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in Heroines are Trying to Kill Me RAW novel - Chapter (120)
메인 히로인들이 나를 죽이려 한다-120화(120/524)
Episode 120
“거기, 멈추세요.”
“네? 아, 네에…”
귀족 기숙사의 입구로 향하던 루루는, 입구를 지키던 메이드가 자신을 가로막자 당황한 표정을 짓기 시작했다.
“평민은, 귀족 기숙사에 들어가실 수 없습니다.”
“아, 그… 저기… 저 모르세요?”
이윽고 루루가 조심스럽게 묻자, 메이드는 인상을 잔뜩 찌푸리며 답하기 시작했지만.
“당신이 누구던간에, 규칙은 지켜져야 합니다. 이곳은 평민은 들어갈 수 없는, 오직 귀족분들을 위한 공간…”
“…들여보내.”
옆에 있던 그녀의 선배가 한숨을 내쉬며 말을 끊자 덩달아 당황한 표정을 짓기 시작했다.
“그, 그게 무슨 소리인가요? 어째서 평민을…”
“얘가 신입이라 잘 모르나 봐. 내가 허락했으니 이만 안으로 들어가.”
“가, 감사합니다…”
눈치를 보던 루루가 재빨리 기숙사 안쪽으로 향하자, 신입 메이드는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질문을 던졌다.
“이게… 어떻게 된겁니까?”
“쟤, 프레이 성노예야.”
“…아.”
이윽고 인상을 찌푸리고 있는 선배의 말에 단박에 상황을 이해한 그녀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불쌍하네요. 하필이면 그 많은 귀족중에 프레이의 성노예라니.”
“너도 조심해. 요즘들어 메이드들도 건드린다는 소문이 있으니까.”
“…네.”
그렇게 대화를 마친 두 메이드는, 이내 불쌍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기숙사의 입구로 걸어들어가는 루루를 쳐다보기 시작했다.
‘…프레이에게 당한 건, 입맞춤이 단데.’
물론, 애써 상관하지 않는 척 하며 그녀들의 대화를 귀담아듣고 있던 루루에게는 꽤나 억울한 일이었다.
비록 프레이가 자신을 덮쳤을 때도 있었고, 평소에도 신체접촉을 자주하며, 강제로 입맞춤을 하긴 하지만.
그 이상 선을 넘은 적은 한번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아냐, 속으면 안돼. 그건 프레이가 날 위해서 그러는게 아니라, 사람 취급도 안해서 그런거라고.’
하지만 루루는 애써 고개를 저으며 생각을 털어냈다.
“후우…”
하지만, 어째서일까.
애써 생각을 털어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마음은 여전히 심란해져 가기만 했다.
비록 자신을 사람이 아닌 애완동물로 보는, 최악의 남자의 손길이었지만.
그에게 쓰다듬을 받을때 느껴지는 온기만큼은, 사람의 온기를 원해왔던 루루를 꽤나 만족시켜주었었기에.
그리고, 그가 매일 밤마다 자신에게 해주던 입맞춤 또한 마찬가지였기 때문이었다.
– 터벅, 터벅
그 결과 마음이 울적해진 루루는, 천천히 프레이가 있는 기숙사로 향하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렇다고 여기서 멈출 순 없어… 멈출순 없는데…’
프레이는 분명한 악인이다.
저택에 있을 때 허구한 날 사용인인 카니아와 이리나를 폭행하고, 요리사들을 겁박하며, 자신의 동생에게도 욕설을 한다.
그리고 자신에게 다가와준 평민학생들을 겁간하려 했으며, 심지어는 합법적으로 품으려고 까지도 했다.
게다가 이러한 사실들이 아니더라도 제국에 돌아다는 이야기들을 들어보면, 프레이 라온 스타라이트는 마왕군의 끄나풀일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그렇기에, 루루는 자신의 불행을 받는 동시에 낙인을 해제 시켜줄 사람으로 프레이를 골랐던 것이다.
원래도 대다수의 사람들이 죽어버리길 바랄정도로 악독한 프레이가 자신에게 관심을 가진다면, 필시 소문대로 자신에게 끔찍하고 추악한 짓들을 할테니.
만약 프레이가 자신의 불행에 얽혀들어간다고 해도, 죄책감을 가질 필요가 없다는 이유에서 말이다.
그래서, 루루는 그의 도자기를 일부러 깨 관심을 끌었었다.
그리고 그에게 관심을 받기 위해 준비해두었던 다음 작전들을 쓰기도 전에 프레이에 의해 애완동물이 됐을때는, 어안이 벙벙하긴 했지만 솔직히 기뻤었다.
그런데.
‘…왜 그렇게 잘해주는 거냐고.’
어느새 프레이의 방 바로 앞까지 도착한 루루는, 자리에 멈춰서고는 부르르 떨기 시작했다.
‘왜, 내게 거칠게 대하지 않는건데…’
그렇게 한참동안 문 앞에서 멍을 때리던 루루는.
– 아드득…!
이내 입술을 깨물며 중얼거렸다.
“…일단, 확인해보자.”
그리고 그녀는 문고리를 잡았다.
어차피 프레이를 간호해줄 사람은 없을거라 생각하며 말이다.
“…음?”
그런데, 그의 방문은 굳게 잠겨져 있었다.
– 파지직!
“윽!”
이윽고 그녀가 발동한 마안 마저도 문에 걸려져 있던 강력한 도청 방지 마법에 막히자, 루루는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저기…”
“어쩐일이신가요?”
“프레이 씨의 방에 들어가고 싶어서요…”
이윽고 복도에서 한숨을 내쉬고 있던 메이드장을 찾아낸 루루가 자그마한 소리로 묻자, 그녀는 한숨을 내쉬며 답했다.
“교대를 오셨나봐요?”
“교대요?”
“아까전에 유일하게 간호를 하시던 카니아씨가 방을 나갔으니, 새벽부터 계속 그랬던 것처럼 다음 교대인원이 올 때겠죠.”
최근 며칠간 루루가 프레이의 방에 밤마다 들락날락 거리던 걸 자주 목격했던 메이드장은, 그녀가 새로운 교대인원이라 생각하고는 조용히 방문으로 다가가기 시작했다.
– 딸깍!
“당신도 참, 고생이 많으시네요. 그럼, 전 잠시 쉬러 가겠습니다.”
“아, 저 그게… 저는…”
“죄송합니다. 새벽부터 이곳을 감시하며 아무나 들이지 말라는 명령을 받아서 말입니다. 덕분에 한숨도 못잔지라… 부탁드립니다.”
이윽고 방문을 연 메이드장이 불쌍한 표정으로 자신을 쳐다보며 말하고는 복도를 빠져나가자, 잠시 그 자리에 굳어있던 루루는 이내 나지막한 목소리로 중얼거리며 방문으로 다가갔다.
“…얼굴만 보고 나올건데, 문제가 될 일은 없겠지.”
이윽고 그렇게 말한 루루는, 조심스럽게 방문을 열었다.
– 끼이익…
“뭐야, 역시 과장된 소문이었…”
그렇게 방 안으로 들어선 루루는, 침대에 비스듬히 앉아 고개를 숙이고 있는 프레이를 발견하고는 걸음을 돌려 조용히 방에서 나가려 했지만.
“쿨럭!!”
“…아?”
갑자기 프레이가 입에서 검은 피를 토해내자 그대로 얼어붙어버렸다.
“어? 어어?”
그렇게 잠시 멍한 표정으로 그를 지켜보던 루루는, 자기도 모르게 프레이에게 걸어가기 시작했다.
“프레, 프레이님?”
“으극…!”
이윽고 잔뜩 당황해서 프레이의 입가를 어루만지던 루루는, 프레이의 입에서 다시 한번 토혈이 새어나오자 식은땀을 흘리기 시작했다.
‘…이, 이 정도로 몸이 안 좋다고?’
살짝 닿은 그의 몸은 옷을 입고있는데도 불구하고 불덩이처럼 뜨거웠으며, 입에서는 계속해서 검은 피가 쏟아져내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러한 그의 얼굴은 마치 시체처럼 새하얗게 질려 있었다.
“시, 심장은 뛰는데…?”
덕분에 설마설마 하던 표정으로 그의 심장에 귀를 기울인 루루는, 그의 심장이 여전히 뛰는걸 확인하고는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으으…”
“…프레이님?”
이윽고 고개를 들어 프레이를 살피던 루루는, 그를 조심스럽게 흔들며 말을 시작했다.
“저, 정신차려 보세요. 프레이님.”
“…으븝.”
“으앗.”
하지만, 그의 입에서 돌아온건 대답이 아닌 검은 피였다.
“대체, 대체 이게 무슨…”
덕분에 어쩔줄을 몰라하며, 축 늘어져버린 프레이를 어루만지던 루루는.
– 터벅, 터벅.
“…….!”
갑자기 밖에서 발소리가 들려오자 기겁을 한 채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으, 으으…”
프레이의 방은, 아무나 들어오지 못하게 메이드 장이 감시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현재 그녀의 손은 프레이의 피로 얼룩져 있다.
“…꿀꺽.”
그러한 상황에서 발자국 소리가 방문 앞에서 멈추자, 패닉에 빠져있던 루루는 문득 시선을 옆으로 돌리고는 침을 꿀꺽 삼켰다.
그녀의 시야에는, 이 방에서 숨을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인 화장실의 문이 들어와 있었다.
.
루루가 발자국 소리를 듣고 패닉에 빠지기 조금 전의 시점에.
“이리나 씨, 여기 계셨습니까.”
“…카니아?”
프레이의 방에서 나온 카니아는, 복도의 끝에 있는 창문 밖을 멍하니 내려다보고 있던 이리나에게 말을 걸고 있었다.
“교대시간인데도 오시질 않으셔서, 직접 찾으러 왔습니다.”
“그, 그래?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됐어?”
카니아의 말을 들은 이리나는,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창문에서 떨어졌다.
“잠깐만 기다려봐. 너가 프레이와 붙어있지 않으면 그가 토혈을 하게되니… 빨리 지혈제를 가져올…”
“아닙니다. 지금 상황에서는, 도련님의 피를 빼내야 합니다.”
“뭐?”
이윽고 이어진 카니아의 말에 이리나가 놀란 표정을 짓자, 카니아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제 영혼과 도련님의 영혼이 섞여있던 충격때문에… 도련님의 몸에 흑마력의 기운이 들어갔습니다.”
“그, 그럼 위험한거 아니야?”
“문제 없습니다. 흑마력의 나쁜 기운들은 도련님의 토혈과 함께 거의 배출이 된 상태입니다.”
그렇게 말한 카니아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리고, 오히려 토혈을 막는게 아니라 내뱉게 하는것이 좋습니다.”
“어, 어째서?”
“도련님이 가진 ‘별의 가호’로 재생되는 새로운 피가 더러운 피를 몰아내고 있으니까요. 즉, 지금 도련님이 피를 토하시는건 아프셔서 그러는게 아니라 건강해지시려 그러는 겁니다.”
“휴… 그럼, 빈혈로 쓰러질 걱정은 없겠네.”
새벽부터 계속 피를 토하던 프레이를 무지막지하게 걱정하고 있던 이리나는, 그 말을 듣고 안심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럼, 갑시다.”
“응…”
그런 이리나를 보던 카니아가 조용히 돌아서서 복도를 걷기 시작하자, 그녀답지 않게 쭈글쭈글해져 있던 이리나는 이내 조용히 질문을 던졌다.
“그런데… 그러면 앞으로 프레이와 계속 붙어있을 필요는 없겠네?”
“아닙니다, 앞으로도 항상은 아니지만… 오랜시간을 도련님과 접촉하고 있어야 합니다.”
그 말에 이리나가 고개를 갸우뚱거리자, 카니아는 조용히 자신의 배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아직 도련님의 영혼의 파편과 흔적들이 남아있어서 말입니다. 일주일에서 이주일 정도는 도련님과 접촉하여 조심히 돌려놓아야 할 것 같습니다.”
“아…”
그 말을 들은 이리나는, 앞서가는 카니아를 바라보다가 조용히 중얼거렸다.
“…내게 흑마력이 조금만 더 있었어도.”
“이리나 씨, 감사합니다.”
“으, 으응?”
그런 그녀에게, 카니아는 미소를 띠며 말했다.
“도련님의 수명을 지킨 마법을 개발해주셔서 말입니다.”
“아, 아냐… 완벽히 발동된 것도 아닌데 뭐.”
“아닙니다. 당신이 개발한 마법이 아니였다면, 도련님의 수명은 또 반으로 깎였을것이고. 시스템의 정체도 밝혀내지 못했을 겁니다.”
“…으응.”
“도련님이 깨어나시면 그 부분에 대해 전부 보고해 드리겠습니다. 다시 한번 정말 감사드립니다, 이리나님.”
그렇게 말한 카니아를 바라보던 이리나는, 이내 마법진이 그려진 그녀의 배를 흘깃 쳐다보며 말했다.
“혹시 아프거나 하지 않아?”
“음… 조금은 그렇습니다만.”
“그럼, 마법진을 다시 내 배로 옮겨줄까?”
“아, 아닙니다. 제가 감당하겠습니다.”
그렇게 말한 카니아가 어느새 도착한 프레이의 방으로 다가가기 시작하자, 이리나는 조용히 자리에 멈추어서니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럼, 내가 오늘 그에게 피의 맹세를 하는것좀 도와줄래?”
그 말을 들은 카니아는, 자동으로 잠긴 문고리를 열다가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만두시지요.”
“왜?”
“당신은 그 맹세로, 프레이님에게 영혼을 바칠려고 하는거 아닙니까.”
그렇게 말하며 방문을 연 카니아는, 친절하게 문을 열어주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신도, 악마도 아닌 일개 개인에게 영혼을 바친다는 의미가 무엇인지 잘 아시잖아요. 그러니, 그러실 필요는 없습니다.”
“아니, 바칠거야.”
“네?”
그런 그녀에게 마찬가지로 나지막한 목소리로 답한 이리나는, 조용히 방 안으로 들어서고는 문을 닫아버렸다.
‘나 때문에 정신도 몸도 상하는 저주를 받은데다가… 수명까지 깎인 프레이야.’
이윽고 건강한 피를 만들어내느라 나쁜 피를 다시 한웅큼이나 토해낸 프레이에게 다가가며, 이리나는 속으로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수명은…’
그러다가 잠시 머뭇거리던 이리나는, 조용히 품에서 꺼내든 측정기를 바라보더니.
“2년 2개월. 그게 네게 남은 수명이야, 프레이.”
이내 조용히 프레이를 끌어안으며, 명확한 어조로 말했다.
“……..으븝.”
“비록 네가 몇년밖에 못사는 시한부가 됐더라도…”
이윽고, 다시한번 입을 연 이리나는.
“…네게 내 영혼을 바칠게.”
오직 그녀와 잠들어 있는 프레이에게만 들릴 정도로, 아주 작게 속삭이기 시작했다.
“내 몸도, 내 마음도, 내 순결조차도… 모든걸 전부 너에게 바칠게. 프레이.”
“흐.”
이윽고 그렇게 말을 마친 이리나는, 왠지 모르게 표정을 꿈틀거린 프레이를 사랑스럽게 쳐다보다가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왠줄 알아?”
이윽고 몇달전에 아직 프레이에 대해서 확신을 하지 못했을 때, 그를 시험해볼 명목으로 고르게 했던.
그리고 지금은 그의 책상에서 무럭무럭 자라나, 어느새 꽃을 피워낸 묘목을 바라보던 이리나는.
“널 사랑하니까.”
조용히 미소를 지으며 프레이의 귀에 속삭였다.
“…아주 어렸을때부터.”
그런 프레이와 이리나의 옆에서, 강아지사랑 꽃이 살랑거리고 있었다.
.
“지금… 저게 무슨 소리야?”
한편 그 시각.
“2년 2개월…? 시한부…?”
빛 한점 들어오지 않는 화장실의 문에 조용히 귀를 대고 있던 루루는.
“설마…”
유일하게 그녀의 귀에 들려온 말을 듣고는, 바들바들 떨며 중얼거렸다.
“……..나 때문에?”