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Heroines are Trying to Kill Me RAW novel - Chapter (113)
메인 히로인들이 나를 죽이려 한다-113화(113/524)
Episode 113
“대체 어딜 가는거야?”
“따라오세요. 따라오시면 알아요.”
죄송해요, 프레이. 제 변덕에 휘말려들게 해서요.
인상을 잔뜩 지푸리신걸 보면 어지간히도 화나신 것 같던데, 이것 참 몸둘 바를 모르겠네요. 더 이상 당신에게 누를 끼치고 싶진 않았는데 말이죠.
“아, 저깄다.”
“…저건?”
하지만 며칠동안은. 아니, 어쩌면 오늘만이 될 수도 있지만.
그래도 처음 부려보는 제 변덕에 어울려 주셨으면 하네요.
“왜 그러시나요? 마차를 처음 보시는 것도 아니고.”
“아니, 산책을 하자며. 마차는 대체 왜…”
“산책을 꼭 걸어서 할 필요는 없죠. 그러니 어서 타세요.”
그렇게 말하니, 프레이가 어이없는 표정으로 절 쳐다보기 시작했어요.
‘…윽.’
그가 절 저런 눈빛으로 쳐다볼때마다, 심장이 욱신거려요. 마치 빨갛게 달군 대못을, 심장에 박아넣는 느낌이랄까?
하지만, 어쩔 수 없죠. 다 저의 업보…
아니, 맹약 때문이에요. 맹약 때문에 어쩔 수 없는거에요. 명심해야 해요. 전 지금…
– 부르르…
이런. 복잡한 생각을 하다보니 어느새 손이 떨리기 시작했어요.
누군가 제 손을 잡아주면 좋을텐데. 하지만 제 손을 감싸는건 역시 차가운 밤공기 뿐이네요.
– 이히힝!!
그런 생각을 하며 마차에 올라타 창밖을 바라보고 있으니, 말이 힘차게 울부짖으며 마차가 움직이기 시작했어요.
“흐아암…”
살짝 두근거리는 마음을 품은채 프레이를 바라봤지만, 그는 피곤한 표정을 지으며 하품을 하고 있었어요.
하긴, 지금은 밤늦은 시간이죠. 그가 피곤할만도 해요. 덕분에, 안 그래도 미안한 프레이에게 더더욱 미안해졌어요,
하지만, 정말 염치없는 말이지만… 며칠만이라도, 오늘 하루만이라도 저와 시간을 보내주세요.
어쩌면, 지금 당신과 보내는 시간이 마지막이 될 수도 있으니까.
“흡, 쿨럭.”
“앗.”
“크흠, 큼.”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프레이가 갑자기 기침을 하기 시작했어요. 감기라도 든 걸까요?
– 스윽.
아, 감기가 아니었군요.
당황한 표정으로 입을 가린채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그것도 자동세척기능이 달린 손수건을 꺼내는데 그저 감기일리가 없죠.
아무리 둔감하고 무능력한 저라도.
기억이 점차 떠오르고 있는 이상 그정도는 안다고요.
“프레이, 많이 아파요?”
“별거 아냐. 그냥 감기야.”
“…그렇군요.”
거짓말. 페를로체에게 이미 들었어요. 당신의 수명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걸요.
처음 들었을때는 그저 통쾌했죠. 저를 비롯한 사람들의 회귀덕분에 인과가 뒤틀려, 악인인 당신이 시한부가 되어버린거라 믿었거든요.
그랬기에, 당신이 전회차에서 저지르지 않은 악행을 저지르고 다닐때마다 전 점점 불안해졌어요.
어쩌면 그게 인과가 뒤틀려 당신이 시한부가 된 부작용은 아닐까. 그래서 지난회차에서 죽지 않았던 사람이 죽거나 더 큰 희생자가 나오진 않을까.
그리고, 마왕이 당신을 높이 사 부활시켜 심복으로 삼지는 않을까.
정말로 두려웠어요.
그래서 전 당신을 죽이기로 마음먹었답니다.
인과가 뒤틀린건 회귀한 저의 책임이라 생각했기에. 당신이 새로운 잘못을 저지르기 전에 제 손으로 모든걸 끝내려 했어요.
그런데, 그런데…
그런 일이 일어날 줄이야.
‘안돼. 아직은 안된다고. 조금만 더 버텨 줘. 아직 해보고 싶은게 많단 말이야.’
순간적으로 뇌리를 스친 생각을 고개를 휘저으며 재빨리 털어버린 저는, 문득 제 앞에서 느껴지는 특이한 기운에 집중하기 시작했습니다.
‘별의 마나에… 달의 마나. 그리고, 흑마력까지?’
억만금을 내도 구경하기 힘든 기운들이 한데 모여서 공명하고 있어요. 비록 기운은 작지만, 개성이 강해서 금방 알아볼 수 있네요.
그래서, 이건 대체 어디서 나오는 기운일까요? 한번 찾아봐야겠어요.
“…뭘 그렇게 빤히 쳐다봐?”
“프레이, 그 손수건좀 잠시 보여주시겠어요?”
그런 생각을 하며 한참동안 기운을 읽어나가던 저는, 결국 기운의 근원지를 찾아낼 수 있었어요.
“여기.”
“감사합니다.”
프레이가 건내준 손수건에는, 다채로운 그림들이 그려져 있었어요.
별의 마나를 내뿜는 은빛 고양이, 그 고양이와 나닐고 있는 흑마력의 검은 고양이.
그리고 손수건을 은은하게 밝히고 있는, 달의 마나가 흘러나오는 달.
아마 이것들은, 프레이에게 있어서 소중한 사람들이 남긴 것들이겠죠.
– 샤아아…
“클라나?”
프레이에게 있어서는 소중한 물건일텐데, 감히 제가 이렇게 흔적을 남겨도 될까요?
“…죄송해요.”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전 어느새 손수건에 태양의 마나를 불어넣고 있었어요. 이런, 정말이지 뻔뻔하기 짝이 없네요. 뭐, 제가 그렇죠.
이 작은 손수건을 찬란한 빛으로 물들일 수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하다 못해, 태양이라도 그려넣을 수 있었다면 참 좋았을 텐데.
“자, 받으세요.”
“…이건?”
하지만, 전 그 정도로 뻔뻔한 사람은 아니랍니다.
그렇기에, 은색 고양이의 옆에 작은 카나리아를 새겨봤어요.
찬란하게 빛나는 태양에 비하면 정말이지 볼품없을 정도로 작은 흔적이지만, 그렇게라도 제 흔적을 남기고 싶었거든요.
그러니.
염치없지만, 부디 그걸 보시며 제가 누구였는지 기억해 주시길 바래요. 프레이.
전, 그거면 만족할게요.
“지금 가는 곳… 내가 생각하는 그곳 맞아?”
“…네?”
“맞냐고.”
한참동안 생각의 여운에 잠겨있는데, 프레이가 다급한 표정으로 질문을 던져 오네요.
“…아마 맞을걸요?”
잠시 머뭇거리다가 그렇게 답변하자, 프레이의 얼굴이 창백해지기 시작했어요. 하긴, 저라도 마찬가지였겠죠.
시한폭탄을 싣고 있는 마차가, 기름과 불이 가득찬 곳으로 향하고 있는 격이잖아요?
하지만, 저곳은 당신과 함께 꼭 한번은 다시 가보고 싶었던 곳이였답니다.
“정말, 그 숲으로 가고 있는거야?”
“아뇨, 그 근처에 있던 술집이요.”
“뭐?”
“당신과 함께 그 숲에서 겨우겨우 빠져나왔던 그날, 멋도 모르고 들어갔던 술집 말이에요.”
제 말을 듣자, 프레이의 표정이 복잡해지기 시작했어요.
반은 살짝 안도하는 표정이고, 반은 의문스러운 표정이네요.
그나저나, 프레이가 저렇게 다채로운 표정을 짓는 사람이었나요? 지금까지는 그저 오만하거나 뻔뻔한 표정밖에 짓지 않았었는데.
“그 술집에는 갑자기 왜?”
“음…”
그런 실없는 생각을 하고 있으니, 프레이가 질문을 해오기 시작했어요.
저 질문에 뭐라 대답해야 할까요? 용기가 안나서? 스트레스가 쌓여서? 아니면… 당신과 조금이라도 더 즐거운 추억을 쌓고 싶어서?
“…술이 먹고싶어서요.”
“그렇다면 내가 더 좋은 곳을 아는데…”
“당신이랑, 단둘이.”
“…음.”
제가 말을 마치자, 프레이가 입을 다물고는 생각에 잠겼어요.
아, 생각에 잠긴게 아니라 잠에 든 걸까요? 숨소리가 잦아들고, 코로 쌔근거리는 소리를 내는걸 보니 잠에든게 맞나봐요.
– 스윽…
그런 그를 보던 저는, 조심히 그의 옆자리로 자리를 옮긴 뒤 창밖에 비추는 별을 구경하기 시작했답니다.
오늘은, 별이 참 아름답네요.
.
“주문하신 술 나왔습니다.”
“…고마워요.”
심드렁한 표정을 짓고 있는 웨이터가, 저와 프레이가 앉아있던 자리에 술을 내려놓고 갔어요.
“이걸 마실 수는 있나?”
그 술을 인상을 찌푸린채 바라보던 프레이는, 이내 나지막한 목소리로 제게 질문을 던졌습니다.
“무슨 소리신가요?”
“너, 술 약하지 않던가?”
“…역시 어릴때를 기억하고 계셨네요.”
그 말을 들은 프레이는, 조용히 입을 다물고는 시선을 옆으로 돌렸어요. 말을 돌리는것도 자연스럽게 해야지, 저건 너무 티가 나네요.
“그 숲에서 맹약을 하고, 겨우겨우 빠져나왔던 저희들이 뭣도 모르고 들어왔던 곳이 여기였잖아요. 술집이 아니라 그냥 음식점인줄 알고 말이에요.”
“글쎄, 잘 기억이 안난다만.”
“전 기억하고 있어요. 몇백 골드씩이나 하는 비싼 옷들이 누더기 처럼 변해 거지꼴을 하고 있던 당신이, 마찬가지로 거지꼴이었던 제게 했던 말도.”
그렇게 말하니, 프레이의 눈썹이 꿈틀거리기 시작했어요.
“…아마, 제 꼴이 참 웃기다고 했었죠?”
“그랬었나.”
“네, 그러셨었어요.”
그렇게 말하자 조용히 한숨을 내쉬기 시작하는 그를 보며, 저는 속으로 중얼거렸어요
‘그리고, 얼마 뒤에 있을 생일파티에 절 초대하겠다고 했었죠.’
그렇게 말하는 당신은, 활짝 웃고 계셨죠.
생일에 누군가를 초대하는 것 조차도 계산과 가식을 담는 귀족들과는 달리, 순수하고 해맑은 미소를요.
“저희가 이 술집에서 멋모르고 술을 마셨다가, 만취 상태가 되었던 걸 기억하시나요?”
“……..”
“그 바람에 술집에서 쫒겨나서, 숲에서 하듯이 서로 엉겨붙은채 새우잠을 잤었잖아요.”
“원하는게 뭐야.”
옛날의 추억들을 나열해보지만, 프레이는 그저 싸늘하게 대꾸할 뿐이네요.
하긴, 지금 그의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겠죠.
“그때만큼은, 정말 좋았는데.”
그렇게 말하며, 저는 술을 술잔에 따라 들이켰답니다.
“너…”
“괜찮아요. 열심히 노력해서 주량을 올렸어요.”
“그게 가능한가?”
“전 할줄 아는게 노력밖에 없는걸요.”
프레이의 질문에 답한 저는, 다시 한번 술을 들이키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답니다.
“아무튼, 그때의 추억만큼은… 아니에요. 아무것도.”
“…..?”
의미심장한 제 말에 프레이가 고개를 갸웃거리기 시작했어요. 그럴 만도 하죠.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 불안한 소리를 내고 있으니까요.
그런 생각을 하며 저는, 속으로 못다한 말을 마쳤답니다.
‘…그때의 추억만큼은, 절대로 잊지 못할거에요.’
그 무렵 저는, 인생에서 처음으로 친구를 사귀었다는 사실에 매우 들떴었어요.
그래서, 시간이 나면 당신을 찾아가려고 했었죠.
하지만 그런 절 황후가 내버려 둘 리가 없었고, 결국 독방에 갇힌 저는 그저 당신과 다시 즐겁게 노는 것만을 생각하며 지낼 수밖에 없었어요.
하지만, 기회는 있었죠.
프레이 당신이 초대했던 생일파티 말이에요.
그 날만 손꼽아 기다리고, 또 기다렸었는데…
그리고 생일 파티가 열린 당일에, 당신과 놀 생각으로 얼마나 들떴었는데.
하필이면 그날, 당신의 어머니가 돌아가실 줄이야.
– 프레이, 괜찮…
– …꺼져.
그리고 그날 이후 당신은 변했어요.
제가 죽을때까지 섬기겠다고 맹세한, 순수하고 올곧은 영혼은 사라지고, 그저 당신의 탈을 쓴 추악한 망나니가 제국을 돌아다니게 됐으니.
그래서였나봐요.
기억을 잃고도, 친구를 사귀는걸 꺼려하던게요.
당신이 변한게, 제겐 많이 충격이었나봐요.
‘하지만…’
하지만 이제 전 알아요. 제가 섬기겠다 약속한 사람이, 아직 그 안에 남아 있…
“흐아아아앗!!”
“…깜짝이야.”
제가 갑자기 비명을 지르니, 제 눈치를 보며 술을 입에 가져다대던 프레이가 깜짝 놀라 술잔을 떨어트렸어요.
“정말 술이 쎄진게 맞나?”
“…죄송해요.”
프레이에겐 미안하지만, 어쩔 수 없었어요.
방금, 크나큰 실수를 할뻔 했거든요.
덕분에 살짝 창백하게 질린 얼굴로 손을 떨고 있으니, 프레이가 인상을 찌푸리며 질문을 던져왔어요.
“그래서, 대체 왜 갑자기 술을 마시자는 건데.”
“아까도 말했잖아요. 그냥 단둘이…”
“그거 말고, 진짜 이유.”
진짜 이유라… 진짜 이유 말이죠…
그건.
“맹약 때문이에요.”
“맹약?”
“그래요. 요즘 당신이 스트레스가 많아 보이길래, 맹약에 의거해서 술을 사드린 거에요. 제게 강제된 의무니 어쩔 수 없어요.”
물론 맹약 때문은 아니에요.
슬슬, ‘시련’에 대한 기억들이 다시 돌아오고 있거든요.
그렇기에, 전회차의 세레나 씨가 자주 쓰시던 마인드 컨트롤을 따라해봤지만… 역시 저따위에겐 너무 과분한 기술이었나봐요.
하긴, 저 같은 무능력자가 하는 일이니 뻔하죠 뭐.
세레나 씨 처럼 똑똑하지도 않고.
카니아 씨 처럼 흑마법도 못쓰고.
페를로체 씨 만큼 착하지도 않고.
이리나 씨 만큼 마법실력이 뛰어나지도 않고.
어렸을때부터 지금까지, 전회차에서부터 지금회차까지. 이를 악물고 피나는 노력을 했음에도 겨우 이따위 인물인 저니까요.
어설프게 세레나 씨를 따라해 봐도, 오히려 기억을 되찾는 속도가 심해지기만 했지 덜해지지는 않았어요.
하긴 모든게 ‘맹약’ 때문이라니, 그런 허접한 암시로 어떻게 감정을 조종하겠어요.
다행히 지금은 아슬아슬하게 위험선에 걸쳐있지만… 아무리 많아봤자 며칠 내, 어쩌면 오늘 안으로 당신에 대해 확신을 해 버릴 것 같아요.
그래요, 그러니.
최후의 수단을 쓸 수밖에.
“프레이, 동물을 좋아하시나요?”
“…싫어하진 않는다만.”
“그럼, 카나리아도 좋아하시겠네요?”
“질문의 요지가 뭐지?”
여전히 의심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갸우뚱 거리는 프레이를 보며, 저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습니다.
“아까 당신의 어깨에 올려둔 카나리아를, 지금까지 올려두고 계시는 걸 봐서는… 역시 좋아하는게 맞죠?”
“…하아.”
“그렇게 알게요.”
카나리아로 변해서 아카데미를 정찰하다가, 뒤뜰의 고양이를 쓰다듬는 당신을 몇번 본적 있어요.
그뿐만이 아니라, 당신은 세레나의 올빼미에게도 항상 먹이를 주시고 쓰다듬어 주시죠.
그리고, 제 카나리아에게도 잘해주세요.
그 모든것을 미루어봤을때, 동물은 당신에게 ‘해’를 끼치지 못해요.
그러면, 답은 하나죠.
“프레이, 그 새는 선물로 줄게요.”
“갑자기?”
“그래요. 그러니…”
저는 곧 영원한 잠에 빠질거에요.
아마, 명을 다할때까지 깨어나지 않겠죠. 제 영혼과 정신을 다른 곳으로 옮길테니까요.
그래요.
어리석은 태양의 폭주가, 아름다운 별을 삼키기 전에.
전, 당신의 곁에 머물러 지저귀는.
당신만의 카나리아가 되겠습니다.
그러니,
“…부디 잘 부탁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