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Heroines are Trying to Kill Me RAW novel - Chapter (118)
메인 히로인들이 나를 죽이려 한다-118화(118/524)
Episode 118
– 우우웅…
카니아가 프레이의 품에 스르르 안겨들어가자, 당장이라도 떨어져 내릴것 처럼 불안하게 흔들리던 태양이 점차 잦아들기 시작했다.
– 쿠구구구구!
“흐익?”
“으앗.”
그와 동시에, 옅은 지진이 일기 시작했다.
상당히 미약했지만, 땅에 서있던 사람들을 주저앉게 하기에는 충분한 세기로 말이다.
“아, 아야…”
덕분에 엉덩방아를 찧어버린 클라나가 울상을 짓기 시작하자, 그런 그녀를 쳐다보던 이리나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질문을 던졌다.
“클라나, 뭐좀 물어봐도 될까?”
“네, 네에?”
그러자, 조용히 뒤를 쓰다듬던 클라나가 굳은 표정으로 이리나를 쳐다보기 시작했다.
“너, 시스템에 대해서 어떻게 아는거야?”
이리나는, 그런 그녀를 날카로운 눈빛으로 바라보며 물었다.
지금까지 프레이에 대한 진실을 거의 모르고 있던 클라나였기에. 그리고, 프레이가 말한 소위 ‘시련’의 기억이 떠올랐다고 해도… ‘시스템’을 알고 있는건 부자연스러웠기 때문이었다.
“시스템 말인가요? 음… 그게 말이죠…”
그런 연유로 물어진 질문을, 클라나는 조용히 곱씹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어…”
왠지 모르게 꽤 오랫동안이나 그 질문을 곱씹던 클라나는, 이내 더듬더듬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당신이… 이야기 해 줬었잖아요?”
“뭐?”
“이리나 씨 당신이, 제 멱살을 잡으며 전부 이야기 해 주셨었어요.”
그 말을 들은 이리나는, 당황한 표정을 짓기 시작했다.
“그게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야?”
“네?”
“내가 그걸 너에게 이야기 했을리가 없잖아. 그걸 이야기하면, 프레이가…”
이윽고 떨리는 목소리로 이야기하던 이리나는, 조용히 프레이를 가리켰다.
“…저 꼴이 됐을거라고.”
“아.”
그 말에 잠시 멍한 표정을 짓던 클라나는, 이내 머리를 부여잡으며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분명… 분명히 전 당신에게 진실을 들었었어요.”
“그게 무슨…”
“그리고, 카니아 씨에게도요.”
살짝 고개를 든 클라나는, 그때까지 프레이에게 조용히 포개져있던 카니아를 바라보며 말했다.
“폭주한 카니아 씨에게 공격을 당하면서… 상세한 진실들을 들었었어요.”
“…대체 언제, 어디서?”
클라나가 자꾸 뜬구름을 잡는 이야기만 하자, 이리나는 답답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어…”
그 질문을 듣고 조용히 생각에 잠겼던 클라나는, 이내 죄책감으로 가득 찬 얼굴을 한 채 중얼거렸다.
“그날 프레이의 저택에서, 제가 황제가 되었던 다음 순간에요.”
그 말을 하는 클라나의 손은 떨리고 있었다.
지난 몇주간 클라나를 괴롭혀온 알 수 없는 증상인, 어느날 악몽을 꾸고 나서부터 갑자기 시작된
한동안 그 원인을 알 수 없었던 지옥이 다시 그녀에게 찾아온 것이다.
“다 제 업보죠…”
하지만, 클라나는 더 이상 원인을 모를 이상 증상에 떨지 않았다.
그 손떨림은, 프레이의 몸을 창과 단도로 꿰뚫었을 때 손에 전해진 감촉의 각인과.
어렸을때 자신의 유일한 친구이자 동반자였던 프레이와 했던 맹세의 결과물임을 깨달았기에.
그저 자신의 업보로, 또한 프레이와 맹약으로 이어져 있다는 증거로서 안아가기로 결심했기 때문이다.
“……음.”
그런 클라나를 지켜보던 이리나는, 이내 나지막한 목소리로 질문을 던졌다.
“그렇다면, 시스템에 대한 이야기를 전부 ‘시련’ 속에서 들었다는거야?”
“시련… 시련이라고요?
“그래, 시스템이 뭔지 알면 ‘시련’도 뭔지 알거 아니야.”
그렇게 말하자 잠시 멍을 때리던 클라나는, 이내 고개를 갸우뚱 거리기 시작했다.
“아뇨… 제가 경험한건 시련이 아니였어요.”
“뭐?”
“그건, 엄연한 현실이었다고요.”
그 말을 들은 이리나는, 인상을 찌푸리며 질문을 던졌다.
“클라나. 너 그 시련… 아니, 그 기억을 어느정도 받은거야?”
“…아카데미를 졸업하고도 남았을 시간이니, 최소한 몇년은 흘렀을거에요.”
“몇년!?”
깜짝 놀라 소리친 이리나는, 이내 조용히 마음을 추스리며 상황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클라나의 말에 따르면, 그녀는 몇년간이나 흘러간 시련속의 기억을 떠올림으로서 프레이에 대한 진실을 알아냈다는 건데…’
프레이는, 두번째 시련은 그저 자신을 시험하기 위한 가상의 시나리오에 불과할 뿐이라고 했다.
즉, 프레이가 두번째 시련에서 만났을 사람들은 전부 시스템이 만들어낸 허구이자 허상일 뿐이었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클라나는 두번째 시련에서 겪은 일을 기억하고 있다.
심지어, 그 시련속에서 ‘시스템’에 대한 진실까지 알아냈다고 한다.
‘…그게 말이 되나?’
누가봐도 명백히 이상한, 그러한 사실들을 조용히 곱씹던 이리나는. 이내 나지막한 목소리로 다시 질문을 던지려 했지만.
“커흑!!”
그 순간, 누워있던 프레이가 토혈을 하기 시작했다.
“”…아.””
갑자기 하늘에서 해가 치솟고 땅이 흔들리는 바람에 아까부터 계속 얼이 빠져 있던 두 소녀는, 그제야 깨달았다.
지금, 이런 일 따위가 중요한게 아니라는 것을.
.
“”………””
그렇게, 클라나와 프레이의 추억이 잠들어 있는 숲에서의 사건이 끝나고 몇시간 뒤.
“커흑!!”
“프, 프레이!!”
기절한 프레이와 카니아를 데리고 아무도 모르게 조용히 기숙사로 복귀한 클라나와 이리나는.
“으윽, 으으…”
“왜, 왜 이러는거야…?”
여전히 의식을 잃은채로 침대에 기대어, 계속해서 토혈을 하고 있는 프레이를 안절부절한 표정을 지으며 간호하고 있었다.
“이, 이리나 씨. 왜 프레이의 피가 멎지 않는거죠?”
“기, 기다려 봐. 지금 원인을 찾고 있으니까.”
하지만, 그들의 최선을 다한 간호는 별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미, 그의 토혈을 받은 그릇이 바닥을 가득 매우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 주르륵…
“아, 아아…”
기도가 막힐까봐 눕히지도 못하고 걸터앉게 한 프레이의 입가에 그릇을 가져다댄 클라나는, 그가 다시 토혈을 하기 시작하자 울먹거리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제발요, 제발 죽지 마세요…”
“커흐으…”
“이제야, 이제야 모든걸 깨달았는데. 이제야 당신을 이해할 수 있는데.
“으…”
“이제야… 당신을 사랑할 수 있는데…”
아까까지만 해도 비록 시한부지만, 멀쩡히 걸어다니던 프레이였다.
그런 프레이가, 자신 때문에 패널티를 받고 나서는 의료학에는 별 지식이 없는 그녀가 보기에도 너무나 망가져 버렸다.
“으으…”
덕분에 상당한 죄책감에 빠진채 손을 바들바들 떨며 울먹거리던 클라나는, 조용히 프레이의 가슴에 고개를 파묻었다.
“자, 잠깐… 뭔가 이상한데.”
“네?”
그렇게 한참을 그의 품에서 눈물을 흘리던 클라나는, 이리나의 말을 듣고는 고개를 들어올렸다.
“왜, 왜 프레이의 수명이 줄지 않았지?”
“그게… 그게 무슨 말이에요?”
그 말을 들은 클라나는, 희망에 가득차 질문을 던졌다.
프레이의 수명이 줄어들지 않았다는 말은, 그와 보낼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났음을 의미했기에.
그를 섬길 기회가, 그리고 그의 흔적을 자신의 몸에 남길 기회가 남아있음을 의미했기 때문이었다.
“이게… 프레이의 남은 수명을 알려주는 장치거든.”
“…줘, 줘보세요!”
그런 생각을 하던 클라나는, 이리나의 말을 듣자마자 그녀의 손에서 장치를 낚아 채 갔다.
“…어?”
이윽고 희망에 가득찬 표정으로 장치를 바라보던 클라나는, 이내 고개를 갸웃거리며 이리나에게 질문을 던졌다.
“이리나 씨, 이게 무슨 뜻이죠?”
“…뭐가.”
“여기에 적혀있는 날짜 말이에요. 2년 2개월 뒤의 날짜가 적혀있는데? 그의 남은 수명은 어디가고 왜…”
그 말을 들은 이리나는,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설마, 이 날짜가… 그가 죽는 날짜라는 건가요?”
그제서야 그 날짜가 의미하는 것을 알아챈.
아니, 사실은 처음 그 장치를 들여다봤을때부터 눈치챘지만 차마 인정할 수 없었던 사실을 직면하게 된 클라나는.
“그가, 그가 정말로… 죽는군요. 3년도 채 못살고.”
얼빠진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물론 프레이가 시한부라는 건 그녀 역시 잘 아는 사실이었지만.
생각했던 것 보다 너무 남은 시간이 적다는 것과, 그가 죽는 정확한 날짜를.
아니, 그가 가장 오래 생존할 수 있는 정확한 날짜를 알아버렸다는 사실이 클라나의 정신을 무자비하게 흔들어 놓았다.
“…아무튼 중요한건, 그의 수명이 줄어들지 않았다는거야.”
“이게, 줄어든지 않은거라고요?”
“응, 수명이 줄어들었으면… 이 장치에는 1년 1개월 뒤의 날짜가 떠올랐겠지.”
그런 클라나에게 답변을 한 이리나는.
“그걸 보면, 어쩌면 나와 카니아가… 아니, 카니아가 했던 일이 헛된 일은 아니었나 봐.”
“쿨럭!!”
착잡함과 무력함이 뒤섞인 표정을 짓다가, 프레이가 토한 토혈을 손수건으로 닦으며 중얼거렸다.
“하지만, 저렇게 피를 토하는 걸 보니… 역시 완벽하진 못했어.”
동시에 자신의 입술을 짓씹어, 피를 흘리며 말이다.
“…나까짓게, 무슨 대마법사라고.”
그렇게, 방에는 잠시동안 프레이의 기침소리만이 맴돌기 시작했다.
“으음…”
“카니아 씨?”
“카니아!”
그리고 그 적막은, 프레이가 누워있던 침대 옆의 간이침대에 누워있던 카니아가 천천히 눈을 뜨고는 자리에서 일어나고 나서야 깨질 수 있었다.
“여긴……윽!!”
눈을 뜬채 멀뚱멀뚱거리던 카니아는, 이내 가슴 부근에서 느껴지는 끔찍한 통증을 느끼고는.
황급히 입을 틀어막으며 고개를 숙였다.
“카니아! 너 왜 그래?”
“카니아 씨! 어디 다치시기라도…?”
그런 카니아를 두 소녀가 부르자, 입을 틀어막은채 잠시동안 생각에 잠겨있던 그녀는 이내.
“그렇군요. 결국, 성공했어요.”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헌데, 도련님의 상태를 보아하니… 많이 곤란한 상황 같군요.”
“으, 으응…”
왠지 모르게 평온해보이는 카니아의 말에, 지금까지 프레이를 진단했던 이리나가 이야기를 시작했다.
“내가 보기에는, 프레이의 수명은 안전하지만 생명력이 타격을 받은 것 같아. 물론, 그것만으로 감지덕지 할 일이지만… 어째서인지 회복이 안되고 있어.”
“당연히 안되겠죠.”
그런 이리나의 말을 들은 카니아는, 여전히 얼굴에 미소를 띤채 침대에 누워있던 프레이에게 다가가더니.
– 스윽.
“”….아?””
자연스럽게 프레이의 곁에 눕고는, 그를 꼭 끌어안았다.
“도련님.”
무척이나 사랑스럽다는 눈빛으로 프레이를 쳐다보며 말이다.
“이제 편히 쉬세요.”
그 장면을 바라보던 두 소녀가 얼이빠진 표정을 짓자, 카니아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제 영혼과 도련님의 영혼이 섞였다가 분리되는 과정에서, 부작용이 발생한 건 같습니다.”
“부작용?”
“네, 아직 제 몸속에 도련님의 영혼의 흔적이 남아있어서 말입니다. 도련님의 몸이 불안정해져서 회복이 극히 느려진거죠.”
어느새 토혈을 멈춘 프레이를 부드럽게 쓰다듬던 카니아는, 멍한 표정을 짓고 있던 둘에게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서, 도련님이 깨어나시기 전까지는 이렇게 붙어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그 말을 마친뒤, 카니아는 프레이를 꼭 끌어안고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그녀에게 부여된 저주인 ‘일심동체의 저주’로 인해.
프레이가 가슴부근 뿐만 아니라 온몸에서 느끼고 있던 통증, 의식을 잃었음에도 어째서인지 복잡한 감정, 그리고 그의 심장박동 하나하나까지.
전부 고스란히 느끼며 말이다.
“…저기.”
“카니아 씨.”
그렇게 행복한 미소를 짓고있던 카니아를 내려다보던 이리나와 클라나는, 초조한 표정으로 말하기 시작했다.
“나… 프레이에게 ‘피의 맹세’를 할거거든. 그에게 내 영혼을…”
“전, 그의 영혼에 새로히 맹세를 해야돼요… 그렇지 않으면, 미쳐버릴것만 같…”
“지금은 안됩니다.”
하지만, 카니아는 조용히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지금 도련님의 영혼은, 상당히 불안정한 상태인지라 말입니다. 그런 마법적 맹세들을 하면 문제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그, 그래도…”
“도련님의 빠른 쾌차를 위해, 협력해주시길.”
영혼과 마법적 맹세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걸 아주 잘 알고 있었음에도 싸늘한 표정으로 둘의 반론을 끊어버린 카니아는.
“으음…”
다시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프레이의 얼굴에 이마를 맞대고는, 그를 느끼기 시작했다.
그녀를 미워하지 않으려 기억까지 조작했으며, 그녀를 살리기 위해 자신의 생명력을 갉아낸 프레이를.
그리고, 이제서야 조금씩 은혜를 갚아나갈 수 있게 된 프레이를 말이다.
“”………..””
그렇게, 방에는 한동안 침묵이 흐르기 시작했다.
– 끼이익…
“프레이, 괜찮…”
창백하게 질린 얼굴을 한채 방에 들어온 세레나가, 그 적막을 깨기 전까지 말이다.
“……설명해주세요.”
“무엇을 말입니까?”
아카데미에 도착하기 전에 도서관에 들리기라도 했는지, 고대문자들이 적힌 다양한 서류들을 잔뜩 든.
그리고, 어째서인지 몸 곳곳에 못보던 상처들이 생긴 세레나가 싸늘한 표정으로 묻자, 그때까지 프레이를 꼭 껴안고 있던 카니아가 역으로 질문을 던졌다.
“오늘 하루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요.”
이윽고 이어진 세레나의 말에, 카니아는 미소를 띠며 말하기 시작했다.
“제가 도련님의 수명을 지켰습니다.”
“…그렇군요.”
그 말을 들은 세레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또한, 제가 도련님을 품었었습니다.”
하지만 카니아가 자신의 배를 어루만지며 말하자, 세레나의 표정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흔적은, 아직 제 안에 남아있죠.”
“…하.”
그런 세레나를 보며 평온한 목소리로 말을 이어간 카니아는.
“그리고…”
이내 쐐기를 박아넣었다.
“…저와 도련님이, 죽을때까지 하나가 되었습니다.”
그렇게 말을 마친 카니아는, 세레나를 흘깃 쳐자보며 말을 덧붙였다.
“똑똑하신 세레나님이라면 아시겠지만, 전부 진실이랍니다.”
“은유도 적당히 하셔야지요.”
“은유라니요. 전 사실만 말한겁니다만.”
카니아의 태연한 반응에 살짝 입술을 깨물던 세레나는, 이내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참, 여러분. 좋은 소식이 있어요.”
그러자, 모두의 시선이 세레나에게 집중되었다.
“비밀 당주의 본거지를 알아냈어요.”
이윽고 당당한 표정으로 말한 세레나는, 프레이를 꼭 껴안고 있는 카니아를 싸늘하게 내려다보며 말을 마쳤다.
“정말 좋은 소식이죠?”
그렇게 두 여자의 시선이 허공에서 얽히며, 새벽의 시간은 천천히 흘러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