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Heroines are Trying to Kill Me RAW novel - Chapter (12)
메인 히로인들이 나를 죽이려 한다-12화(12/524)
Episode 12
“…용사요?”
내가 나 자신을 용사라 소개하자, 꼬맹이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되물었다.
“그래, 그렇게만 알아두렴.”
“…네!”
그런 그녀가 퍽이나 귀여웠던지라 아빠 미소를 지으며 머리를 쓰다듬고 있는데, 발동시켜두었던 정보 탐색 시스템이 그녀의 정보를 내 눈앞에 띄웠다.
그리고 그 창을 본 나는 이내 인상을 찌푸렸다.
[이름: 글레어] [능력: 힘 1 / 마력 ??? / 지능 5 / 정신력 6] [특이사항: 의문의 잠재력 ] [성향: 순수 ]‘…요즘은 정보창에 물음표가 있는게 유행인가?’
또다시 나타난 물음표에 잠시 혼란을 느끼던 나는, 그녀의 특이사항을 보고서야 물음표가 나온 이유를 알아차릴 수 있었다.
‘…이 꼬맹이, 원석이었네.’
예언서에 남겨진 선조님의 말에 따르면, ‘의문의 잠재력’ 특성은 아주 낮은 확률로 어린아이들에게 나타나는 특성이다.
만약 어떠한 계기가 있다면, 그 특성이 꽃을 피우며 강력한 능력으로 개화하는 것이다.
물론 그 특성이 있는지 없는지는 시스템이 있지 않는 한 알 수 없기에 그 특성을 가진 대부분의 아이들이 꽃을 피워내지 못하지만, 지금 내 눈앞의 꼬맹이는 운이 좋은 것 같다.
‘이 꼬맹이는 마력이 물음표니… 아마 강력한 마법적 재능을 가지고 있겠지?’
나는 꼬맹이와 헤어지기 전에 마지막 선물을 주기 위해 아이템 상점창을 열었지만, 이내 머리를 탁 치며 탄식을 흘렸다.
– 잠재력의 영약 LV1 700pt
설명) 이 신비로운 물약은 마신 상대의 잠재력을 이끌어 낼 수도 있습니다. (구매 제한 0/1)
‘…맞다, 이거 한번밖에 못 사지?’
빠르게 저주가 악화되어가는 카니아를 살리기 위해서는, 그녀의 동생에게 ‘잠재력의 영약’을 먹여서 치유능력을 빠르게 각성시킬 필요가 있다.
그러니… 아쉽지만 이 귀여운 꼬맹이에게 잠재력의 영약을 줄 수는 없을 것 같다.
“…꼬마야.”
“네?”
“지금부터 오빠가 하는 말 잘 들으렴.”
“…넵!”
나는 아쉬운대로 그녀에게 ‘의문의 잠재력’에 대한 사실을 암시해주어 능력 개화를 할 가능성을 높여주려 했으나…
[축하합니다! <돌발 퀘스트: 꼬마 구출> 을 성공적으로 클리어 하셨습니다!] [보상으로, 다음 세가지의 아이템 중 하나를 선택하실 수 있습니다!]다시 한번 내 눈앞에 뜬 시스템 창과 함께 보상 목록이 뜨자 잠시 입을 다물고는 목록을 뚫어져라 노려보기 시작했다.
1. 위악 포인트 500pt
2. 금화 150개
3. 행운의 반지
.
‘…행운의 반지?’
3번 보상에 꽤나 이목을 끄는 이름의 아이템이 있었기에, 나도 모르게 손을 가져다 대보니 아이템의 설명이 눈앞에 나오기 시작했다.
– 행운의 반지
설명) 착용자에게 행운을 불러다 줄지도…?
보상주제에 효과에 의문형을 띄고 있는 그 아이템을 잠시 쳐다보던 나는, 이내 생각에 잠겼다.
‘…그래도, 이 반지가 위악 포인트 500pt랑 150골드 만큼은 값어치가 있다는 거잖아?’
내가 지금 위악포인트가 매우 급하긴 하지만, 그래도 최근에 꽤나 위악질을 열심히 해두었기에 조금은 여유가 있는 상황이다.
그리고, 골드는 아직 충분히 있다. 오늘 ‘아이템’을 확보하기 위해 내가 가지고 있는 전재산을 가져왔기도 하고… 애초에 나에게 150골드는 그리 큰 돈이 아니다.
그렇다면 남는건 이 수상한 반지인데… 이걸 꼬맹이에게 선물로 주는건 어떨까?
비록 ‘잠재력의 물약’을 선물로 주지는 못하지만… 조금 수상하긴 하더라도 ‘클리어 보상’인 행운의 반지를 준다면 설명대로 그녀에게 행운을 불러다 줄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행운이, ‘의문의 잠재력’을 깨우는 계기가 된다면… 그것만큼 안성만춤인 선물이 없을 것이다.
“…저기, 용사님?”
“응?”
“무슨 말씀을 하시려기에 그렇게 뜸을 들이세요?”
“아, 미안. 기다리게 했구나.”
“아, 아니에요! 하나도 안 지루했어요!”
“지루하진 않았냐고 물어본적은 없는데?”
“…헉.”
내 말에 정곡을 찔린 꼬맹이가 입을 벌리더니 슬며시 시선을 옆으로 돌렸다.
그 귀여운 모습에 피식 웃음을 지은 나는 3번 보상인 행운의 반지를 클리어 보상으로 선택한 후, 꼬맹이에게 내밀었다.
“…자, 선물.”
“또, 또요!? 그, 그만주세요…! 이러면 죽어서도 못 갚아아요오…!”
“그니깐, 안 갚아도 된다니깐?”
“어, 엄마가 빚을 지면 꼭 갚아야 된다고 했는데에…”
시무룩한 그녀의 말에 어머니는 지금 어디 계시냐고 물어보려던 나는, 시장에서 돌아다니는 아이들이 왜 이곳에 버려지게 됐는지를 상기해 냈다.
분명히 이 꼬맹이도 결국 버틸 수 없어진 어머니에게 버림 받았거나, 돌아가신 어머니의 곁을 떠나 시장 거리에서 구걸을 하게 된 걸꺼다.
그러니, 굳이 그런 트라우마를 다시 건드리지는 말기로 하자.
“그럼, 나중에 내가 유명해지면 찾아와서 갚던가.”
“…유명해지면요?”
“그래, 곧 온 제국이 용사의 이름을 찬송할 때가 올거야. 정 갚고 싶으면 그때 갚아.”
“네, 네에!! 반드시!! 무슨 일이 있더라도 찾아가서 빚을 갚을게요!!”
“아니, 갚을 여력도 없는데 무리해서 갚지는 말고…”
“…네, 네에.”
“그럼, 이제 선물 받아도 되지? 자, 손 내밀어봐.”
손을 내밀라는 내 말에 머뭇거리던 꼬맹이는, 이내 조심스럽게 손을 내밀었다.
음식을 먹지 못해 야윈 그녀의 손을 잠시 바라보던 나는, 앙상한 그녀의 손가락이 행여나 다칠까 조심스럽게 반지를 씌워주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건, 행운의 반지란다.”
“…행운의, 반지요?”
“그래, 이걸 계속 끼고 있는다면… 너에게 조만간 행운이 찾아올거야.”
“지, 진짜요?”
내 말에 그녀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묻길래, 나는 자신만만한 목소리로 답변했다.
“그럼, 용사인 내 말이니 확실해. 그러니, 앞으로는 그걸 계속 끼고 있으렴.”
확신에 찬 내 말을 듣고, 자신의 손가락에 끼워진 반지를 물끄럼히 바라보던 소녀는 이내 고개를 갸우뚱 거리며 질문을 던졌다.
“저기… 이런건 용사님에게 더 필요하지 않아요?”
“응?”
“용사님이면… 나쁜 사람이랑 싸워야 될 텐데… 행운은 용사님에게 필요하지 않을까요?”
그 말에 나는 해탈한 표정을 지으며 답했다.
“내가 나쁜 사람이라 괜찮단다.”
“…네?”
“아, 아니… 난 이런게 아주 많거든. 나 돈 많은건 알지? 그러니까 걱정은 안해도 돼.”
그 말을 들은 꼬맹이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고, 난 그런 그녀의 머리를 마지막으로 한번 부드럽게 쓰다듬은 뒤에 술집의 출구로 향하며 마지막 조언을 했다.
“그리고, 넌 마법에 재능이 있단다.”
“…제가요?”
“그래, 그것도 아주 뛰어난 재능이 말이야. 그러니 동생을 치료하고 집을 구한 후에는, 열심히 마법을 배우도록 하렴.”
“……제, 제가 잘 할 수 있을까요?”
꼬맹이가 완전히 밖으로 나간 내 뒤에서 다급히 마지막 질문을 던져왔고, 나 또한 그런 그녀에게 마지막 답변을 해주었다.
“그래, 용사인 내가 보증하마. 넌 잘 해낼 수 있을거야.”
“……!”
“그럼, 잘 지내렴.”
그 말을 끝으로 나는 뒷골목에서의 짧은 인연을 뒤로 하고, 원래 내가 세워두었던 계획으로 복귀하기 위해 발걸음을 재촉하기 시작했다.
.
점점 멀어져가는 프레이의 뒷모습을 한동안 멍하니 쳐다보던 떠돌이 소녀 글레어는, 이윽고 그가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지자 나지막이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내가, 마법에 재능이 있었구나.”
그렇게 말하며 그녀는 자신의 손가락에 끼워진, 그녀의 구원자인 용사가 선물로 주고 간 반지를 어루만지기 시작했다.
“저, 열심히 할게요. 용사님.”
그러다가 반지를 어루만지는걸 잠시 멈춘 소녀는 혹여나 반지가 상할까 조심스럽게 손가락에서 반지를 빼냈다.
“열심히 해서…”
이윽고 그 반지를 자신의 왼손 약지에 다시 끼우기 시작한 그녀는,
“…유명해지시면 반드시 빚을 갚으러 갈게요.”
살짝 미소를 지으며 말을 맺었다.
“…이자는, 저로 대신해도 괜찮겠죠?”
그런 그녀의 몸에서는, 희미한 빛이 새어나오고 있었다.
전대 용사도, 프레이도, 심지어는 시스템조차도 예상치 못했던 새로운 전환점이 세계선에 새겨지는 순간이었다.
.
“프레이!! 대체 어디에 갔었던거냐!!”
“…잠시 바람좀 쐬고 왔는데.”
“헛소리!!”
나는 지금 이솔렛에게 혼나고 있다.
왜냐하면, 그녀를 오랜 시간동안 방치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은 세계를 구하기 위한 퀘스트를 시스템에게 받아 불법 인신매매단을 습격하고, 그곳에 있던 마왕의 심복인 서큐버스 퀸을 제거하고, 납치된 여자들과 아이들을 전부 풀어주느라 그런거지만 그걸 이솔렛에게 말했다간 생명력이 깎일 것이다.
“정말이지 너란 녀석은…!”
“왜, 걱정했어?”
“…입 다물어라. 지금은 너와 장난할 기분이 아니다.”
“흐흐… 청춘이구만?”
나는 솔직하지 못한 말을 하는 이솔렛을 가만히 쳐다보다가 뒤쪽에서 들려오는 다 죽어가는 목소리에 눈길을 돌렸다.
“좋을 때다… 좋을 때야…”
바닥에 쓰러진채 죽어가는 목소리로 말을 하던 가게 주인장은, 날 보더니 능글맞은 표정을 지으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래서 저 처자는 누군가?”
“…아카데미 교수님.”
“오, 금단의 사랑이로군. 하지만 그럴수록 더… 크헉!”
다 죽어가면서도 아득바득 할말을 하던 주인장은, 결국 이솔렛의 칼집에 머리를 가격당하고 축 늘어져버렸다.
“…죽인건 아니지?”
“…잠시 기절시켰다.”
“과잉진압 아니야?”
“…정당한 조치였다.”
이솔렛이 싸늘하게 답변한 그 순간, 그나마 구조라도 남아있던 마도구 상점이 와르르 무너져내렸다.
졸지에 노숙자 처지가 되어버린 주인장을 잠시 불쌍하게 쳐다보던 나는, 이솔렛의 싸늘한 눈빛이 여전히 날 향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어디에 갔다 왔는지 말해, 프레이.”
“글쎄, 바람 좀 쐬고 왔다니깐?”
“말하지 않으면, 네 아버지께 브로치의 건을 말하겠다.”
“…치사하네.”
내가 잔뜩 인상을 구기며 중얼거리자, 이솔렛은 엄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사실대로 말하는게 좋을거다. 난 네 녀석이 진실을 말하는지는 거짓말을 말하는지는 눈을 감고도 알아차릴 수 있으니 말이야.”
“…알겠어, 알겠다고.”
나는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그녀에게 미리 준비해둔 시나리오를 말하기 시작했다.
“사실은, 정보 길드에 갔다 왔는데 말이야…”
“정보 길드?”
“응, 정보를 사고 파는 곳 말이야. 합법인 곳도 있지만 역시 뒷골목의 정보 길드가 정보량이 가장 방대하거든.”
“…그래서, 무슨 정보를 얻었지?”
“어… 오늘 뒷골목에서 1년에 한번 열리는 최대 규모의 경매장이 열리는데… 거기서 테러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정보를 얻었어.”
“…뭐?”
테러라는 말에 그녀가 눈을 동그랗게 뜨자, 나는 속으로 미소를 지으며 말에 살을 붙이기 시작했다.
“아니, 내가 워낙 돈이 많잖아? 그래서 너희가 가지고 있는 정보중 가장 최고급 정보를 달라고 말했지. 그런 정보 하나하나가 다 무기가 되는 법이거든.”
“그래서?”
“그런데, 최고급 정보가 하필 이거지 뭐야? 경매장 개시는 몇분도 안남았는데… 완전 돈날렸지 뭐.”
내 말을 들은 이솔렛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테러가 일어나서 사람이 죽을수도 있는데… 지금 돈을 날렸다고 아쉬워 하고 있는건가?”
“무려 금화주머니 11개를 날렸다고! 이게 얼마나 심각한 사안…”
“됐고, 지금 당장 경매장의 위치를 말해라. 넌 이대로 이곳을 빠져나가고.”
“뭐야, 날 걱정해주는…”
“프레이!!!”
그녀의 고함에 잠시 말을 멈춘 나는, 이내 머리를 긁적거리며 다시 입을 열었다.
“…아니, 그런데 가봤자 할 수 있는게 없을텐데?”
“그게 무슨 소리지?”
“거기, 출입증을 가진 사람만 들어갈 수 있는 강력한 마법이 걸려있어. 해체하려면 황실 마법사들이 와도 몇시간은 걸릴걸?”
“크윽…”
그 말에 이솔렛이 조용히 입술을 깨물기 시작했다. 그녀가 넘어오기 직전이란 사실을 알아챈 나는, 쐐기를 박기 위한 마지막 연기를 시작했다.
“…아! 그러고 보니 들어갈 수 있는 방법이 하나 있긴 한데…”
“그, 그게 뭔데?”
그녀가 다급히 묻자, 나는 담담하게 답했다.
“나랑 누… 교수님이 연인 사이가 되는거야.”
그리고 그 말이 끝나자, 우리 둘 사이에는 잠시 정적이 흘렀다.
– 스릉…
“잠깐, 잠깐만! 농담이 아니라 진짜야! 진짜라고!!”
이내 그 적막속에서 그녀가 천천히 칼을 뽑자, 나는 뒤로 물러서며 다급하게 말했다.
“…설명해.”
이윽고 그녀가 칼을 다시 칼집에 집어 넣으며 입을 열자,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는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러니깐, 사실 내가 통행증을 가지고 있거든.”
“잘 됐군. 지금 당장 그걸 내놔라.”
“가져가봤자 소용 없어. 통행증은 본인만 사용 가능하거든.”
나는, 이솔렛에게 능글맞은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하지만, 우리 둘을 연인이나 부부 사이로 경매장 시스템에 등록하면 둘이 동행해서 출입을 할 수 있지.”
“…보안이 빡센것 치고는 너무 허술한 시스템 아닌가?”
“통행증을 개나소나 받는게 아니라서 말이지. 검증된 가문의, 그것도 부와 명예를 지닌 자만 엄선해서 뽑는거라 그런 특혜가 주어지는 거야.”
“……….”
“즉, 정 가고 싶다면 경매장 안에서는 나와 연인 행세를 해야 해. 안 그러면 의심받을 테니깐.”
나는 어느새 고질병이 발동해 얼굴을 붉히기 시작한 이솔렛에게 미소를 지으며, 짧게 한마디를 던졌다.
“그럼 잘 부탁해, 이솔렛.”
그리고 그 다음 순간 나는 이솔렛에게 칼집으로 머리를 세게 얻어 맞았다.
.
“프레이 라온 스타라이트와 이솔렛 아르함 바이워크를 연인 관계로 등록해줘.”
“…놀랍군요. 드디어 화해를 하신 겁니까?”
“정보 길드에 팔아 치우기만 해봐, 다음날 우리 공작가 지하에 쳐박아 줄테니.”
“농담이 아닌것 같아 무서워지는군요. 들어가십시오.”
무사히 담당자를 통과한 나와 아르함 바이워크는, 미리 챙겨온 검은 로브와 담당자가 준 가면을 착용한 채 경매장 안으로 들어갔다.
“…꼬, 꼭 이렇게 팔짱을 끼고 있어야 되는건가?”
“짝을 지어서 들어온 사람들이 어떻게 하고 있는지를 좀 봐… 저긴 아예 끌어안고 있네.”
“으으으…”
커플들의 애정행각을 본 이솔렛은, 앓는 소리를 내며 애써 시선을 돌렸다.
“…너무 딱딱하잖아, 좀 자연스럽게 팔짱을 껴봐.”
“…껴, 껴 봤어야 알것 아닌가.”
“…하아.”
그렇게 나는 딱딱한 나무 비스무리한걸 옆구리에 끼고 있는 기분을 느끼며 경매장의 좌석에 착석한 후, 안에 있는 사람들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물론 사람들은 검은 로브와 가면으로 모습을 숨기고 있었지만, 내 정보탐색 스킬은 그런걸 문제삼지 않는다.
‘…백작가에, 마탑 장로에, 황실 재정 담당자까지… 제국의 핵심인물들이 한자리에 모였군.’
조용히 경매장을 스캔하던 나는, 제국에서 내로라 하는 사람들이 이 좁은 경매장에 모여있다는 사실을 알아내고 실소를 지으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뭐, 내가 노리는 아이템은 지금 시점에선 가치가 거의 알려져있지 않지만… 중요한건 내부의 경쟁자가 아니라 외부의 경쟁자겠지.’
오늘 이솔렛을 이곳에 데려온 것은, 조만간 내가 노리는 아이템을 노리고 습격해올 마왕의 부대를 나 대신 막게하기 위해서다.
안 그래도 요즘 힘들어 죽겠는데, 이곳에서 내 ‘별의 가호’를 썼다가는 갑자기 비명횡사를 할 수도 있다.
왜냐면 곧 이곳을 습격해올 마왕의 부대는 아까처럼 소수정예가 아니라 물량빨이기에, 힘의 소모가 크기 때문이다.
물론 물량빨이므로 이솔렛 정도면 간단히 처리할 수 있기에, 그녀가 테러를 상대하는 동안 나는 편하게 ‘아이템’을 확보한다.
그렇게 그 아이템을 확보한다면, ‘평민 기숙사 습격사건’을 확실하게 확보할 수 있…
“…어!?”
“후엣!”
사람들을 탐색하다가 누군가를 발견한 내가 깜짝 놀라 소리를 지르자, 내 옆에 빳빳하게 굳어있던 이솔렛이 덩달아 괴상한 비명을 질렀다.
“”…………””
그 바람에 경매장 안에 있던 사람들이 조용히 우릴 쳐다보기 시작했고, 나와 이솔렛은 한동안 고개를 숙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대체, 왜 그런거야?”
“…………”
이윽고 이솔렛이 원망스러운 목소리로 내게 속삭였지만, 나는 그런 그녀를 무시한채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머리를 부여잡고 있었다.
‘…카니아가 왜 여기서 나와?’
대체 왠지는 모르겠으나, 카니아의 정보가 이솔렛의 옆에 앉아있는 사람을 봤을때 떠올랐었다.
동명이인이길 바랬지만, 수치와 특이사항 마저 똑같았다.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
너무 몸이 피곤해서 헛것을 본게 아닌가 하고 다시 정보를 확인해보려 고개를 들었는데, 이번엔 내 앞에 앉아 있는 사람에게서 성녀 페를로체의 정보가 떠올랐다.
“…잠시, 자리좀.”
“…아, 네. 알겠…!”
그 정보를 멍하니 보고 있는데, 누군가가 내 옆자리에 앉으려 하길래 옆쪽으로 몸을 당기며 그 사람을 쳐다본 순간, 이번엔 황녀 클라나의 정보가 눈앞에 떠올랐다.
“…무슨 문제라도?”
“…아뇨, 아닙니다.”
고개를 갸웃거리며 질문을 던지는 황녀에게 다급히 목소리를 잔뜩 깔아 답변을 한 나는, 어리둥절한 눈빛으로 날 바라보는 이솔렛을 한번 쳐다보고, 그 다음에는 경매장에 출몰한 메인 히로인들을 한번씩 바라본 후 속으로 중얼거렸다.
‘…….진짜 개 좆망겜이네.’
뭔가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되어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