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Heroines are Trying to Kill Me RAW novel - Chapter (111)
메인 히로인들이 나를 죽이려 한다-111화(111/524)
Episode 111
“오늘 구경은 만족하셨는지요?”
“그럭저럭, 내 지하에 추가할 콜렉션을 몇개 건지긴 했군.”
“그렇군요, 그럼 좋은 하루 되시길.”
“그래.”
여자 안내원의 배웅을 받으며 노예시장을 나선 나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하늘을 쳐다보기 시작했다.
“벌써 해가 졌네.”
어느새, 해가 저물고 날이 어두워지고 있다.
하긴, 노예시장에 들어갈때부터가 꽤나 늦은 시간이었으니 그럴만도 하다.
“이제 벗어.”
“으앗!”
그렇게 내가 싫어하는 태양이 지고 내가 좋아하는 달이 뜨는 모습을 조용히 지켜보던 나는, 나를 따라 멍하니 하늘을 올려다보던 페를로체에게 덮어져 있던 로브를 벗겼다.
“프레이!!”
“왜.”
“저 쥐났다고요!”
그리고 그녀와 함께 거리를 걷는데, 뒤에서 페를로체가 자꾸만 빼액 소리를 질러댄다.
“잘만 걷는구만. 쥐는 무슨.”
“으아아아아! 아파요!”
그런 페를로체를 무시하며 계속 앞으로 향하던 나는, 그녀의 칭얼거림에 결국 잔뜩 인상을 찌푸리며 고개를 돌렸다.
“그래서 나보고 뭐 어쩌라고.”
“주물러주세요!”
“…아까 그 팔만 주무르면 되지?”
페를로체의 입을 틀어막으려면, 아무래도 그녀의 팔을 주물러줘야 할 것 같다.
사람도 별로 없는 한적한 골목이니 괜찮겠지 뭐.
“으흐음… 으음…”
그런 생각을 하며 팔을 주무르기 시작하니, 페를로체가 볼을 씰룩거리며 미소를 짓기 시작했다.
덕분에 나도 모르게 손가락으로 볼을 찔러보고 싶은 충동이 들었으나, 꾹 참기로 했다.
“됐지? 그럼 이제…”
“다른 곳도 주물러 주세요!”
“뭐?”
그렇게 한참동안 페를로체의 팔을 주물러준 뒤 그녀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짓는걸 보고는 떨어지려는데, 페를로체가 입을 삐쭉 내밀며 소리쳤다.
“아까 제때 주물러주시지 않아서, 쥐가 온몸으로 번졌어요!”
“하아…”
이어진 페를로체의 헛소리에 인상을 찌푸린 나는, 주무르고 있던 그녀의 팔을 잡아채고 앞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으앗, 아파요! 으아아!”
“따라와, 할말이 있으니까.”
“할말이요?”
내 싸늘한 말투에 페를로체가 고개를 갸우뚱 거린다. 평소같으면 그런 그녀의 멍청한 행동을 그냥 그렇다고 여겼겠지만, 지금은 저것조차 어색해 보인다.
“아, 알겠으니까 잡아당기지 마세요! 제 발로 갈테니까! 좀!”
“…흠.”
그런 생각을 하며 앞으로 걸어가던 나는, 뒤에서 울상을 지으며 내게 끌려오던 페를로체를 조용히 노려보기 시작했다.
[이름: 페를로체 아스텔레이드] [능력: 힘 1 / 성력 8.3 / 지능 2.3 / 정신력 8] [특이사항: 태양신의 가호] [성향: 성녀] [선함 수치: 100]“…이상하다.”
“네?”
“아무것도 아냐.”
혹시나 해서 시스템창을 띄웠지만, 바뀐 부분은 없다.
[페를로체 아스텔레이드의 현재 감정: 짜증/증오]그녀의 감정을 확인해봐도 마찬가지다. 페를로체는, 최소한 시스템 상으로는 바뀐것이 없다.
그렇다면, 최근들어 부쩍 심해진 페를로체의 이상현상은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프레이! 이제 어디로 가실 건가요?”
“기숙사.”
“마침 저도 기숙사로 가려고 했어요! 그럼, 같이 가죠!”
이리저리 머리를 굴려봤지만 뾰족한 해답을 찾아내지 못한 나는, 결국 한숨을 내쉬며 발걸음을 옮겼다.
“기숙사에 도착해서 마사지 해 주세요!”
“…후우.”
이러다 안 그래도 시한부인 생명이 더 짧아지는 건 아닐까 모르겠다.
“해주실거죠?”
“…그래.”
하지만, 어쩔수 없다.
모든 능력치가 0.2가 올라가는 사기급 버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그녀와 일단은 이 관계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
파트너는 한번 깨지면 다시 결합도 불가능하고 ‘파트너의 축복’ 버프도 사라지기에, 만약 페를로체가 삐져서 파트너를 해제라도 한다고 하면 낭패다.
‘하지만, 다 방법이 있지.’
그렇기에, 마사지를 해주면서 그녀가 세상에서 가장 싫어하는 행위를 해야 할 것 같다.
지난 회차를 겪고도 쭉 나를 걱정해왔던 그녀를, 단박에 실망시켜버린 행위를 말이다.
여자가 날 증오하게 하는데는, 그것만한 게 없다.
.
“흐아암…”
클라나 솔라 선라이즈는, 밤늦게까지 기숙사에서 공부를 하다 하품을 시작했다.
“졸리네요…”
아무도 듣는 사람이 없지만, 그녀는 혼잣말을 한다.
지난 회차의 유년기 시절부터 황위 계승 서열 최상위가 되기 전까지 외로움에 너무나도 익숙해져 있던 그녀였기에, 혼잣말을 하는 습관이 여전히 남아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더 열심히 해야겠죠. 이러는 와중에도 시간은 가고 있으니.”
그렇게 말하며 클라나는 다시 공부를 시작했다.
물론, 아카데미 공부가 아니라 향후 미래에 무엇을 해야 할지에 대한 공부였다.
아카데미 시험 정도는, 페를로체를 제외한 모든 회귀한 히로인들이 거뜬히 만점을 맞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 사람은 쳐내고, 이 사람은… 애매하네요. 아군으로 끌어오기도 그렇고, 그렇다고 적으로 돌리기도…’
그렇게 한동안 제국 귀족들의 사진을 보며 메모를 해 나가던 클라나는, 무심코 페이지를 넘겼다가 굳어버렸다.
– 프레이 라온 스타라이트
“…아.”
그 페이지에는, 미소를 짓고 있는 프레이의 사진이 붙어있었기 때문이다.
– 반드시 제거해야 함. 무슨 일이 있더라도. 창으로 온몸을 갈기갈기 찢어내고, 단검으로 심장을 도려내서…
그리고 회귀한 첫날 잔뜩 분노한 채로 휘갈겨 적은 메모 또한 길게 적혀 있었다.
“후우…”
클라나는, 프레이와 맹약을 맺었던 과거의 기억을 되찾은 후부터는 그가 있던 페이지를 애써 펼치지 않았었다.
그의 얼굴을 볼때마다, 미묘한 감정이 그녀를 자극했기 때문이다.
“프레이 라온 스타라이트… 당신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한참동안 사진을 내려다보던 클라나는, 넌지시 질문을 던졌다.
물론 사진 안의 프레이는 묵묵부답이었다.
“…하아.”
그럼에도 답변을 기다리기라도 하듯이 계속해서 사진을 내려다보던 클라나는, 이내 한숨을 내쉬며 의자에 등을 기댔다.
“그래요, 제가 아니면 누가 그 망나니를 책임지겠어요.”
그리고 클라나는, 이내 피식 웃으며 중얼거렸다.
자신이 아니면, 그 누가 프레이를 갱생시키겠는가?
오직, 어렸을때 프레이와 맹약을 맺은 자신만이 그 일의 적임자일 것이다.
‘…그러고보니, 2학기 부터는 ‘파트너’ 시스템이 생기죠.’
그런 생각을 하며 펜을 손에서 굴리던 클라나는, 인상을 찌푸리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분명히 프레이는… 같이 지낼 파트너도 없을 거에요.’
파트너 시스템은 프레이의 강압이 통하지 않는다.
왜나면, 그 시스템은 교사인 ‘이솔렛’이 관여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프레이는 지금쯤 신청해오는 파트너 하나 없이 외로움에 빠져 있을게 뻔하다.
“정말, 어쩔수 없네요.”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클라나는, 정말이지 어쩔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서랍을 열기 시작했다.
– 클라나, 맹약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나와 파트너가 되어줘야 할 것 같은데.
“…저라도 그의 파트너가 되어주는 수밖에.”
이윽고 그녀는, 며칠전에 프레이가 자신에게 보낸 편지를 읽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물론 그녀는, 자신이 자기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는 사실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클라나님, 어디 가시나요?”
“잠시 산책좀 하고 오게요.”
“…동행하겠습니다.”
그런 클라나를 조용히 지켜보던 그녀의 메이드는,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침대에서 일어났다.
최근들어 정신상태가 좋지 않다는 풍문이 퍼졌던 클라나였던지라, 그녀의 심복들은 언제 또 그녀의 정신이 망가질지 몰라 항상 안절부절해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뇨, 괜찮아요. 금방 다녀올테니 따라오지 마세요.”
“그치만…”
“따라오지 마시라니까요.”
“…알겠습니다.”
하지만 클라나가 살짝 얼굴을 붉히며 언성을 높이자, 메이드는 다시 침대에 앉을 수밖에 없었다.
“아, 맞다.”
그런 메이드를 힐끔 쳐다보던 클라나는, 방을 나서려다 말고 책상에 올려져 있던 책갈피를 잡았다.
“깜빡할 번 했네.”
그 책갈피는 최근들어 클라나가 외출을 할때 빼놓지 않고 챙기는, 마치 부적과도 같은 물건이었다.
왠지 모르게 그 책갈피에는, 작은 카나리아 꽃잎 하나가 끼워져 있었다.
“흐흥, 흠…”
그렇게 만반의 준비를 마치고 방을 나선 클라나는, 낮은 소리로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복도를 걸어가기 시작했다.
“…음?”
그렇게 몇분동안 부지런히 걸은 끝에 프레이의 기숙사가 있는 복도에 도착한 클라나는, 이내 고개를 갸우뚱거리기 시작했다.
“카니아 씨? 왜 그런 표정을 짓고 계시나요?”
“…아무것도 아닙니다.”
프레이의 방 앞에서 카니아가, 어두운 표정으로 이를 갈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혹시, 프레이에게 괴롭힘을 당하셨나요? 그런거라면…”
“…아닙니다. 그럼 전 잠시 볼일이 있기에.”
클라나의 질문에 고개를 가로저은 카니아는, 천천히 복도를 걸어나갔다.
“프레이, 할말이 있…”
그런 카니아를 아리송한 눈빛으로 쳐다보던 클라나는, 이내 문으로 걸어가며 입을 열었지만.
“하으으…!”
“…는데.”
문 틈에서 신음소리가 들려오자 말을 하다말고 얼어붙어버렸다.
“요새 공부를 너무 열심히 한걸까요?”
그렇게 잠시동안 그 자리에 얼어붙은채 자신의 귀를 의심하던 클라나는, 애써 자신의 과로 때문에 헛것을 들었다 생각하며 문고리에 손을 뻗었으나.
“아흐으으으…”
“…..!”
다시 한번, 그것도 너무나도 익숙한 목소리가 문틈에서 흘러나오자 다시 한번 얼어붙었다.
“…저, 저건 페를로체의 목소리인데.”
이번회차에 몇 없는 그녀의 진정한 친구인 페를로체의 신음소리가, 프레이의 방에서 울려퍼지고 있다.
‘…안돼.’
그 사실을 인지하자 마자 클라나는 프레이의 방문을 마구 두드리며 소리쳤다.
“프레이! 나와봐요! 할말이 있어요!”
분명히 순수하고 남에게 잘 속아넘어가는 페를로체가, 프레이의 꾀에 속아넘어가 몹쓸짓을 당하고 있는게 뻔하다.
그러니, 그녀의 친구인 내가 어떻게든 막아야 한다.
“프레이!! 문열어!!”
그런생각을 하며 클라나가 계속해서 문을 두드리자, 몇분 뒤에 문이 천천히 열렸다.
“당신, 대체 이게 뭐하는 짓…”
“안녕하세요! 클라나 씨!”
“…아?”
그러자 클라나는 재빨리 프레이에게 소리를 치려 했지만, 그녀의 앞에 나타난건 프레이가 아닌 페를로체였다.
– 쾅!!
“페를로체. 저 안에서 무슨 일을 했는지… 아니, 오늘 무슨 일이 있었는지 빠짐없이 말하세요.”
그런 페를로체를 멍하니 내려다보던 클라나는, 제빨리 방문을 닫고 그녀를 추궁하기 시작했다.
“음… 오늘 전 하루종일 프레이를 따라다녔어요!”
“프레이를요?”
“네! 그랑 같이 공부도 하고, 카페도 갔고요!”
그러자, 페를로체는 해맑은 표정으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화장실에도 같이 가고, 케비넷에도 같이 들어가서 간지럼 놀이도 했…”
“네?”
그런 페를로체의 말에 클라나가 입을 떡 벌리자,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말을 덧붙였다.
“그리고 방금은 프레이에게 마사지를 받았어요! 역시 프레이에게도 갱생의 여지가 있나봐요, 제가 온몸을 주물러달라 하니 정말로 순순히 온몸을 주물러 주시는거 있죠!”
“그, 그때 기분이 어땠나요?”
그 말을 들은 클라나는, 다급히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혹시, 프레이의 손길때문에 불쾌하거나 치욕감을 느끼셨다면 제가 반드시…!”
“정말 기분이 좋았어요.”
“네?”
“꼭 다시 받고 싶을 정도로… 기분이 좋았어요.”
그렇게 말하며 페를로체가 얼굴을 붉히자, 클라나는 멍한 표정을 짓기 시작했다.
“그런데, 여긴 어쩐 일이신가요?”
“아, 그 그게… 프레이에게 볼일이 있어서…”
“그렇군요, 그럼 전 이만 갈게요!”
이윽고 페를로체의 질문에 겨우 입을 땐 클라나는, 그녀의 질문에 빠르게 답변한 페를로체가 복도에서 멀어져가는걸 멍하니 쳐다보다가 조심스럽게 프레이의 방 안으로 들어섰다.
“…무슨일이지?”
그러자, 클라나의 시야에 상당히 당황한 표정을 짓고 있다가 순식간에 표정을 싸늘하게 바꾼 프레이가 들어왔다.
“다, 당신. 저번에 보낸 편지 말이에요.”
그런 프레이에게, 클라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하기 시작했다.
“그거, 지금 생각해봤는데…”
“파트너를 말하는거야?”
“네, 네에. 당신의 제안을 수락…”
“그거라면 이미 늦었는데.”
프레이가 ‘늦었다’라는 말을 하자, 클라나의 표정이 창백해졌다.
“이미 페를로체와 파트너가 됐어.”
“네, 네에!? 그게 무슨…!”
그리고 이어진 프레이의 말을 들은 클라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당신은 제게 편지를…”
“답장을 안했잖아. 난 답장이 안와서 네가 거절한 줄 알았지.”
“……아.”
그 말을 들은 클라나는, 조용히 고개를 떨구었다.
“크, 클라나?”
“프레이.”
그렇게 한참동안 고개를 숙이고 있던 클라나는, 이내 조용히 입을 열었다.
“오늘밤에 시간 있으신가요?”
“뭐?”
그 말에 프레이가 당황한 표정으로 묻자, 클라나는 태연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같이 밤 산책좀 하죠, 저희.”
그것이 클라나 인생 첫번째의 데이트 신청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