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Heroines are Trying to Kill Me RAW novel - Chapter (115)
메인 히로인들이 나를 죽이려 한다-115화(115/524)
Episode 115
“프레이, 기억나요?”
“뭐가.”
“이 숲의 입구말이에요. 기억나시냐고요.”
클라나의 뒤를 따라가니, 울창한 나무들이 가득한 숲의 입구가 나를 반긴다.
그 입구를 멍하니 쳐다보던 내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니, 클라나가 환한 미소를 짓는다.
“그래요? 저돈데.”
“애초에 숲에 방문한 적이 있으니, 기억을 하는건 당연하잖아.”
그런 클라나에게 퉁명스러운 목소리로 말하니, 그녀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답했다.
“그렇지만, 저와 당신의 공통된 추억이잖아요.”
그 말에 잠시 벙쪄있으니, 클라나가 팔을 활짝 벌리며 말한다.
“이 숲 전체가 저와 당신의 추억으로 가득 차 있어요. 안 그런가요?”
“…글쎄.”
“그렇다고 해줘요.”
계속해서 퉁명스러운 분위기를 유지하려 했지만, 그런 내게 클라나가 간절한 눈빛을 한채 애원을 해 온다.
“그렇다고 해두지.”
그렇기에 대충 말하니, 클라나가 미소를 짓기 시작했다.
“그런데, 해맞이 꽃을 어디서 찾지? 너도 알다시피 해맞이 꽃은 상당히 찾기가 어려울 텐데.”
“…잘 찾다보면 나오지 않을까요?”
그런 그녀에게 질문을 던진 나는, 돌아온 답변에 어이없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지금 그걸 말이라고…”
“저희도 다 자랐으니, 그때처럼 길을 잊어버릴 염려도 없어요. 그러니… 해가 뜨기 전까지 한번 찾아봐요.”
“다시 한번 말하지만, 그걸 찾을 수 있다는 보장은 없어.”
“아뇨, 찾을 수 있을거에요.”
그렇게 말한 클라나는, 확신에 찬 눈빛으로 날 쳐다보며 말을 맺었다.
“어쩐지 알 것 같거든요. 해맞이 꽃의 위치를.”
그리고 그녀는 몸을 돌려, 앞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후우.”
그 모습을 보고 있으니, 나도 모르게 한숨이 나온다.
비록 의연한 척 하고 있지만, 이제는 그녀의 손 뿐만이 아니라 온 몸이 바들바들 떨리고 있으니.
곧 다가올 순간을 직감하고 때려부은 독한 술들도, 그녀에겐 소용이 없었나 보다.
하긴, 곧 자살이나 다름없는 일을 벌일 텐데… 고작 술을 마셨다고 해서 의연하게 행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전회차에서, 내가 경험해봤기에 아주 잘 알고 있다.
“클라나.”
“…네?”
그런 생각을 하며 클라나를 불러세운 나는, 그녀의 몰골을 확인하고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가관이네.’
그녀의 눈빛은 떨리고 있고, 입술은 부르터 있으며, 온 몸은 여전히 바들바들 떨리고 있다.
그리고 그 무엇보다도, 술을 마셨음에도 빨갛기는 거녕 창백해져만 가는 얼굴이 눈에 들어온다.
“클라나, 왜 그래?”
“뭐, 뭐가요?”
그런 클라나에게 점짓 아무렇지도 않은 척 질문을 던져보니, 그녀가 화들짝 놀라 되묻는다.
“몸이 안좋은거야?”
“아, 그… 그게…”
이윽고 클라나에게 다시 질문을 던진 나는, 말을 더듬는 그녀에게 다가가서.
“…흐읏!”
조용히 손을 잡아주었다.
“노, 놓으세요. 이거 놓으시라고요.”
“…누가보면 덮치는 줄 알겠네.”
“빨리 놓으세요!!”
그렇게 외치며 클라나는 내 손을 뿌리치려 했지만, 나는 그런 그녀의 눈을 바라보며 손을 더더욱 꽉 움켜쥐었다.
“아, 아으…”
그러자, 그녀는 손을 뿌리치는걸 포기하고는 남은 손으로 자신의 머리를 쥐어뜯기 시작했다.
‘…필사적으로 버티고 있는건가?’
클라나가 새로 변하기 전에 트리거를 작동시켜 패널티를 띄워보려 했지만, 아무래도 그녀의 정신력이 전력으로 저항중인 것 같다.
“안돼… 제발… 안돼에…”
딱 보기에도 힘들어보이는데 눈이 충혈되면서 까지 버티는 걸 보면, 역시 클라나는 대단하다.
“뭐해, 클라나. 꽃을 찾아야지.”
“소, 손은 왜 잡으신 건가요?”
그런 그녀에게 말을 걸어보니,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그녀가 질문을 던져왔다.
“손을 떨길래.”
“…..아.”
그래서 간단하게 답해주니, 클라나가 멍한 표정으로 날 쳐다보기 시작했다.
“아아아, 아아. 안돼.”
“클라나?”
“조, 조금만 더. 조금만 더… 꽃을 받을때까지만. 제발.”
“클라나!”
“…아직은, 아직은 변하고 싶지 않단말이야.”
이윽고 패닉에 빠진 그녀가 중얼거리는 말을 별의 마나를 귀에 집중까지 시켜가며 들은 나는, 한숨을 내쉬며 속으로 생각했다.
‘…이러면, 강제로 날 떠올리게 해도 소용이 없겠네.’
이렇게 되면, 최후의 방법을 쓸 수 밖에 없을 것 같…
“으앗!”
클라나의 손을 잡은채 생각에 잠겨있던 나는, 갑자기 질주하기 시작한 클라나에게 이끌려 엉겹결에 같이 질주를 하기 시작했다.
“크, 클라나! 이게 뭐하는…”
“빨리, 빨리 가야해. 빨리…”
나뭇가지에 스쳐 상처가 나고, 돌에 발이 걸려 비틀 거리면서도, 클라나는 그저 내 손을 잡고는 뛰고 또 뛸 뿐이었다.
“아흐읏!”
“…으헉.”
하지만 그런 그녀를 못미덥게 보았던 한 못생긴 돌이, 기어이 그녀를 걸려 넘어지게 만들었다.
“죄, 죄송… 어?”
“아으으…”
그녀와 손을 잡고 있었으니 망정이지, 자칫하면 그녀를 감싸 안지 못할 뻔 했다.
귀하신 몸에 흉터라도 나시면 어쩌려고.
“아…..”
그런 생각을 하던 나는, 멍한 표정으로 내게 안겨있는 클라나에게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래서, 어딘데?”
“네, 네에?”
“미리 찾아놨을거 아니야. 해맞이 꽃.”
그 말을 들은 클라나는, 조용히 내 가슴에 얼굴을 품으며 손을 들어 내 앞을 가리키기 시작했다.
“…저, 저쪽.”
“그래, 가자.”
나는, 그런 그녀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다, 당신?”
“가만히 있어.”
돌에 걸려버리느라 발이 삔 클라나를, 품에 안아든채.
천천히 말이다.
“프레…이.”
내 품에 안겨있던 클라나가 떨리는 목소리로 내 이름을 부르지만, 굳이 그녀를 내려다보지는 않았다.
그녀를 안고 종착지로 가고 있는 이 판국에, 그런게 무슨 소용이겠는가.
그저, 묵묵히 앞으로 걸어나갈 뿐이다.
“…찾았다.”
그렇게 한참을 걷고, 또 걸은 끝에. 나는 갈라진 바위틈에 피어난 해맞이 꽃을 찾아낼 수 있었다.
‘…바위를 뚫고 자라나다니. 여러모로 클라나에게 어울리는 꽃이네.’
그런 생각을 하며 바위에 다가간 나는, 행여나 상할세라 조심조심 꽃을 뽑기 시작했다.
그렇게 몇초의 적막이 흐른 뒤.
“됐다.”
내 손아귀에 쥐어진 해맞이 꽃은, 황금빛을 사방으로 뿜어내기 시작했다.
“아아…”
그 모습을 쳐다보던 클라나가 자기도 모르게 얼빠진 소리를 내는걸 보며 미소를 짓던 나는, 이내 그녀에게 꽃을 내밀며 말했다.
“우리 화해하자, 클라나.”
그러자, 클라나는.
“흐윽.”
그때까지 억눌러두었던 감정을 한꺼번에 폭발시켰다.
“흐아아아아아앙…”
그런 그녀의 등을 조용히 어루만져주며, 나는 조용히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하.”
하늘은, 울창한 나무들에 가려져 달도 별도 보이지 않았다.
– 샤아아…
그저, 꽃에서 새어나오는 황금색 빛이 우릴 감싸고 있었을 뿐이다.
“프레이, 부탁이 있어요.”
“…뭔데.”
그런 신비로운 분위기속에서 물끄럼히 클라나를 쳐다보고 있으니, 그녀가 내게 부탁을 해온다.
“…한번만, 키스 해 주세요.”
“뭐?”
그 말에 살짝 당황한 표정을 지으니, 클라나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속삭인다.
“원래는 더 깊은 교감을 하고 싶었지만. 시간이 없네요.”
“…….”
“염치없지만, 부탁…으븝.”
부끄러운듯 시선을 돌리며 말하던 클라나의 입에 입맞춤을 하니, 잠시 뒤에 그녀의 혀가 내 입술에 닿기 시작했다.
“으읍? 음…”
전회차와 이번회차를 통틀어 처음해보는 행위였던지라 한동안 내 입술을 혀로 핥기만 하며 헛발질을 하던 클라나는.
– 츄릅.
결국, 입술의 벌어진 균열 사이로 혀를 넣는데 성공했다.
“츄릅, 츄르릅.”
그녀의 팔과 나의 팔. 그녀의 다리와 나의 다리. 그리고, 그녀와 나의 혀가 얽힌다.
어느새 바닥에 쓰러져 완전히 얽힌채, 우리는 서로의 온기와 체액을 공유하며 시간을 보냈다.
“푸하…”
그렇게 한참의 시간이 지난 뒤.
그녀에게서 떨어지니, 그녀의 입술과 내 입술에서 침이 길게 이어졌다가 떨어진다.
“사랑해요, 프레이.”
그러자 손에 해맞이 꽃을 꽉 쥐고 있던 클라나가 행복한 표정을 지으며 말하더니, 그 꽃을 자신의 머리카락에 꽂아넣었다.
“그럼 이제…”
그런 뒤에, 클라나가 각오에 찬 표정으로 입을 열자 나는 재빨리 그녀의 말을 가로챘다.
“카나리아로 변하려고?”
“네!?”
그러자, 화들짝 놀란 클라나는 이내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시작했다.
“그게 무슨…”
“그렇게는 안되지.”
“…흐아아아아악!!!”
하지만 나는 그녀가 말할 틈도 주지 않고, 그때까지 손에 쥐고 있던 카나리아에 별의 마법을 흘려보내기 시작했다.
– 파즈즈즈즈즈!!
“흐아아… 다, 당신… 대체 뭐하는..?”
그 바람에 끔찍한 고통에 휘말려 몸부림을 치던 클라나는, 젖먹던 힘까지 짜내어 내게 질문을 던졌다.
“내가 널, 카나리아로 살게 둘것 같아?”
“아, 안돼.”
그런 그녀에게 피식 웃으며 답하니, 클라나가 바들바들 떨며 소리치기 시작했다.
“안돼에에에에!!!”
카나리아에 집중을 하고 있는지라 뭐라 소리치는 모르겠지만, 저렇게나 크게 소리치는 걸 보면 꽤나 아픈 것 같다.
하지만, 어쩔수 없다.
기억을 되찾는 순간 카나리아에 깃들겠다는 클라나의 계획을 막기 위해선.
매개인 ‘카나리아’를 파괴 할 필요가 있으니.
“그만… 그만해. 하지마…”
“미안해 클라나. 아프지?”
“그, 그게 아니라… 당신이…”
그렇게 한참동안 내게 깔려 몸부림을 치던 클라나는, 내 손안에서 파괴된 카나리아가 황금빛 입자가 되어 하늘로 흝뿌려지자.
“당신이 위험…”
하던 말을 끝마치지도 못하고 의식을 잃었다.
“휴우.”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던 나는.
“그럼 이제…”
아까부터 계속 신경쓰이던, 덤불이 우거진 곳을 보며 말했다.
“슬슬 나오시지?”
.
– 부스럭
프레이가 싸늘한 목소리로 말하자, 잔뜩 우거져있던 덤불이 살짝 흔들렸다.
“프레이.”
“이리나.”
이윽고 그 안에서 나온 이리나는 태연한 표정으로 프레이를 불렀고, 그것은 프레이 역시 마찬가지였다.
“날 왜 미행한거야?”
“…혹시 무슨 일이라도 생길가봐 걱정이 되어서. 아직 비밀당주도 안 잡혔잖아.”
“그래, 그런데 왜 카니아가 온건 숨기고 있어?”
“……!”
그 말을 들은 이리나의 표정에, 순간적으로 당혹감이 스쳤다.
“…안녕하세요, 도련님.”
잠시후 풀숲 뒤에서 카니아가 조용히 기어나오자, 프레이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너희, 싸웠지?”
“아, 아닙니다.”
“거짓말.”
카니아와 이리나의 머리는 헝클어지고, 뺨과 몸에는 작은 상처들이 나있다.
그렇기에, 누가봐도 싸웠다는 걸 유추해낼 수 있었다.
“프레이, 저번에 준 마법진 가지고 있지? 그걸 지금 사용해.”
“…지금?”
“그래, 지금 당장.”
– 파즈즈즈즈즈!!!
“…으앗!”
그 말이 끝나자마자, 갑자기 카니아가 사방에 흑마력을 펼치기 시작했다.
– 화르르르륵!
“흡…!”
그리고, 그건 이리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 콰과과과과광!!
이윽고 카니아의 흑마력과 이리나의 불꽃이 격돌해 폭발을 일으키자, 그 모습을 바라보던 프레이는 조용히 품에서 스크롤을 꺼냈다.
‘도련님의 패널티를 대신 받을 사람은 접니다. 모기처럼 그분의 생명력을 빨아먹어온 저니, 수명의 반절 정도는 얼마든지 바칠 수 있단 말입니다.’
‘프레이의 패널티는 내가 대신 받겠어. 주문을 개발한 내가 제일 적임자고, 그에게 죽음의 저주까지 건 나니 당연히 수명의 반절 정도는 바칠 수 있다고.’
“얘들아.”
이윽고, 서로를 노려보며 전음으로 으르렁거리던 둘을 바라보던 프레이는.
– 찌이익!!!
“소용없어.”
들고 있던, 몇주 전에 이리나가 그에게 줬던 스크롤을 찢어버렸다.
“프, 프레이!!!”
“도련님!!!!”
그 모습을 보고 당황한 이리나와 카니아가 프레이에게 뛰어갔지만, 그는 그저 미소를 지으며 말할 뿐이었다.
“내가 눈치 못챘을 줄 알았어?”
“어, 어떻게…!”
“…내가 세레나한테 마법진 분석을 직접 배웠는데, 이정도도 눈치 못챌까.”
그렇게 말한 프레이는, 자신에게 뛰어오는 두 여인을 바라보다 조용히 눈을 감았다.
[패널티 발생!]“…왜 이리 다들 희생을 좋아하는거야.”
오늘만큼은, 패널티 발생이라는 문구가 반가운 프레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