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Heroines are Trying to Kill Me RAW novel - Chapter (114)
메인 히로인들이 나를 죽이려 한다-114화(114/524)
Episode 114
“크흐…”
“…너무 무리해서 마시는게 아닌가?”
아까부터 계속해서 술을 들이 마시고 있는 그녀를 잠시 바라보던 나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질문을 던졌다.
“이 정도는 괜찮아요… 아직 주량의 반의 반도 안마셨어요.”
“그렇다고 치기에는 너무 얼굴이 빨간것 같은데.”
눈이 살짝 흐리멍텅하게 변한 그녀에게 질문을 던지니, 그녀가 미소를 띠며 말한다.
“더워서 그래요.”
“지금은 밤이라 꽤 쌀쌀하다만.”
“좀, 오늘만큼은 그냥 넘어가자고요.”
그렇게 말한 그녀가 다시 손을 술잔에 뻗기 시작한다.
아까는 그렇게도 떨고 있던 손이 멀쩡한걸 보니, 역시 마음의 병의 치료제로는 술이 가장 적합한 것 같다.
“그 카나리아 어때요? 마음에 들죠?”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클라나가 내 어깨에 앉아있는 카나리아를 가리키며 말을 시작했다.
“…….”
“별로라곤 하지 마세요. 그러면 꽤나 슬플 것 같거든요.”
그렇게 말한 클라나가 내 눈치를 보기에, 나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볼만은 하군.”
“다행이에요.”
어쩔수 없이 적당히 답변해주니, 클라나가 안심을 한 표정을 짓기 시작했다.
‘…설마.’
그런 그녀를 보니, 문득 저번회차의 일이 생각난다.
설마 아니겠지 싶지만, 지금 그녀가 짓고 있는 표정은… 그때와 너무나 유사하다.
“어머, 건배하실 생각이 드신건가요?”
그런 생각을 하며 눈앞에 있는 술잔에 손을 뻗으니, 클라나가 술잔을 내게 뻗으며 말해온다.
“건배해요, 저희.”
“…그래.”
나의 술잔과 그녀의 술잔이 중간지점에서 부딪힌다. 그리고 그 덕분에, 술잔의 표면이 부드럽게 진동하기 시작했다.
“…윽.”
그 덕분에 생긴 물결을 쳐다보다가 한잔을 들이키니, 절로 인상이 찌푸려진다.
술이란 술은 전부 다 먹어보고, 아무리 술을 마셔도 높은 정신력 때문에 취하질 않는 나의 기준에서도.
이 술은 너무나도 독했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독한 걸 들이키고 있었던 건가?”
“네, 술기운을 빌려서라도 용기를 얻어야 할 일이 있어서요.”
“그 일이란게 뭐지?”
“맹약 때문에 당신을 강제로 섬기는 일 말이에요… 이렇게 독한 술에 의지하지 않으면 무척이나 힘든 일이거든요.”
그렇게 말하는 클라나의 표정은 평온해 보였고, 아까부터 바들바들 떨던 손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조용히 책상에 올려져 있다.
“……….”
하지만, 왠지 모르게 느낌이 이상하다.
마치, 폭풍이 몰아쳐 모든걸 휩쓸어 버리기 전의 잔잔한 바다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역시 이상해.’
오늘의 클라나는 확실히 뭔가 이상하다.
야밤에 갑자기 술을 먹자고 하질 않나, 그래서 온 곳이 옛날의 추억이 깃든 술집이지 않나.
게다가, 분명히 그녀는 손을 떨고 있었다. 그 말인 즉슨, 시련의 기억이 이미 상당부분 돌아왔다는걸 뜻할 것이다.
그런데, 그녀는 왜 저리 평온한 표정을 짓고 있을까?
‘마치, 먼길을 떠나기 전에 모든걸 정리한 사람처럼 말이야.’
물론 내 착각일수도 있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태양의 마나로 만들어진 카나리아를 내게 선물로 줬다.
그리고는, 부디 잘 부탁한다라?
아무리 생각해봐도, 선조님이 예언서에 남겨둔 그 배드엔딩과 너무 똑같다.
배드엔딩 중에서도 가장 슬픈 그 배드엔딩과 말이다.
“시간이 늦었는데, 오늘은 이만 기숙사로…”
“이제 막 12시인걸요? 전혀 늦은 시간이 아니에요.”
“12시라고?”
“네, 설마 제국 최고의 망나니인 당신이 12시를 늦은 시간이라고 하진 않겠죠?”
그렇게 말한 클라나가 벽에 붙어 있던 시계를 가리키기에 확인해보니, 정말로 정각 12시다.
그 말은, 하루가 지나고 새로운 하루가 찾아왔다는 것이다.
그리고.
“하.”
페를로체에게 썼던, ‘독심술’ 스킬의 쿨타임이 초기화가 되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하하, 하하하…”
“…프레이?”
내가 헛웃음을 흘리기 시작하자, 클라나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날 쳐다본다.
“하……”
그런 그녀를 쳐다보던 나는, 이내 한숨을 내쉬며 눈을 지긋이 감고는.
‘어쩐지, 카나리아를 준다 했어.’
전회차의 기억을 떠올리기 시작했다.
내 앞에서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는 그녀와 나의, 마지막 기억을.
– 프레이 라온 스타라이트여. 정녕 네녀석이 내게 충성을 보이고 싶다면, 그녀의 심장을 네 스스로 도려내어 지옥을 현현시켜 보거라.
마왕군에게 짓밟혀 폐허가 되어버린 황실과, 처참하게 도륙된 병사들.
여기저기 흩어져있는 피와, 찢어진 갑옷으로 그 흔적만 남긴 황실기사단.
그리고 무너진 황좌에 앉아, 눈을 감은채 조용히 식어가던 너.
항상 찬란한 빛을 내뿜으며 타오르던 그녀가, 그렇게 싸늘하게 식을 수 있을 줄은 몰랐다.
그런 그녀를 안아들고 마왕이 설치한 마법진까지 걸어갈때, 어쩐지 어디선가 본것만 같은 카나리아가 주변을 멤돌았다.
안 그래도 싸늘하게 식은 너의 온도가 내게 전해져서 심란한데, 하필이면 카니리아가 주위를 맴돌기어 더더욱 울적해졌었다.
하지만, 거기에서 그만 둘 수는 없었기에 이를 악물며 마법진 으로 향했고.
그렇게 겨우겨우 마법진에 도착해, 품에서 칼을 꺼내 클라나의 심장을 찌르려던 순간.
“짹!”
“…아윽!”
그 카나리아가, 내 눈을 쪼았었다.
덕분에 눈에서는 피가 흐르기 시작했었고, 당황한 내가 들고 있던 칼을 마구 휘두르자.
카나리아는, 재빨리 날아올라 천장의 장식에 자리잡고는. 나와 클라나를 물끄럼히 내려다봤었다.
마치, 내가 지옥을 현현 시키는 모습을 눈에 담아두기라도 하려는듯 말이다.
그때는, 그저 클라나가 키우던 애완조가 주인의 죽음을 슬퍼하는 줄 알았다.
– 푹!
그래서 그녀의 심장을 찌른 나는, 차마 고개를 다시 위로 들지 못했다.
그저, 카나리아가 지저귀는 소리가 멎어들고 나서야 어디론가 떠났을거라 여기며 의식을 시작했을 뿐이다.
어느새 눈에서 나오고 있던 피가, 조금 더 묽어진 채 흐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으며.
제국에 지옥을 불러왔었다.
“프레이.”
“…어?”
그렇게 깊은 생각에 잠겨있던 나는, 클라나의 부름에 문득 정신을 차렸다.
“그 카나리아가… 마음에 드셨나봐요?”
“갑자기 무슨 소리야.”
“무슨 소리냐니요. 당신이 지금 카나리아를 쓰다듬고 있잖아요.”
그 말을 듣고 정신을 차려보니, 상황이 참 웃기다.
어느새 카나리아를 어깨에 내린 내가, 녀석을 식탁에 올려둔채 손으로 조용히 쓰다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정말 다행이에요. 마음에 드셔서.”
그런 나를 쳐다보던 클라나가, 다시 한번 평온한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여기, 술 한병만 더 주…”
– 콕!
그러던 클라나가 손을 들고 술을 시키려기에, 털갈이를 하고 있던 카나리아를 콕 찔러보니.
“…읏.”
그녀의 반응이 심상치가 않다.
“왜 그러지? 클라나?”
“…아, 아니에요.”
그런 클라나에게 나지막한 목소리로 질문을 던져보니, 그녀가 애써 내게서 시선을 돌리며 말을 얼버무린다.
“흐음…”
조용히 식탁을 손가락으로 두드리다가, 이내 종업원이 새로 두고간 술병에 손을 뻗은 나는. 조심스럽게 술을 술잔에 따르며 입을 열었다.
“아직도 안 취했어?”
“…그러는 당신이야 말로 안 취하셨나요? 분명히 당신은 주량이 낮았을텐데.”
그렇게 묻는 클라나는, 슬슬 취기가 올라오는 건지 숨을 가쁘게 몰아내쉬고 있었다.
“당신… 지금 카나리아를 간지럽히시는 건가요?”
그런 그녀를 조용히 바라보던 나는, 클라나가 살짝 당황한 목소리로 질문을 던져오기에 날카로운 눈빛을 지으며 답했다.
“그렇다만.”
“왜, 왜요? 왜 그런짓을…”
“네가 내게 선물로 줬으니, 뭘 하던지 내 마음이지. 안 그런가?”
그렇게 말하니, 클라나가 조용히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그럼, 앞으로도 그렇게 괴롭히실 건가요?”
“…가끔 스트레스가 쌓이면?”
“그래도, 때리진 않을거죠?”
“장담은 못하겠는데.”
그렇게 말하며 술을 한잔 들이키니, 입술을 잘근잘근 씹고 있는 클라나가 보인다.
“동물들에겐 별 신경을 안 쓰신다면서요?”
“그건 그렇지. 하지만, 내 소유인 애완동물은 조금 이야기가 다르지.”
“뭐가 다르다는 건가요.”
“글쎄…”
말꼬리를 흐리던 내가 다시한번 카나리아를 간지럽히자, 클라나가 바들바들 떨기 시작했다.
“하으으….”
“보면 알텐데.”
그런 그녀에게 입꼬리를 올리며 말하니, 조용히 고개를 숙이고 있던 클라나가 갑자기 술을 연거푸 들이키기 시작했다.
“상관 없어요.”
“뭐?”
“그건 당신에게 준 선물이니. 당신이 알아서 하세요.”
“내가 뭘 어떻게 해도 상관이 없다는 소린가?”
내가 최대한 싸늘한 목소리로 물었음에도, 그녀는 그저 미소를 띠며 답할 뿐이었다.
“당신이 원하는 대로 하세요.”
그 말을 들은 나는, 카나리아를 간지럽히던 걸 멈추고는 조용히 녀석을 다시 어깨에 얹었다.
“…취했군.”
“아뇨, 아직…”
“호흡도 거칠고, 얼굴도 빨갛잖아. 변명은 그만 둬.”
그렇게 말하며 술잔으로 뻗는 그녀의 손을 잡으니, 클라나가 그 자세 그대로 얼어붙어버렸다.
“으, 으으…”
“클라나?”
“으으으…!”
얼빠진 신음소리를 내며 떨던 클라나는, 이내 표정을 창백하게 바꾸며 내 손을 뿌리쳤다.
“제, 제 손을 만지지 마세요.”
“클라나?”
“더, 더늦기 전에… 조금이라도 당신과 시간을… 으으…”
그렇게 말을 하다 말고 머리를 부여잡은채 떨던 클라나는, 이내 조용히 입을 열었다.
“슬슬 한계가 오네요.”
“뭐?”
“이제 여기서 나가죠. 이런 곳에서 마무리를 할 수는 없으니.”
“……..”
“왜 그러시나요?”
창백하게 질린 얼굴을 한채 자리에서 일어나있는 클라나를 보던 나는, 이내 조용히 중얼거렸다.
“…아무것도 아니야.”
“그래요? 그럼 어서 나가요.”
그 소리를 용케도 들은 클라나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며 날 재촉한다.
“그래서, 이제는 어디로 갈건데?”
“음…”
그런 클라나에게 다음 행선지를 물으니, 그녀는 조용히 미소를 지으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원래는 가보고 싶은 곳도 많았고, 해보고 싶은 것도 많았어요.”
“그래?”
“네, 하지만… 그러기엔 시간이 없을 것 같네요. 정말 아쉽게도요.”
그렇게 말하는 클라나의 표정에, 아주 잠깐이였지만 우울한 기색이 스쳤다.
“저번에 갔던 디저트 카페도 들려보고, 옷가게도 들려보고, 고양이 카페도 들리려 했는데…”
“했는데?”
“…시간이 많이 늦었잖아요? 그러니 미련은 접고 종착지로 갈거에요.”
그 말을 들은 내가 인상을 찌푸리자, 그런 내 팔을 붙들고 가게를 나선 클라나는.
“바로 저기 말이에요.”
“…저긴.”
나도, 그녀도 아주 잘 아는 장소를 가리켰다.
“…맹약을 했던 그 숲인가.”
“네, 맞아요. 두 바보가 함부로 약속을 해버린 그 숲이죠.”
“저긴 왜 가려는 건데?”
그런 그녀에게 물으니, 클라나는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저번에, 당신이 주려했던 카나리아 꽃 말이에요.”
“…너, 그거 기억하고 있었어?”
“그 꽃을 못 받은걸, 정말로 뼈저리게 후회하고 있었어요.”
내 질문을 무시한 클라나는, 살짝 고개를 돌려 날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러니, 새로 주세요.”
“…근처의 꽃집은 문을 닫았을텐데.”
“그때 줬던 카나리아 꽃은 됐으니, 저곳에서 해맞이 꽃을 선물받고 싶어요.”
“해맞이 꽃을?”
내가 되묻자 조용히 고개를 끄덕인 클라나는, 이내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을 덧붙였다.
“…화해는 하고 가야죠.”
“뭐?”
“여기까지 왔으니까요.”
그 말을 끝으로, 클라나는 조용히 고개를 돌리고는 숲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하…….”
그리고, 그런 그녀를 조용히 지켜보던 나는.
“어림도 없지.”
정각이 되자마자 사용하고는, 지금까지 눈앞에 띄워두고 있었던 스킬 창을 조용히 지켜보며 중얼거렸다.
[클라나 솔라 선라이즈의 현재 감정: 사랑/자기희생]“…그건, 내 전문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