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Heroines are Trying to Kill Me RAW novel - Chapter (119)
메인 히로인들이 나를 죽이려 한다-119화(119/524)
Episode 119
아침이 밝았다.
– 따르르르릉!!!
귀족들이 쓰는 기숙사보다 훨씬 협소한, 평민 기숙사의 침대에서 눈을 뜬 루루는.
“아으음…”
눈을 비비적 거리며 자명종을 끄고는, 이내 신기한 표정을 지으며 중얼거렸다.
“…오늘도 악몽을 안꿨어.”
어릴때부터 매일매일 빠짐없이 꾸던 악몽이다.
다정한 표정을 지으며 자신을 바라보던 부모님이 마치 벌레를 보는 눈빛을 띠며 자신을 내쫒는 장면.
옛날부터 놀이터에서 같이 놀던 동네 친구들이 하나둘씩 자잘한 사고를 당하더니, 점점 자신을 꺼러하기 시작하던 나날들.
그런 자신에게 미소를 지으며 다가와준 새 친구들의 중상, 끝까지 자신을 품어주시던 수녀님의 의식불명.
그러한 장면들을 항상 꿈에서 보며, 루루는 여러가지 감정들을 느껴왔었다.
세상이 자신을 고립시켜 죽이려 한다는 피해망상과, 그 누구에게도 사랑받을 수 없다는 절망감.
그리고, 모든것을 끝내고 싶은 충동을 말이다.
“신기해…”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어째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며칠 전부터 갑자기 악몽을 꾸지 않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
평생을 따라다닐 줄 알았던 악몽이 사라져 버리자 루루가 느낀것은.
해방감도, 행복감도 아닌 당혹스러움이었다.
비록 그녀를 매일매일 더한 지옥을 몰아넣던, 그렇기에 어떻게든 멈추고 싶었던 악몽이었기에.
마치 잘못쓴 메모를 지우개로 지우듯이 하루아침에 없앨 수 있을거라고는 상상도 못했기 때문이다.
– 똑똑똑
“루루 씨, 계시나요?”
덕분에 한동안 멍을 때리고 있던 루루는, 노크 소리가 들려오고 나서야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아, 네…”
그렇게 침대에서 일어나 부스스한 머리를 다급히 정돈한 루루가 문을 열자, 그녀의 시야에 메이드 복장을 한 소녀가 들어왔다.
그녀는, 프레이가 어느날 시장골목에서 데려와 루루에게 선물로 준. 몸이 아픈 동생이 있는 꼬마아이었다.
“괜찮으세요? 루루씨?”
“네? 괜찮냐니요?”
그런 그녀를 물끄러미 내려다보던 루루는, 들려온 질문에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되물었다.
“표정이 너무 퀭해 보이셔서요.”
“…제가요?”
루루가 인상을 찌푸리며 묻자, 소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평소에 소녀가 봐오던 루루의 표정이, 오늘만큼 얼빠져 보인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혹시, 그분에게 무슨 안 좋은 일을 당하신 건가요…?”
덕분에 소녀는, 겁에 질린 표정을 지으며 조심스럽게 질문을 던졌다.
비록 시장 골목에서 야채 장사를 하던 그녀였지만, 제국에서 가장 유명한 망나니인 프레이의 소문은 익히 잘 알고 있었기에.
그리고, 최근 같이 지내게 된… 프레이가 루루의 ‘애완동물’이라 명명한 하녀들과의 교류로,
그들을 끔찍히 괴롭히던 집단의 수장이었던 프레이에 대한 공포심이 겉잡을 수 없을 정도로 증폭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 아니에요! 전 어제 프레이님을 본적도, 만난적도 없어요!”
그러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소녀에게, 루루는 다급히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진짜요?”
“네, 안 그래도 잠자기 전에 인사를 드리려고 찾아갔었는데… 방에 계시지 않더라고요.”
그 말을 듣고서야 약간 안심을 한 소녀는, 조용히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루루씨, 힘든일이 있으면 꼭 말해주세요. 어떻게든 도와드릴테니까요.”
“그, 그럴 필요 없어요!!”
그러자, 루루는 식겁한 표정을 지으며 언성을 높였다.
“루, 루루씨…?”
“저, 절 도우시면 안돼요. 명심하세요.”
“하지만…”
“제발요.”
그동안 자신을 돕던 사람들이 크고 작은 사건들에 휘말리며 불행해지던 걸 지켜보던 루루였기에, 무의식적으로 나온 행동이었다.
“…아.”
그런 루루를 쳐다보던 소녀는, 이내 조용히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늘 감사드려요, 루루 씨.”
“네, 네에?”
“저희를 그분에게서 지켜주셔서요.”
“….?”
그 말을 들은 루루는, 아리송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갸우뚱거리기 시작했다.
지난 몇년간 이유없는 폭행과 고문을 받으며 장난감보다도 못한 대우를 받아왔던 그녀의 하녀들이.
여자를 무척이나 밝히고 저택의 지하에 성노예까지 둔 프레이가 자신들에게 일절 관심이 없는 이유를, 루루의 보이지 않는 도움이 있었다고 결론을 내렸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안 그래도 비실거리는 프레이가 또다시 패널티를 받을 가능성을 최대한 낮추기 위해서 카니아가 의도적으로 퍼트린 소문이었지만.
최소한 하녀들에게는 그것이 진실로 받아들여지고 있었다.
“뭔가 오해를 하시는 것 같은데… 프레이님은 제게 당신들이 생각하는 짓을 하거나 하진 않아요.”
“…그렇군요.”
“아, 아니… 진짠데…”
그 덕분에 뭔가 이상함을 느낀 루루의 항변에도, 소녀는 그저 침울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거릴 뿐이었다.
“그, 그나저나 요즘은 다들 어떻게 지내세요?’
그런 소녀를 곤란한 표정으로 바라보던 루루가 분위기를 전환할 목적으로 다급히 질문을 던지니, 소녀는 미소를 지으며 답변을 시작했다.
“저도 그렇고, 다른 분들도 그렇고… 모두 꿈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그런가요?
“네! 루루씨가 배려를 해주신 덕분에 지금 제 동생은 병원에서 회복이 되어가는 중이거든요! 그리고, 다른 하녀분들은 하루에 한대도 안맞을 수 있는 것 자체가 기적같대요!”
그녀의 말대로, 하녀들은 꿈만 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아주 조금의 잘못이나 실수를 저지르기만 해도, 심지어는 모든걸 완벽히 수행해도 자신의 주인이 기분이 나쁘면 죽을 때 까지 얻어 맞는 그녀들이었기에.
공부는 커녕 좁고 어두운 방에서 쓰레기 같은 음식을 먹으며 사람의 삶조차 살지 못하던 그녀들이었기에.
정해진 업무를 완벽히 수행하기만 하면 누가 뭐라 할 일도 없고, 보수와 글자를 베울 시간까지 제공되는.
그리고 무엇보다도 따듯하고 맛있는 음식까지 제공되는 평민 기숙사의 하녀 역할은, 그녀들에게 있어서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보물과도 같았다.
“아, 맞다. 여기 선물이요!”
“네, 네에?”
그러한 이야기를 듣고 묘한 표정을 짓고 있는 루루에게, 별안간 소녀가 품에서 무언가를 꺼내어 건냈다.
“제 동생을 살려주셔서 감사해요!”
그렇게 말하며 소녀가 루루의 손에 쥐어준것은, 작은 토끼 인형이었다.
– 루루언니, 감사합니다.
그리고 그 토끼 인형에는, 글자를 배운지 얼마 안된 소녀의 서툴지만 정성이 깃든 감사 편지가 끼워져있었다.
“아, 안돼요… 전 이걸 받을 수 없…”
“그럼, 안녕히 계세요~!
“…아.”
그걸 보고 다급한 표정을 지으며 인형을 돌려주려던 루루는, 소녀가 재빨리 방을 나서버리자 멍한 표정을 지으며 중얼거렸다.
“그래… 사라지던건 악몽뿐만이 아니었지…”
어느샌가.
“…불행도 점점 사라지고 있어.”
절대로 풀지 못할줄만 알았던 ‘불행의 낙인’의 효과가, 점차 약해지고 있었다.
프레이에게, 사랑을 받음으로서.
.
“저기~ 루루, 오늘 수업 끝나고 뭐해?”
“아, 으아?”
복잡한 이론 마법 수업이 끝나고, 혼자서 조용히 내용을 복습하고 있던 루루에게 몇몇 소녀가 다가왔다.
“혹시 시간 있어? 우리, 지금 점심먹으려 하는데 같이 먹을래?”
“아, 아니에요!”
이윽고 그녀들은 루루에게 점심 식사의 합석을 권유했지만, 루루는 질겁한 표정을 지으며 답했다.
“저, 저는 혼자먹는게 더 좋아서…”
“응? 그치만… 어제는 같이 먹었었잖아?”
“그, 그건…”
하지만 그녀들이 아리송한 표정을 지으며 묻자, 루루는 이내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어, 그게… 그러니까…”
물론 루루는, 혼자서 밥을 먹다가 갑자기 자신의 옆에 앉은 아이들 덕분에 강제로 합석을 하게 되었을 뿐이었다.
심지어 저 멀리서 프레이가 붙여준 하녀들이 식기를 잘 사용해서 식사를 하나 마안으로 지켜보는데 정신이 팔려, 식사를 마칠때까지 그녀들이 곁에 있는 걸 눈치채지도 못했다.
“그러니, 오늘도 같이 먹자!”
“그래, 우리반에서 같이 밥을 안먹는건 너밖에 없었잖아. 평소에 얼마나 마음에 걸렸는데.”
“그나저나 루루, 최근에 좋은 일이라도 있어? 안색도 꽤나 좋아지고, 다크서클도 옅어진것 같은데…”
그 모습을 보고 루루가 무리에 잘 끼지 못하는 걸 가슴아파 하던 마음씨 착한 A반의 평민들이, 기회를 노려서 다시 접근하게 된 것이다.
“어, 어어…”
그 결과 사람들의 친절과 호의에 면역이 없었던 루루는, 아이들에게 붙잡혀 천천히 식당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
이윽고 여자아이들의 무리에 섞여서 줄을 서고, 서로 이야기를 하며 식판에 반찬을 배급받고, 또다시 줄지어 식탁으로 향하는.
그녀의 입장에서는 무척이나 신기한 경험을 하고 나자, 루루는 얼이 빠진 표정을 지으며 생각에 잠겼다.
‘혹시… 저주가 사라진 걸까?’
지난 며칠간 단 한번도 악몽을 꾸지 않았다는것은, 어쩌면 불행이 완전히 사라졌다는 신호일 수도 있다.
자신에게 걸린 낙인을 해제하는 방법은, 오로지 타인의 ‘사랑’을 받는 일 밖에 없다.
그런데, 한달 전부터 프레이가 자신에게 사랑을 주기 시작했다.
비록 사람 대 사람의 관계가 아닌, 사람 대 애완동물의 관계였지만… 그래도 사랑을 받은건 엄연한 사실이었다.
“저기, 얘들아.”
“…네?”
그런 생각을 하며, 루루는 자신의 옆에서 음식을 먹고 있는 학생들에게 나지막한 목소리로 질문을 던졌다.
“혹시… 최근에 뭔가 나쁜 일이 일어난 건 없어?”
“나쁜 일?”
“응, 예를 들어서 불행한 일이 찾아왔다던가… 사고를 당했다던가… 몸이 아파졌다던가…”
기분 좋게 식사를 하며 나눌 이야기는 아니었기에 순간적으로 학생들은 당황한 표정을 지었지만, 그렇게 묻는 루루의 표정은 너무나도 진지했다.
“으음…”
애초에 이 자리가 루루를 외롭게 두지 않기 위해 만들어진 자리였으므로, 결국 학생들은 하나둘씩 생각에 잠기기 시작했다.
“딱히 없는데?”
“응, 나도.”
“좋은 일들은 많았는데… 나쁜 일은… 글쎄?”
그렇게 어느정도 시간이 흐르고 난 뒤, 그들은 일제히 입을 모아 답변하였다.
몇주 전에 프레이에게서 뜯어낸 대량의 보상금과, 며칠전에 자신들을 후원해주겠다고 나선 익명의 후원자 덕분에.
A반의 평민들은 그 어느때보다 행복한 순간을 맞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설마, 진짜로?’
그러자, 루루의 심장이 세차게 뛰기 시작했다.
‘진짜 저주가 사라져가는거야?’
아직까지는 문지방에 발을 찧는다던가, 접시같은것을 깨트린다던가. 아니면 교과서를 잃어버리는 사소한 불행들은 하루에 몇번씩 일어나고 있다.
하지만, 프레이에게 사랑을 받기 시작한 이후로부터는… 늘 찾아오던 ‘큰 불행’이 전혀 찾아오질 않고 있다.
물론,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들에게 일어나고 있을 가능성도 있었지만.
자신의 옆에 있는 학생들이 말한바에 따르면, 그것도 아니다.
원래면, 자신에게 조금이라도 관심과 사랑을 준 사람은 바로 다음날에 사고를 당했었으니까.
‘드디어… 드디어…’
한참을 생각에 잠겨있던 루루는, 밥을 먹는척 고개를 숙이며 눈시울을 붉혔다.
드디어, 어릴때부터 자신을 천천이 목죄여 온 낙인이 점차 사라져 간다는 걸 실감했기 때문이었다.
‘드디어 자유로워 질 수 있…’
“맞다, 프레이 이야기 들었어?”
“프레이?”
그렇게 애써 흐르려는 눈물을 눌러 담으며 식사를 이어나가던 루루는, 이야기를 나누던 학생들이 프레이의 이름을 언급하자 그대로 얼어붙어 버렸다.
‘맞다… 프레이.’
저번에 봤던 것에 따르면, 프레이는 자신의 불행에 영향을 크게 받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자신을 ‘애완동물’로서 받아들이고 나서는, 피가 섞인 기침을 하기도 하고 심장을 움켜쥐고 비틀거리기도 했으니 말이다.
‘아냐, 프레이는 그래도 싼 악인이잖아…’
하지만, 이대로 낙인의 제거를 멈출수는 없었기 때문에 애써 고개를 가로저으며 생각을 털어낸 루루는. 속으로 조용히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차피 이 정도 속도면… 얼마 안 지나서 완벽히 사라질거야. 그러니… 그때까지만…’
“그 새끼, 쓰러졌다는데?”
“…네?”
하지만 이야기를 하던 학생의 입에서 튀어나온 말을 들은 루루는,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되물었다.
“소문으로는, 상당히 위독하대!”
“자업자득이지. 천벌을 받은거야.”
“맞아… 저번에 우릴 사려고 했잖아. 그때만 생각하면 치가 떨려서…”
“……저, 저기.”
이윽고 이어진 아이들의 대화를 들으며 불안한 표정을 짓던 루루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질문을 던졌다.
“프레이가 지금 어딨는지 아세요?”
“아마 방에 있겠지? 들리는 바로는 새벽에 돌아왔다는데…”
“전 이만 가볼게요.”
“응? 잠깐! 어디가는거야, 루루?”
이윽고 자리에서 일어난 루루는, 식당을 나서서 프레이의 방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설마, 과장된 소문이겠지.”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리며 말이다.
.
한편 그 시각.
“커흑! 커헉…!”
“도련님, 조금만 참으세요. 몸에 있는 나쁜 피를 개워내셔야 조금이라도 더 건강해지십니다.”
프레이는, 카니아의 도움을 받아 여전히 의식을 잃은 채로 몸에 쌓여있던 나쁜 피를 개워내고 있었다.
“으으…”
그리고 그 피는, 카니아와 영혼이 섞였던 영향으로 검게 물들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