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Heroines are Trying to Kill Me RAW novel - Chapter (116)
메인 히로인들이 나를 죽이려 한다-116화(116/524)
Episode 116
‘좋아, 이걸로 됐어. 워낙 복잡한 마법진이니, 찢어 버리는걸로도 충분하겠지.’
내게 달려오던 둘의 발걸음이 점차 느려지더니, 이내 자기들끼리 뭐라 소리치기 시작했다.
“카니아! 지금이야! 지금 당장 흑마력을 불어넣어!!!”
“네? 하지만…”
“바보야!! 마법 스크롤은 원래 찢어서 쓰는거야!! 저건 워낙 복잡해서 손을 얹는걸로 고안했지만, 일단 발동 조건은 충족했다고!!”
하지만 아까 둘의 공격이 충돌해서 난 굉음 덕분에, 내 귀에서는 그저 삐- 소리만 날 뿐이다.
그렇기에 그녀들에게서 시선을 돌리고, 어차피 패널티 창이 떴으니 이젠 끝이라고 생각하며 아래에서부터 올라오는 뜨거운 기운에 비틀거리고 있던 나는.
[영구적 디버프: 위악자의 숙명] [사용자의 수명과 생명력을 대폭 깎겠습니다!]“하.”
이제는 익숙해진 눈앞의 시스템 창을 보며 코웃음을 쳤다.
“이젠, 안 무서워.”
어제 페를로체와 같이 있을때, 세레나에게 받았던 편지.
그 편지에는, 분명히 희망이 적혀있었다.
– Ps. 당신을 살릴 방법을 찾아낸 것 같아요. 아마도.
나는 세레나를 믿는다.
그리고, 나 대신 패널티를 받겠다고 서로 싸우기 까지 한.
누구보다도 믿음직스러운 사람인 카니아와, 날 위해 불가능한 마법을 개발해낸 이리나를 믿는다.
또한.
무엇이 숨기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내게 중요한 정보를 알려준 페를로체와.
날 위해 카나리아가 되려 했던, 클라나를 믿는다.
내위에 떠있는 반투명한 시스템 창이 아니라 말이다.
그렇기에, 모든걸 짊어질 수 있었다.
“젠장! 설계해둔 대로 발동한게 아니라 흑마력이 부족해!!”
“제게 방법이 있습니다.”
“뭐? 야, 잠깐!!”
“실례하겠습니다.”
저깟 패널티를 받아도 결국에는 마왕을 물리쳐서, 지금 내가 보고 있는 두 소녀에게 해피엔딩을 선사해 줄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기에.
그래서, 둘의 수명과 생명력을 까먹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었기 때문이다.
“고마워, 얘들아.”
그런 생각을 하던 나는, 왠지 모르게 나른해져가는 의식을 전력으로 붙잡으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한마디를 남겼다.
“앞으로도, 잘 부탁해.”
[스택:3] [특수 스택:1]그리고, 세상이 어두워졌다.
.
눈을 뜨자, 가장 먼저 보인건 제 손에 쥐어져 있던 해맞이 꽃이였어요.
‘…예쁘다.’
어디선가 많이 봤던, 그만큼이나 밝게 빛나고 아름다운 해맞이 꽃이였어요.
‘하지만, 이젠 내게 필요 없겠지.’
그렇지만, 제겐 필요 없다고 생각했어요.
저는.
그의 어깨에 앉아 그가 지칠때면 노래를 지저귀고, 슬플때면 얼굴을 비벼주고, 행복할때면 주변을 날아다니는.
프레이만을 위한 카나리아가 되었으니까.
“…어?”
그런데, 뭔가가 이상해요.
카나리아가 되었는데, 왜 시선이 이렇죠? 이건, 인간일때와 다름이 없잖아요.
“어라?”
게다가, 제 손에 쥐어져 있는 카나리아 꽃이라니? 어째서 제게 손이 있는거죠? 전 분명…
“도련님!!”
“안돼!!”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앞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어요.
“…..커흑!!”
당황해서 앞을 바라보니, 프레이가 입에서 토혈을 하며 무너져내리고 있네요.
전 아직 꿈을 꾸고 있는걸까요? 프레이가 토혈을 할 리가 없는데. 분명히 전 카나리아로 변했으니, 그가 패널티를 받을 일도 없…
“잠깐.”
문득 뇌리를 스친 기억이, 멍하니 앉아있던 절 강타했어요.
제 마지막 부탁대로 제게 키스를 해주던 프레이. 그런 그를 안은채 바닥으로 쓰러져 버린 저.
그와 손, 팔과 다리, 그리고 몸까지 겹친채 한참동안 나누던 사랑.
더 깊은 교감을 원했지만, 시간이 없어서 그만두고 카나리아로 변하려던 순간.
그리고…
“…아.”
그 순간 갑자기, 제가 준 카나리아에 별의 마나를 흘려보내던 프레이.
제가 들어가야했던 카나리아를 파괴해버리고는, 후련한 미소를 짓던… 내 첫 친구.
“안돼.”
그제서야 저는 깨달았습니다.
저는 또 한번, 그에게 크나큰 잘못을 저질렀다는 것을.
“안돼에에에에에!!!”
뒤늦게 자리에서 일어난 저는, 카니아와 이리나에게 붙들려있는 프레이에게 전속력으로 달려갔습니다.
“쿨럭… 커흑…”
하지만, 너무 늦었어요.
그들에게 붙들려 있는 프레이는, 이미 의식을 잃은 채 입에서 대량의 피를 토해내고 있었으니.
“왜, 왜 그랬어. 왜 그랬어? 프레이?”
“하으으…”
“대체 왜 그런거야? 왜?”
카니아와 이리나에 의해 바닥에 앉혀진 프레이를 다급히 껴안은 저는, 떨리는 목소리로 질문을 던졌어요.
– 주륵.
“…읏.”
하지만, 프레이의 입에서 나온건 대답이 아니라 피였죠.
“아, 안돼요. 안돼. 안된다고.”
덕분에 패닉에 빠진 저는, 어쩔줄 몰라하며 프레이의 입을 손으로 가렸습니다.
“안돼에에…”
하지만 그의 입에서 나온 피는 제 손에서 새어나와, 저의 옷과 바닥을 적시기 시작했습니다.
마치, 제가 아무리 날뛰어 봤자 결과는 바꿀 수 없다는 듯이. 그를 구하려 했다가 오히려 구해져 버린 절 비웃듯이 말이에요.
“이, 일단 치료를…”
결국 프레이의 입을 틀어막는걸 포기하고 손을 때니, 피로 범벅이 되어버린 그의 입가가 드러났습니다.
“아으으…”
그는, 웃고있었어요.
마치 후련하다는 듯이. 절 지켜서 다행이라는 듯이. 자신의 수명이 사라지는건 아무 문제도 아니라는 듯이.
“잘못, 잘못했어요…”
그런 그를 멍하니 쳐다보던 저는, 그의 이마에 머리를 맞대고 울먹거리기 시작했습니다.
“다신 안그럴게요… 제발요…”
그를 지키겠다고 마음먹은 주제에 미련을 못버린. 그 덕에 어이없는 계획을 세워서 프레이가 희생을 할 결심을 해버리게 한 제가 미워요.
차라리, 아무도 모르게 카나리아로 변해버릴걸.
아무도 죄책감을 가지지 않게, 어디론가 훨훨 날아가서 지낼걸.
그리고 프레이가 모든걸 끝내면, 그때서야 하늘로 날아가서 용서를 빌걸.
왜, 그놈의 꽃이 뭐라고.
“커흐윽.”
“읍.”
그런 생각을 하며 울고 있는데.
저와 이마를 맞대고 있던 프레이가 다시 한번 피를 토했어요.
덕분에, 이젠 이미 피범벅이 되어 있던 제 옷뿐만 아니라 얼굴도 피범벅이 됐네요.
“죄송해요… 죄송해요…”
그렇지만, 피를 닦을 생각은 들지 않았어요. 사과를 멈출 생각도 들지 않았고. 울음을 멈출 생각도 마찬가지였죠.
“아으으으으…”
제 유일한 친구이자, 비밀리에 제 정적들을 처리해주고 정보원들을 골라주던 은인이며, 하나밖에 없던 진짜 신하.
사랑이라곤 하나도 모르고, 앞으로도 할 생각이 없다 여겼으며, 사랑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던 남자.
하지만, 사실 그 누구보다 사랑하고 원했던 그가… 절 지키기 위해 수명과 생명력을 버렸어요.
안 그래도 몇년남지 않았던 프레이의 수명이, 또다시 반으로 줄었다고요.
나 때문에, 내가 깨달아서. 내가 이상한 계획을 세워서.
“맹세할게요.”
그렇게 한참을 울던 저는.
“당신의 수명이 얼마 남았든, 당신이 앞으로 뭘 하든, 설사 악인이 된다 할지라도.”
이내 프레이의 이마에 얼굴을 부비며 속삭였습니다.
“당신을 끝까지 섬기는, 당신만의 카나리아가 되겠어요.”
그렇게 말하며 프레이에게 입을 맞춘 저는, 그의 심장에 손을 얹었습니다.
‘맹약’은 이미 어렸을 때 사용했기에, 그의 영혼에 직접 맹세를 하려고 말이죠.
“…..어?”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인가요.
“뭐야?”
프레이의 영혼이 느껴지지 않아요.
심장에서 느껴져야 할 그의 기운이, 전혀 느껴지질 않는다고요.
“프레이… 설마…?”
덕분에 순식간에 얼굴이 창백해진 저였지만, 이내 프레이의 심장에 얹은 손에서 그의 심장이 뛰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잠깐, 그러면 왜 영혼이 안 느껴지는거야?’
하지만, 그 다음순간 새로운 의문이 절 덮쳤어요.
그의 심장은 뛰고 있는데, 왜 영혼은 느껴지지 않는걸까요? 사람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건, 영혼인데.
영혼이 없는 사람은, 식물인간이나 다름없단 말이에요.
“서, 설마… 나때문에? 나때문에 문제가 생긴거야?”
방금까지도 멀쩡히 살아 움직이던 사람의 영혼이 없어졌다면, 그 이유는 하나밖에 없잖아요.
또, 또 제탓이에요.
제가 또 프레이를 죽였…
“…앗!”
절망에 빠져 손을 바들바들 떨고 있는데, 어디선가 프레이의 기운이 느껴지기 시작했어요.
‘다, 다행이다…’
정말 다행이에요. 만약 프레이의 영혼이 저 때문에 없어졌다면, 그때는 정말이지 버티지 못했을거에요.
그의 영혼이 남아있어서 정말 다행…
잠깐.
이게 말이 되는 일인가요?
사람의 영혼이, 몸이 아닌 다른곳에서 느껴지는게?
.
“마, 말도 안돼… 이게, 가능한 일이야?”
의식을 잃은 프레이가 토하는 피를 계속 맞고 있던 클라나는, 귀신이라도 본 듯한 표정을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 일단 영혼의 흔적을 찾아야 해.”
이윽고 미친듯이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클라나는, 미약하게 느껴지는 프레이의 영혼이 있는 곳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혹시 패널티의 충격으로 영혼이 튕겨나가 버린건가? 그렇다면 큰일인데…’
한 발자국, 그리고 또 한 발자국 걸을때마다. 클라나의 불안감은 커지기 시작했다.
클라나가 지금까지 읽어온 방대한 양의 책에도 몇건 밖에 적혀있지 않은 ‘영혼 방출’ 현상은, 상당히 희귀한 만큼 그 대처법 또한 까다로웠기 때문이다.
‘만일 정말로 영혼이 빠져나간거라면, 내 영혼을 갉아내는 한이 있더라도 그릇이 되야 해.’
사람의 몸에서 빠져나온 영혼은, 일정시간 동안 원래의 몸으로 돌아가지 못한다면 영원히 이승을 떠돌게 된다.
왜냐면, 시간이 지날수록 본체와의 연결이 약해지기 때문이다.
“저, 저긴가?”
그렇기에 만일 필요하다면 자신의 영혼이 상하는 한이 있더라도 프레이의 영혼을 담아내겠다 다짐한 클라나는, 그의 영혼이 점차 강해지자 긴장한 표정을 지으며 걸음을 재촉했다.
“찾았…”
그렇게, 걷고 또 걸어 겨우 목적지에 도착한 클라나는.
“…어?”
이내 얼어붙고 말았다.
“안녕하십니까, 황녀님.”
“…클라나.”
그곳에는, 어째서인지 아까전에 프레이를 자리에 앉힌 뒤 조금 떨어진 곳에 위치한 나무 밑동으로 가 앉아 가쁜 숨을 몰아내쉬고 있던 카니아와 얼굴을 잔뜩 일그러트리고 있는 이리나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그런 그녀들을 멍하니 쳐다보던 클라나는, 이내 창백하게 질린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왜… 프레이의 영혼이 네게서 느껴지는 거야? 카니아?”
“그게 말입니다. 이런 상황에 대비해서 이리나 씨가 영혼을 바꿔치기 하는 마법을 고안하셨었는데…”
떨리는 눈빛을 한 클라나의 질문을 받은 카니아는,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답하기 시작했다.
“이리나 씨의 몸에 있는 흑마력으로는, 비정상적으로 발동된 스크롤을 안정화시키는게 턱없이 부족해서 말입니다…”
“카니아가, 내 몸에 새겨져있던 마법진을 강제로 강탈해갔어.”
그런 카니아의 말을 끊은 이리나가 카니아의 상의를 들추자, 그녀의 배 부분에 검은색 마법진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 그래서?”
“네, 도련님이 패널티를 받는 동시에 제가 마법을 발동시켰고… 원래 고안한 대로면 제 몸에 들어간 도련님이 패널티를 받아 제 몸의 수명이 반으로 깎였어야 됐습니다.”
“그런데 왜 프레이의 영혼이 네게서 느껴지는 거냐고!!”
클라나가 언성을 높이자, 카니아는 조용히 그녀의 배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아무래도, 제가 도련님을 품게된 것 같습니다.”
“…뭐?”
“비정상적으로 발동된 마법이 오류가 나서… 제가 도련님의 영혼을 품게 된 것 같단 말입니다.”
그 말을 듣고 잠시 멍한 표정을 짓던 클라나는, 이내 나지막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럼, 프레이의 영혼이 영원히 네 몸안에 갇힌거야?”
“그건 아닙니다. 일정 시간이 지나면 영혼이 자연스럽게 도련님의 몸으로 돌아갈테니까요. 그리고, 만일 그게 아니더라도 전 흑마법사이기에 영혼을 조작하는건 식은죽 먹기인지라…”
“그럼, 패널티는? 그의 수명은?”
“그게…”
“지금 프레이가 토하고 있는 토혈은 어떻게 된건데?”
그러자, 카니아는 조용히 고개를 올리고는.
“모르겠습니다.”
“뭐?”
공중에 떠있는 불투명한 창을 보며 답했다.
[시스템 오류! 식별코드: s01] [영혼의 값이 올바르지 않습니다.] [문제 검색중…] [결론: 패널티 부여중 영혼의 값이 변경됨!] [대처법 찾는중…]“…저도, 어떻게 된건지 잘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