어둠으로 가득 찬 지하실을 날카로운 눈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피비린내.’
그렇게 한참을 둘러보고 있으니, 사방에서 피비린내가 풍겨오기 시작했다.
전회차에서 하도 많이 맡아서, 이젠 조금이라도 맡으면 진절머리가 나는 그 냄새가 말이다.
“…해, 기억해 기억…”
“…..?”
“프, 프레이! 여긴 어디인가요?”
덕분에 인상을 찌푸린채 코를 막으며 뒤로 돌아섰는데, 뭐라 중얼거리던 페를로체가 다급하게 얼굴에 물음표를 띄우며 질문을 던졌다.
“제발 조용히 좀 해.”
“네? 그게 무슨…”
“최대한 조용히 여길 빠져나가야 한다고.”
우린 지금 이 방대한 노예시장에 무단침입을 한거나 다름없다.
물론 악명이 자자한 나라면 어떻게든 녀석들을 설득해 오히려 느긋하게 노예들을 감상할 수도 있겠지만, 하필이면 얼굴이 나만큼이나 잘 팔려 있는 페를로체가 동행을 하고 있어서 문제다.
뭔가, 방법이 없을까?
“…아하, 캐비넷.”
“네?”
“페를로체, 다시 캐비넷으로 들어가. 어서.”
잠시 머리를 굴리던 나는, 이내 맹한 표정으로 서있던 그녀를 캐비넷에 밀어넣기 시작했다.
“무, 무서워요!”
“닥치고 빨리.”
인기척을 듣고 누가 오기전에 재빨리 그녀를 캐비넷에 쑤셔넣은 나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다시 그 카페로 가있어. 곧 찾아갈테니.”
“기다려요! 여긴 어디고, 당신은…”
– 쾅!!
이윽고 다급한 목소리로 뭐라 말할려는 페를로체를 무시하고 캐비넷의 문을 닫아버린 나는, 안도한 표정을 지으며 중얼거렸다.
“뭔진 모르겠지만, 이거 의외로 잘된 상황…”
“프레이! 이게 뭐하는 짓…”
– 쾅!!
그런데, 어째서인지 페를로체가 여전히 안에 들어있다.
덕분에 무척이나 당황한 나는, 다시 한번 그녀의 말을 다 듣지도 않고 문을 닫아버린 후 조심스럽게 다시 문을 열었다.
“이런 행패는 용납할 수 없어요! 당신과 저는 2학기동안 파트너…”
그럼에도 페를로체는 사라지지 않았다.
“…네 손으로 문을 닫아.”
“네?”
그렇기에 이번엔 그녀에게 직접 문을 닫으라 지시를 내렸지만.
“닫았는데요?”
그녀의 손으로 닫힌 캐비넷 안에서는 여전히 페를로체의 맹한 목소리가 들려올 뿐이었다.
“거기 누구냐!”
“젠장.”
그렇게 한숨을 내쉬며 페를로체를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는데, 설상가상으로 저 멀리서 누군가가 다가오기 시작했다.
이거, 진짜 어떻게 하지?
.
“손들어! 지금 당장 신원을…”
“누군데 나에게 명령인가.”
정체불명의 인물에게 창을 겨눈 경비대장은, 눈앞의 남자가 오히려 뻔뻔하게 나오자 인상을 찌푸리기 시작했다.
“내가 누군지 모르나?”
“네가 누군데?”
“제국 최고의 망나니.”
하지만 그 남자의 입에서 튀어나온 말을 들은 경비대장은, 이내 긴가민가한 표정을 지으며 그를 살피기 시작했다.
“그게 무슨…”
“책임자를 불러와.”
“네?”
“책임자를 불러 오라고 했다.”
그런 경비원에게 프레이가 다시한번 거만한 목소리로 말하자, 그는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수상한 사람을 두고 갈 수는 없…”
“나참, 어이가 없군.”
“…네?”
그런 그에게, 프레이는 짜증어린 표정을 지으며 말하기 시작했다.
“나 같은 최상위 고객은 시장이 열리기 전에 미리 노예를 살펴 볼 수 있단 말이야. 보아하니 꽤나 높은 위치에 있는것 같은데, 그것도 몰랐던 건가?”
“그건 압니다만, 당신은 출입 허가를 받은적이…”
“안 그런가?”
그렇게 말하며 프레이가 경비 대장에게 넌지시 금화를 건내자, 그걸 잠시 멍하니 바라보던 그는 이내 헛기침을 하며 입을 열었다.
“으흠, 그게… 들은것 같기도 하고 안 들은 것 같기도 하고…”
“분명히 입구에서 전달을 받았을 것 같은데?”
“아, 그러고 보니 어렴풋이 기억이 나는군요. 뭐라 했더라? 그러니까…”
“프레이 라온 스타라이트에게 노예들의 상태를 확인시켜 주어라?”
“네 맞습니다!”
말꼬리를 흐릴때마다 프레이가 돈을 건내자, 못이기는 척을 하며 돈을 받던 경비대장은 이내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헌데, 시간이 좀 모자랄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은 새로 들어온 녀석들을 교육시키러 갈 때인지라.”
“그럼, 내게 안내원을 소개시켜 줘. 그러면 나중에 찾아올때도 돈을 더 주도록 하지.”
“알겠습니다! 허가와 관련된건 제가 따로 이야기 해두겠습니다!”
그렇게 말하고 경례까지 해보인 경비대장은, 신나는 표정으로 발걸음을 돌리려다 이내 인상을 찌푸리며 질문을 던졌다.
“헌데, 옆에 계신 분은?”
“…내 동료다.”
“그렇군요. 헌데 신원이…”
경비대장이 그렇게 말하며 프레이의 옆에 있던 사람에게 손을 뻗자, 프레이는 다급히 경비대장을 막아서고는 속삭이기 시작했다.
“저 사람은 신원을 밝히는걸 원하지 않아서 저러고 있는 거야. 그러니, 딱히 건드리지 않아도 돼.”
“으음, 그건 잘 알겠습니다만. 아무리 신원이 확신된 프레이 씨의 보증을 서주신다 해도 역시나…”
“알겠지?”
“넵, 안내원에게 그것도 말해두겠습니다!”
다시 한번 경비대장의 손에 금화들을 쥐어 준 프레이는, 그가 싱글벙글한 미소를 지으며 사라지려고 하자 조용히 질문을 던졌다.
“그 금화들은 어디에 쓸건가?”
“당연히 저축이지요, 당분간은 노예들을 교육시키느라 바빠서 말입니다!”
“그래, 저축은 좋은 습관이지. 잘 저장해 두게나.”
프레이의 덕담까지 들은 경비대장은 입이 귀에 걸릴 정도로 함박웃음을 지으며 사라졌다.
“…그래야 업보를 받을테니.”
그런 그를 보며, 프레이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경비대장에게 건낸 돈은, 불행해지는 저주가 걸린 위조 금화였기 때문이었다.
지난 회차에서의 집요한 조사로 인해 경비대장이 심각할 정도의 구두쇠라는 걸 알고 있었던 프레이의 노림수였다.
“후우…”
그렇게 경비대장이 자신의 시야에서 모습을 감추자, 프레이는 한숨을 내쉬며 페를로체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이게 되네.’
맹한 표정을 짓고 있던 페를로체의 등에 자신의 기만의 로브를 망토처럼 씌워둔게 통했다는 것에 감격스러워 하던 프레이는, 저 멀리서 안내원이 다가오는 걸 보고는 옆에 있던 페를로체에게 넌지시 말을 걸었다.
“앞으로 한마디도 하지 말고 조용히 있어. 괜히 일을 복잡하게 만들지 말고. 알겠지?”
“네, 알겠습니다.”
“그래, 그럼… 어?”
이윽고 페를로체가 침착하게 대답하자 한숨을 내쉬며 발걸음을 돌리려던 프레이는,
“뭐야…”
이내 인상을 찌푸리며 페를로체에게 질문을 던졌다.
“…갑자기 왜 울고 있어?”
“네?”
그 말을 들은 페를로체는,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무슨 소리를 하시는 거에요? 전 웃고 있는데?”
“………”
평소같이 얼빠진 미소를 지으며 한 답변이었지만, 프레이는 차마 고개를 끄덕이지 못했다.
“대체 뭐야.”
짙은 어둠속에서 빛나는 그녀의 눈은, 전혀 웃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뭘 숨기고 있는거야, 너.”
그런 페를로체의 품에는, 뜯겨진 편지 한장이 품어져 있었다.
– 당신, DLC에 대해서 아시는게 있죠?
분명히 교단에서 왔다고 했던, 그녀의 전서구가 물어온 편지에 담겨져 있던 세레나의 편지가.
“전 아무것도 몰라요!”
페를로체 아스텔레이드는, 아무것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